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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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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엘프를 수확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19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73,603
추천수 :
6,024
글자수 :
170,277

작성
20.06.09 20:05
조회
2,697
추천
104
글자
9쪽

복수는 차갑게

DUMMY

숲은 고요하고 하늘은 어두웠다.

바람 소리가 땅을 긁어 스산하게 스쳐 갔다.

유독 밤 같은 밤이었다.


“이런 지독한 날에도 거래를 강행하다니. 그쪽도 어지간합니다.”

“후후. 남작께서 기다리고 계시니까.”


그 캄캄한 속에서 횃불에 의지한 사람들이 있다.

양장 차림의 귀족들과 어딘가 묘한 기색의 이주민들이었다.


“이번에는 일이 좀 있어서 수량이 줄었습니다.”

“흐음?”

“우리 쪽 파벌 하나가 일을 강행해서 손해를 좀 봤지 뭡니까. 나머지 계집들은 추후에 보충할 테니 이번에는 좀 봐주십시오.”


이주민 중 선두에 선 남자.

턱밑에 자리한 흉터가 인상적인 인물이었다.

그의 손짓에 끌고 나온 마차 덮개가 벗겨지고, 안의 내용물이 드러났다.

그건 헐벗은 여성들이었다.


“흐응. 도리안 계집들이군.”

“힘겹게 잡아 왔습니다. 구석구석 숨어서 찾는 게 쉽지 않아요.”

“그건 뭐, 너희 사정이지. 대충 보아하니, 열이 안되는 것 같은데. 이 숫자면 남작님께 보고드리기 어렵겠어.”

“이번만 좀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남자는 저자세로 부탁했다.

게이트 이주민의 경우 지역 남작의 협조가 없으면 생필품의 수급이 쉽지 않았다.


“수량을 채우지 못했으니 거래 물자는 절반으로 하겠네.”

“절반이요? 절반은 너무 적습니다.”

“궁하면 제대로 채웠어야지. 너희 사정을 봐 주는 건 어디까지나 남작님의 아량이다.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건가?”

“······”


콧수염 당기며 말하는 귀족.

남자는 그 모습에 코끝을 찡그렸으나 반박하진 못했다.

어디까지나 갑은 귀족이었다.

손짓으로 수레 천을 덮고 앞으로 밀었다.

드륵드륵 굴러가는 수레 안에서 흐느낌이 들려왔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후후후. 주제를 아는 자들은 언제나 좋다니까.”

“그보다 전에 말씀드린 그 일은 처리되고 있는 거겠죠?”

“자치령 말이더냐?”

“네. 땅 하나 떼어서 머물 수 있게 해 주신다고······”

“뭐, 이야기는 전했다. 하지만 너희같이 신분 없는 자들에게 땅을 떼어주는 일이 쉬운 건 아니야. 좀 더 참고 기다려라.”

“언제까지 말입니까? 저희가 바친 노예 숫자만 해도 수백이 넘습니다. 이만큼 뒤를 닦았으면 저희도 나름대로 대가를······”


팽.

남자의 턱밑에 귀족의 검이 닿았다.


“주제 파악을 해라. 왕국에 알려서 네놈들을 쓸어버리는 건 그저 서신 하나면 충분한 일이야. 밑이나 닦는 천한 것들이 감히 어디서 고개를 치켜들어?”

“······”

“표정이 볼만하군. 불만이라도 있는 거냐?”

“아뇨. 없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네놈들은 숙이는 것이 어울린다.”


고개 숙인 남자의 목덜미를 툭툭 치며 귀족이 웃었다.

이 얄팍한 우월감이 너무 좋았다.

약속 따위를 지키든 말든, 어차피 이방인들의 처지는 귀족의 입장에서는 벌레 이하.

이용가치가 있다면 쓰고 버리면 그만이다.

꼴에 희망을 품는다고 인내하는 모습이 유쾌할 뿐이었다.


“자 이제 마차를 옮······”


푸숙.


“커륵.”


순간.

입을 관통해 목을 뚫고 지나가는 화살 한 대.

안쪽으로 넘어가는 핏물에 말이 사라지고 흐느낌만 남았다.

한 차례 휘청거림을 남기고, 귀족이 넘어갔다.

쿵. 하는 울림에 얼어있던 얼음이 깨어지듯 갑작스럽게 소란이 번졌다.


“기습이다!!”

“기습!!”


외침은 이미 한 박자 늦었다.

화살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


기습은 빠르고 날카롭게 진행됐다.

하늘을 뒤덮은 화살에 십 수 명이 즉사.

방어를 성공한 이들조차 후속으로 들어오는 특공대에 그대로 쓸려나갔다.


“빌어먹을! 이 새끼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냐!?”

“그러게. 어디에서 튀어나왔을까.”

“······너!”


이방인을 이끌던 남자 앞에 재호가 나타났다.

단검으로 턱 끝을 찌르고, 물러서는 남자의 복부를 걷어찼다.


“비굴하게 거래를 하더군.”

“네놈 인간이잖아!”

“잊었나보군. 난 널 기억하는데.”


단검을 돌리며 재호가 연달아 공격했다.

손등, 팔목, 허벅지를 스치며 계속해서 상처가 생겼다.

일그러진 얼굴과 꽉 다문 입술.

재호는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를 묶어 노예로 팔았던 수많은 사람 중 하나.

잊을 수 없고 잊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


“크, 크윽! 우리가 팔았던 노예 중 하나냐!?”

“정답. 흘린 원한은 꼭 돌아오는 법이지.”

“닥쳐! 네놈 따위는 우리의 고충을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알 이유도 없다. 내게 있어서 네놈들은 날 노예로 판 쓰레기에 불과하니까.”


카앙.

불꽃이 튀며 단검이 남자 앞에서 맞물렸다.

보이지 않는 힘이 날을 붙잡아 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염동력.

비슷한 계통의 능력이었다.


“그래서 한다는 것이 이딴 짓이냐!? 이 거래를 망가뜨리면 게이트 쪽 사람들이 어찌 될 건지는 상상이나 해 봤어!?”

“그럼 노예로 팔려간 내 삶은 상상을 했냐?”

“넌 고작 하나에 불과했다!”

“그 하나가 너희 모두보다 중요하다.”


재호가 단검을 튕기고 뒤로 물러났다.

허리춤에서 뽑히는 건 세 대의 화살.

바람같이 시위에 먹인 뒤 남자에게 연달아 날렸다.

펑. 펑. 펑.

화살에 실린 마법이 장벽에 부딪히며 연달아 폭발했다.

충격으로 남자의 얼굴에 금이 갔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지.”


장벽이 흐려지는 건 그 무렵이었다.

재호는 화살을 한 대 더 쏘아붙이며 앞으로 달렸다.

남은 장벽이 화살이 깨어지고, 그 틈으로 몸을 날렸다.

서로의 속눈썹이 확인될 정도의 거리.

재호의 단검이 남자의 가슴팍에 박혔다.


“크, 크으윽······!”

“아픈가? 네놈들이 날 버릴 때도 비슷했는데?”

“개, 개새끼! 고작 그런 배신감 때문에 동포를 버리려는 거냐!?”

“너희가 날 버렸으니 내가 너희를 버리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을까?”


콰드득.

단검이 더욱 깊이 파고 들어갔다.

남자의 생명이 깜빡이고 있음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비, 빌어먹을······”

“서로 물어뜯자고. 그러다 살아남는 자가 좋은 놈으로 기록되는 거지.”

“미친 새끼······”


푸욱.

심장에 닿은 단검에 남자가 죽었다.

재호는 단검을 뽑지도 않은 채 남자를 그대로 바닥으로 밀어버렸다.

눈도 감지 않은 얼굴을,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죽고 죽이는 세상이라면 감수해야 할 감정.

피 냄새와 섞인 밤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


귀족이 끌고 온 수레는 전부 다섯대 분량이었다.

옷, 식량, 가죽, 모포 등 종류도 다양했다.

전부 수거해서 마을로 끌고 갔다.


“고,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그리고 이주민 쪽에서 끌고 온 수레.

그 안에서 구출한 건 도리안 족 여자 열명이었다.

도리안은 게이트보다 남단에 위치한 토착민족이다.

귀가 크고 팔다리가 길어서 엘프와 헷갈리는 사람도 많으나 이들은 주로 산에서 산다.

식성도 엘프와는 다르게 육식 위주다.


“도리안 족도 노예사냥에 휘말려서 숫자가 많이 줄었다고 하던데. 어쩌다 저들에게 잡힌 겁니까?”

“그게 엘프의 숲에 자유세력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

“숲에? 자유세력?”

“네. 얼마 전부터 그런 소문이 돌았어요. 그곳에 가면 노예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저희만이 아니라 꽤 많은 이들이 소문을 따라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음.”


소문이 퍼지는 건 좋지 않다.

아직은 많은 사람을 수용할 시설도 세력도 갖추지 못했으니까.


“어디에서 그런 소문이 퍼졌는지 알 수 있습니까?”

“그것까지는 저도 잘······”

“후우. 알겠습니다. 일단 마을에서 좀 쉬고, 다음 행선지를 고려해 보죠.”

“저, 저희를 쫓아내실 건가요?”


도리안 여자가 두려운 듯 물었다.


“고향은 남쪽에 있지 않습니까?”

“이제 와서 고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돌아가도 남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 숲에 남고 싶다는 말인가요?”

“허락해 주신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재호가 잠시 말을 아끼고 생각했다.

우선 적으로 생각난 옵션은 예전에 만났던 링컨.

그를 통해서 타국으로 망명을 시키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었다.

하지만 이는 어렵고 번거롭다.

또다시 습격을 받을 위험성도 높고.


“수용도 고려해야 하는 건가.”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거취 문제는 천천히 얘기하죠. 일단은 돌아가서 쉽시다.”

“네······”


엘프, 드워프, 요정, 늑대.

그리고 도리안 족.

점차 늘어나는 숫자에 재호는 신중해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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