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무능력한 방랑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1.12.18 19:44
최근연재일 :
2022.06.12 14:12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5,725
추천수 :
79
글자수 :
189,441

작성
22.04.17 10:48
조회
51
추천
1
글자
7쪽

[ep4] 편지

DUMMY

그렇게 세계수 최상층에서 레인과 마법연습을 한 지도 어연 한 달,


"으으으..."


레인은 한 손을 길게 내뻗곤 다른 한 손으로 뻗은 팔을 부여잡았다.


"좋아! 그 기세야!"

"이야야야!"


손바닥을 동심원으로 마력이 모여지는것이 느껴지는지, 레인은 서둘러 마법 영창을 시작했다.


"어, 어! 근원이 되는 물... 이여, 지금 내 눈 앞? 에 현... 현해라!"


[水源-수원]-


촤아악-


그녀의 서툰 영창에 힘입어 손바닥 주변의 마력들이 파랗게 변하더니 이내 구의 형상을 갖춘 물방울이 만들어졌다.


곧이어 주변의 공기가 동심원 안으로 빨려들어가면서 거센 바람을 일으켰고, 레인의 머리카락은 흩날렸으며, 구의 크기는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어, 어!"

"레인!"


그녀가 태어나서 첫 마법을 쓰는 순간이었다. 나는 기쁜 마음에 레인의 이름을 불렀고, 그녀는 당황했는지 시전된 마법을 어찌할 줄 모른 채 주춤거릴 뿐이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심정변화로 시전된 마법은 맥없이 사라졌으며, 만들어진 물방울은 중력의 영향으로 그 자리에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럼에도 레인은 자신이 마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먹었는지, 그 자리에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축하해! 마법을 쓰다니!!"

"... 오스카!"


그녀를 축하해주기 위해 다가가서 손을 건냈을 때였다.


그녀는 다가오는 나를 와락 부등켜앉고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고마워, 고마워... 정말."

"으, 응?"


예상치 못한 그녀의 반응에 나는 꽤나 당황했지만, 이내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 수고했어, 레인."

"..."


그렇게 어린아이처럼 우는 그녀를 말없이 몇 분을 더 안아줬다.




***




당부했던데로 소피아는 한 달이 지나기 전에 책을 나한테 다시 보냈고, 덕분에 모이라로부터 빌린 두 권의 책은 약속대로 반납할 수 있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기한 전에 마법을 익힐 수 있었던 레인을 위해, 오늘은 엘다의 한 술집에서 회포를 풀기로 결정했다.


짠-


"축해해, 레인!"

"고마워. 히히."


나와 그녀의 술잔이 부딪히고, 서로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때? 처음으로 마법을 쓰게 된 소감이?"


마력 순환 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수인의 체내적 특성을 생각해본다면, 그녀가 근 한달만에 마법을 사용하게 된 일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한 달간 스승이었던 내 자신도 이렇게 뿌듯한데, 그녀는 얼마나 행복할까.


"아직도 손이 덜덜 떨려. '내가 정말로 마법을 쓸 수 있다고?' 라는 생각이 항상 머리속에 멤돌아..."

"ㅋㅋㅋㅋㅋ"

"... 바보같아?"


웃음을 터트린 나를 보곤 살짝 토라진 레인은, 부한 얼굴을 한 채 물었다.


"아니, 내 어릴적 모습이 떠올라서."

"네가 어렸을 때?"

"응. 꿈만 같았던 마법을 내 손으로 직접 시전했을 땐, 정말이지 온 세상이 다 내 것인줄만 알았어."

"ㅋㅋㅋㅋ, 뭐야 그게."


두 손을 장황하게 들어올리며 재현하는 나를 보곤, 그녀 역시 웃음보가 터졌다.


"그러니까, 바보같다고 생각안해. 오히려,"


레인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결국 이뤄냈다. 수인이라는 핸디캡을 안고서 말이다. 문득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차갑고 무거운 족쇄에 발이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한 수인이, 자신의 친구를 구하더니 결국 이렇게 마법까지 사용할 줄 아는 대단한 녀석이 돼 버렸다.


이런 그녀에게, 마음 깊이, 진심을 담아,


"존경해. 정말로."

"..."


그녀는 술김인지는 몰라도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고개를 황급히 옆으로 돌렸다. 그녀의 반응에 나 역시 꽤나 부끄러운 소리를 했다는 자각이 들어 반대편으로 나도 고개를 돌렸다.


"있잖아,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응?"


문득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다.


"네 스승님한테 들었어. 에이미라는 한 여자애에 대한 이야기..."

"..."


예상치 못한 이름이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


"주제 넘은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넌 그 여자애의 죽음이 자기 자신때문이라고 생각하는거지? 넌 바보같이 착하니까... 아직도 잊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잖아."

"..."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네 잘못 아니니까 죄악감에 사로잡히지 마. 힘들면 언제든지 내가 네 옆..."


레인은 용기를 쥐어짜내기 위해 자신의 옷가지를 세게 부여잡으며 외쳤다.


"옆에 있어줄 테니까!"


젠장, 어째서인지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레인에게 위로의 말을 들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아직 에이미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악감에서 비롯된 것일까,


혹은,


"... 응, 고마워."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내버려 둔 채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감사했습니다!""

"..."


큰 소리로 합창하며 감사인사를 전하는 우리를 앞에 두고, 모이라는 부끄러운듯 손사래를 쳤다.


우리는 엘프의 도시, 엘다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모이라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그녀의 연구실에 들렸다. 그녀 덕에 나는 소피아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었으며, 레인은 자신의 염원을 이룰 수 있게 됐으니 적어도 감사인사 정도는 제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로웬도 같이 있을 줄 알았것만, 스승은 어디로 내뺀건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감사드려요.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시다니..."

"..."


레인의 적극적인 감사인사에 모이라는 미소를 지었다.


"저기,"

"?"

"여기 이게 제 풀 네임이에요. 부탁하실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 이름을 통해 편지를 보내주세요.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나는 내 이름을 종이 한 장에 적어 그녀에게 건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

"...?"


그렇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뒤를 돌았을 때, 모이라가 갑자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무래도 아직 전하지 못한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렸고, 그러자 모이라는 편지 한 장을 내게 건내줬다.


"이건...?"


모이라가 나에게 직접 보내는 편지인가? 그저 웃고만 있는 그녀의 표정만 보고는 그 진의를 파악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나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뜯었다.


"누가 보낸 편지야?"

"음, 그러니까... 아."


까치발을 들며 내 어깨에 머리를 올려 편지 내용을 엿보는 레인을 제쳐두고, 편지를 보낸 이의 이름을 확인한 나는 무의식적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우리, 다음 행선지가 정해진 것 같은데?"

"응??"


레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능력한 방랑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방법> 21.12.20 98 0 -
61 [ep5] 결말(완) 22.06.12 60 1 5쪽
60 [ep5] 침입(4) 22.06.05 43 1 8쪽
59 [ep5] 침입(3) 22.05.29 41 1 7쪽
58 [ep5] 침입(2) 22.05.22 46 1 7쪽
57 [ep5] 침입(1) 22.05.21 42 1 7쪽
56 [ep5] 토벌 22.05.15 40 1 7쪽
55 [ep5] 작전 개시 22.05.14 43 1 7쪽
54 [ep5] 계획 22.05.08 47 1 7쪽
53 [ep5] 타나토스 22.05.01 42 1 7쪽
52 [ep5] 제우스 22.04.30 57 1 7쪽
51 [ep5] 아페시우스 22.04.24 44 1 7쪽
50 [ep5] 다이달로스 22.04.23 47 1 7쪽
49 [ep5] 또 다른 편지 22.04.20 50 1 7쪽
48 [ep5] 아가니페 22.04.18 48 2 7쪽
» [ep4] 편지 22.04.17 52 1 7쪽
46 [ep4] 전쟁 개시 22.04.16 55 1 7쪽
45 [ep4] 레인과 함께 22.04.14 54 1 8쪽
44 [ep4] 뜻밖의 만남 22.04.10 62 1 8쪽
43 [ep4] 엘다 22.04.09 59 1 7쪽
42 [ep3] 새로운 부탁 22.04.03 55 1 7쪽
41 [ep3] 결말 22.04.02 52 1 7쪽
40 [ep3] 선동 22.03.31 59 1 9쪽
39 [ep3] 격돌 22.03.28 75 1 10쪽
38 [ep3] 복수 22.03.27 60 1 7쪽
37 [ep3] 화이트의 가면 22.03.26 55 1 7쪽
36 [ep3] 정면돌파 22.03.23 60 1 8쪽
35 [ep3] 황제 22.03.20 57 1 7쪽
34 [ep3] 류다 연방 제국 22.03.19 60 1 7쪽
33 [ep3] 황자 22.03.16 70 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