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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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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엘프를 수확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19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73,006
추천수 :
6,024
글자수 :
170,277

작성
20.06.16 20:00
조회
1,737
추천
76
글자
9쪽

달의 아이

DUMMY

말랑거린다.

재호는 볼에 닿은 촉감에 그렇게 생각했다.

마시멜로 같기도 하고 찹쌀떡 같기도 하다.

한 입 먹으면 맛있을까?

괜히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 문뜩 이상함을 눈치챘다.

갑자기 웬 마시멜로와 찹쌀떡?

그런 것들이 나올 상황이 아니었을 텐데.

벼락이라도 맞은 듯 벌떡 일어났다.


“아직은 아파. 일어나지 마.”

“······어?”


그리고 허벅지를 드러낸 채 앉아 있는 한 소녀를 봤다.

후드가 깊이 내려와 있지만, 모를 수가 없다.

처음으로 아득함을 느끼게 해 준 상대 아닌가.

파멸의 아이였다.


“오랜만.”

“파멸의 아이······맞죠?”

“응.”


끄덕이는 고개로 확인까지 받았다.

그녀가 대체 왜 이곳에?

재호는 입만 벙긋거리다, 상황을 깨닫고는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기억을 잃기 전 마지막 장면은 마법사였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죽음을 앞에 두었었다.


“마법사, 율은 없어. 괜찮아.”

“없어? 없어요? 어디로 간 겁니까?”

“나, 말렸는데 싸우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죽였어.”

“······그 마법사를 죽였다는 겁니까?”

“힘. 제대로 제어하기 어려워. 그냥 죽어버렸어.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약속했는 걸.”

“약속?”

“선물을 주기로.”


파멸의 아이가 재호의 손등을 가리켰다.

예전에 새겼던 문양이 희미하게 지워지고 있었다.

그제야 연결고리를 눈치채고 재호가 짧게 감탄했다.

당시 ‘선물’이라 새겼던 문양 덕에 파멸의 아이가 도와준 것이었다.


“어······일단 고마워요. 덕분에 목숨을 건졌네요.”

“응. 괜찮아. 선물을 줬으니까 돕는 건 당연해.”

“근데, 그 괜찮겠어요? 마법사면 같은 편 아닌가요?”

“마법사? 아니야. 나는 황제의 말만 듣는걸.”

“그렇군요.”


황제 직속 특수병력이라는 걸까.

생각보다 직위 자체도 특수한 영역이었다.


“저······파멸의 아이?”

“응?”

“이름 말이에요. 부르기 너무 힘든데. 본명은 따로 없어요?”

“없어. 나는 태어날 때부터 파멸의 아이야.”

“부모님은요?”

“그것도 없어. 나는 황제의 연구실에서 처음으로 눈을 떴거든. 드래곤을 죽이기 위해서 태어난 생명체라고 했어.”


넌지시 건넨 질문에 심각한 답이 돌아왔다.

재호가 곧바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달싹였다.

마냥 ‘아 그렇구나.’라고 넘어가지 못할 답이었다.


“그럼 임시라도 제가 이름을 지어 드릴까요?”

“이름을?”

“네. 파멸의 아이라는 이름.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던데.”

“······티 났어?”

“조금은요. 어때요?”

“잘 모르겠어. 내가 이름 같은 걸 가져도 돼?”


대체 어떤 식으로 키운 걸까.

재호가 짧게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있어서 안 될 사람은 없어요. 좋아하는 물건이나 동물 같은 게 있으면 말해봐요. 지어줄게요.”

“좋아하는 거?”

“토끼나 그런 거. 오가며 본 것들이 있잖아요.”

“응. 그럼 나 달이 좋아.”

“달? 하늘에 떠 있는 달?”

“연구실에 갇혀 있을 때면 지붕 구멍으로 매일 봤어. 그래서 난 달이 좋아.”


담담하게 할 말일까.

재호가 차마 밝은 표정은 지을 수 없었다.

겨우 표정을 수습하고 답을 했다.


“루나. 루나로 하죠. 제가 있던 곳에서는 달을 그렇게 부르기도 했거든요.”

“루나. 예쁘다.”

“마음에 든 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파멸의 아이, 루나가 손가락을 조물거리며 끄덕였다.

푹 숙인 후드 사이로 보이는 목덜미도 붉었다.

만들어졌다, 라는 말에 비해 참 인간적인 반응이었다.


“그보다 루나. 저와 같이 있던 사람들은 못 봤어요?”

“응? 몰라. 난 율을 죽이고 너만 데리고 나왔어.”

“······저만 데리고 나왔다고요?”

“내가 약속한 건 너 하나뿐인데.”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

재호가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율이 죽었다고 해도 그 지역에는 아직 아스라이 용병들이 대거 남아 있다.

힘 빠진 일행이 버틸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루나. 혹시 날 그곳까지 다시 데려다줄 수 있어요?”

“왜?”

“거기에 동료가 있거든요. 그냥 두면 위험할 거 같아서 돕고 싶어요.”

“······싫어.”

“네?”

“싫어. 데려다주기 싫어.”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힘은 둘째 치고 성격은 소녀 같았으니까.

잘 다독여 친해졌으니 이정도 부탁은 들어줄 거라 여겼다.

가면 안 되는 규칙이라도 있는 걸까?

재호가 머뭇머뭇 다시 물었다.


“혹시 그러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요?”

“······”


답이 없다.

재호가 물끄러미 루나의 기색을 살폈다.

살짝 숙인 고개와 돌아간 몸의 방향.

이런 모습은 예전에도 많이 본 적 있다.


“혹시 동료들을 구하러 가면 제가 그냥 떠날까 봐 그래요?”


움찔, 하고 떠는 루나.

이게 맞았구나.

재호는 살짝 어이없는 기분을 만끽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긴장만 했다.


“동료들만 구하고 다시 올게요. 루나가 원하는 만큼 시간을 낼 수 있어요.”

“······정말이야?”

“그럼요.”

“알았어, 그럼.”


루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왔다.

주변을 슥 둘러보더니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이게 뭔가 싶어 재호가 다시 말을 걸려는 순간.

거북한 소음과 함께 공간이 일자로 갈라졌다.

그 틈을 루나가 다시 손으로 잡아서 억지로 뜯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공간 너머로 해변이 비쳤다.


“여기로 가.”

“······마법이죠?”

“아니. 그냥 힘.”


그게 대체 무슨 힘인데.

재호는 올라오는 물음을 억지로 눌러야 했다.

아직은 이런 물음을 던질 때가 아니었다.

그냥 고개만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한 채 틈바구니로 몸을 던졌다.

일행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


재호는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루나가 말 한 ‘율을 죽였다.’라는 짧은 설명으로는 이 광경을 다 표현하지 못했다.

탑이 있던 섬은 교전이 벌어졌던 곳을 중심으로 3/4가량이 날아갔다.

심지어 바다를 건너 육지의 일부도 사라졌다.

대체 무슨 짓을 해야 이런 일이 벌어질까.

재호는 상상조차 안 갔다.


“재호!”

“살아있었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몽 등이 재호를 발견했다.

섬 외곽, 그나마 멀쩡한 곳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달려온 참이었다.

재호의 걱정과 다르게 아스라이 용병은 없었다.

충돌의 여파를 보고는 죄다 도망간 탓이었다.


“다들 무사한 거야?”

“응. 우린 멀쩡해. 그 무서운 여자가 마법사만 죽이고 사라졌거든. 재호는 다친 곳 없어?”

“다행히. 아스트라는 어때요? 루나가 드래곤임을 알아본 건 아니죠?”

“루나?”

“파멸의 아이의 이름이에요.”


아스트라가 얼빠진 얼굴로 재호를 바라봤다.


“파멸의 아이의 이름이라고? 그건 어떻게 알았냐?”

“직접 자기 입으로 말해줬어요. 우릴 마법사에게서 구해준 것도 루나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 병기가 사람을 구해 줄 리 없다.”

“아스트라. 굳이 루나를 변호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도 나름 사연이 있어요.”

“우리 일족을 모조리 죽인 괴물이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다는 거냐?”

“그건······길게 이야기할 시간은 없겠네요. 일단, 루나가 알아본 기색은 아니었죠?”

“알아봤다면 이미 죽었겠지.”


그 말대로다.

재호가 짧게 끄덕이며 손짓했다.

시간을 오래 끌어서 루나가 넘어오면 될 일도 망한다.


“일단 마법진을 사용해서 전부 마을로 넘어가요.”

“넌 어떻게 하고?”

“뒷수습해야죠. 세계수 파편을 잘라서 가지고 갈 테니까, 만약의 경우에는 그걸로 소통해요.”

“설마, 파멸의 아이가 아직 남아 있는 거냐?”

“뒷수습 제대로 안 하면 그때는 정말 큰일 납니다.”


아스트라가 냉큼 날아가 마법진을 그렸다.

드래곤인 그이지만 루나는 쥐약이었다.

이내, 커다란 전이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몽, 너는 진주와 진수를 잘 감시하고. 내가 돌아갈 때까지는 섣불리 풀어주지 마.”

“응. 확실하게 감시할게.”

“아스트라는······그냥 잘 숨어 있어요.”

“쯧. 대체 뭔 생각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요. 그리고 진주. 동생을 구했다고 갑자기 배신하는 건 아니겠지?”

“이기적인 년이지만 은혜는 알아요.”

“그 말 지키기를 바란다.”


마지막 말까지 남긴 채 남은 일행을 마법진으로 넘겼다.

이대로 통과해서 도망칠까,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섬의 전경을 보고는 포기했다.

이런 힘 앞에서 잔꾀는 의미 없었다.

이번에 톡톡히 깨닫지 않았는가.


“힘인가.”


이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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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억울하면 현질하든가 +6 20.05.25 4,400 158 9쪽
16 프리덤 +2 20.05.24 4,478 14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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