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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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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엘프를 수확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19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72,978
추천수 :
6,024
글자수 :
170,277

작성
20.06.18 20:00
조회
1,495
추천
81
글자
8쪽

용언

DUMMY

드래곤의 심장.

흔하게 말하는 드래곤 하트였다.

크기는 거의 몸통만 하고 겉면은 다이아처럼 단단했다.

손을 대고 슬슬 만지면 은근한 열기가 느껴졌다.


“드래곤은 죽으면 심장을 남겨. 난 많이 있으니까 이건 네가 가져.”

“루나가 사냥한 드래곤의 심장이라 이거죠?”

“응. 황제는 심장도 가져오라고 했지만, 그냥 사라졌다고만 둘러댔어.”

“왜요?”

“그냥. 그래야 할 거 같아서.”


은연중에 느끼는 죄책감 때문일까?

담담하게 말하지만, 루나의 얼굴은 조금 어두웠다.


“루나는 드래곤을 사냥하고 싶지 않아요?”

“······응.”

“왜요? 황제의 명령인데.”

“드래곤은 나한테 나쁜 짓 안 했는걸. 죽여야 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싫어.”

“그랬군요.”


재호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후드 위를 다독였다.

루나가 고개를 빠끔 들어 그 손을 바라봤다.

크게 뜬 눈동자는 밤하늘의 별과 같았다.


“그거. 기분 좋아.”

“이렇게 쓰다듬는 게 좋아요?”

“응. 여기가 이상하게 따듯해져. 이것도 마법이야?”

“아뇨. 이건······다정함? 그런 거예요. 제가 루나를 따듯하게 보니까 루나도 따듯하게 느끼는 거죠.”

“다정함. 좋다. 처음 느껴 보는 기분이야.”


볼을 붉게 물들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호가 한동안 그렇게 서서 루나의 머리를 다독여 주었다.


“아.”


그러다 무언가에 놀란 듯 루나가 물러났다.


“왜요?”

“나 기억났어. 예전에 버려진 책에서 봤어. 남자가 몸을 쓰다듬고 그러면 부부가 된 거래.”

“······대체 무슨 책입니까, 그건.”

“아니야? 나랑 너 부부가 된 거 아니야?”

“이런 거로는 부부가 안 돼요.”

“그런가······”


조금은 시무룩한 얼굴.

재호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대신 친구해요, 친구.”

“친구?”

“네. 곁에서 위로도 해주고 도움도 주는 관계에요. 루나와 저는 친구. 어때요?”

“응. 나 친구도 알아. 서로 어깨동무하고 술을 막 마시면서 노래 부르는 관계.”

“그런 친구도 있죠.”

“좋다, 친구. 아! 근데 내가 읽은 책에서는 친구끼리 반말을 했어. 너도 그래야 해.”

“그럴까?”

“응! 좋다.”


안 그래도 존댓말이 불편하던 참이었다.

재호가 냉큼 말을 낮췄다.

루나는 한결 더 친해진 기분으로 웃었다.


“그럼 너 친구. 빨리 이거 먹어.”


그리고 불쑥 드래곤 하트를 내밀었다.

친구는 아끼고 보듬어야 하는 존재.

그녀 눈에 재호는 너무 약하고 불안했다.

좀 든든히 먹고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아스트라한테는 뭐라 해야 하려나.”


낮게 중얼거리며.

재호가 드래곤 하트를 받아들었다.


#


드래곤 하트는 이미 죽은 상태였다.

하지만 밀집된 마나의 양이 워낙 많아서 그 자체가 자연적인 분해를 거부.

그대로 응고되어 결정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었다.

그 결집이 얼마나 강한지 재호의 비료화 능력마저 저항했다.


“끄응. 이거 만만치 않네.”

“뭐 하는 거야?”

“이거 말이야. 어떻게 먹어? 너무 단단한데.”

“응? 아. 그렇구나. 나랑 다르다는 걸 자꾸 잊네.”


루나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드래곤 하트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단단하게 뭉쳐있던 결합이 단번에 부서졌다.

순식간에 흩어지는 마나에 재호가 황급히 능력을 사용했다.


“······어마어마한 양.”


지금껏 쌓아 왔던 마소의 몇 배나 되는 양이었다.

몸을 훑고 전신으로 스며들었다.

세포 하나하나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 저주받을 계집!

― 언젠가 네가 파멸할 것이다!

― 일족의 원한은 일족이 갚아 줄 것이다!

― 아아, 원통하다!


그와 더불어 상념 따위가 쏟아졌다.

이건 심장의 주인인, 드래곤의 상념이었다.

지독한 원념과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 방향이 루나를 향하고 있음은 명백했다.

속이 울컥거리고 끝 모를 분노 따위가 치솟았다.

손을 뻗어 루나를 목 조르고 싶은, 그런 기분이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


이를 재호는 억지로 눌렀다.

루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도구로 쓰일 뿐이다.

사명도 목적도 없이 그저 휘둘리는 칼이다.

이런 아이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건 맞지 않다.

입술이 찢어져 핏물이 흘렀다.


“피. 피가 나. 아파?”

“괜찮아. 살짝 물었어.”

“아프면 안 돼. 친구 하나 뿐이야.”


걱정스럽게 보는 눈빛에 남은 울분마저 삼켰다.

마소가 천천히 흩어지며 온몸으로 녹아내렸다.

상념도 그에 쓸려갔다.

이내, 주변이 조용해지고 작은 울림만 남았다.


“라 앙겔 히오나(이제 괜찮아).”

“응?”

“라 투아 미나(뭐야 이거?)?”


아니, 한 가지가 더 남았다.

재호의 입을 빌려서 쏟아지는 낯선 언어.

루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손뼉을 치며 말했다.


“용언이다.”


용언.

오래전에 사라진, 드래곤의 사어였다.


#


재호의 언어감각은 한참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하지만 그 뒤로도 용언이 계속 튀어나와서 말이 엉망으로 꼬였다.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제어가 어려웠다.


“이제 좀 괜찮아?”

“응. 이게 뭔 일인지 도통 모르겠다.”

“용언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어. 드래곤도 용언은 안 써. 그걸 어떻게 알았어?”

“나야 모르지. 드래곤 하트를 먹고 나니까 갑자기 튀어나왔어. 옛날 기억이라도 담겨 있었나.”


짚이는 구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재호의 능력은 생명의 본질을 씨앗으로 돌려서 열매를 맺는 것.

그 본질에 지금은 쓰지 않는 기억이 서려 있다면 흔적이나마 읽는 것도 가능하다.

엘프가 종으로 연결된 것처럼, 드래곤도 아니란 법은 없으니까.


“괜찮으면 됐어. 여기도 꽉 찼으니까.”

“응. 루나 덕분이야.”


가슴팍 두드리는 루나를 향해서 끄덕였다.

그녀 말마따나 마소를 넉넉하게 채웠으니 됐다.

용언은 어차피 아스트라에게 물어보면 되는 일.

걱정은 그 정도로 그만두었다.


“위험해. 날면 안 돼.”

“······응?”


분명 그러려고 했는데.

재호는 땅에서 반 뼘 이상 떠 있는 발에 깜짝 놀랐다.

푸드득 손을 휘젓자 무언가 탁 풀리는 느낌과 함께 몸이 추락했다.

높이가 낮아 다친 곳은 없었지만, 꽤 놀랐다.


“너, 날 수 있었어?”

“설마. 난 인간이야. 날아다니지는 못해.”

“그럼 방금 그건 뭐야?”

“내가 묻고 싶은 일인데.”


또 되나 싶어 뛰어봐도 변화는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미치겠군. 한 번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드워프 광산에서 마소를 받아들이고 난 뒤, 여러 번 마소를 취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제어되지 않는 일은 달갑지 않다.

재호가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응. 찾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루나가 폴짝 뛰더니 재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푸르스름한 빛이 손아귀 안에서 번쩍였다.

그건 빛나는 문자였다.


“뭐야, 그게?”

“용언. 마나로 이루어진 용언이다.”

“마나로 이루어진 용언? 그럼 뭐 마법인가?”

“마법보다 고등의 능력. 주물도 없고, 진도 없이 오직 언어로 구현하는 드래곤의 힘. 과거 드래곤이 이 대륙을 지배할 때 근본이 되었던 능력이야.”

“굉장히 잘 아네?”

“응. 그야 나도······”

“나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루나는 힘껏 도래 질을 치고는 잡았던 용언을 풀어주었다.

용언은 재호의 몸을 한 바퀴 돌더니 무릎 쪽에서 다시 반짝였다.


“다리가 가벼워졌네?”

“그런 능력. 용언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어.”

“그게 지금 내 몸을 돌고 있다 이거지?”

“응. 굉장히 많아. 그래도 걱정하지 마. 마력이 가라앉으면 잠잠해질 거야.”

“······”


재호가 손바닥을 들여다봤다.

푸른색 문자가 손바닥을 스쳐 갔다.

읽을 수는 없지만 ‘불’이라는 의미임은 알았다.

주먹을 콱 쥐고 앞으로 내밀었다.

화르르륵.

새빨간 불꽃이 허공을 훑고 지나갔다.


“용언이라 이거지.”


새로운 힘이었다.


작가의말

푸스 로 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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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토목공사 +8 20.06.14 2,000 6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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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산 넘어 산? +4 20.06.12 2,243 9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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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복수는 차갑게 +7 20.06.09 2,686 104 9쪽
31 미래의 하렘왕? +11 20.06.08 2,998 118 10쪽
30 거래 +13 20.06.07 2,985 109 10쪽
29 역공 +8 20.06.06 3,024 138 10쪽
28 습격 +5 20.06.05 3,099 131 9쪽
27 인간 비료 +6 20.06.04 3,266 133 9쪽
26 마법사 +9 20.06.03 3,356 126 9쪽
25 플랜 A +3 20.06.02 3,582 121 9쪽
24 거래 성사 +2 20.06.01 3,761 133 10쪽
23 초보존인가 +5 20.05.31 4,028 135 9쪽
22 큰그림의 아스트라 +7 20.05.30 4,279 165 9쪽
21 드래곤 하나 +8 20.05.29 4,393 152 9쪽
20 파멸의 아이 +5 20.05.28 4,255 156 11쪽
19 드래곤 폴 +12 20.05.27 4,331 164 9쪽
18 엘프 진화 +5 20.05.26 4,458 153 9쪽
17 억울하면 현질하든가 +6 20.05.25 4,400 158 9쪽
16 프리덤 +2 20.05.24 4,477 146 9쪽
15 레토나 +7 20.05.23 4,610 166 8쪽
14 요정 여왕 +5 20.05.22 4,757 167 10쪽
13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10 20.05.21 4,664 15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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