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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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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와 초대받지 않은 손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리

완결

꾸삼
작품등록일 :
2020.12.02 19:04
최근연재일 :
2021.03.01 00:17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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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9
추천수 :
187
글자수 :
242,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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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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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3. 집으로(3)

DUMMY

제퍼가 눈을 떴을 때는 놀랍게도 여왕과 있던 악몽의 숲도, 익사 직전이었던 강물 속도 아니었다.


“으아아악!”


하지만 방금까지 숨통을 조여오던 차가운 강물 속에 있었던 제퍼는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그가 마구 물을 뱉어내며 헛구역질을 했다.


제퍼는 온통 하얗고 얇은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곳은 끝도 없이 뚫린 하나의 공간이었는데 그야말로 거울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하....... 다행이다.” 하지만 안심한 말과 달리 제퍼의 얼굴은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의 웃음소리와 함께, 불쑥 깨진 유리창 같은 벽에 누군가의 모습이 여러 개로 나타났다.


“꼴이 말이 아니네?”


바로 가짜 쥐였다.


가짜 쥐는 땅굴에서 페터의 마법을 맞고 어디로 도망쳤나 했더니 제퍼가 슬로언에게서 가져온 거울 속으로 도망친 모양이었다. 여러 조각으로 금이 간 거울 벽에 제퍼의 모습과 흉측한 가짜 쥐의 모습이 이상하게 뒤섞여 있었다.


“뭐야?” 제퍼가 가짜 쥐를 보자 땅굴 속으로 돌아간 것처럼 넌더리를 냈다.


“네가 왜 여기있어?”


아직도 땅굴에서 여왕이 가짜 쥐의 몸으로 제퍼의 영혼을 산산이 부수던 고통이 선명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자신이 너무나 싫고 마음이 괴로워서 당장이라도 심장이 둘로 쪼개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뒷걸음질 치던 제퍼가 밑을 내려다 본 순간, 안색이 싹 굳어졌다. 가짜 쥐를 피하자, 이번에는 발밑에 노란 유리 막 너머로 익사 직전의 자신이 보였기 때문이다.


시꺼먼 강물 속에서 의식을 잃은 제퍼의 몸은 퍼렇게 질려서는 불어터진 상처에서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고 뼈도 몇 군데 부러져 있었다.


누군가 당장 그를 뭍으로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그에게 남은 시간은 없어보였다.


“저기서 구해준 은인한테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가짜 쥐가 그런 제퍼를 보고 낄낄 거렸다.


“내가 아니었으면 저기서 저 고통을 다 당해야 했을 텐데 말이야.”


“네가 날 구해준 거라고?” 제퍼는 다시 강물에 숨이 막히는 것처럼 헉헉 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여긴 어디지?”


“글쎄.” 가짜 쥐가 각기 다른 얼굴로 씩 웃었다.


제퍼는 아마도 꿈과 현실의 중간에 갇혀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퍼는 이제 더 이상 저 두 곳 중에 그 어디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짜 쥐가 그런 제퍼의 마음이라도 읽었는지 일부러 눈을 게슴츠레 뜨고 다가왔다.


“어디로 가고 싶니?” 가짜 쥐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상냥했다.


“원하는 곳으로 보내줄게. 끔찍한 꿈을 더 꾸고 싶은 거야, 아니면 고통스러운 현실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


제퍼가 가짜 쥐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가짜 쥐는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 듯이 더 뻔뻔하게 디아블이 가져갔던 왕의 심장을 내보였다.


“어서 말해봐. 이걸 들고 다시 위로 올라가도 좋고, 만신창이가 된 저 밑에 네 몸으로 돌아가서 죽어도 좋아.”


가짜 쥐가 눈을 번뜩였다.


“듣자 하니, 혼잣말로 자꾸 할 수 있다고 하던데. 어때. 여왕님의 세상에서도 할 수 있었니?”


제퍼가 머릿속을 들킨 것 같아 눈살을 찌푸리자 가짜 쥐도 똑같이 눈을 찌푸렸다.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아. 특히 여왕님에게 찍히면 말이야.”


쥐가 그 말을 끝으로 제퍼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씩 웃었다.


“넌 위에선 영혼도 망가지고, 저 아래선 몸도 망가지고....... 아주 만신창이구나?”


“원하는 게 뭐야.” 제퍼가 냉담하게 물었다.


“네 몸을 줘.”


그렇게 말하는 데도 제퍼는 놀라지 않았다.


가짜 쥐는 몸 이야기가 나오자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린 것처럼 두 곳 중 어느 곳으로도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제퍼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네 몸만 나에게 준다면 내가 저 위에 꿈도, 네 밑에 현실도 모두 처리해 줄게.” 가짜 쥐가 왕의 심장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 어느 곳으로도 돌아가지 않는 거야.”


“그래서 날 이곳으로 끌어들였구나?”


제퍼가 날카롭게 말했지만 가짜 쥐의 말이 솔깃한 제안인 것은 확실했다. 제퍼는 진심으로 마음이 흔들렸다.


“네 몸만 나에게 주면, 너는 병원에서 깨어날 거고, 그동안은 모두 꿈이라고 기억될 거야. 오, 물론 네가 원하면 기억을 아예 지워줄 수도 있어.”


그 말에 제퍼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솔직히 너도 확인했잖아. 결사단은 끝났고 여왕은 이길 수 없어. 네 현실은 여왕의 손아귀에 있다고. 여왕이 비를 내리고 길을 막았을 때 네가 뭘 할 수 있었는데?”


“맞아.” 제퍼가 끄덕이자 가짜 쥐가 먹잇감을 노리듯이 더욱 팔을 뻗었다.


“그래, 제퍼. 저 위에 세상을 바꿀 순 없어. 저 위를 바꾸지 않으면 네 현실은 마찬가지지. 그러니까 그냥 너는 네가 살던 대로 계속 살아가면 돼. 남들이 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평범하게. 응? 너한테는 그게 어울려.”


가짜 쥐의 우툴두툴한 손이 제퍼에게로 점점 가까워졌다.


그런데 그때, 손을 뻗던 제퍼가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쳤던 왕의 심장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난 비겁하게 기억을 잊는 걸로 숨지 않을 거야.”


제퍼가 단호하게 말하자, 쥐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난 위로 다시 돌아 갈 거야.”


그 말을 들은 가짜 쥐가 한동안 제퍼를 빤히 바라보더니 험악해진 얼굴로 깨진 거울 속에서 마구 화를 냈다.


“야, 이 바보야! 정신 차려! 지금 저 꿈속으로 돌아가겠다는 소리야? 저기에는 방금 네 마음하고 몸을 산산조각 낸 여왕이 있는 곳이야! 네가 돌아가서 뭘 할 수 있는데?”


“뭐든 할 수 있겠지! 아직 기회가 있는 거니까!” 제퍼가 마치 마리처럼 맞받아졌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가짜 쥐의 유혹을 떨쳐내기 위해 되는 대로 말한 것이었다. 제퍼의 말이 자신감이 떨어지듯 점점 흐려졌다.


“꿈은 깨면 그만이야....... 뭘 망설이겠어.......”


“하!” 그러자 가짜 쥐가 놓치지 않고 낄낄거렸다. “너도 너를 믿지 못하는 거지?”


“그렇다 하더라도 난 이제 더 이상 뒤로 숨지 않아!”


제퍼가 다시 큰소리쳤다.


그러자 다급해진 가짜 쥐가 마른 침을 삼켰다.


“아니, 제퍼. 그럼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을 봐.” 가짜 쥐가 전략을 바꿨는지, 물속에서 의식을 잃어가는 제퍼를 가리켰다.


“잘 생각하란 말이야, 제퍼 카터. 네 철없는 용기 때문에 네 몸은 죽거나, 이대로 머리가 바보가 돼서 성적도 떨어지고 원하는 고등학교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될 거야. 네 인생이 망쳐질 거라고.”


그동안의 현실이 눈앞에 떠오르자 제퍼의 마음이 흔들렸다. 가짜 쥐가 쉬지 않고 제퍼를 몰아붙였다.


“그렇지만 여기서 나에게 몸만 넘겨주면, 너는 예전처럼 공부도 잘하고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똑똑한 다시 예전의 네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어! 응? 여기서처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멍청이로 계속 살고 싶어? 공부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머저리로는 이미 충분히 살아 봤잖아. 너 그럴 수 있어?”


제퍼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가짜 쥐가 의기양양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나를 봐! 마치 하늘로 올라오기 전에 너 같지 않니? 세상 사람들은 장군이 된 나를 부러워 해! 모두들 나처럼 되고 싶어서, 내 자리를 뺏고 싶어서 안달이지! 네가 나에게 몸을 주고 넌 다시 돌아가기만 한다면, 이곳에서도 하늘 밑에서도 우리 모습이 꼭 맞아 떨어져!”


가짜 쥐가 정체모를 흥분에 휩싸여 악을 썼다.


“네 몸에는 내가 어울린다고!”


하지만 거울 반쪽에 비친 자신의 모습으로 가짜 쥐가 악을 쓰는 모습을 보자, 제퍼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마치 정신이 번쩍 든 것 같았다.


역시나 자신의 얼굴로 저런 끔찍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은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이대로 가짜 쥐에게 몸을 넘긴다면 그것은 가짜 쥐의 몸에 제퍼가 들어가는 꼴이 될 게 분명했다.


“지금 다 버리고 숨는다면, 너처럼 되겠지.......”


제퍼는 만약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 있다면, 가짜 쥐야 말로 이곳에 오기 전, 스스로 선택하지도 못하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1등자리만 탐내느라 진짜 내 모습을 잃어가던 딱 제퍼 자신의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퍼는 이 순간 자신을 믿기로 했다.


“있지....... 난 아직도 어디가 진짜 인지 모르겠어. 사람들이 있는 저 위인지, 강물로 떨어진 저 아래인지.......”


제퍼가 갑자기 다른 소리를 하자, 가짜 쥐가 멍한 얼굴을 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은 진짜잖아. 꿈이라면 깨면 그만이고 현실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바꿔야지. 안 그래?”


제퍼가 가짜 쥐에게 일말의 분노도 없이 말했다.


“네 제안은 정말 고맙지만, 난 더 이상 전처럼 시키는 대로 살 수 없어. 그랬다간 마음이 병들고 말거야.”


제퍼가 그렇게만 말하고 여왕의 성으로 향하자, 가짜 쥐가 이제는 거울이 흔들릴 정도로 방방 날뛰었다.


“거짓말! 넌 망치는 걸 가장 두려워하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한 거잖아.”


가짜 쥐가 제퍼를 회유하듯이 다급하게 거울 밖으로 손을 뻗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걸 봐. 네 마음 같은 건 그냥 모른 척 무시하면 그만이잖아!”


“그게 바로 여왕이 원하는 거야.” 제퍼가 반은 자신의 모습을 한 가짜 쥐를 조금은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여왕의 노예는 내가 아니라 너야.......”


그러자 제퍼의 말에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가짜 쥐의 손이 축 처졌다.


하지만 이내 눈빛이 돌변하더니 시커먼 손으로 여왕의 성 쪽으로 향하는 제퍼를 꽉 움켜쥐고는 곧장 반대편 강물 속으로 내던져 버렸다.


“그럼 내가 순순히 돌려보내 줄 것 같아? 어림도 없지! 내게 몸을 줄 게 아니라면, 다시 가서 죽어버려!”


가짜 쥐의 분노가 담긴 힘에 이끌려 제퍼는 다시 속수무책으로 강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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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에필로그 +4 21.03.01 23 2 5쪽
45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3) +2 21.02.25 15 2 10쪽
44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2) +2 21.02.25 16 2 10쪽
43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1) +2 21.02.23 17 2 7쪽
42 25. 탈출 (2) +3 21.02.21 18 2 14쪽
41 25. 탈출 (1) +2 21.02.18 21 2 10쪽
40 24. 페터의 비밀 (2) +2 21.02.16 21 2 15쪽
39 24. 페터의 비밀 (1) +2 21.02.14 20 2 8쪽
» 23. 집으로(3) +4 21.02.11 18 2 10쪽
37 23. 집으로(2) +2 21.02.09 20 2 8쪽
36 23. 집으로(1) +6 21.02.07 24 3 12쪽
35 22. jj와 더블 퀘스천 마크 +4 21.02.04 27 3 14쪽
34 21. 마리의 비밀 (4) +6 21.02.02 27 4 17쪽
33 21. 마리의 비밀 (3) +6 21.01.31 26 5 9쪽
32 21. 마리의 비밀 (2) +6 21.01.28 32 6 12쪽
31 21. 마리의 비밀 (1) +4 21.01.26 37 6 8쪽
30 20. 돌변한 팔리타 (2) +6 21.01.24 39 6 16쪽
29 20. 돌변한 팔리타 (1) +6 21.01.21 38 5 10쪽
28 19. 악몽의 숲(2) +4 21.01.19 29 5 18쪽
27 19. 악몽의 숲(1) +4 21.01.17 25 5 12쪽
26 18. 비상(2) +4 21.01.14 24 5 8쪽
25 18. 비상(1) +4 21.01.12 28 5 18쪽
24 17. 디아블 세바스찬 마크 +4 21.01.10 34 5 15쪽
23 16. 금지된 주문(2) +4 21.01.07 37 5 17쪽
22 16. 금지된 주문(1) +4 21.01.05 39 4 14쪽
21 15. 검은 시냇물 골목(2) +4 21.01.03 29 5 12쪽
20 15. 검은 시냇물 골목(1) +4 20.12.31 28 5 7쪽
19 14. 데메테르의 대지(4) +4 20.12.29 28 4 8쪽
18 14. 데메테르의 대지(3) +4 20.12.27 28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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