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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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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와 초대받지 않은 손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리

완결

꾸삼
작품등록일 :
2020.12.02 19:04
최근연재일 :
2021.03.0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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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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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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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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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9. 악몽의 숲(2)

DUMMY

제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남자를 다시 쳐다보았지만 남자는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는 표정으로 마찬가지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제퍼는 당혹스러운 마음에 남자의 눈을 피해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물건들은 주인을 닮아 하나같이 해괴했다.


잔뜩 녹이 슬은 단도와 시뻘건 모래가루, 반지가 끼워진 손가락 두 마디, 아직까지 뛰고 있는 심장, 작은 유리병, 조각난 거울, 금니가 박힌 채로 굳어진 동전 등 둘러볼수록 구역질이 나오는 것들뿐이었다.


“진짜로 이걸 가져가는 게 아저씨가 원하는 거예요?”


“그래!” 남자는 잔뜩 흥분한 눈으로 대답했다.


제퍼는 께름칙한 기분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요? 이것들이 모두 안 좋은 것들이라서요?”


그러자 남자는 노골적으로 제퍼와 눈을 맞추며 웃어보였다.


“그럴지도 모르지, 착하게 살았나, 아가씨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난 벌을 받는 중이랄까.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렸거든. 그래서 누군가의 혼이 가득 담긴 이런 무거운 물건들을 짊어지고 사는 거야. 이것들을 다 덜어낼 때까지 윤회도 못하고 말이야.”


도저히 물건들을 고를 엄두가 나지 않은 제퍼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말했다.


“그냥 버리세요. 그러면 되잖아요.”


그러자 엄청나게 웃긴 말을 들은 사람처럼 남자가 자지러지게 웃었다.


“크크큭! 그게 그렇게 간단하면 내가 여태 이러고 살겠어, 아가씨?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이 물건들은 내 벌이야. 나는 무겁다는 것뿐, 이 물건들이 좋은지 나쁜지, 이것들을 어떻게 써야할지 감도 안 잡혀. 그것도 내 벌이겠지.


감정이 담긴 물건은 물론 위험해. 그러니까 조심해서 골라, 아가씨. 그래도 혹시 알아? 나중에 요긴하게 쓰일지? 선물일지 저주일지는 아가씨 몫이야.”


한참을 고민하던 제퍼는 가장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조각난 거울과 아직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집어 들었다.


“이렇게 두 개 가져갈 테니까. 오는 길도 부탁해요.”


“오, 예!” 남자가 횡재했다는 눈빛으로 손뼉을 딱 쳤다.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안전벨트 매세요! 망자를 태우지 않고 달리는 건 정말이지 오랜만이군!”


남자는 곧바로 높은 곳에 자리한 운전석으로 뛰어 들어 가 시동을 걸었다.


“근데 아가씨는 어디 앉을 텐가? 지하 1, 2, 3 층은 몸집이 큰 악몽의 숲 괴물들이나 동물들이 많이 타지. 물론 짐작했겠지만 밑으로 갈수록 험악하고 좀 안 좋아. 위생은 장담 못해. 어떤 사람은 윤회하러 탔다가 지하 싸움에 휘말려서 또 죽었다니까. 높이 올라 갈수록 일등석이지. 거긴 아무나 못 앉아.......”


“저는 윤회하러 가는 손님이 아니잖아요.”


제퍼가 남자에게서 받은 물건들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말을 끊었다.


“어디 앉든 무슨 상관이에요. 그냥 빨리 내릴 수 있는 아저씨 옆에 앉을래요.”


제퍼가 조수석에 털썩 앉았다.


“역시!” 그런데 남자는 감탄하더니 뒤쪽에 좌석을 향해 손뼉을 쳤다.


“자, 쿠쿠바스들! 일어나! 손님이다! 오늘 쉬는 날이라 미안하지만 일 좀 해줘야겠어.”


갑자기 허공에 대고 손뼉을 치는 모습에 제퍼는 처음에 술에 취한 남자가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도 없던 버스 좌석에서 작은 땅신령같은 요정들 수백 마리가 등장했다.


“쿠쿠쿠!”

“쿠쿠-쿠쿠쿠쿠! 쿠!”


제퍼와 팔리타는 깜짝 놀라 움츠러들었다가 귀여운 요정들의 모습에 안심했다.


그들은 순식간에 남자에게 몰려와서는 기분에 따라 몸 색깔이 달라지는지 잔뜩 화가 났다는 뜻의 주황색과 빨간색 몸을 하고서 ‘쿠쿠쿠’라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남자에게 소리쳤다.


“그래, 그래. 정말 미안하다고 했잖아. 하지만 이 꼬마 손님이 우리 짐을 2개나 덜어줬다고. 쿠쿠바스는 은혜를 입으면 모른 척 하지 않잖아, 그렇지?”


수백 마리의 빨간 쿠쿠바스들은 남자와 몇 마디 말을 주고받더니 금세 평화로운 파란빛을 띄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곧이어 그들은 한쪽으로 모여들더니 다람쥐가 쳇바퀴를 움직이듯 수레바퀴 버스를 굴리기 시작했다.


“자 쿠쿠바스!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냐! 손님이 달랑 하나라고! 더 움직여봐!”


남자가 그렇게 소리치며 버스의 엑셀을 밟았다. 그러자 수레바퀴가 조금씩 빨라지더니 놀랍게도 이 거대한 버스가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쿠쿠바스들이 수레바퀴를 돌리는데도 불구하고 내부는 여전히 앞을 향해 있었다.


곧이어 쿠쿠바스들이 전속력으로 바퀴를 돌리기 시작하자 중심이 앞으로 기울어지며 하늘 속을 돌진하기 시작했다.


남자가 제퍼의 놀란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땅바닥에 바퀴자국나면 곤란하거든. 운이 좋네, 아가씨. 이 정도 속도면 금방 도착하겠어.”


하지만 제퍼는 작은 몸으로 이 거대한 수레바퀴를 돌리는 귀여운 쿠쿠바스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 가지 예상치 못한 점이 있다면 그들은 귀여운 외모와는 다르게 매우 걸걸한 목소리를 갖고 있어서 수레바퀴를 굴리는 동안 힘이 들 때면 쿠쿠바스 수백 마리가 동시에 무척 괄괄한 노인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었다.


“저 녀석들은 그 어느 곳으로도 윤회하지 못한 영혼들이야.” 남자가 아빠 같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데리고 있다가 때가 되면 한 마리씩 보내주지.”


“생각보다 좋은 일을 하시네요?”


제퍼가 의외라는 듯이 말하자 남자가 껄껄 웃었다.


“내가 아가씨한테 판 물건처럼 저 녀석들도 다 사연이 있지 않겠어? 그러니까 저렇게 목소리들이 걸걸하지.”


팔리타가 귀여운 쿠쿠바스를 안아보려다 목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라는 사이, 수레바퀴는 까만 밤하늘을 날고 있었다.


“요새 들어서 쿠쿠바스들이 늘기 시작했어.” 남자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여왕이 인간세상을 괴롭히니까 자꾸 안타까운 쿠쿠바스들이 느는 거야.”


“쿠쿠바스들이 인간세상에서 왔나요?”


“그건 모르는 게 좋아.” 남자가 씨익 웃었다. “가슴 아프거든.”


그러자 제퍼가 창밖을 보며 물었다.


“아저씨 근데, 이 심장은 누구 거에요? 이제 제가 가졌는데 뭔지는 알아야죠.”


귀에 달린 눈으로 노는 쿠쿠바스들을 감시하고 있던 남자는 심장을 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몰라. 근데 아직 살아있는 사람의 것 인가봐. 아가씨도 봤지? 아직도 두근두근 뛰더라.”


“누구 심장인지도 모른다고요?”


“그래, 그렇다니까. 아, 이런 다 와버렸네.”


“네? 벌써요?” 가만히 창밖을 보고 있던 제퍼가 몸을 획 앞으로 뺐다.


어느새 버스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어느 공터에 멈춰서고 있었다.


“자, 쿠쿠바스들! 부드러운 착륙으로 부탁해! 어, 어? 바퀴 깨어먹으면 니들 일당에서 다 깔 거야!”


그런데 어느 곳인지는 몰라도 도착한 곳은 제퍼가 알고 있는 여왕의 성이 아니었다. 엄청난 속도였지만 정확성이 떨어지는 듯했다.


‘그러면, 그렇지.’


“아저씨. 저는 여왕의 성으로 가야한다니까요!”


“그래!” 남자가 억울하다는 듯이 앞을 가리켰다. “성에 왔잖아.”


뒤에서 쿠쿠바스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남자가 여왕의 성이라고 도착한 곳은 햇빛도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땅굴의 입구였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지하세계로 제퍼를 보내버리려는 게 틀림없었다.


“여기가 여왕의 성이라고요? 아저씨, 나 바보 아니에요! 시간이 없단 말이에요!”


그러자 마찬가지로 답답해진 남자가 소리쳤다.


“그럴 줄 알고 제일 빠른 길로 온 거야. 여기 땅굴만 지나면 바로 지하 감옥이야. 성이라고! 이런 내 서비스 정신도 몰라봐 주다니! ”


‘지하 감옥?’


제퍼의 눈이 동그래지며 말이 없자, 반대쪽 눈을 돌려 남자가 제퍼의 반응을 살폈다.


“설마, 내가 여왕의 성 정문에 떡하니 내려 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남자가 무르기는 없다는 듯이 웃었다.


“내가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래도 그렇지, 미쳤다고 여왕 코앞에 내려주겠어. 안 그래?”


그리고는 목젖이 보일 정도로 더 크게 웃었다.


“쿠쿠쿠!” 쿠쿠바스들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제퍼도 따라서 더 크게 웃었다.


화목했다.


세상에.


*** *** *** *** ***


“그럼 이따 보자고, 아가씨!”


하지만 제퍼는 여전히 사라진 에릭고양이를 찾는 핑계로 땅굴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겁에 질려 있었다.


“저긴 정말로 악몽의 숲인 거잖아요, 저 혼자 무슨 수로 지하 감옥을 찾아요!”


“내가 있잖아! 우린 한 팀이라고!” 팔리타가 제퍼를 잡아끌었다.

“빨리 지나가면 괜찮을 거야!”


그때 뒤에서 남자가 제퍼를 불렀다.


“근데 아가씨는 누굴 구하러 가는 건가봐? 여왕의 성에 누가 잡혀가기라도 한 거야?”


그러자 순간 망설이던 제퍼의 뇌리로 페터와 필록이 스쳐갔다.


어쩌면 필록이 지금쯤 페터를 구하고 있을지도 몰랐지만, 트리거가 있는 이상 손도 못 쓰고 잡혔을 가능성이 컸다. 지금 그들을 구할 수 있는 건 제퍼밖에 없었다.


“그리고 궁금해 할지 모르겠지만 내 이름은 슬로언이야, 아가씨! 이따 볼 때는 아저씨 말고 이름 불러줘! 손님 이름은 뭔가?”


제퍼는 돌아보는 것 대신 그 자리에서 숨을 천천히 내뱉었다.


그리고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미친 샤워기요!”


그 말과 함께 제퍼는 팔리타와 땅굴로 뛰어 들어갔다.


*** *** *** *** ***


땅굴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지만 제퍼는 살갗에 닿는 공기에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악몽의 숲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불안한 공기에 온몸에 털이 바짝 서고야 만 것이다. 이곳에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기류가 흐르는 것이 틀림없었다.


“두근두근.” 그런데 갑자기 숲에 들어오자 슬로언에게서 가져온 심장이 덜컹거렸다.


‘이게 갑자기 왜 이래?’


제퍼가 악몽의 숲에 오자 갑자기 요동치는 심장을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그녀가 곧장 슬로언에게 따지려 뒤돌아봤지만, 방금까지 슬로언이 있던 자리는 새까만 암흑에 가려져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제퍼는 직감적으로 이곳에 갇혔다는 기분이 들었다.


“바로 지하 감옥이 있다고 했는데, 어디 있는 거죠?” 제퍼가 키보다 훨씬 큰 침엽수림 사이를 지나가며 소곤거렸다.

“아무래도 그 이상한 아저씨가 잘못 데려다준 거 같아요!”


주변을 둘러보던 팔리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맞게 데려다 준 거 맞아. 악몽의 숲에 지하 감옥으로 이어지는 문이 딱 하나 있다는 걸 들은 것 같아.”


“정말요? 그게 어딘데요?”


“저....... 쪽 어디였던 것 같은데.......” 팔리타가 자신 없이 어두컴컴한 곳을 가리켰다.


제퍼는 곧장 그 길목을 향해 달렸다. 괴상하게 틀어진 나무들과 사람처럼 서있는 온갖 비석들이 어쩐지 오싹한 느낌을 주었다.


“정말 이쪽 맞아요?”


팔리타가 난감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했다.


“너무 닦달하지 마. 난 여왕이었어. 이런 흉측한 곳에 올 일이 없었다고.”


그런데 시냇가를 따라 걷던 제퍼가 비탈로 걸어 나왔을 때였다. 끝없이 펼쳐진 어두운 숲속에서 무언가가 반짝 움직였다.


잔뜩 겁먹은 제퍼가 바로 돌아보았지만....... 숲속에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어둠뿐이었다.


하지만 제퍼가 곧장 앞을 돌아보았을 때, 코앞에 숨을 죽이고 있던 자트라와 딱 마주치고야 말았다.


이빨이 가득한 주둥이에 몸과 이어진 목이 괴상하게 휘어진 자트라는 “까가각” 같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제퍼의 바로 앞, 머리 위에서 목덜미를 흔들고 있었다.(자트라는 몸이 굽기도 했지만 키가 크다.)


제퍼가 즉시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제퍼보다 더 놀란 팔리타는 벌써 뒤로 나동그라져 있었다.


“조심해! 그렇지만 자트라가 있다는 건 지하 감옥 입구가 바로 근처에 있다는 거야. 역시, 내 촉은 정확하다니까!”


팔리타가 혼자서 뿌듯해 하는 사이, 제퍼는 죽을 맛이었다.


자트라들은 가까이서 보니 머리 아래로 흉측하게 휘어진 뿔에 온 몸은 버썩 마르다 못해 회반죽처럼 굳어진 모습이었다.


뼈가 고스란히 보이는 가죽 안으로는 눈물 같은 진액이 가득 흐르고 있었고 겉에는 산호초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몸 이곳저곳이 우툴두툴한 혹으로 가득했다.


이제는 쿵쾅거리는 주머니 속 심장소리가 자신의 것처럼 온몸을 울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트라들에게는 눈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트라는 신호를 기다리듯이 그 자리에 떠있기만 했다.


“절대, 절대 소리내지마. 놀라서 소리 지르는 순간 다른 녀석들도 몰려올 거야. 자트라는 삶의 원한이 많은 영혼이야, 너같이 생생한 영혼을 보면 네 갈비뼈에 주둥이를 꽂고 행복한 기억과 에너지를 모조리 빨아들이려 할 거라고!”


하필 때마침 제퍼가 오른쪽 발로 나뭇가지를 너무 세게 밟아버리고 말았다.


우지끈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즉시 알아들을 수없는 소리만 내던 자트라가 번개처럼 반응했다.


“그럼 자트라는 네 몸에 알을 낳아서 서서히 새끼들을 퍼뜨리고.......” 설명을 늘어놓던 팔리타가 그 모습을 뒤늦게 발견했다.


그리고 막을 새도 없이 제퍼가 소리를 꽥 질렀다.


“내가 소리 지르지 말랬잖아!”


그 즉시 제퍼의 공포를 집어먹은 자트라의 얼굴에 핏발이 선 눈알이 툭 생겨나더니 연기 같던 모습이 더욱 선명해졌다. 제퍼가 무작정 뒤돌아 도망쳤다.


숨어있던 자트라들까지 떼로 몰려나오자, 도망치던 제퍼에게 팔리타가 황급히 팔을 들게 했다.


“따라해, 미스텔테인 119.”


제퍼는 그녀가 지금 뭘 하려는지 깨닫자 가슴이 쿵쿵 뛰었다. 바로 마법을 쓰려는 것이었다.


제퍼는 두려움에 떠는 와중에도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미스텔테인 119.”


“파창!”


주문과 동시에 제퍼의 몸이 뒤로 튕겨지며 강력한 파동이 제퍼의 손바닥을 통해 나오더니 주변의 나무들을 모조리 두동강 내고 심지어는 바위까지 터뜨려버렸다.


제퍼는 자신의 손에서 나온 마법의 위력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말로만 듣던 팔리타의 힘이 이제야 실감이 났다.


그러나 정작 연기처럼 둥둥 떠오는 자트라에게는 아무런 해를 입히지 못했다.


“미스텔테인 119! 저리가!”


당황한 제퍼가 이리저리 마법을 쏘았지만 숲을 울리며 쓰러지는 나무들 사이로 음산한 냉기와 함께 자트라가 겅중겅중 뛰어왔다.


오, 세상에.


“끼에에에에엑!”


쇠를 긁는 듯한 소리와 함께 새끼 자트라들이 한꺼번에 공중으로 뛰어오르자, 누군가 뒤에서 통통한 꼬리로 제퍼의 허리를 감아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자트라를 향해 냅다 뱃속 가득 담아온 물을 토해냈다.


“난 네 녀석 따위는 하나도 무섭지 않아! 난 아주 힘이 세다고!”


바로 에릭고양이였다.


에릭의 쉰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연기처럼 둥둥 떠 있던 자트라가 물에 녹아 사라지듯이 없어졌다.


제퍼는 그 즉시 그들의 목소리가 묻히도록 시냇물로 내려갔다.


“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제퍼는 꼭 울려는 건지 화를 내려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그 윤회버스 타기가 싫어서 미리 여기서 너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래 인간! 난 그런 버스라면 지긋지긋하다고! 내 나이가 몇인지나 알아?”


“여기로 바로 왔다고? 그런 것도 할 줄 아는 고양이였어?” 제퍼가 눈을 크게 뜨자 고양이가 심한 모욕이라도 받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봐, 나는 아주 위대한 혈통이라고 짜샤!”


“그렇다고 말도 없이 사라지면 어떡해!”


“아니 근데 아까는 왜 그러고 있었어!” 에릭고양이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인간! 너는 샤워기가 있잖아! 자트라는 연기 같은 존재라서 물을 맞으면 사라진다고! 바보같이 왜 마법을 쏘고 있던 거야?”


옆에서 팔리타가 난감해 하며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제퍼는 사람들 앞에서 만물의 물을 보인 이후로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트라는 여왕에게 삶의 의지를 빼앗긴 자들이야! 그런 괴물은 자기들처럼 자신감 없고 휘둘리는 자들 앞에서는 힘이 더 세진다고!”


에릭고양이가 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다는 것만 보여주면, 그때부터는 오히려 자트라가 휘둘려서 물 한 방울에도 사라지는 거야.”


제퍼는 이곳의 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릴 힘보다도 자신을 믿는 힘 하나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에릭이 해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너는 그걸 어떻게 한 건데?” 제퍼는 샘이 나서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너는 나보다 공부도 못하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난 나를 믿어!”


에릭이 그 어느 때 보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했다.


“게다가 지금 나는 꿈을 꾸고 있는 데 뭐 어때?”


제퍼는 순간, 저 초롱초롱한 눈이 자신의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까부터 지하 감옥의 입구를 찾고 있던 팔리타가 그들을 불렀다.


“여기야!”


팔리타가 바닥에 낙엽들을 파해치더니 나무 밑둥 밑에 나있는 구멍으로 그들을 잡아끌었다.


창문 같기도 하고 우물 같기도 한 구멍에 제퍼가 물었다.


“정말 여기가 맞아요?”


하지만 이미 수없이 체면을 구긴 팔리타는 대답도 않고 일단 그들을 밀어 넣었다.


쇠창살로 되어 가운데가 벌어진 곳으로 몸을 우겨넣자 그 즉시 아래로, 아래로 떨어졌다.


“쿵쿵쿵!”


구멍의 밑은 나선형의 가파른 계단이었다. 제퍼는 축구공처럼 이리저리 부딪치며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계단이 끝났을 때 제퍼는 온 몸에 퍼지는 뜨끈한 피를 느끼며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제퍼는 아픈 줄도 모르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바로 지하 감옥이었기 때문이다.


“제퍼.”


그리고 마침내, 어둠 속에서 필록의 목소리가 들렸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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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3) +2 21.02.25 1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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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1) +2 21.02.23 17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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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1. 마리의 비밀 (2) +6 21.01.28 32 6 12쪽
31 21. 마리의 비밀 (1) +4 21.01.26 37 6 8쪽
30 20. 돌변한 팔리타 (2) +6 21.01.24 39 6 16쪽
29 20. 돌변한 팔리타 (1) +6 21.01.21 38 5 10쪽
» 19. 악몽의 숲(2) +4 21.01.19 30 5 18쪽
27 19. 악몽의 숲(1) +4 21.01.17 25 5 12쪽
26 18. 비상(2) +4 21.01.14 24 5 8쪽
25 18. 비상(1) +4 21.01.12 28 5 18쪽
24 17. 디아블 세바스찬 마크 +4 21.01.10 34 5 15쪽
23 16. 금지된 주문(2) +4 21.01.07 37 5 17쪽
22 16. 금지된 주문(1) +4 21.01.05 39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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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5. 검은 시냇물 골목(1) +4 20.12.31 28 5 7쪽
19 14. 데메테르의 대지(4) +4 20.12.29 28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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