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꾸삼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제퍼와 초대받지 않은 손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리

완결

꾸삼
작품등록일 :
2020.12.02 19:04
최근연재일 :
2021.03.01 00:17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128
추천수 :
187
글자수 :
242,784

작성
21.01.14 23:55
조회
23
추천
5
글자
8쪽

18. 비상(2)

DUMMY

결사단 사람들이 시내로 모두 떠나고, 절망의 낭떠러지에 있는 기분인 제퍼는 뾰족한 수도 없이 바닷가를 서성였다.


그런데 얼마나 지났을까,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제퍼가 내려다보니 뚱뚱한 고양이가 제퍼의 앞을 막아선 채 바닷가를 향해 기함을 내지르고 있었다.


필록이 떠날 때도 속이 다 시원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던 그 고양이는 까무러칠 듯이 몸을 세우더니 바닷가를 향해 꼬리를 마구 치켜들었다.


“잠깐만 조용히 하자, 고양이야.......”


자신도 가까스로 부여잡고 있던 제퍼는 고양이에게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곧이어 바람소리인지 무언가를 긁는 소리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제퍼의 귀를 파고들었다.


“으....... 이게 무슨 소리야?”


제퍼가 이리저리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때, 제퍼는 어느 한 곳을 보고는 그만 소리를 빽 질러버렸다.......


“꺄아아아아악!”


제퍼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것은 바다 한가운데에 뒷모습뿐인 여자였다.


그런데 지금 그 여자가 고개를 돌려 제퍼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제퍼는 숨도 멈춘 채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아무도 저 여자의 앞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바위처럼 굳어져서는 무시무시한 소문뿐인 전설 속의 여자가.......


지금 제퍼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곧장 제퍼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제퍼는 도망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땅을 짚었다. 하지만 아무리 모래를 튀기며 바닥을 밀어내도 몸이 묶인 것처럼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마침내 그 깊은 바다를 얕은 물가처럼 걸어오는 여자가 거리를 두고 걸음을 멈추자 ‘탁’ 하는 느낌과 함께 몸을 죄고 있던 사슬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자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제퍼가 달아날까봐 두려운 것 같았다.


“무서워하지 마. 내 얘기, 내 얘기 좀 들어줘.”


겁을 먹은 제퍼가 움찔 했지만 여자가 달빛 속으로 들어오자 제퍼의 동작이 멈추었다.


앞모습이 전부 눈에다가 그 눈들이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다던 흉측한 소문과는 달리 여왕만큼 큰 키에, 낡았지만 꽤나 섬세하게 짜여 진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눈은 얼굴에 사이좋게 두 개뿐이었다.

그 눈은 서글프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제퍼를 향해있었다.


“널 해치지 않아. 널 기다리고 있었어, 제퍼.” 여자가 말했다.


“날 기다렸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제퍼는 약간 주춤하며 물러났다.


“네가 날 깨웠잖아.” 여자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그 철갑책으로.”


제퍼는 그제서야 좀 전에 이 세상의 금기를 깨뜨린 것 같은 묵직한 느낌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여자가 결연한 표정으로 제퍼 앞에 자신의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나와 거래를 하자.”


여자의 말은 엄청난 힘을 가진 것처럼 제퍼의 가슴 속에서 메아리쳤다. 아이를 잃었다던 소문이 진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의 사무치는 한이 목소리에서 배어나왔다.


제퍼는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여자는 돌변하며 애원하듯이 제퍼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제퍼는 깜짝 놀랐다.


“제발이야! 제발 제퍼. 너의 목소리를 들었어. 그 디아블이라는 사람! 물리칠 수 있게 내가 도와줄게. 결사단 동료들을 구할 수 있게 내 힘을 빌려줄게!”


“그걸 어떻게.......” 제퍼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곧바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말에 귀가 반짝 뜨였다.


“나를 도와주겠다고요? 왜요? 그리고 어떻게 날 도와줄 수 있다는 거예요.”


“나에겐 힘이 있어. 내 힘을 빌려줄게.” 그 여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부탁이 있어.”


“그게 뭔데요?”


“내 아들을 찾는 걸 도와줘.” 여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밖에 할 수 없어. 그래서 널 기다린 거야. 네가 오기를. 네 기운이 트이기를.”


“아들은 어디 있는데요?”


“여왕이 잡아갔어.”


“혹시 아들도 결사단 사람인가요? 지금 감옥에 잡혀 있는 거예요?”


그러자 여자가 초조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야. 어디 있는지는 몰라. 그래서 찾아야 해. 하지만 여왕이 내 아들을 숨긴 게 분명해. 부탁이야. 내 아들을 찾아준다고 약속한다면 널 지켜주고 네 동료들을 구할 수 있게 도와줄게. 넌 여왕이 두려워하는 유일한 사람이잖아. 나와 계약한다면 여왕을 쓰러뜨릴 수 있어. 네가 오기 전에 여왕이 유일하게 경계했던 사람이 나거든.”


“누구신데요?”


제퍼의 물음과 동시에 달빛에 여자의 머리 위에 반밖에 남지 않은 부서진 왕관이 반짝였다.


“선대 여왕. 내 남편을 죽이고 내 아들을 데려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여왕에게 대적할 수 있어.”


그러자 여태껏 은은하게 느껴지던 범상치 않은 아우라가 맞는 이름을 찾은 것처럼 제퍼의 머릿속에서 딱 들어맞았다.


여왕 이전의 여왕이었던 것이다.


앨리스 말로는 왕의 양녀인 지금의 여왕이 M. 나이트 왕과 여왕, 그의 아들까지 모두 죽였다고 했는데, 아들은 납치하고 여왕은 죽이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납치된 아들을 그리며 여왕에 대한 복수를 꿈꾸느라 여태껏 바닷가에서 바위처럼 굳어져 있었던 것이다.


“동료들을 구하고 싶잖아. 시간이 없어. 내 아들을 찾아주지 않아도 돼. 찾아보기만 해줘. 그거면 돼.”


선대 여왕은 필사적이었다. 제퍼가 마치 마지막 희망인 것처럼 놓아주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어떻게 하면 내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데요.”


“나와 직접계약을 해.”


그러면서 선대여왕은 팔을 내밀었다. 제퍼는 당황하면서도 엉거주춤 같이 팔을 내밀었다. 직접계약이라는 말을 전에 페터에게서 들어본 것 같기도 했다.


여왕은 제퍼와 팔목을 나란히 맞대더니 직접계약을 하기 전에 제퍼에게 한 가지를 더 털어놓았다.


“아들을 찾는 걸 도와달라는 것 말고 한 가지가 더 있어.”


제퍼가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자 여왕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만약 내 아들을 찾게 된다면 나와의 계약은 종결되고 내 힘은 내 아들에게 가게 해줘. 이게 내 마지막 조건이야.”


“그럼 그 전까지는 날 도와주는 거죠?”


그러자 여왕이 초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상관없어요. 시간이 없다면서요. 그럼 얼른 계약해요. 직접계약이라는 거.”


제퍼의 말에 선대여왕이 환하게 웃으며 정말 고맙다는 눈빛을 했다. 그리고는 다른 손을 들어 자신과 제퍼의 팔목이 나란히 놓인 그 위에 주문을 외웠다.


“나 모르페우스 나이트 왕의 아내이자 선대여왕 팔리타는 제퍼 카터와 직접계약을 하노니, 나 팔리타는 제퍼 카터에게 힘을 주어 하고자 하는 바를 돕는다. 제퍼 카터는 내 아들을 찾는 것을 돕는다. 우리 둘의 계약은 나 팔리타의 아들을 찾으면 내가 아들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종결된다.”


다음 순간, 팔리타의 목소리가 형체가 있는 것처럼 공중으로 올라가더니 나란히 둔 팔목에서 똑같이 생긴 팔목 두 개가 그 위로 나란히 올라왔다. 마치 육체와 영혼이 분리 되듯이 올라온 두 팔은 몸에서 나온 영혼처럼 투명하고 푸른빛을 띠었다.


그 푸른빛의 팔은 곧장 교차되더니 서로의 손을 마주보았다.


“손을 펴서 깍지를 껴.” 팔리타가 말했다.


제퍼가 주먹을 쥐고 있던 손을 펴자 푸른 손도 따라서 손을 펼쳤다. 그리고 팔리타는 제퍼의 푸른 손을, 제퍼는 팔리타의 푸른 손을 깍지 꼈다.


그러자 그 두 손이 하나로 스르르 합쳐졌다.


직접계약이 된 것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추천과 코멘트는 큰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제퍼와 초대받지 않은 손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꾸삼입니다! +4 21.01.22 150 0 -
46 에필로그 +4 21.03.01 23 2 5쪽
45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3) +2 21.02.25 15 2 10쪽
44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2) +2 21.02.25 16 2 10쪽
43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1) +2 21.02.23 17 2 7쪽
42 25. 탈출 (2) +3 21.02.21 18 2 14쪽
41 25. 탈출 (1) +2 21.02.18 21 2 10쪽
40 24. 페터의 비밀 (2) +2 21.02.16 21 2 15쪽
39 24. 페터의 비밀 (1) +2 21.02.14 20 2 8쪽
38 23. 집으로(3) +4 21.02.11 17 2 10쪽
37 23. 집으로(2) +2 21.02.09 20 2 8쪽
36 23. 집으로(1) +6 21.02.07 24 3 12쪽
35 22. jj와 더블 퀘스천 마크 +4 21.02.04 27 3 14쪽
34 21. 마리의 비밀 (4) +6 21.02.02 27 4 17쪽
33 21. 마리의 비밀 (3) +6 21.01.31 26 5 9쪽
32 21. 마리의 비밀 (2) +6 21.01.28 32 6 12쪽
31 21. 마리의 비밀 (1) +4 21.01.26 37 6 8쪽
30 20. 돌변한 팔리타 (2) +6 21.01.24 39 6 16쪽
29 20. 돌변한 팔리타 (1) +6 21.01.21 38 5 10쪽
28 19. 악몽의 숲(2) +4 21.01.19 29 5 18쪽
27 19. 악몽의 숲(1) +4 21.01.17 25 5 12쪽
» 18. 비상(2) +4 21.01.14 24 5 8쪽
25 18. 비상(1) +4 21.01.12 28 5 18쪽
24 17. 디아블 세바스찬 마크 +4 21.01.10 34 5 15쪽
23 16. 금지된 주문(2) +4 21.01.07 37 5 17쪽
22 16. 금지된 주문(1) +4 21.01.05 39 4 14쪽
21 15. 검은 시냇물 골목(2) +4 21.01.03 29 5 12쪽
20 15. 검은 시냇물 골목(1) +4 20.12.31 28 5 7쪽
19 14. 데메테르의 대지(4) +4 20.12.29 28 4 8쪽
18 14. 데메테르의 대지(3) +4 20.12.27 28 4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꾸삼'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