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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바닐라의 서재입니다.

무능력한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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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망고바닐라
작품등록일 :
2021.12.18 19:44
최근연재일 :
2022.06.12 14:12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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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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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글자수 :
189,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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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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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ep3] 격돌

DUMMY

끼이익-


왕궁 옥상의 문이 열리고, 내 눈엔 광활한 옥상 바닥과 탁트인 주위 시야가 들어온다.


그 가운데에 서 있는 카인,


그는 상념에 젖은 얼굴을 한 채 옥상 난간에 팔을 걸치며 자신의 도시, 아리르만을 굽어보고 있었다.


카인을 본 순간 나는 전투자세를 취했고, 언제든지 그를 향해 마법을 쓰기 위해 [스테로페스 식]을 영창했다.


"어때, 멋있지 않나?"

"... 뭐?"


카인은 뜬금없이 도시에서 바쁘게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들과 시민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러 나라에서 들어오는 뱃머리들은 각자 자신의 개성을 내뿜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은 양 손 가득 물건을 든 채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20년, 정확히 20년이 걸렸어. 전쟁 후, 이 아리르만을 이렇게 성장시키기까지."

"..."

"이렇게 눈부신 성장의 주된 원동력이 무엇인지 아나?"


대답없는 나를 제쳐두고,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바로 '암시장'이지. 주된 고객층이 부유한 관료들이기에 오고가는 금액의 비용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지. 우리는 단지 암시장인들한테 보호를 목적으로 자그마한 세금을 받을 뿐이네. 단지 그 뿐."

"... 닥쳐."

"평화에 찌든 황제의 법률따윈 관심없어. 이 도시를 성장시키기 위해선 이 방법이 효율적이란 말이네. 늙어서 겁이라도 난 건지 갑작스러운 중립국 선언에 골치아팠지만, 뭐... 소 뒷걸음질에 쥐 잡는격이라는 말도 있다싶이 덕분에 아리르만은 세계 최고의 상업도시가 됐지."


파지직-


더 이상 카인의 말을 듣고만 있을 순 없었던 나는, 그를 향해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자신의 악행을 도시의 발전을 위해서라고 포장하고 있는 그의 말에 신물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카인을 향해 힘껏 내지른 주먹을,


그는 가소롭다는 듯이 한 손으로 팔목을 잡아 저지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무 미워하진 말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에 불가하니."

"괴변 늘어놓지 마! 네 하찮은 소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수인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해?!"

"하, 역시 어리군."


그는 손목을 잡았던 팔을 재빠르게 밑으로 내리곤 내 안면에 손바닥을 갖다대곤 마력을 방출시켰다.


퍼어엉-


"크윽..."


그가 방출한 마력의 충격의 여파로 인해 날아가 벽에 부딪힌 날 보곤, 그는 혀를 차며 말했다.


"무능력하면서 정의감만 넘치고... 그렇기에 자네는 여기서 죽겠군."

"..."


그의 말이 맞다.


쓸데없이 정의감만 넘치고, 제대로 된 계획은 세우지도 않고 또 동료들을 위험에 빠트렸다.


레인, 셰로인, 그리고 화이트,


미안해... 하지만,


"알지만, 그래도..."


나는 손으로 땅바닥을 짚으며 힘겹게 일어났다.


"어리석지만 누군가가 나로 인해 구원받을 수 있다면..."


맞아, 이젠 고민하지 않기로 했잖아.


"난 몇번이고 '위선자'로 있겠어."

"... 재밌군."


당찬 내 의지에,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촤아악-


왕궁 바닥에는 피가 흩뿌려지고, 셰로인은 검을 고쳐잡으며 외쳤다.


"좀만 더 참아요! 곧 정문입니다."

"... 응!"


레인은 정체불명의 동그란 기계를 손에 꼭 쥔 채 왕궁 정문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었고, 셰로인은 그런 그녀를 호위해주고 있었다. 셰로인은 레인의 앞을 막으려고 돌진하는 제국군들을 하나 둘씩 처리해가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잔뜩 긴장한 채 있었다.


"...?! 멈추..."


푸쉭-


정문을 봉쇄하고 있던 경비병 한 명이 셰로인의 검에 베여 쓰러지고, 덕분에 두 큰 문 사이에는 사람이 한 명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틈이 생겼다.


기회는 지금뿐이다.


"...! 셰로인, 지금이야!! 빨리!"

"..."


문 틈속을 비집고 들어가 황급히 셰로인의 이름을 불르는 레인을 왠지 모르게 외면한 채 그는 궁전 문을 등지고 서 있었다. 무언인가 결심한 듯, 그는 문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춰섰다.


"... 셰로인?"

"먼저 가세요. 아무래도, 이대론 못 갈거 같군요."

"...?  무슨 소리야 셰로인!!"

"아무리 생각해도 오스카님 혼자서 카인을 도맡는건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해서, 제가 여기 남아서 그를 조금이라도 도와줘야겠어요."

"... 뭐? 이 많은 숫자를 혼자서?"


레인의 말대로 셰로인의 앞에는 수 많은 제국군들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창을 든 수 많은 경비병들과, 그들을 지휘하는 몇명의 지휘관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그 혼자서 이 많은 수의 제국군들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셰로인은 이미 결심한 듯 결의에 찬 눈으로 말했다.


"어서 가세요! 레인씨에게는 레인씨만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잖아요."

"... 그래도..."


아무래도 그가 걱정되는 듯, 레인은 손쉽게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그를 남겨둔 채 가버리면, 확실하게 셰로인은 죽을 것이다.


어서!-


"... 젠장!!!! 꼭 살아서 다시 만나!"


절규에도 가까운 셰로인의 외침에, 레인은 하는 수 없이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돌려 앞을 향해 달려나갔다.


"자, 그럼..."


그는 눈 앞에 학익진을 펼치고 있는 제국군들을 보며 말했다.


"실력발휘 좀 해볼까?"


히아아아아아-


죽일듯한 기세로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제국군들을 상대로, 셰로인은 들고있던 검을 세게 부여잡으며 의지를 다졌다.




***




파지직-


재빠르게 변화하는 싸움의 구도,


나는 전력을 다해 카인의 품에 파고들며 공격을 시도한다.


휙, 휙, 휙 -


혼신을 다한 그의 일격에도, 카인은 우습다는 듯 여유롭게 피해내고 있었다.


'... 닿질 않아... 어째서?'


아무리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 봤자, 카인의 털 끝 하나조차 건드릴 수 없었다.


그렇다,


그의 속도는 이미, 오스카의 속도를 아득하니 뛰어넘은지 오래였다.


"헉, 헉..."


나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소매로 닦아내며 숨을 골랐다.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 역시."


그와의 매꿔지지 않는 실력차이에 절망하고 있을 때, 카인이 운을 뗐다.


"이 정도 실력밖에 안 되는군요. 세간에는 제국군의 유망주로 유명했다고 알고 있는데... 역시 소문은 과장되기 마련."

"... 쳇."


부정할 수가 없는 사실에 무심코 혀를 찼다.


지금 내 상태론, 카인에게 닿지 않아.


그렇지만,


단 한 번의 일격이라면...


우웅-


엄청난 양의 전류가 내 몸을 휘감싸고, 주위에는 강력한 자기장이 생기며 위화감을 조성한다.


"... 아직도 포기하지 않을 셈이군. 언제쯤이면 주제를 파악..."


파지직-


엄청난 도약력으로 순식간에 카인에게 접근한 나는, 그가 반응하기 전에 복부에 혼신의 일격을 날리기 위해 주먹을 내질렀다.


"...? 뭣?!"


히아아아아아아아아-


퍼어어엉-


예상치 못한 내 속도에, 그는 반응하지 못한 채 그대로 명중당했다.


충격의 여파로 그는 날라가 벽에 부딪혔고, 그 위력을 방증하듯 주위에는 먼지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다.


'... 닿았다!'


단 한 번이지만... 공격이 닿았어.


문제는, 카인의 상태인데...


짝, 짝, 짝-


안개 저 너머에는 영문모를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대단해, 대단하군요. 이 일격은 확실히 위험했습니다... 하지만,"

"... 쳇."


안개가 걷히고, 멀쩡해 보이는 카인의 모습이 들어난다.


역시... 먹히진 않았어.


"제 몸을 뚫을 정도로 강한 일격은 아니였군요."


내가 쏟아부은 마력보다 그가 피부에 두르고 있는 마력의 양이 웃돌고 있다는 소리였다. 확실히, 20년 전 제국군의 핵심전력다운 무시무시한 강함이다.


"그러면 이젠,"


스윽-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카인,


이내 내 눈 앞에 나티나더니,


"제 차례죠?"

"??!!"


퍼억-


"커, 커억..."


내 복부에 꽂히는 그의 일격에 체내에서 입 밖으로 피가 솟구쳤다.


곧바로 이어지는 다음 타격,


180도로 내 안면을 향해 돌려차는 그의 발길질에 나는 두 팔로 타격 예상부위를 감싸는것이 고작이었다.


퍽-


타격과 동시에 균형감각은 사라졌고, 울리는 이명과 함께 맥없이 쓰러졌다.


"... 하."


카인은 움직이는 데 옷이 걸리적거리는지 겉옷을 천천히 벗어던지며 말을 이어나갔다.


"양은 몰라도 질적 측면에서 제 마력은 당신을 아득하니 뛰어넘습니다. 이제, 포기하시죠?"

"..."


아프다.


몸 구석구석에서는 살려달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빠르게 박동하고 있다.


이대로... 포기하면...


편하지 않을까?


...


아니,


양 다리를 부여잡고, 나는 힘겹게 일어선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어떻게 해서든지 두 지면에 내리 꽂았다.


"하, 죽을텐데? 이젠?"

"... 퉤."


입에 고여있는 핏물을 보란듯이 내뱉곤 팔로 잔여물을 닦았다.


"나도 알아, 하지만..."


[바이스마]에서 있었던 일이 오버랩된다.


이미, 그 날 이후로 내 자신은 허락하지 않고 있다. 포기하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않아!"

"... 뭐,


결의에 찬 내 비명과 함께 달려드는 카인,


그가 내 복부를 향해 다시 한 번 내지른 주먹이 도다를 쯤,


챙-


청량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왕궁 옥상에 울려퍼지고, 나는 질끈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떳다.


"안 늦었죠? 오스카씨."


그러자 화이트는 한 쪽 눈만 가리고 있는 부셔진 가면 사이로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막아서고 있었다.


작가의말

여유분 추가연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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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p5] 결말(완) 22.06.12 60 1 5쪽
60 [ep5] 침입(4) 22.06.05 43 1 8쪽
59 [ep5] 침입(3) 22.05.29 41 1 7쪽
58 [ep5] 침입(2) 22.05.22 46 1 7쪽
57 [ep5] 침입(1) 22.05.21 42 1 7쪽
56 [ep5] 토벌 22.05.15 40 1 7쪽
55 [ep5] 작전 개시 22.05.14 43 1 7쪽
54 [ep5] 계획 22.05.08 47 1 7쪽
53 [ep5] 타나토스 22.05.01 42 1 7쪽
52 [ep5] 제우스 22.04.30 57 1 7쪽
51 [ep5] 아페시우스 22.04.24 44 1 7쪽
50 [ep5] 다이달로스 22.04.23 47 1 7쪽
49 [ep5] 또 다른 편지 22.04.20 51 1 7쪽
48 [ep5] 아가니페 22.04.18 48 2 7쪽
47 [ep4] 편지 22.04.17 52 1 7쪽
46 [ep4] 전쟁 개시 22.04.16 55 1 7쪽
45 [ep4] 레인과 함께 22.04.14 54 1 8쪽
44 [ep4] 뜻밖의 만남 22.04.10 62 1 8쪽
43 [ep4] 엘다 22.04.09 60 1 7쪽
42 [ep3] 새로운 부탁 22.04.03 55 1 7쪽
41 [ep3] 결말 22.04.02 52 1 7쪽
40 [ep3] 선동 22.03.31 59 1 9쪽
» [ep3] 격돌 22.03.28 76 1 10쪽
38 [ep3] 복수 22.03.27 60 1 7쪽
37 [ep3] 화이트의 가면 22.03.26 55 1 7쪽
36 [ep3] 정면돌파 22.03.23 60 1 8쪽
35 [ep3] 황제 22.03.20 57 1 7쪽
34 [ep3] 류다 연방 제국 22.03.19 61 1 7쪽
33 [ep3] 황자 22.03.16 70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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