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꾸삼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제퍼와 초대받지 않은 손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리

완결

꾸삼
작품등록일 :
2020.12.02 19:04
최근연재일 :
2021.03.01 00:17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106
추천수 :
187
글자수 :
242,784

작성
21.02.07 23:55
조회
23
추천
3
글자
12쪽

23. 집으로(1)

DUMMY

차원의 문은 문이 아니라 구멍이었던 게 틀림없었다.


마치 땅 속 끝까지 추락하는 것 같았다.


의식이 끝나지 않는 어둠속에서 계속해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을 때 제퍼는 몸에 힘을 풀고 스르르 눈을 감았다.


이상한 기분이 제퍼를 휘감았다. 제퍼의 모든 게 춤을 추고 있었다. 손 끝, 발끝에 느껴지는 것도 없고 밑으로 떨어지기만 해서 제퍼는 아무것도 느낄 수도, 짐작할 수도 없었다.


그냥 이대로 떨어지기만 하다가 의식도 어둠속으로 꺼져 버릴 것 같았다.


이 정도면 꽤 추락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땅에 부딪친 것처럼 제퍼의 몸이 턱 소리를 내며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제퍼는 떨어지는 비도 느껴지고 눈, 코, 입 몸의 모든 감각이 살아났다. 다시 태어난다면 꼭 이런 느낌일 것 같았다.


갑자기 목구멍으로 비가 섞인 숨이 마구 들이켜지자 제퍼는 자신이 어디로 떨어졌는지 깨달았다. 제퍼가 부딪쳤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옥상에서 떨어지고 있던 자신의 몸이었다.


정말로 집으로. 에릭과 디아블, 엄마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제퍼가 놓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멈췄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면 제퍼는 그대로 추락해서 죽는다는 사실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제퍼가 뒤늦게 비명을 질러댔다.


정신과 몸이 결합하자 어째 더 무거워진 듯한 몸이 짐작도 못할 속도로 떨어졌다.


마침내 직감적으로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때쯤, 제퍼가 두려움 속에서 몸을 최대한 움츠렸다.


“아, 맙소사!”


“쿵!” 곧이어 제퍼의 몸 전체로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머리는 부딪치자마자 다시 튀어 올랐고 순간적으로 고개가 턱 들리더니 부딪친 충격으로 몸 안에 있던 숨이 한꺼번에 빠져 나갔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진즉에 정신을 잃거나 저승사자를 만나고 있어야할 정신이 너무 멀쩡한 것이다.


모든 느낌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다 느껴지고 있었다. 아득해지긴 했지만 기억도 끊이지 않았고 생각보다 고통도 참을 만해서 순간적으로 다시 일어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그런 정신 나간 생각도 들었다.


‘진짜 죽어서 그런 건가?’


그런데 제퍼가 추락해서 고통으로 몸을 비틀었을 때 손 밑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푹신푹신하고 말랑말랑한.......


제퍼가 그대로 데굴데굴 구르며 자신이 떨어진 곳에 가득 쌓인 이불과 쿠션, 베개, 튜브들을 발견하고는 다시 번쩍 정신을 차렸다. 제퍼는 살아있었다!


제퍼가 곧바로 고개를 들어 위층을 바라보자(뇌가 좀 흔들리는 것 같았지만 옥상에서 떨어진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거짓말처럼 제퍼가 늘 꿈에서 보았던 꼬마가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동안 대답 한번을 안 해주더니....... 빈말처럼 바닥에 푹신한 것 좀 깔아달라고 했던 제퍼의 말을 꼬마가 기억해 준 것이다. 이건 기적이었다!


제퍼가 고마움을 담아 윙크하자, 꼬마가 윙크를 못하는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입모양으로 뻐끔거렸다.


“나 약속 지켰다!” 꼬마가 덧니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그 해맑은 미소를 뚫고 디아블이 쿠당탕탕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제퍼는 그 즉시 앞마당 쪽으로 달려갔다. 제퍼가 돌아왔다는 것을 안 마당에 디아블이 엄마를 가만 두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제퍼가 앞마당으로 가기도 전에 구급대원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다들 비키세요! 투입! 투입!”


제퍼 앞으로 엄청난 크기의 에어매트와 함께 저 멀리 기절한 사비아가 무사히 구급차에 올려지는 모습이 보였다.


안도한 제퍼가 젖 먹던 힘을 다 짜내어 사람들 건너까지 사비아를 불렀다. 그런데 제퍼의 몸이 갑자기 뒤로 휙 당겨졌다.


“제퍼!”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디아블이 흥분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제퍼에게 달려들더니 그에게 얼굴, 가슴, 배 할 것 없이 마구 발길질과 주먹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널 이 세상에서 없애버릴 수 있는 거야! 제발 여왕님 앞에서 꺼져! 내 앞에서 꺼지라고!”


이젠 몸집도 제퍼만큼 줄어들었는데도 디아블은 주먹이며 얼굴까지 포악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달려온 경찰관이 디아블의 팔목을 낚아챘다.


“학생들, 여기서 뭐하는 짓이야?”


제퍼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매달렸다.


“얘가 절 죽이려고 했어요! 살려주세요! 당장 체포해야 해요!”


“뭐? 정말이니?”


경찰관이 제퍼의 상처와 건물 뒤를 보고 오더니 뒤에 있던 동료들을 불러 디아블에게 수갑을 채우게 했다. 디아블이 예상에 없던 경찰에 으르렁거리며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쳤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 너도 서로 같이 동행해야 한단다. 물론 다른 차에 타게 될 거니까 걱정 말고.”


“네, 그럴게요. 그렇지만 그 전에 저기, 엄마를 보고 싶어요! 여기서 방금 떨어진 사람이 저희 엄마에요!”


제퍼가 구급차 쪽으로 발을 동동 구르자, 경찰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정말이니? 얼른 가보렴. 미카엘! 동행해!”


디아블이 제퍼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


“당장 저 녀석을 잡아! 저렇게 놔두면, 저 놈은 분명히 도망 갈 거야! 다 거짓말이야! 당장 잡으라고!”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제퍼가 그에게 다시 돌아가 으르렁거렸다.


“어디 이번에도 빠져나가 봐.”


그러자 디아블이 마치 jj인 것처럼 제퍼를 깔보았다.


“계집애 흉내나 내던 녀석이, 왜? 지금 네가 이러니까 네가 이긴 것 같아? 넌 그래봤자 내 손바닥 안이야!”


제퍼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이마로 디아블의 이마를 찍어 눌렀다.


“시끄러워, 이 자식아. 너야말로 잘 생각해. 더 이상 하얀 머리에 다 큰 어른 jj가 아니야. 여기선 너도 나 같은 어린애라고.”


제퍼가 디아블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눈짓하며 비웃었다.


“지금 이게, 진짜 너야. 그만 꿈에서 깨어나시지.”


제퍼가 수갑을 차지 않은 손을 보이며 노골적으로 디아블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자 그의 숨소리가 눈에 띄게 거칠어졌다. 뜨겁게 달군 쇠구슬처럼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디아블을 경찰관들이 황급히 뒤로 끌어냈다.


“내가 누군지 알아? 이거 놔!”


초코바를 입에 문 경찰관이 잔뜩 인상을 썼다.


“몰라, 몰라. 네가 누군지 어떻게 알아. 조사 해 보면 나오겠지, 이놈아! 요즘 애들은 정말 버릇이 없다니까!”


사비아가 경찰관과 함께 온 제퍼를 보자마자 의료진들을 모두 뿌리치고 제퍼를 꽉 안았다.


“오, 세상에 제퍼! 이게 무슨 일이니? 감기가 제대로 들렸나보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어! 넌 괜찮은 거니?”


제퍼는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부터 차올랐다.


엄마를 보게 되면 놀란 엄마부터 진정시키려고 했는데....... 알 수 없는 안도감 때문인지 제퍼는 사비아의 품에서 울기만 했다. 순식간 같았던 결사단 사람들과의 시간들이 사실은 꽤 긴 시간이었다는 것도 이제야 느껴졌다.


“내가 정신이 나간 게 아니어야 할 텐데.......” 사비아가 중얼거리자 제퍼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범인이 있어요. 나를 협박하려고 엄마의 정신을 잃게 하고 떨어뜨린 거예요.”


하지만 사비아는 무슨 소리인지 통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엄마의 몸은 떠나던 그 날 그대로 몸살에 걸려있었다. 제퍼는 그제야 정말로 돌아온 것이 실감이 났다.


“아드님 맞으세요?” 의료진이 사비아와의 몸싸움에 질렸다는 얼굴로 물었다. 한 대 더 맞기 전에 얼른 같이 태워 가려는 것 같았다.


“네, 네. 맞아요.”


“이 친구도 폭행을 당한 것 같아요. 치료가 필요합니다.” 옆에 있던 미카엘 경찰도 거들었다.


사비아가 그 말을 듣고 놀란 것도 잠시, 갑자기 미카엘의 무전기에 불이 들어오더니 다급하게 그를 찾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심각한 표정의 미카엘이 제퍼의 팔목을 붙들었다.


“제퍼 카터, 맞니?”


미카엘의 전과 달라진 눈빛에 제퍼는 불안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구급차로 경찰들이 급하게 뛰어오더니 사비아와 제퍼 앞에 급히 영장을 들이밀었다.


“제퍼 카터를 살인 교사 및 살인 미수죄로 긴급 체포합니다. 이 무기는....... 샤워기 아니야? 아무튼, 압수다!”


그러더니 다시 제퍼를 구급차에서 끌어내어 수갑을 채우기 시작했다. 사비아가 제퍼를 잡고 놔주지 않았다.


“무슨 소리에요! 잘못 알았겠지! 우리 아들이 무슨 살인 같은 소리야! 당신들 뭐야!”


하지만 경찰관들이 나서서 제퍼와 사비아를 떼어내고 급히 제퍼를 경찰차로 데려갔다.


“죄송하지만 아드님이 공개수배 되었습니다. 아주 악질 용의자니 청소년에 관계없이 서로 압송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사비아의 마음은 옥상에서 떨어질 때보다 더욱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것은 제퍼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자신이 공개수배자가 되다니! 너무나 뜬금없었다!


같은 일상 바르게살기 대회가 있다면 당장에 1등을 먹었을 정도로 얼마나 지루하고 똑같이 살아왔는데! 죄라고는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데!


제퍼가 착잡한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디아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캬캬캬! 제퍼! 꼴좋다!”


디아블이 경찰차 안에서 창문에 고개를 들이밀고 씨근거리고 있었다.


“잘난 척 하더니! 기대해.”


“설마 또 네 녀석 짓이냐!” 제퍼가 불길한 예감에 마구 화를 냈다.


“뭐하는 거야! 대체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야!”


“잊었어? 여긴 나의 여왕님의 세계야. 너 하나쯤 살인범으로 만드는 건 우리 여왕님한테 일도 아니라고!”


jj의 모습도 아닌 어린 아이로 돌아온 디아블이 그렇게 말하자 제퍼는 토악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동시에 올려다 본 하늘이 꼭 너무 높고 거대한 감옥처럼 느껴졌다.


제퍼가 성에서 봤던 그 거대한 기계로 지금 여왕이 제퍼의 세상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 불 보듯 뻔히 보였다. 어딜 가나 여왕의 영향 아래였다. 그녀가 놓은 장애물 앞에서 제퍼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 이곳이 바로 제퍼가 사는 곳이었다.


졸지에 악질 범죄자가 된 제퍼가 이를 갈았다.


“나 하나는 이렇게 손쉽게 잡아가면서 왜 너는 풀어주지 않는데?”


그러자 디아블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제퍼 생각에는 여왕은 jj가 여왕을 원하는 것만큼 그를 아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쩌면 제퍼를 처리하면서 jj도 같이 영영 돌아오지 못하기를 바라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왕은 처음부터 너를 받아줄 생각도 없었어, 바보야! 그녀에게 넌 그저 귀찮은 일을 대신 해줄 개일 뿐이야! 널 버린 거라고!”


그나마 다행인 건 제퍼가 붙잡힌 상황에서 디아블만 풀려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어차피 벗어날 수 없다면 둘 다 잡혀 있는 편이 제퍼에게는 안전했다.


디아블이 어떡해서든지 제퍼의 말을 부정하려 욕을 퍼부었다. 제퍼도 지지 않고 몰아붙였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경찰차 안으로 욱여넣어졌다.


문이 닫히기 전에 뒤에 경찰차에 탄 디아블의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꿈에서 깨어나도 꿈은 끝나지 않아, 제퍼!”


작가의말

계속 이어집니다! 추천과 코멘트는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제퍼와 초대받지 않은 손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꾸삼입니다! +4 21.01.22 150 0 -
46 에필로그 +4 21.03.01 23 2 5쪽
45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3) +2 21.02.25 14 2 10쪽
44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2) +2 21.02.25 15 2 10쪽
43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1) +2 21.02.23 16 2 7쪽
42 25. 탈출 (2) +3 21.02.21 17 2 14쪽
41 25. 탈출 (1) +2 21.02.18 20 2 10쪽
40 24. 페터의 비밀 (2) +2 21.02.16 19 2 15쪽
39 24. 페터의 비밀 (1) +2 21.02.14 19 2 8쪽
38 23. 집으로(3) +4 21.02.11 17 2 10쪽
37 23. 집으로(2) +2 21.02.09 19 2 8쪽
» 23. 집으로(1) +6 21.02.07 24 3 12쪽
35 22. jj와 더블 퀘스천 마크 +4 21.02.04 26 3 14쪽
34 21. 마리의 비밀 (4) +6 21.02.02 26 4 17쪽
33 21. 마리의 비밀 (3) +6 21.01.31 25 5 9쪽
32 21. 마리의 비밀 (2) +6 21.01.28 31 6 12쪽
31 21. 마리의 비밀 (1) +4 21.01.26 36 6 8쪽
30 20. 돌변한 팔리타 (2) +6 21.01.24 38 6 16쪽
29 20. 돌변한 팔리타 (1) +6 21.01.21 37 5 10쪽
28 19. 악몽의 숲(2) +4 21.01.19 29 5 18쪽
27 19. 악몽의 숲(1) +4 21.01.17 25 5 12쪽
26 18. 비상(2) +4 21.01.14 23 5 8쪽
25 18. 비상(1) +4 21.01.12 27 5 18쪽
24 17. 디아블 세바스찬 마크 +4 21.01.10 34 5 15쪽
23 16. 금지된 주문(2) +4 21.01.07 37 5 17쪽
22 16. 금지된 주문(1) +4 21.01.05 38 4 14쪽
21 15. 검은 시냇물 골목(2) +4 21.01.03 28 5 12쪽
20 15. 검은 시냇물 골목(1) +4 20.12.31 28 5 7쪽
19 14. 데메테르의 대지(4) +4 20.12.29 27 4 8쪽
18 14. 데메테르의 대지(3) +4 20.12.27 28 4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꾸삼'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