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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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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엘프를 수확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19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73,002
추천수 :
6,024
글자수 :
170,277

작성
20.06.13 20:00
조회
2,173
추천
82
글자
8쪽

잠입루트

DUMMY

재호는 일단 섬이 보이는 언덕에 진지를 폈다.

잠시 숨 고르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섬은 쉽지 않다. 섬에서는 해안가가 훤히 보여. 네가 접근하면 그쪽이 널 먼저 발견할 거다.”

“섬을 오가는 배가 있지 않을까요?”

“아스라이 용병에 섞여 가겠다고? 그전에 칼부터 받을 거다.”


아스트라의 조언에 재호의 얼굴이 더 무거워졌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섬에 숨은 마법사를 찾으러 가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세계수를 심어서 병력을 충원한다?

본진을 위태롭게 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병력으로 승부를 보거나 포기하거나.

재호는 둘 중 하나로 선택지를 좁혔다.


“설마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려는 건 아니겠죠?”


불안한 목소리는 진주의 것이었다.


“네 동생을 구하는 건 어디까지나 서로 간의 이해타산이 맞았을 때야. 뾰족한 수가 없으면 돌아가는 수밖에.”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네가 내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런 건 너무 치사해요.”

“미안하지만 그게 현실이야. 서로 이기적이 되기로 했잖아. 방법이 나오지 않으면 포기한다.”


진주는 입술을 깨물었다.

더럽다, 치사하다.

욕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다.

하지만 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누군가 누굴 탓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냥 맞물리지 않는 태엽에 상처 입을 뿐.


“······아!”


그 순간.

눈앞이 뜨거워지며 낯선 광경이 보였다.

이건 짧은 예언이었다.

몇 시간 만에 이어진 두 번의 예언.

좀처럼 접하기 힘든 일이었다.


“예언인가?”

“네. 언덕이 동쪽 끝에서 보이는 길. 그곳에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있습니다.”

“이 위치가 보이는 곳? 왔던 길 말인가?”

“누구인지는 희미해요. 하지만 그들을 만나면 길이 생길 겁니다.”

“궁여지책은 아니겠지?”

“속는다 해도 몇 걸음뿐이에요.”

“그도 그렇군.”


재호가 진주의 예언을 받아들였다.

손짓으로 몇 명만 추려서 언덕을 타고 내려갔다.

왔던 방향이었다.


#


얼마나 길을 따라 돌아갔을까.

재호는 익숙한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앞서 아스라이 용병과의 싸움에서 구해 준 어인 중 일부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죽을 고비에서 구해준 아이들.

숨을 헐떡이며 무언가를 피해 달리고 있었다.


“쪼, 쫓아오지 마요!”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너희는 저주받았다. 살아있으면 우리를 해치게 될 거야.”

“거짓말! 우리가 그 사람들을 따라잡을까 봐 두려운 거면서!”

“뭐라 해도 좋다. 여기서 그만 끝내자.”


아이를 쫓는 건 또 다른 어인이었다.

어디선 난 건지 모를 몽둥이를 든 채 아이들을 포위했다.

당장이라도 때려죽일 듯 기세가 흉흉했다.


“멈춰!!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재호는 망설임 없이 현장에 뛰어들었다.

어인 하나를 발로 걷어차고 몽둥이를 뺏었다.

어인들은 곧바로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래 봐야 뒤에는 다른 엘프들이 있었을 뿐이다.


“으, 은인! 겨우 따라잡았군요.”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왜 같은 어인들이 너희를 노리는 거지?”

“그건······은인께서 떠나고, 용병들의 잔당과 맞닥뜨렸을 때입니다. 고작 두 명이었지만, 우리는 항거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고개를 숙이고 노예를 자처했죠.”

“어이가 없군. 그래서 너희는 도망친 거냐?”

“은인께서 가시는 방향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혹시나 바다 쪽으로 가시는 거라면 저희가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아이들 중 그나마 머리 굵은 소년이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눈에 총기가 가득했다.


“네놈들은 이 아이들이 날 쫓아 올까 봐 그리 사납게 뒤를 따라왔던 거냐?”

“죄, 죄송합니다······”

“묻는 말에나 똑바로 답을 해라. 고작 그런 이유로 아이들을 죽이려 한 거냐?”

“그, 그것도 그러하지만······나무에서 태어난 어인이라니. 그건 있을 수 없습니다.”

“내 능력으로 아이들을 되살렸을 뿐이다.”

“저주입니다. 저주. 이 아이들을 살려두면 어인들은 저주를 받아서 죽고 말 겁니다.”


남은 어인들은 고개를 박고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핑계나 그런 것이 아닌, 정말로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지독한 무지에서 태어난 공포와 잔인함.

어쩌면 이 세계의 많은 부분이 이럴지도 모른다.

지금껏 만났던 이들이 특이했을 뿐.


“물러나라. 이 아이들은 나와 함께 간다.”

“하, 하지만······”

“아니면 여기에서 모조리 죽고 싶은 거냐? 내가 너희를 살려두는 건 그저 얄팍한 동정일 뿐이다. 귀찮다 여겨지면 죽이고 떠날 수도 있다.”

“으우······”


그제야 어인들이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몇 번 힐끔 고개를 돌려서 아이들을 보긴 했지만, 그 이상 무언가를 할 용기는 없었다.

어차피 노예를 자처하는 이들이었다.

용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재호가 떠나는 어인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아이들을 바라봤다.


“고맙습니다, 은인.”

“됐다. 내가 저지른 일이니 내가 책임을 져야지. 당장은 따로 할 일이 있으니, 근처에서 숨어 있거라.”

“아! 잠시만요.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습니까?”

“도움이라고 해도······바다에 뜬 섬에 몰래 갈 방법이라도 없는 한에야 의미 없다.”

“섬? 그거라면 제가 도울 수 있어요.”


대수롭지 않게 던진 말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어인 소년의 손끝에서 나온 거품이 일행을 감싼 건 그 뒤의 일이었다.


“거품이 있으면 물 안에서 숨을 쉴 수 있어요.”

“허?”

“은인께서 제가 주신 능력이랍니다.”


내가 언제?

재호가 눈만 깜빡였다.


#


아인 소년의 이름은 루엔이었다.

루엔은 같은 씨앗에서 나온 다섯 아인 중 유일하게 능력을 타고났다.

이는 백랑과 비슷했으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백랑이 돌연변이로 인한 특수 종자였다면 이쪽은 필수적인 발현 인자의 집중이었다.

즉, 어인 다섯 중 하나는 이런 능력을 타고난다는 의미.

적어도 재호에 의해서 태어나는 어인은 그러했다.


“다섯 중 하나 정도는 생존을 해라. 이런 방식인가?”

“네? 뭐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네 능력. 얼마나 유지가 되는 거지?”


신기한 건 둘째 치고 효용성이 관건이었다.


“저 혼자라면 몇 시간도 가능해요.”

“대상이 여럿이면?”

“길게는 무리일 거예요.”

“흐음. 왕복하면 가능할 거 같냐?”

“하루에 여러 번 쓸 수 있는 능력은 아니에요.”


제약이 꽤 많았다.

해안가에서 섬까지의 거리는 못해도 백여 미터.

물밑으로 가라앉아 간다고 해도 꽤 시간이 소요된다.

수를 늘리면 위험부담이 크다.


“어쩔 수 없지. 여기서는 소수로 간다.”

“재호. 여기서 더 줄이면 너무 위험해.”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는 건 섭섭하지. 게다가 너도 봤다시피 진주의 능력은 쓸모가 많아.”


진주의 예언이 없었다면 루엔도 만나지 못했다.

부분적이나 앞날을 예측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힌 메리트였다.

재호는 이를 포기하기 어려웠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아스트라?”

“시간을 내다보는 건 신의 영역이다. 이방인의 능력이 독특하다 한들, 이런 건 흔치 않은 경우겠지. 게다가 인류 제국의 병기들을 피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멸망의 아이 같은?”

“아무리 세력을 키우고 힘을 길러도 그런 괴물과 맞닥뜨리면 죽음뿐이다. 피하는 것이 상책이지.”


확실히 그런 부분에서 진주는 좋은 보험이 된다.

위험은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게다가 앞선 상황과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섬처럼 고립된 곳은 기습에 대한 면역이 없지.”


선공권이 아군에게 있다는 것.

수의 차이를 채우고도 남을 이점이었다.


“몽, 세계수의 씨앗은 몇 개 남았지?”

“전부 해서 네 개.”

“이번에 다 털자.”

“다? 저 안에서 쓰려고?”


전장을 유리하게 바꾸는 힘.

기습에 이은 두 번째 이점이었다.


“마법사를 한 번 놀라게 해 주자고.”


뿌린 만큼 거둘 생각이었다.


작가의말

덥다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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