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퀵바

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엘프를 수확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19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72,994
추천수 :
6,024
글자수 :
170,277

작성
20.06.15 20:00
조회
1,874
추천
69
글자
9쪽

선물

DUMMY

재호는 충격에 깜빡 정신을 잃었다.

조각조각 부서진 탑의 파편과 함께 물 아래로 쓸려 내려갔다.

중량으로 인한 조류가 부상을 억제했다.

순식간에 바다 깊은 곳으로 딸려갔다.


“으읍!!”


이를 뒤따라 온 건 몽이었다.

그녀는 밖에서 탑이 부서지는 걸 목격하자마자 루엔을 들고 그대로 뛰어들었다.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파편을 걷어, 깊이 헤엄치며 재호를 찾았다.

그리고 저 아래.

정신을 잃은 채 가라앉는 그를 발견했다.


부르르······


루엔이 다급히 손을 뻗어 거품을 씌웠다.

재호가 거품의 부력을 받으며 천천히 위로 떠올랐다.

입이 벌어지며 숨을 탁 들이쉬는 모습에 안도했다.


“쿨럭. 쿨럭.”

“괜찮아, 재호!?”

“몽? 아. 바닷속이구나.”


숨을 회복한 재호가 주변을 확인했다.

쏟아지는 파편 때문에 시계가 굉장히 좁았다.


“진주는? 진수는?”

“몰라! 재호를 찾는 게 우선이었어.”

“비슷한 위치에서 빠졌으니까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거야.”

“저기! 저기 있어요!”


루엔이 바닷속을 손으로 가리켰다.

파편 사이로 보이는 붉은 빛이었다.

놀랍게도 그건 바닷물을 증발시키고 있는 불꽃이었다.


“화력 한 번 어마어마하군.”

“재호, 옆에 진주도 있어.”


멀쩡한 진수 옆에 있는 건 진주였다.

파편은 용케 피했지만 숨을 쉬지 못한 채 부유하고 있었다.


“아스트라는 아직인가?”

“여기 있다. 아주 무모하게 일을 벌이는군.”


때맞춰 아스트라도 물을 가로지르며 내려왔다.


“멀쩡한 게 예상 밖이기는 하지만 불꽃은 약해져 있어요. 여기서 승부를 봅시다.”

“그래야 할 거다. 수면 밖에 마법사가 떠 있다.”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하죠.”


일단은 진수부터다.

재호가 거품을 두른 채 아래로 헤엄쳐 내려갔다.

진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불꽃을 쏘아붙이려 했다.

하지만 바닷속에서 불꽃은 무리였다.

거품만 남긴 채 사그라졌다.

의아한 듯 고개만 갸웃거리는 모습은 어수룩함 그 자체.


“루엔.”

“네!”


재호는 재빨리 진주부터 낚아챘다.

루엔이 만든 거품에 던져버리고, 멍한 진수에게로 손을 뻗었다.

열기에 증발하는 거품이 손에 닿아서 팍팍 터졌다.

손이 벌겋게 익을 만큼 뜨거웠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기에는 던진 도박수가 너무 많다.

멱살을 잡아 몸 안쪽으로 당겼다.


“아스트라, 부탁해요!”

“흥. 이 몸은 드래곤이다.”


뒤는 아스트라의 몫이었다.

목을 타고 넘어가, 진수의 이마를 날개로 찍었다.

텅 비었던 그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왔다.


#


마법사, 율은 팔짱을 낀 채 지켜봤다.

탑이 부서진 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연구 결과만 제대로 나온다면 되레 환영이다.


“호오. 이방인의 불꽃은 바다에서도 꺼지지 않는군. 우리가 소환하는 불꽃과는 다른 개념인가.”


바다 아래에서도 반짝이는 불꽃.

지금껏 마법으로 구현했던 불꽃과는 격이 다른 힘이 있었다.

이건 화력이나 그런 개념이 아니었다.

불꽃의 성질이 달랐다.

다른 세계에서 건너왔기 때문일까.

호기심이 끌어 오르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응?”


그러다 한순간.

갑자기 마법의 연결이 끊기고 불꽃도 사라졌다.

누군가 방해를 한 것이다.

율의 미간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용병을 죽이고 탑을 무너뜨리는 건 참아도 연구를 방해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소매를 걷고 팔등에 새겨진 마법 문자를 허공으로 끄집어냈다.

붉은 글자 수백이 문장을 이루었다.


촤아아악―!


순식간에 바닷물이 갈라지고 바닥이 드러났다.

일시적인 효과지만 굉장한 마법이었다.

바닥에 선 한 무리와 시선이 마주쳤다.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았으나, 하나는 시선을 끌었다.


“드래곤?”


작고 약하지만 분명 드래곤이었다.

기억에 의하면 드래곤은 ‘파멸의 아이’가 사냥하고 있을 터.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

아니면 저런 모습으로 ‘파멸의 아이’를 피했거나.


“흐음. 소식을 전하면 황실이 좋아하겠군.”


드래곤은 인류의 몇 안 남은 강대한 적이다.

그 흔적을 찾았다고 전하면 황실에서도 만족할 터.

연구비를 더 뜯어낼 수도 있다.

얻어걸린 행운이었다.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마법을 추가로 구동했다.

바닥에서 바동거리던 이들을 역장으로 묶어서 끄집어 올렸다.


“놔! 이거 놔!!”

“호오. 엘프로군. 아까 그 나무는 세계수인가? 재미있는 재주를 익혔구나.”

“이이익! 이따위 마법 정도!”

“흠?”


엘프, 몽이 힘을 쓰자 구속이 풀렸다.

몽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 다시금 지면을 차며 뛰어올랐다.

율이 있는 곳을 향해서.


“마법저항이라니. 네 장비가 보통이 아니구나. 대체 어디서 이런 고급 장비를 엘프 따위가 얻은 거지?”


하지만 몽은 율과 한 걸음을 남긴 채 잡혔다.

두 겹, 세 겹으로 된 역장이 몸을 구속해서 동작을 아예 봉쇄해 버린 것이다.

몽은 날래고 힘이 세지만 어디까지나 숲이나 평야의 이야기.

지금처럼 기반이 없으면 힘쓰기가 어렵다.


“주절주절 말이 많군. 마법사는 다 그런가?”

“흐음? 넌 또 인간이로군. 인간이 왜 엘프와 함께 어울리고 있는 거지?”

“그건 댁이 알 필요가 없어.”

“아. 이제 보니 이방인이로군. 같은 동포라고 구하러 온 건가?”


율이 슬그머니 웃었다.

이방인은 좋은 재료다.

밀약 때문에 손대지 못할 뿐, 구할 수 있다면 죄다 잡아서 실험하고 싶다.


“됐다, 됐어. 자세한 내용은 잡아서 물어보면 되겠지. 황실에 전해 줄 드래곤도 있겠다, 소득이 나쁘지는 않다.”

“호락호락 잡혀 줄 것 같나?”

“하하. 용병 몇 놈 잡았다고 뭐라도 된 것 같더냐? 나는 업화의 율. 호칭을 받은 마법사다.”

“업화의 율? 무슨 중2병이라도 걸린 거냐?”

“이런. 네놈이 이방인이라는 걸 자꾸 잊는구나. 우리 세계에서 호칭이라는 건 실력을 의미한다. 다양한 학파와 다수의 마법사가 있지만, 호칭을 받는 건 오직 백명 뿐.”


율이 양손을 교차해서 마법을 구동했다.

머리 위로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나고 새빨간 불길이 중력을 거스르며 내려왔다.

바닷물이 순간적으로 증발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재호. 이건 위험하다.”

“아스트라의 불꽃으로 안 되는 겁니까?”

“내 몸, 그대로라면.”

“위기라는 거네요.”


재호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스트라의 불꽃은 비장의 수단.

하지만 그마저도 안 통하는 상대였다.

리자드맨과 함께 있던 마법사와는 아예 격이 다른 존재였다.


“잠깐. 싸우기 전에 할 얘기가 있다.”

“흠?”

“드래곤에 대한 중요한 정보다.”

“재호?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냐?”

“쉿. 살고는 봐야죠.”


싸움이 안 되면 도망치는 것이 최선책이다.

하지만 물 위에서는 도무지 방법이 없다.


“일단 땅에 내려서서 이야기해 보자.”

“얕은 수작이다.”

“설마 마법사라는 분이 겁이라도 나나? 어차피 네 손에서 도망칠 수도 없는데, 편하게 이야기를 좀 하자고.”

“호오. 제법 배짱이 있구나.”


율은 가볍게 웃으며 일행을 뭍으로 옮겼다.

일이 잘못될 거라는 상상조차 안 하는 모습이었다.

재호는 그 부분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다.

탑을 무너뜨린 세계수가 아직 근처에 남아 있었다.


“아스트라. 전이 마법, 얼마나 빠르게 됩니까?”

“10초. 저 마법사 앞에서는 불가능하다.”

“끌어봐야죠.”


뭍에 내려선 재호는 일행을 뒤로 물리고 앞으로 나섰다.


“그래, 드래곤의 정보라는 건?”

“그건······지금입니다, 아스트라!”


순간적으로 땅이 요동치면서 세계수가 뿌리를 들었다.

바닥이 해일처럼 일어났다.

마법사와 일행의 사이를 가르는 파도였다.

시야가 막히고 잠시의 시간이 생겼다.

아스트라가 다급하게 마법을 구동하기 시작했다.

통로가 되어 줄 세계수가 있기에, 마력은 충분했다.


“얕은 수작이라고 했을 텐데?”


하지만 채 구동이 끝나기도 전.

새빨간 불꽃이 하늘에서 쏟아져 세계수를 태워버렸다.

재가 먼지처럼 날리고 열기가 일행을 밀어버렸다.

숨마저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지독한 열기였다.

재호는 목을 틀어쥔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래서 우매한 종자들은 안된다니까. 네 얄팍한 수가 내게 통할 것 같았나?”

“크, 크윽······”

“드래곤에 대한 정보도 없겠지. 그럼 넌 필요 없다. 그냥 이곳에서 죽여주마.”


율의 역장이 재호를 움켜쥐었다.

몸이 천천히 허공을 딸려갔다.


“재호!!”


다급히 몽이 뛰어보지만, 그녀 역시 역장에 잡혔다.

힘의 차이가 너무나 역력했다.


“크, 크으으으······”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재주가 많고 판단이 빨라도 단순한 힘의 격차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발버둥 치던 몸에서 천천히 힘이 빠지고 의식마저 점차 흐려졌다.

이대로 죽는 것일까.

재호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쳐 갈 때였다.


웅.


희미한 진동과 함께 그의 손등이 반짝였다.

오래전, 파멸의 아이에게서 받은 선물이었다.


“안 돼, 그건.”


재호는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었다.


작가의말

파멸의 아이가 맞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엘프를 수확하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2 새로 가는 길 +9 20.06.19 1,798 84 9쪽
41 용언 +6 20.06.18 1,496 81 8쪽
40 보약 한 첩 +7 20.06.17 1,618 89 8쪽
39 달의 아이 +3 20.06.16 1,737 76 9쪽
» 선물 +5 20.06.15 1,875 69 9쪽
37 토목공사 +8 20.06.14 2,001 67 9쪽
36 잠입루트 +6 20.06.13 2,173 82 8쪽
35 산 넘어 산? +4 20.06.12 2,244 90 8쪽
34 구해줫더니 +7 20.06.11 2,480 97 9쪽
33 거래 +4 20.06.10 2,548 91 9쪽
32 복수는 차갑게 +7 20.06.09 2,687 104 9쪽
31 미래의 하렘왕? +11 20.06.08 2,999 118 10쪽
30 거래 +13 20.06.07 2,985 109 10쪽
29 역공 +8 20.06.06 3,024 138 10쪽
28 습격 +5 20.06.05 3,099 131 9쪽
27 인간 비료 +6 20.06.04 3,266 133 9쪽
26 마법사 +9 20.06.03 3,356 126 9쪽
25 플랜 A +3 20.06.02 3,582 121 9쪽
24 거래 성사 +2 20.06.01 3,761 133 10쪽
23 초보존인가 +5 20.05.31 4,028 135 9쪽
22 큰그림의 아스트라 +7 20.05.30 4,280 165 9쪽
21 드래곤 하나 +8 20.05.29 4,393 152 9쪽
20 파멸의 아이 +5 20.05.28 4,255 156 11쪽
19 드래곤 폴 +12 20.05.27 4,331 164 9쪽
18 엘프 진화 +5 20.05.26 4,459 153 9쪽
17 억울하면 현질하든가 +6 20.05.25 4,400 158 9쪽
16 프리덤 +2 20.05.24 4,478 146 9쪽
15 레토나 +7 20.05.23 4,611 166 8쪽
14 요정 여왕 +5 20.05.22 4,757 167 10쪽
13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10 20.05.21 4,664 15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마지막한자'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