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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삼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제퍼와 초대받지 않은 손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리

완결

꾸삼
작품등록일 :
2020.12.02 19:04
최근연재일 :
2021.03.01 00:17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127
추천수 :
187
글자수 :
242,784

작성
21.02.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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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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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24. 페터의 비밀 (1)

DUMMY

jj와 제퍼가 차원의 문으로 떨어지고, 여왕에게 붙잡혀 서쪽 탑으로 끌려온 필록과 페터는 더 이상 맞서 싸울 힘도, 반항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더 정확히는, 필록은 jj에게 깊은 상처를 입은 뒤로 좀처럼 깨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텅 빈 방 안에는 여왕과 단 둘이 남은 페터가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한 바탕 난리를 치른 뒤인데도 여왕은 승리감에 젖어 몸을 가만히 두질 못했다.


“페터....... 드디어 모든 게 끝이 났구나. 결사단 사람들은 모조리 잡혔고, 네 친구 제퍼는....... 크흡!”


여왕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죽어버렸단다.”


“아니야! 제퍼는 죽지 않았어!” 페터가 사납게 소리쳤다.

“제퍼는 돌아올 거라고!”


하지만 여왕은 그 즉시 페터의 몸에 마비 마법을 걸었다. 페터의 입이 꾹 닫혔다.


“이제 저 거울로 내 신하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심장을 들고 돌아 올 테지. 그럼 내 형제처럼 유리덮개에 갇히는 거야.”


여왕이 낑낑대는 페터를 매섭게 내려 보았다.


“이제 알겠니? 그 애는 돌아오지 않아!”


유리덮개의 잔해로 보이는 유리가루들이 바닥에 흰 눈처럼 반짝거렸다. 여왕은 마지막 남은 숙제처럼 페터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넌 나를 능멸한 죗값을 치러야겠지?” 여왕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하지만 이내 애석하다는 듯이 덧붙였다.


“나는 널 끝까지 아꼈단다, 끔찍이도 불쌍히 여겨 주었지. 하지만 나에게 돌아온 건 뭐였지? 번번이 살려준 은혜를 이렇게 갚아?”


페터는 그 모습이 더욱 역겨웠다. 그는 당장 여왕의 멱살을 잡고 한 방에 쓰러뜨린 다음, 제퍼가 있는 곳으로 따라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왕이 기대가 가득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렇지만 난 널 풀어 줄 거야.”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마비 마법에 걸려있는 페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말을 믿지 않는 게 분명했다.


“널 정말로 풀어 줄 거란다. 너에게 진실을 알려주면 넌 마법 없이도 힘을 쓰지 못할 테니 말이야. 참 다행이야. 귀라는 게 닫고 싶다고 닫혀 지는 게 아니라서. 내 말이란 게 보이지 않아서.......”


페터는 지금 여왕이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페터, 네가 하늘 아래 내 세상에서 무엇이었는지 궁금하지 않니?”


그 즉시 페터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늘 궁금했던 비밀이 막상 눈앞에서 풀리는 순간이 되자 듣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이곳에 울면서 혼자 온 것이,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 이제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페터의 손은 귀를 막기에는 너무 단단히 묶여 있었다.


바로 그 때, 여왕의 눈빛이 갑자기 돌변하더니 페터의 귀에 입술을 바짝 붙였다. 여왕의 혀가 뱀처럼 날름거렸다.


“페터, 넌 식물인간이야. 온갖 기계에 둘러싸여 숨만 쉬는 환자라고. 엄마도 아빠도 다 널 버렸어. 내가 그렇게 만들었어. 너의 부모는 자식보다 자기들이 먼저인 사람들이라서 아픈 네가 귀찮았던 거야. 힘들게 쌓아올린 명성에, 아픈 자식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흠이었던 거지.”


페터의 눈동자는 앞만 향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저 뒤에 암흑 속으로 굴러 떨어지는 중이었다.


“네 부모는 결국 어린 널 버렸어. 서로에게 네 치료의 책임을 미루고 바람을 피우고 싸우고....... 깨어나지 않는 너를 원망스럽게 바라보았지. 너 때문에 이혼하지 못한다면서. 차라리 죽어버리라면서.......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부잣집 스털리 부부에게 아픈 딸이 있는지도 몰랐을 거야. 그 부부가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곪을 대로 곪아버린 집안이란 것도 몰랐을 거야. 왜냐하면 그들은 깊은 관계를 싫어하거든. 너무 지쳐버려서 자신들의 인생에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해. 그런데 진짜는 지금부터야. 그래서 네가 어떻게 했는지 아니?”


페터는 터져버린 둑처럼 밀려드는 기억 속에서 몸을 떨었다. 한번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기억은 기다렸다는 듯이 꽉꽉 들어차, 상처를 되살리고 그 날의 공기까지 전해주었다.


“원래 지금처럼 몸은 움직일 수 없다고 해도 귀는 열려있는 거잖아? 지금 네가 움직일 수는 없어도 내 말을 다 듣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때 그 어린 너도 다 듣고 있었거든. 네 침대를 가운데에 두고 싸우는 네 부모의 모든 말들을 말이야....... 잠든 네 곁에 와서 나약하게 자신에게 왜 그러냐며 어린 너를 원망하는 말을....... 넌 누워있으면서도 다 듣고 있었다고. 그래서 네가....... 기억나? 네가 스스로 네 호흡기를 뗐어. 기적처럼 되돌아온 손의 감각을 그렇게 썼어. 그리고 그 침대 속에서 영원의 잠으로 빠져들었지. 네가 스스로 호흡기를 떼는 모습을 보면서도 말리지 않는 너희 부모를 보면서....... 그렇게 너는 울면서 이곳에 오게 된 거야.”


페터는 끔찍한 기억에 마비 마법에 걸린 몸에서 당장 떠나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꼼짝도 할 수 없이 몸에 갇혀 그 때의 기억에 심장이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공주님. 잠자는 숲속의 공주님....... 이게 네 현실이야. 그래도 돌아가고 싶니? 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고 네 부모가 좋아할까? 천만에! 넌 돌아가도 아무것도 못 해.”


그리고 여왕은 약속대로 페터에게 걸었던 마비마법을 풀어주었다.


하지만 페터는 여왕의 말대로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그는 곧장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더니 자신의 귀를 마구 틀어막았다.


고통에 몸을 뒤트는 페터를 바라보며 여왕이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


“괜찮아. 괜찮아, 페터. 넌 어차피 돌아가지 못 해. 이제 여기서 네 영혼을 흡수해 버릴꺼거든.......”


그때, 정신이 든 필록이 온 힘을 다해 기어왔다.


“페터! 정신 차려! 일어나 봐!” 필록이 페터를 다급하게 불렀다.


하지만 지금 필록을 올려다보는 페터의 눈동자는 텅 비어있었다. 그는 정상적으로 사고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조금도 아니었다.


페터는 고통에 항복해버린 사람처럼 횡설수설했다.


“난 끝났어. 돌아갈 곳도 없고, 돌아가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아니야, 아니야....... 너까지 이러지 마.”

괴로워하는 페터의 모습에 필록이 덩달아 눈물을 쏟아냈다.


“여왕이 대체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필록이 소리를 꽥 지르자 여왕이 웃음을 터뜨렸다.


“고통을 줬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마음을 망가뜨렸어.”


죄책감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그 태연함이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페터가 자신의 생각을 멈추고 싶은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마음이 너무 아파. 죽을 것 같아, 필록....... 이렇게 아름답지 않을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페터의 몸에는 눈물도, 기운도, 정신도, 아무것도 남아있어보이지 않았다.


“내 심장이 둘로 찢겨지는 것 같아.......”


다음 순간, 페터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필록이 화들짝 놀라 부르짖었다.


“페터!”


여왕이 그 둘을 조롱하듯이 내려다보며 말했다. 느릿느릿한 여왕의 목소리가 적막을 뚝뚝 끊어놓았다.


“쯧쯧쯧....... 인간이란 참 어리석어. 형체도 없는 사랑이니 기억이니 상처니 슬픔이니.......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딴 것들 때문에 아파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니 말이야. 안 그래?”


여왕의 말투는 마치 영화의 감상평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때 문가에 검은색 연기가 자욱한가 싶더니 마리가 나타났다.


“당신도....... 형체도 없는 나 때문에 흔들리잖아.”


작가의말

이번 화는 중간에 끊어서 조금 짧아졌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추천과 코멘트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아래 코멘트는 독자님들의 공간이니, 자유롭게 의견 남겨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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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세요, 꾸삼입니다! +4 21.01.22 150 0 -
46 에필로그 +4 21.03.01 23 2 5쪽
45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3) +2 21.02.25 15 2 10쪽
44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2) +2 21.02.25 16 2 10쪽
43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1) +2 21.02.23 17 2 7쪽
42 25. 탈출 (2) +3 21.02.21 18 2 14쪽
41 25. 탈출 (1) +2 21.02.18 21 2 10쪽
40 24. 페터의 비밀 (2) +2 21.02.16 21 2 15쪽
» 24. 페터의 비밀 (1) +2 21.02.14 20 2 8쪽
38 23. 집으로(3) +4 21.02.11 17 2 10쪽
37 23. 집으로(2) +2 21.02.09 20 2 8쪽
36 23. 집으로(1) +6 21.02.07 24 3 12쪽
35 22. jj와 더블 퀘스천 마크 +4 21.02.04 27 3 14쪽
34 21. 마리의 비밀 (4) +6 21.02.02 27 4 17쪽
33 21. 마리의 비밀 (3) +6 21.01.31 26 5 9쪽
32 21. 마리의 비밀 (2) +6 21.01.28 32 6 12쪽
31 21. 마리의 비밀 (1) +4 21.01.26 37 6 8쪽
30 20. 돌변한 팔리타 (2) +6 21.01.24 39 6 16쪽
29 20. 돌변한 팔리타 (1) +6 21.01.21 38 5 10쪽
28 19. 악몽의 숲(2) +4 21.01.19 29 5 18쪽
27 19. 악몽의 숲(1) +4 21.01.17 25 5 12쪽
26 18. 비상(2) +4 21.01.14 23 5 8쪽
25 18. 비상(1) +4 21.01.12 28 5 18쪽
24 17. 디아블 세바스찬 마크 +4 21.01.10 34 5 15쪽
23 16. 금지된 주문(2) +4 21.01.07 37 5 17쪽
22 16. 금지된 주문(1) +4 21.01.05 39 4 14쪽
21 15. 검은 시냇물 골목(2) +4 21.01.03 29 5 12쪽
20 15. 검은 시냇물 골목(1) +4 20.12.31 28 5 7쪽
19 14. 데메테르의 대지(4) +4 20.12.29 28 4 8쪽
18 14. 데메테르의 대지(3) +4 20.12.27 28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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