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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무능력한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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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1.12.18 19:44
최근연재일 :
2022.06.12 14:12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5,731
추천수 :
79
글자수 :
189,441

작성
22.04.03 10:42
조회
55
추천
1
글자
7쪽

[ep3] 새로운 부탁

DUMMY

아리르만의 영주, 카인은 결국 가디언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곧바로 차기 영주로는 사린이라는 한 사람이 발탁됐는데, 암행리에 성행하는 암시장들을 혁파하고 수인들의 차별적 대우 개선에 힘쓰는 등 시민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아리르만을 다스리는 모양이다.


아마도 황제의 압박도 있었던 모양인지, 그는 최근 일어나는 잦은 시민들의 데모를 의식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잘됐네요."

"... 네."


아리르만에 있는 한 공동묘지,


우리는 셰로인이 묻혀있는 묘지 앞에 와 있다.


화이트는 슬쩍 나와 레인의 눈치를 보더니 다시 말문을 열었다.


"... 괜찮아요?"

"... 네, 셰로인도 자랑스러울 거에요. 그치?"


레인의 억지웃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슬며시 감았다.


때론 서운할 정도로 거리낌없이 충고를 했던 셰로인,


그 누구보다 현실적이면서 계산적이였던,


하지만 그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졌던...


나는 작게 묵념을 하곤, 슬며시 고개를 들며 눈을 떴다.


"잘가, 셰로인."


어느덧 그의 묘비 위로 달아오르는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찬란한 햇빛이 그 주위를 비춰주고 있었다.




***




셰로인의 추모를 마친 우리는, 곧바로 류다연방제국의 수도인 류다로 향했다. 그 곳에서 황제인 아이기스와 황자인 류다를 만났고, 아리르만에서 있었던 일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았다.


류는 내심 믿고 의지했던 셰로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꽤나 충격을 받은 듯 눈물을 흘리며 가슴아파했다. 황제인 아이기스 역시 그의 죽음을 마음깊이 추모했다.


그리고 황제한테는 고맙다며 10만르의 거액의 돈을 받게 됐는데, '아리르만에서 억압당하던 류다연방제국의 국민들을 구해줘서' 라는 이유로 받게 되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마 내가 거절했었어도,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아이기스는 나한테 이 돈을 줬을 것이다.


나는 곧장 이 돈 전부를 셀린에게 부치기 위해 우체국으로 향했다. 어차피 모든 일의 시작은 그녀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 한 일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류다에서 가장 큰, 도시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우체국에 들어갔다. 그 곳에서 셀린에게 보낼 봉투 양식을 작성하던 도중, 점원으로부터 한 편지를 건네받게 된다.


"오스카 스테로페스씨?"

"...? 네?"

"본인 맞으시죠?"

"네? 맞는데요."

"여기, 오스카님으로부터 온 편지가 있어서요."

"...??"


점원이 건네준 편지봉투에는 아기자기한 글씨체로 나의 이름과 소피아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소피아? 무슨 일이지?'


예상치 못한 그녀의 편지가 궁금했던 나는, 서둘러 돈봉투를 셀린에게 부치고 난 뒤 곧바로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나?'


걱정이 앞선 나는, 서둘러 편지를 열어보았다.


***


오스카 오빠에게-


오빠, 저에요.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보고싶어요, 히히.


아무튼,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렇게 편지를 쓴 이유는 부탁드릴 것이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제국 마법 학교에 입학한 사실은 알고 계시죠?


사실 그 곳에서 로웬의 조교 역할을 하기 위해서 여러 공부를 하던 도중, 엘프라는 종족의 마법에 대해 큰 관심이 생겨서... 관련 자료의 조사를 부탁드리고 싶어요!!


듣기로는 엘프는 난해한 구조의 마법도 능숙하게 구현해 내는 것이 가능한 종족이라고 하던데, 직접 그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요.


오빠는 분명히, '아리르만'이라는 도시에 계시죠??


그 곳에서 남쪽으로 10호르도 채 안 되는 거리에 류다연방제국이란 나라가 있는 모양이에요.


그 나라에는 엘프 역시 살고 있는 모양이니까... 부탁드릴게요!


... 꼭이에요!!


사랑스러운 동생, 소피아가-


***


"... 풋."


편지를 다 읽고 나니, 나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됐다.


셰로인의 대한 일로 침울해져 있던 나에게, 이 소피아의 편지는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됐다.


"... 고마워, 소피아."


천진난만한 소피아의 애교섞인 부탁이 담긴 편지에, 깊은 마음 속 한 구석에 나를 움직이게 해 주는 연료를 태우는 불꽃이 지펴졌다.




***




"앞으로 어떻게 할거야?"

"... 일단은, [엘다]로 가려고."

"[엘다]?"


예상치 못한 내 대답에, 레인은 재차 되물었다.


엘다,


류다 연방 제국의 서쪽에 위치해 있는, 엘프들이 모여사는 도시이다.


수인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신체능력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명에 기인한 고차원적인 마법 개조 능력이 특징인 종족인 엘프.


대부분의 엘프들은 평생을 마법 연구에 몰두하는, 학구열이 뛰어난 종족이기 때문에 마법을 제외한 부분에서는 심할 정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건축기술도 다른 종족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숲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고들 한다. 당연히 숲속에서 살다보니, 엘다를 찾는 것만 해도 꽤나 힘든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응, 부탁을 받았거든."

"부탁?"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딸같은 아이한테서 받은 부탁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주고 싶어."

"많이 아끼는구나?"

"... 응."


'당연하지.' 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렸지만, 이내 침을 삼키곤 단조롭게 답했다.


"... 부럽네. 어떤 아이일지 궁금하다."

"재능있는 여자아이야. 7살의 나이에 마법을 썼다니까?!"

"뭐? 진짜?"


레인은 깜짝 놀라 답했다. 하긴, 7살의 나이에 마법을 썻다는 사실은 수인에게는 특히 더 대단한 일이다.


"응, 그리고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워. 철이 들었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그런 일..."

"... 무슨 일?"


순간적으로 턱 막혀버린 내 말에, 그녀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내가 소피아에게 평생을 다 해도 갚지 못하는 빚,


바로 그녀의 가족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


아마도 내가 소피아를 소중하게 여기는 가장 큰 원인이자 죄악감에 사로잡히게 된 계기이다.


'... 말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단연코 나의 무능력함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어린 아이에게 끔찍한 참상을 보여주고야 만 내 자신의 과업을 타인에게 떠벌리고 다니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또 비겁하게 쥐구멍으로 숨어버린다.


"... 아니야, 아무것도."

"... 흐음? 뭐야."


나는 서둘러 말을 끝맺었고, 레인은 살짝 서운하다는 듯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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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p5] 결말(완) 22.06.12 60 1 5쪽
60 [ep5] 침입(4) 22.06.05 43 1 8쪽
59 [ep5] 침입(3) 22.05.29 41 1 7쪽
58 [ep5] 침입(2) 22.05.22 46 1 7쪽
57 [ep5] 침입(1) 22.05.21 42 1 7쪽
56 [ep5] 토벌 22.05.15 40 1 7쪽
55 [ep5] 작전 개시 22.05.14 43 1 7쪽
54 [ep5] 계획 22.05.08 47 1 7쪽
53 [ep5] 타나토스 22.05.01 42 1 7쪽
52 [ep5] 제우스 22.04.30 57 1 7쪽
51 [ep5] 아페시우스 22.04.24 44 1 7쪽
50 [ep5] 다이달로스 22.04.23 47 1 7쪽
49 [ep5] 또 다른 편지 22.04.20 51 1 7쪽
48 [ep5] 아가니페 22.04.18 48 2 7쪽
47 [ep4] 편지 22.04.17 52 1 7쪽
46 [ep4] 전쟁 개시 22.04.16 55 1 7쪽
45 [ep4] 레인과 함께 22.04.14 54 1 8쪽
44 [ep4] 뜻밖의 만남 22.04.10 62 1 8쪽
43 [ep4] 엘다 22.04.09 60 1 7쪽
» [ep3] 새로운 부탁 22.04.03 56 1 7쪽
41 [ep3] 결말 22.04.02 52 1 7쪽
40 [ep3] 선동 22.03.31 59 1 9쪽
39 [ep3] 격돌 22.03.28 76 1 10쪽
38 [ep3] 복수 22.03.27 60 1 7쪽
37 [ep3] 화이트의 가면 22.03.26 55 1 7쪽
36 [ep3] 정면돌파 22.03.23 60 1 8쪽
35 [ep3] 황제 22.03.20 57 1 7쪽
34 [ep3] 류다 연방 제국 22.03.19 61 1 7쪽
33 [ep3] 황자 22.03.16 7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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