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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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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와 초대받지 않은 손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리

완결

꾸삼
작품등록일 :
2020.12.02 19:04
최근연재일 :
2021.03.01 00:17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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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4
추천수 :
187
글자수 :
242,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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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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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5. 검은 시냇물 골목(2)

DUMMY

제퍼는 그 순간 머리에 불빛을 한꺼번에 내려친 것처럼 멍해졌다. 제퍼는 벽 너머로 익숙한 얼굴이 떠올랐다.


“제가 그 애의 친구였거든요.” 디아블이 말했다.


제퍼는 디아블이 바로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피가 용암처럼 뜨거워졌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고, 여왕님을 몰아낼 심장을 가졌다고 떠들지만 실상, 그 애는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제 손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이곳에 오기 전에도 정말 아깝게 옥상에서 시간이 멈췄거든요.”


갑자기 디아블의 목소리가 흥분에 젖어들었다.


“반드시 제 손으로 그 아이의 심장을 여왕님께 바치겠습니다. 바쳐서 여왕님에 대한 제 사랑을 증명하겠어요!”


쿵 소리와 함께 유리잔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여왕의 성에 있는 재단만 내어주십시오. 희생에 필요한 피는 제가 준비해 가겠습니다.”


제퍼는 성과 재단, 희생이라는 마지막 말은 이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분명했다. 역시나 그도 여왕의 편에 섰고 지금도 제퍼를 노리고 있었다. 할머니 말대로 그는 이미 무언가를 시작한 것 같기도 했다.


당장 저 둘을 잡아야 해. 당장 가서 응징해야 한다고!


하지만 디아블을 떠올리자 제퍼는 금방 다시 옥상에서 떨어질 때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게다가 그의 말대로 제퍼는 마법도 재주도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바보같이 무턱대고 나설 만큼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제퍼는 눈앞에 가짜 쥐와 디아블을 두고도 잠자코 있어야 한다니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속으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급기야 정말로 귀에 비명이 들리는 것처럼 머리가 쨍 울리기 시작하더니 이 비명소리가 벽 너머에도 들리는 것처럼 벽 뒤가 분주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제퍼의 귀에 정말로 누군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퍼! 제발 정신 차려!” 페터였다. 그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소리쳤다. “필록이 저 안에 있어!”


그 순간 벽 너머로 디아블이 황급히 달아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제퍼의 정신이 번뜩 들었다. 하지만 제퍼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페터가 끌고 들어온 가게 안이었다.


그 가게는 아마 혼을 빼앗는 곳이 분명했다. 검은 시냇물 안에 있는 가게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 세상의 모든 보석들이 벽부터 바닥, 선반에 가득했던 것이다.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색색깔로 반짝이는 보석들은 어두침침한 검은 시냇물의 어둠을 먹고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제퍼! 페터! 얘들아!”


보석광산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가게 바닥에 반으로 뚝 잘려 빛을 잃은 보석 하나와 필록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흙덩어리 같은 퀴퀴한 얼굴에 적은 머리숱이 몇 가닥 나있는 주인이 나타났다.


“이게 어떤 수정체인 줄이나 알아? 이 멍청한 짐승아?” 주인은 딱정벌레 같은 조그만 눈으로 필록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필록은 제퍼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제퍼, 너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는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너야 말로 왜 여기 있어!” 페터가 다그치자 필록이 억울해했다.


“그건 제퍼한테 물어봐! 시내에 있을 때 제퍼가 갑자기 검은 시냇물로 들어갔다고! 분명히 가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무작정 들어가 길래 말리러 따라간 거야. 그런데 내가 묶어준 머리도 아니고 얼굴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페터가 소리쳤다. 하지만 제퍼는 가짜 쥐가 떠올라 잠자코 있었다.


“그러다 내가 이 가게에서 수정체를 깬 거야. 주인은 내가 이 수정체를 깨서 영혼 하나가 풀려났다고 나보고 목숨으로 갚으래!” 필록이 제퍼와 페터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난 죽기엔 너무 젊단 말이야!”


이곳에 번쩍이는 보석들은 사실 사람들의 영혼을 가둬두는 수정체였던 것이다. 꼼짝없이 이곳에 발이 묶여버린 셋은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네 녀석들 중 한 목숨은 주고 가야겠다. 응? 이대로라면 여왕님께 나도 죽는다고!”


주인이 길길이 날뛰며 금방이라도 필록의 목을 움켜잡을 것처럼 굽은 몸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오오! 이건 아니야!” 필록이 경기를 일으키며 뒷걸음질 쳤다. “지금 이건 내 꿈에 없었어!”


결사단원으로서 싸움 경험이 많은 페터가 무작정 가게를 다 부수기라도 할 작정으로 실 패를 꺼내들려는 그때, 뒤에 작은 문이 열리더니 가짜 쥐가 의기양양하게 들어왔다.


“괜찮아, 영감. 여왕님께는 내가 잘 말씀 드릴 테니 잠깐 자리 좀 피해줘.”


자신과 똑같은 가짜 쥐를 보는 순간, 가게 안에 있던 필록과 페터, 가게주인 모두 정적이 되었다. 눈이 마주친 제퍼와 가짜 쥐만이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어, 쟤야! 쟤라고!” 필록이 눈앞에서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어떻게 네가 두 명이야, 제퍼!” 페터도 소리쳤다. 하지만 제퍼는 치미는 분노 때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얼굴이었다.


“진짜 왔네?” 가짜 쥐가 인사대신 폭소를 터뜨렸다.


제퍼는 아직도 벙 쪄있는 필록과 페터에게 이곳으로 올라오기 전 쥐가 자신의 손톱을 먹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둘의 얼굴이 역겨움으로 일그러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그 와중에 필록은 디아블 얘기 말고 말 안한 게 왜 그렇게 많냐며 제퍼를 타박했다.)


“대체 무슨 생각이면 여길 다시 올라올 수 있는 거지?” 가짜 쥐가 비아냥거리며 다가왔다. 그러다 한순간 표정을 바꾸었다. “바보 같긴! 조용히 내려 보내줄 때 가만히 있을 것이지!”


“일단 나가야 해.” 페터와 필록이 제퍼 쪽으로 물러섰다. 하지만 제퍼는 튀어나갈 듯이 앞으로 다가갔다.


“아니! 내려가야 할 사람은 바로 너지! 다시 쥐로 돌아가야 할 것도 너고!” 제퍼의 몸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넌 절대 내가 될 수 없어!”


하지만 가짜 쥐는 오히려 제퍼를 측은하게 쳐다보았다.


“네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니까 뭐라도 해낼 것 같아?”


“뭐?” 분노로 떨리던 제퍼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가짜 쥐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네가 여기서 뭘 할 수 있는데? 너는 그동안 하늘 밑에서 네가 제일 잘났고 다 안다고 살아왔겠지만, 지금 네 모습을 봐.” 가짜 쥐가 제퍼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힘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 안 그래?”


제퍼는 당장에 뭐라고 퍼붓고 싶었지만 몸이 굳어져 바보같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네가 특별한 아이라고 생각했겠지. 어쩌나? 이게 네 실체야, 제퍼. 공부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바보에, 특별할 게 전혀 없는 머저리 말이야!”


그런데 그때 제퍼의 옆으로 바람이 휙 지나갔다. 참다못한 페터와 필록이 가짜 쥐를 향해 각자 마법을 날린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짜 쥐의 장갑 낀 손도 들리더니 주문을 채 외우기도 전에 필록의 손과 페터의 실패를 내쳐버렸다.


“감히, 이 몸을 건드려?”


그리고는 아주 가볍게 두 명의 목을 옥죄어 천장으로 끌어올렸다.


“이게 네가 새로 사귄 친구들이니? 자기가 누구였는지도 기억 못하는 정신병자에, 아빠도 없이 미래를 본다고 떠드는 사기꾼?”


제퍼는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페터와 필록이 공중에서 버둥거리는 모습에 제퍼가 소리쳤다.


“당장 내려줘! 내 친구들은 건드리지 마!”


“내가 왜?” 가짜 쥐가 의기양양하게 비웃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답게 어디 한번 날 꺾고 데려가 봐! 응? 어서.”


가짜 쥐가 자신의 힘을 과시하듯이 도발했다.


하지만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퍼는 자신에게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샤워기만 부서져라 잡으며 분에 차 읊조렸다.


“영원히 가짜인 껍데기 주제에!”


그 말에 가짜 쥐의 얼굴은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제퍼는 그 모습이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마치 거울을 앞에 두고 싸우는 것 같은데 거울 속 자신은 언제나 상상도 못했던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가짜 쥐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고함을 질렀다.


“이젠 처지가 바뀌었어! 난 더 이상 네 이름이나 탐내는 가짜가 아니야! 사람들은 네가 강력한 심장을 갖고 있다고 떠들지만, 지금 봐! 넌 손 하나 까딱 못하잖아. 내 심장이 더 강하고, 내 마법이 더 강해!”


가짜 쥐가 마치 혐오스러운 벌레를 보듯이 악을 썼다.


“내가! 더! 너다워!”


그러더니 장갑을 낀 나머지 손을 제퍼에게 뻗었다. 그 순간 제퍼는 까치발을 들고 몸을 일으켜 세울 수밖에 없었다. 가짜 쥐의 손에 맞추어 제퍼의 목이 조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수십 개의 칼끝이 제퍼의 살갗에 닿아있는 것처럼 따끔거려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제퍼는 이 순간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샤워기로 물이라도 내뿜고 싶었지만 미친 샤워기에서는 조금의 물방울도 없었다.


가짜 쥐가 별안간 저주를 내리듯이 손을 치켜 올렸다. 그들은 숨이 막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할리스피토.......”


그런데 가짜 쥐가 주문을 외우려는 그 순간 갑자기 제퍼의 뒤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라우페이야르손 119! 젠장! 그녀를 풀어줘!”


그 말과 함께 붉은 섬광이 가게에 번쩍하더니 제퍼의 목이 시원해졌다. 동시에 주문을 외우던 가짜 쥐는 천장에 세게 부딪쳤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너희들 여기서 뭐하니!”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뚱뚱한 고양이와 함께 jj가 서 있었다.


“이런 겁대가리를 상실한.......” 가짜 쥐가 다시 몸을 일으켜 세우려 하자 토실토실한 고양이가 한껏 몸을 부풀려 그 앞을 막아섰다. 쥐의 본성이 남은 가짜 쥐가 순간적으로 주춤하자, 그 틈을 타 jj가 황급히 그들을 문 쪽으로 몰아세웠다.


“어서 나가라, 어서!”


그리고는 한 쪽에 숨어서 기회를 엿보던 주인과 가짜 쥐에게 마법을 날렸다.


“라우페이야르손 가코마시타! 다 부셔버려!”


손끝에서 붉은색 연기와 함께 쉭! 소리가 나더니 실뱀 같은 창살들이 날아가 폭탄처럼 가게를 흔들었다. 곧바로 주인장이 뒤로 나가떨어지면서 부딪친 선반이 앞으로 고꾸라지더니 모든 수정체들이 바닥으로 부서지기 시작했고 가짜 쥐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펑!” 쥐로 변해버렸다.


주인장이 불꽃놀이처럼 산산이 부서지는 수정체들을 보며 정신 줄을 놓아버리는 사이, 제퍼는 있는 힘껏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검은 시냇물을 빠져나가며 희망에 차 물었다.


“이제 쥐로 돌아간 건가요?”


“안타깝게도 일시적이란다.” jj가 말했다. “아마 다시 너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을 거야.”


하지만 아쉬워할 틈이 없었다. 다시 밖으로 나와 검은 시냇물 골목을 빠져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간, 빗발치는 공격 마법 사이로 제퍼의 눈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바로 트리거의 모습이었다. 그는 온통 난리가 난 골목 안에서 놀라 도망가지도 않고 유유히 썩은 나무판자 뒤로 사라졌다.


“어?”


잠깐이었지만 제퍼는 놀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뒷모습이지만 트리거가 분명했다.


‘이런 위험한 곳에 트리거가 왜?’


하지만 제퍼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했다. 방금까지 그가 몰래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것이다.


제퍼는 마리를 만나 순간이동으로 돌아오는 순간에도 트리거의 뒷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작가의말

추천과 코멘트, 선작은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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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에필로그 +4 21.03.01 23 2 5쪽
45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3) +2 21.02.25 14 2 10쪽
44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2) +2 21.02.25 15 2 10쪽
43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1) +2 21.02.23 17 2 7쪽
42 25. 탈출 (2) +3 21.02.21 17 2 14쪽
41 25. 탈출 (1) +2 21.02.18 20 2 10쪽
40 24. 페터의 비밀 (2) +2 21.02.16 20 2 15쪽
39 24. 페터의 비밀 (1) +2 21.02.14 19 2 8쪽
38 23. 집으로(3) +4 21.02.11 17 2 10쪽
37 23. 집으로(2) +2 21.02.09 20 2 8쪽
36 23. 집으로(1) +6 21.02.07 24 3 12쪽
35 22. jj와 더블 퀘스천 마크 +4 21.02.04 26 3 14쪽
34 21. 마리의 비밀 (4) +6 21.02.02 26 4 17쪽
33 21. 마리의 비밀 (3) +6 21.01.31 26 5 9쪽
32 21. 마리의 비밀 (2) +6 21.01.28 31 6 12쪽
31 21. 마리의 비밀 (1) +4 21.01.26 37 6 8쪽
30 20. 돌변한 팔리타 (2) +6 21.01.24 38 6 16쪽
29 20. 돌변한 팔리타 (1) +6 21.01.21 38 5 10쪽
28 19. 악몽의 숲(2) +4 21.01.19 29 5 18쪽
27 19. 악몽의 숲(1) +4 21.01.17 25 5 12쪽
26 18. 비상(2) +4 21.01.14 23 5 8쪽
25 18. 비상(1) +4 21.01.12 27 5 18쪽
24 17. 디아블 세바스찬 마크 +4 21.01.10 34 5 15쪽
23 16. 금지된 주문(2) +4 21.01.07 37 5 17쪽
22 16. 금지된 주문(1) +4 21.01.05 38 4 14쪽
» 15. 검은 시냇물 골목(2) +4 21.01.03 29 5 12쪽
20 15. 검은 시냇물 골목(1) +4 20.12.31 28 5 7쪽
19 14. 데메테르의 대지(4) +4 20.12.29 27 4 8쪽
18 14. 데메테르의 대지(3) +4 20.12.27 28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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