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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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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와 초대받지 않은 손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리

완결

꾸삼
작품등록일 :
2020.12.02 19:04
최근연재일 :
2021.03.01 00:17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117
추천수 :
187
글자수 :
242,784

작성
20.12.29 23:55
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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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8쪽

14. 데메테르의 대지(4)

DUMMY

그들은 서점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착잡한 마음으로 분홍색 꽃잎이 휘날리는 엄지공주 동화 구역까지 내려가고 있었다.


자신에게 맞는 어원의 책 없이는 마법을 쓸 수 없다는 페터와 필록의 말에 더욱 시무룩해져있던 제퍼는 꽃 안에서 먹힐까 말까 사람들을 약 올리는 엄지공주 분장을 한 자벌레 젤리를 사먹는 중에도 착잡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그러자 필록이 물었다.


“제퍼, 네가 살던 곳은 어땠는데?”


그는 여전히 체면을 구겨 심드렁한 얼굴이었지만 그 질문을 할 때만큼은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필록은 늘 제퍼가 살던 곳의 이야기를 궁금해 했다.


제퍼는 하늘 밑에서의 생활을 떠올리자 필록처럼 지키고 싶어 했던 일상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전부 엄마가 짜놓은 공부로 가득한 일상일 뿐, 제퍼가 지키고 싶어 하는 것들이 아니었다. 옆에서는 페터도 궁금해 했다.


“제퍼, 네가 살던 곳은 여기보다 재미있는 게 많겠지?”


하지만 그는 친절한 말과 달리 눈으로는 여전히 제퍼의 옷을 차갑기 그지없는 시선을 노려보고 있었다. 제퍼는 이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오, 전혀! 너희들은 내가 하루 종일 뭘 하는지 들으면 절대 내려오겠다고 하지 않을 거야.” 제퍼가 질색했다. “해야 할 게 얼마나 많은지 아니?”


제퍼가 기다렸다는 듯이 떠들기 시작했다.


“일단 새벽에 일어나는 건 기본이야. 문제집은 적어도 3번은 훑어봐야 다음으로 넘어가도 된다고 할 수 있어.......”


반 1등과 2등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남들보다 앞서 나가야 하는 그 피곤함에 대해서 하나하나 알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난 가고 싶은데....... 사랑하는 가족이 있잖아.......”


페터의 그 말에 입이 딱 붙어 버렸다. 그는 또다시 저 멀리 엄마 품에 안긴 아기를 보고 있었다.


“음, 어쩌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물론 네가 원한다면 말이야.” 늘 페터가 마음에 걸렸던 제퍼가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뭐, 그럴 수 있을지나 모르겠지만, 가족을 찾는 걸 도와줄게. 저 밑에 세상은 내가 잘 아니까. 그리고 만약에 아무도 없다면 나랑 지내자. 같은 학교에 다니고 같이 밥을 먹는 거야.......”


하지만 바로 그러자고 할 거란 예상과 달리, 큰 충격이라도 먹은 페터의 얼굴에 결국 제퍼는 머쓱하게 말을 멈추었다.


“넌 혼자가 아니라는 뜻이야.......”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페터에게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것 이상으로 큰 의미였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살아간다니....... 그 말은 페터에게 가족이 되어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안 그래도 신경 쓰이는 제퍼가 그런 말을 하니....... 페터는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는 가슴이 두근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저 애는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나 말한 걸까?


그리고 그것은 이상하게도 얼굴이 빨개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제퍼를 더 이상 쳐다볼 수가 없었다.


반면에 나름 큰 용기를 낸 것이었던 제퍼는 괜히 머쓱해졌다. 기분이 상한 그녀는 또다시 자신을 쏘아보는 페터의 눈빛에 결국 폭발했다.


“그런데 말이야. 너는 왜 며칠 전부터 자꾸 사람을 그렇게 보니?” 제퍼가 떽떽 거렸다. “내가 그렇게 이상한거야?”


제퍼는 여전히 원피스가 안 어울려서 페터가 심통 맞은 얼굴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페터의 얼굴은 이제 손쓸 수도 없이 빨개진 탓에 더욱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페터가 또다시 제퍼를 보자 제퍼가 인상을 썼다.


“필록은 예쁘다고 했는데, 너는 저번부터 나를 노려보잖아!”


“그런 거 아니야!”


페터가 평소처럼 소리쳤지만, 웃지 않고 빨개진 페터의 얼굴로는 더욱 화가 나서 소리친 모양새가 되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고 그동안 페터에게 서운한 감정이 폭발한 제퍼가 빽 소리쳤다.


“대체 왜 그렇게 보는 건데! 너는 왜 그렇게 날 싫어해!”


사실 원피스 입은 제퍼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동안 계속 보고 있었던 페터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페터와 직접 계약한 신이 귀에 대고 히죽거렸다.


“처음 너를 봤을 때부터 신경 쓰였다고, 필록이랑 더 가까운 게 질투난다고, 원피스 입은 게 너무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고 말해!”


하지만 페터는 쫓아내듯이 손을 휘저었다. 그는 더 땍땍거렸다.


“내가 언제! 그런 거 아니거든!”


“거짓말!” 결국 제퍼가 자벌레 젤리가 바닥에 떨어져도 모를 정도로 울상을 지었다. “사람들이 다 날 싫어한단 말이야! 너까지 날 그렇게 보지 마!”


제퍼가 눈물까지 보이자 페터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어쩔 줄을 몰라 하던 페터가 갑자기 자신의 자벌레 젤리를 쥐어주더니 소리쳤다.


“야, 난 너 좋아!”


그 한마디로 상황은 종료 되었다. 제퍼는 울음을 뚝 그쳤고 옆에서 자꾸 깐족대던 계약한 신은 의외라며 등을 툭 치고 물러났다.


그런데 그때였다.

제퍼의 눈앞으로 거대한 은색 빛깔의 덩어리가 달려들더니 제퍼의 머리에 눌러 앉아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페터는 달아오른 얼굴을 들키지 않게 되어 내심 다행이었지만 고양이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그 덩어리는 미친 듯이 앞발로 제퍼를 꼬집어댔다. 제퍼가 몸부림치는 덩어리를 떼어내어 겨우 살들 속에 파묻힌 작은 얼굴을 찾아내자, 그것은 바로 필록이 밥을 주던 뚱뚱한 고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야! 왜 이러는 거야?”


“필록은?” 그제서야 페터가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필록은 어디 갔지?”


방금까지만 해도 옆에 있던 필록이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던 것이다. 제퍼의 품에서 커다란 젤리처럼 버둥거리던 고양이는 바닥으로 펄쩍 뛰어내려 어디론가 달려 나갔다.


“필록이 있는 곳을 아나봐!” 페터가 따라가며 소리쳤다.


“그나저나 저 고양이는 시내로 어떻게 온 거지?” 제퍼도 뒤늦게 따라나서며 소리쳤다.


그 덩어리, 아니 고양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리 사이를 질주했다. 어떻게 아는지 그 녀석은 다른 구역으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거울만 쏙쏙 골라 통과하더니....... 곧장 이 차원이 끝나는 곳에 위치한 검은 시냇물 골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열심히 따라가던 페터와 제퍼는 당황스러움에 골목 앞에서 멈춰 섰다.


“뭐야! 필록이 정말 저기에 있다고?”


페터가 난처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는 숨이 차 말도 잘 못했다.


“저 골목은 들어가면 안 돼. 마리와 약속했잖아!”


제퍼가 서있는 햇빛이 가득한 곳과는 달리 그 골목은 한 눈에 봐도 음침했다. 그곳만은 동화차원의 소문난 마녀나 나쁜 악당들조차도 피해 갈만큼 골목부터 음산한 기운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온통 회색빛으로 된 골목의 초입에는 얼굴이 두 개인 여자가 담배연기를 뿜으며 온몸에 문신을 한 남자들과 함께 제퍼와 페터를 이상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입술 아래 감춰져 있던 검은 이빨이 씩 드러났다. 구렁이를 목에 감은 핏빛 망토를 쓴 남자는 그 골목을 나오며 제퍼에게 이상한 주술 같은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일단 기다리자. 마리부터 찾아야해!” 페터가 소리쳤다.


하지만 먼저 골목 안으로 뛰어 든 것은 제퍼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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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세요, 꾸삼입니다! +4 21.01.22 150 0 -
46 에필로그 +4 21.03.01 23 2 5쪽
45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3) +2 21.02.25 14 2 10쪽
44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2) +2 21.02.25 15 2 10쪽
43 26. 핌불베트르 : 큰 겨울(1) +2 21.02.23 17 2 7쪽
42 25. 탈출 (2) +3 21.02.21 18 2 14쪽
41 25. 탈출 (1) +2 21.02.18 20 2 10쪽
40 24. 페터의 비밀 (2) +2 21.02.16 20 2 15쪽
39 24. 페터의 비밀 (1) +2 21.02.14 19 2 8쪽
38 23. 집으로(3) +4 21.02.11 17 2 10쪽
37 23. 집으로(2) +2 21.02.09 20 2 8쪽
36 23. 집으로(1) +6 21.02.07 24 3 12쪽
35 22. jj와 더블 퀘스천 마크 +4 21.02.04 26 3 14쪽
34 21. 마리의 비밀 (4) +6 21.02.02 26 4 17쪽
33 21. 마리의 비밀 (3) +6 21.01.31 26 5 9쪽
32 21. 마리의 비밀 (2) +6 21.01.28 32 6 12쪽
31 21. 마리의 비밀 (1) +4 21.01.26 37 6 8쪽
30 20. 돌변한 팔리타 (2) +6 21.01.24 38 6 16쪽
29 20. 돌변한 팔리타 (1) +6 21.01.21 38 5 10쪽
28 19. 악몽의 숲(2) +4 21.01.19 29 5 18쪽
27 19. 악몽의 숲(1) +4 21.01.17 25 5 12쪽
26 18. 비상(2) +4 21.01.14 23 5 8쪽
25 18. 비상(1) +4 21.01.12 27 5 18쪽
24 17. 디아블 세바스찬 마크 +4 21.01.10 34 5 15쪽
23 16. 금지된 주문(2) +4 21.01.07 37 5 17쪽
22 16. 금지된 주문(1) +4 21.01.05 38 4 14쪽
21 15. 검은 시냇물 골목(2) +4 21.01.03 29 5 12쪽
20 15. 검은 시냇물 골목(1) +4 20.12.31 28 5 7쪽
» 14. 데메테르의 대지(4) +4 20.12.29 28 4 8쪽
18 14. 데메테르의 대지(3) +4 20.12.27 28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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