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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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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엘프를 수확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19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72,823
추천수 :
6,024
글자수 :
170,277

작성
20.06.17 20:00
조회
1,616
추천
89
글자
8쪽

보약 한 첩

DUMMY

일행을 모두 보내고 빠르게 돌아왔다.

루나는 구석에 쪼그려 앉아 돌멩이로 손장난을 치고 있었다.

이게 정말로 그 무서운 흔적을 만든 사람일까.

재호는 두 장면을 도무지 연결 시킬 수 없었다.


“아, 돌아왔다.”

“약속했잖아요. 금방 돌아온다고.”

“응. 약속 지키는 사람은 좋아.”


루나는 꽤 반가운 듯 까치발을 들고 종종거렸다.


“그보다 여기는 대체 어디에요?”

“응. 내 집이야.”

“집? 여기가 집이라고요?”


아무리 봐도 그냥 동굴에 불과하다.

구석에 덩그러니 놓은 침대나 낡은 선반 따위를 집기라고 보면 볼 수 있겠지만.

아늑한 집과는 거리가 멀다.


“황제는 명령했어. 다른 사람들이 날 싫어한다고. 그래서 이렇게 숨어서 살아.”

“그건 좀 너무하네요. 아무리 그래도 인간을 위해서 드래곤을 사냥하는 입장인데.”

“어쩔 수 없어. 난 저주받은 존재인걸. 드래곤의 사냥이 모두 끝나면 그때야 쉴 수 있다고 했어.”

“······”


루나의 입에서 나온 쉰다는 말.

재호는 그 단어가 단어 자체의 의미로 해석되지 않았다.

제국은, 황제는 루나를 병기로만 보는 걸까.

비대해진 인간의 힘과는 다르게 인성 자체는 되레 퇴보한 느낌이었다.


“그럼 평소에는 뭐 하고 지내요?”

“여기 이렇게 앉아서 드래곤이 있는지를 살펴.”


루나가 방구석 작은 돌탑을 가리켰다.

위로 뚫린 구멍으로 하늘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취미로 할 만한 짓은 아니었다.


“심심하지 않아요?”

“심심한 게 뭔데?”

“그냥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은 느낌?”

“연구실에 있었을 때 그랬어.”

“지금은 어때요?”

“응······잘 모르겠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은 무지였다.

재호는 가슴 한 켠이 살짝 아리는 느낌을 받았다.

동생 또래 같아 더 이입되는 부분도 있었다.

이대로 둘 수 없는.

보호 본능이었다.


“일단 나가요. 여긴 너무 좁고 답답하네.”

“밖으로?”

“설마 나가는 길이 없는 건 아니겠죠?”

“있어, 있어. 이쪽이야.”


살짝 높아진 목소리로 루나가 앞장섰다.

토독, 토독 뛰는 발걸음에 후드가 뒤로 살짝 넘어갔다.

‘비늘?’

재호는 귀 뒤, 작게 난 비늘을 발견했다.

파충류의 그것과 비슷한 종류였다.

잘못 봤나 싶어서 다시 확인하려 했지만 이미 루나가 후드를 당긴 후였다.


“봤어?”

“뭘요?”

“아니야. 어서 가자.”


후드를 꽉 쥔 채 루나가 달렸다.

뭐였을까 그건.

재호가 의문을 깊이 묻어둔 채 뒤를 쫓았다.

어찌 됐든 지금은 맞춰 줄 때였다.


#


동굴은 지독할 만큼 험지에 위치해 있었다.

동굴 입구 밖, 두 걸음은 낭떠러지.

조금 더 내려가면 부글부글 끓는 용암이 존재했다.

이런 곳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은 지형.

근데 묘하게도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종종 뛰는 루나의 뒤로는 옅은 풀냄새만 느껴졌을 뿐이다.


“이런 곳에서 사는 거면 밥은 어떻게 해요?”

“직접 사냥해서 먹어.”

“여기에 사는 생명체가 있어요?”

“응. 저 안에도 살고 있어.”


루나가 가리킨 건 부글부글 끓는 용암이었다.

저기에 무언가 산다고?

재호가 눈만 동그랗게 뜨자 루나가 냉큼 용암 위로 몸을 던졌다.

악, 소리를 낼 틈도 없었다.


“봐. 여기에 물고기가 있어.”


루나는 한 발로 용암을 밟은 채 그 안에서 물고기를 꺼내 올렸다.

새빨간 피부에 입에서는 불을 토하는 물고기였다.

아니, 물이 아니니 불고기라고 해야 할까.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잘 이해가 안 되는 광경이었다.


“이거 먹으면 맛있어.”

“······먹을 수는 있는 거죠?”

“응. 너도 먹을래?”


불쑥 내미는 물고기에 재호가 머뭇거렸다.

새빨간 눈동자가 쏘아보는 꼴이 ‘먹으면 죽는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 너는 그냥 먹으면 뜨겁겠구나.”


그러다 무언가를 이해한 듯 루나가 물고기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켁, 하는 소리와 함께 물고기가 대번에 기절했다.

슥슥, 비늘도 금세 벗기고 몸을 토막 내어 돌 위에 올려두었다.

회라도 되는 걸까.

재호가 그리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자, 갑자기 물고기 주변에 불길이 치솟아서는 살을 익혔다.

날것이었던 물고기는 순식간에 구이가 되었다.


“자. 이제 좀 식으면 먹어도 돼.”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용암에 사는 물고기. 죽으면 불을 토해서 먹기 편해. 나름대로 맛이 좋아.”

“······그런가요.”


반신반의하며 재호가 한 점 입에 넣었다.

뜨겁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살점은 부들부들하고 익은 살 특유의 고소함이 느껴졌다.

나름대로 맛은 좋았다.


“물고기가 잘도 용암에서 살고 있네요.”

“물고기. 불내성이 있어. 드래곤의 숨결을 막기 위해서 탄생한 생명체.”

“탄생한? 설마 여기 물고기도 제국에서?”

“응. 나랑 비슷해. 연구하다가 태어났어.”


그제야 재호는 이해했다.

제국이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해 실험을 하다 탄생한 결과물인 것이다.

현대로 치자면 유전자 조작 생명체.


“루나, 혹시 한 마리만 더 잡아 줄 수 있나요?”

“응. 어렵지 않아.”


루나가 냉큼 들어가 한 마리를 더 낚아왔다.

펄떡펄떡 뛰는 놈의 몸 주변은 새빨간 불꽃으로 물들어 있었다.

재호는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 근처 돌멩이 하나를 쥐고 물고기를 찍었다.

두어 차례 펄떡이다 그대로 늘어졌다.


“아. 이것도 가능하네.”


흰빛을 머금고 있는 물고기.

재호가 손으로 쥐어 씨앗으로 되돌렸다.

저항은 굉장히 옅었다.


“와. 어떻게 한 거야?”

“재미있는 거 보여줄까요?”

“응?”


물고기가 나무에서 열리는 광경.

재호가 씨앗을 땅에 심었다.


#


동굴 주변에는 온갖 실험체들이 널려있었다.

드래곤을 잡기 위한 실험의 결과물들이었다.

물고기, 풀, 심지어 나무마저 그랬다.

재호는 돌아가며 이것들을 모조리 씨앗으로 돌렸다.

특별함과는 상관없이 저항력은 매우 낮았다.

애초에 의지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생명이었다.

모조리 씨앗으로 품었음에도 별다른 피로감은 없었다.


“열매다, 열매. 나무에서 물고기가 열렸다.”

“전에 먹던 것보다 맛도 좋을 거예요.”

“신기해. 어떻게 가능한 거야?”

“그냥 좀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응. 응.”


재호는 이렇게 거둔 씨앗을 동굴 주변 여러 곳에 심었다.

마소가 쑥쑥 빠져나갔다.

아깝기는 하지만 목숨 빚에 대한 대가라 생각하면 대단한 건 아니었다.


“너, 여기가 약해.”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루나가 슥 다가오더니 재호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희미한 울림이 몸을 훑고 갔다.


“이건?”

“마나. 너 계속 이게 줄어들어. 그러면 안 돼.”

“그게 눈으로 보여요?”

“응. 나는 눈으로 세상의 마나를 볼 수 있어.”


마소의 소모가 심해지자 그걸 알아본 것이다.

루나는 짐짓 심각한 얼굴로 재호의 주변을 빙빙 돌았다.

그러다 무언가 떠오른 듯 손뼉을 마주쳤다.


“기다려 봐. 금방 올게.”


훅, 뛰어 사라지는 건 거의 귀신이었다.

덩그러니 남게 된 재호는 뒷머리만 긁적이며 주저앉았다.

루나의 행동 패턴은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이쪽 인류는 루나같은 존재가 많은 걸까?”


드래곤만이 아닌 다른 강대한 존재도 상대 중이라고 했다.

루나를 예시로 보자면 나머지도 비슷할 터.

역시 마을의 엘프 수준으로는 도무지 견적이 나오지 않는다.

만약 언젠가 인류가 ‘엘프를 본격적으로 멸망시키자.’라며 밀고 들어오면 어찌 될까?

막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굳이 말하자면 난 떠맡은 일에 불과하지만······”


숲의 엘프들을 떠올리자면 무시할 수 없다.

종을 떠나서 재호라는 인간의 마지노선이었다.


“여기 가지고 왔다.”


그때, 쿵 소리와 함께 루나가 돌아왔다.

그녀는 넝쿨로 동여맨 커다란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었다.

겉으로 봐서는 정체를 유추하기 어려운 물건이었다.


“이거 가져.”

“이게 뭔가요?”

“심장. 드래곤의 심장이야.”


아스트라가 들었다면 기겁할 말.

재호가 눈만 깜빡였다.


작가의말

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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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마법사 +9 20.06.03 3,352 126 9쪽
25 플랜 A +3 20.06.02 3,578 121 9쪽
24 거래 성사 +2 20.06.01 3,758 133 10쪽
23 초보존인가 +5 20.05.31 4,025 135 9쪽
22 큰그림의 아스트라 +7 20.05.30 4,276 165 9쪽
21 드래곤 하나 +8 20.05.29 4,390 152 9쪽
20 파멸의 아이 +5 20.05.28 4,252 156 11쪽
19 드래곤 폴 +12 20.05.27 4,327 164 9쪽
18 엘프 진화 +5 20.05.26 4,454 153 9쪽
17 억울하면 현질하든가 +6 20.05.25 4,396 158 9쪽
16 프리덤 +2 20.05.24 4,473 146 9쪽
15 레토나 +7 20.05.23 4,606 166 8쪽
14 요정 여왕 +5 20.05.22 4,753 167 10쪽
13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10 20.05.21 4,660 15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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