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엘프를 수확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19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73,606
추천수 :
6,024
글자수 :
170,277

작성
20.06.07 20:00
조회
2,996
추천
109
글자
10쪽

거래

DUMMY

남은 적을 모두 정리했다.

진주라는 이름의 예언 능력자를 제외하고는 전부 목을 베었다.

굳이 살려두어서 탈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이 여자는 어떻게 할까?”

“잘 묶어두고 계속 감시해. 후에 심문할 테니까.”

“응.”


인원을 배치하고 돌아보니 마을은 엉망이었다.

밭도 엉망진창이고 기껏 만들어 둔 마을의 경계도 어그러져 있었다.

그나마 세계수였기 때문에 이정도.

단순 목책이었다면 마을이 통째로 불탔을 것이다.


“수고했다.”


재호는 바닥에 꿇어앉아 세계수를 다독였다.

손끝에서 비통함과 울분이 전해졌다.

아직은 뻗고 자라는 것이 전부인 세계수.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던 현실이 그들에게도 아픔이었다.


“각자 피해 상황을 전달해라. 부상자가 있다면 최우선으로 알리고.”

“재호, 이쪽에 부상자가 있어.”

“여기도 있다.”

“아직 숨은 붙어 있어.”


작은 부상부터 큰 부상까지.

저마다 다른 증상의 부상자들을 데려왔다.

사망자는 어쩔 수 없으나 부상자는 구할 수 있다.

재호는 모두를 구하기 위해 시드를 사용했다.

머리가 핑 돌고 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


“무리다. 아무리 신성이 높아졌다고 해도 이 수를 감당 할 수는 없어.”

“······그래도 해야 합니다.”

“너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야. 탓하려면 나를 탓해라. 내가 널 드워프들로 인도한 탓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니까.”


재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제안은 아스트라의 것이었으나 선택은 결국 스스로 했다.

지근거리에 이주민들이 있음을 알면서도 괜찮을 거라 자신했던 것도 자신이다.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건 스스로여야 했다.


“······빛?”


그러기를 몇 명이나 했을까.

갑자기 어디선가 희미한 빛이 스며들어왔다.

빛나는 알갱이 따위가 뭉쳐서 띠를 이룬 듯한 모습이었다.

허공을 빙글빙글 돌다 재호의 주변으로 모였다.


“이건 마소로군.”

“마소? 마소가 어디에서 온 겁니까?”

“······시체로군. 죽은 자들의 몸이 분해되어 마소 형태로 너에게 모인 것이다.”

“죽어서도 써달라는 걸까요.”

“신성의 부담은 마소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마음만은 분명 그런 것이겠지.”


재호가 눈을 감고 마소의 흐름을 받아들였다.

속삭임은 없었으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었다.

각각이 모두 생명이었다.

가슴 한쪽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바람대로.”


시드를 사용해 수확한 씨앗을 사방에 뿌렸다.

휘감던 마소가 비처럼 가라앉아 스며들었다.

땅이 들썩이고 싹이 순식간에 움텄다.


“이곳에 다시 생명을.”


거대한 나무가 솟구쳤다.


#


하루를 푹 자고 반나절을 더 누워 있었다.

시드를 과하게 사용한 탓에 피로회복이 더뎠다.

몽 등이 몸을 맞대어 회복을 도왔지만, 이번만큼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고열과 식은땀을 동반한 채 꼬박 앓아야 했다.


“재호, 이제 좀 괜찮아?”

“겨우 살아난 기분이야. 밖은 좀 어때?”

“재호가 씨를 뿌려둔 덕분에 다들 수확에 성공했어.”

“외부인은? 게이트 쪽 움직임은 없었어?”

“응. 안 그래도 백랑이 몇 명을 추려서 남쪽 경계를 순찰했어.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하더라.”

“다행이네.”


부축을 받아서 몸을 일으켰다.

새 학기 헬스장 3개월 끊고 운동 한 다음 날 같은 몸상태였다.

전신이 다 삐걱거렸다.


“아, 이제 일어난 거냐?”


부축을 받고 밖으로 나오자 아스트라가 가장 먼저 반겼다.

걱정한 흔적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겨우 살아났습니다.”

“그러니까 무리하지 말라니까. 신성을 무리해서 사용하면 네 본질 자체에 금이 간다. 그러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회복이 불가능해.”

“주의할게요. 다른 이들은 어디 갔어요?”

“그 인간 여자를 지키고 있다.”


아스트라가 허공을 붕 떠사 한쪽으로 날아갔다.

숲을 공격한 이주민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자.

소니아 하이나를 비롯, 많은 엘프가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재호. 괜찮은 건가요?”

“안색, 창백해.”

“괜찮아. 그 여자는 안에 있어?”

“네, 네. 그냥 말없이 앉아 있기만 해요.”


묵비권이라도 행사하는 걸까.

재호가 나무 발을 옆을 밀며 안으로 들어갔다.

겨우 몸을 누일 만한 공간.

흑발의 여자가 넝쿨로 묶인 채 앉아 있었다.


“네가 진주인가?”

“······그쪽이 이곳의 지배자로군요.”

“수호자다.”

“그거나 그거나. 어차피 이름만 다를 뿐 추구하는 건 같아요. 무엇을 알고 싶어서 절 이렇게 잡아 두었나요? 죽이려면 그냥 지금 죽이세요.”

“잘도 지껄이는군. 네가 무슨 독립투사라도 되는 것 같냐?”


재호가 그 앞에 앉자 진주가 눈을 떴다.

그녀의 눈동자는 보통의 사람과는 다르게 주변에 띠가 몇 겹으로 더 겹쳐져 있었다.


“인간······이군요.”

“그것도 몰랐나?”

“몰랐어요. 제가 읽는 건 어디까지나 흐름에 불과하니까요. 잠시의 불꽃이 우리에게 유리할 거라 판단했지만, 그 후의 폭풍은 읽지 못했네요.”

“읽어? 무슨 예언가라도 된다는 건가?”

“비슷해요. 하지만 자신의 운명은 읽지 못하니 엉터리 사기꾼이라 봐도 되겠군요.”


자조적인 목소리였다.

끌고 온 동료의 죽음에 책임감이라도 느끼는 걸까.

재호가 입술을 비틀었다.


“그런 능력이 있으면서 고작 숲을 약탈하는데 쓴다는 건가?”

“글쎄요. 그건 입장이 다르기 때문 아닐까요?”

“입장차이로 이런 침략이 이해되는 건 아니다만.”

“그쪽이 엘프의 수호자니 침략이라 칭할 뿐, 저희의 입장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에요.”

“그 쓰레기 같은 놈을 대장으로 세우고 말이냐?”

“그건······필요악이라 해두죠. 그의 성격이 좋지 않은 건 맞지만 과감하고 행동력이 있어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죠.”

“웃기지 마.”


재호가 진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결과를 위해서 수단을 정당화하는 짓 따위는 이미 예전에 몸으로 겪었다.


“······이해 못 하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쪽은 게이트에서 쫓겨난 입장이니 모두가 악인으로 보이겠죠. 하지만 우리도 결국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보통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을 팔아서 말이냐?”

“네. 그게 보통 사람입니다. 우리는 대단한 영웅도 위인도 아니죠. 당신 한 명을 포기해서 나머지가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겁니다.”

“더러운 변명이군. 그래서 그 생존이 침략으로 이어지는 거냐? 침략하지 않으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건가?”

“······”


진주가 처음으로 말을 잃었다.


“왜? 더이상 할 말이 없나?”

“만약······당신에게 침략해야만 낫는 병이 있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질문입니다. 당신에게 그런 병이 있다면 남을 해치고 그 병을 치료할 건가요?”


심리게임이라도 하자는 건가.

재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진주를 봤다.

하지만 그녀의 기색은 더없이 진지했다.

이 답에 많은 것이 달라질 것 같은, 그런 질문이었다.

재호가 잠시 고민하다, 답을 이었다.


“만약 그 병이 내게 국한된 일이라면 그냥 죽고 만다. 나 역시 살기 위해 아등바등 발버둥 치는 놈이지만 죄 없는 타인을 그냥 죽이면서 살아남고 싶지는 않아.”

“당신이 아니라 당신에게 가까운 사람이라면?”

“······그건 어려운 문제다.”

“그래요. 적어도 당신은 솔직한 사람이군요.”


진주가 길고 깊게 숨을 토했다.

애초에 살 마음 따위는 없었는데.

이 대담으로 생각이 바뀌는 것이 어쩐지 아이러니했다.


“게이트 내부는 현재 두 파벌로 갈라졌습니다. 한쪽은 최대한 수를 늘리며 주변을 탐색하자는 부류. 다른 한쪽은 능력을 사용해서 침략을 시작하자는 부류입니다.”

“너는 후자인가?”

“아뇨. 전 두 파벌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이었습니다.”

“중립? 근데 왜?”

“제 동생이 인질로 잡혀있거든요.”


그제야 재호는 진주의 질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기 전에 약속했습니다. 일이 성공하면 동생과 저에게 자유를 주기로.”

“그런 약속을 지켜 줄 거 같아?”

“그래서 동생과 또 다른 약속을 했습니다. 성공해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목숨을 걸고 탈출하자. 혹시 실패하면 운명이라 받아들이고 죽자. 그렇게 약속했습니다.”

“······”


단순히 말뿐만인 약속은 아니었다.

재호는 진주의 목소리에서 그것을 읽었다.


“이건 변덕입니다. 아니면 죽기 싫은 투정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래도 당신이 무언가 다른 사람이라면 한 가지 기대를 걸어보고 싶습니다.”

“무엇을 말이냐?”

“제 동생을 구해주세요.”

“내가? 득 없는 일에 나설 사람으로 보였나?”

“아뇨. 그게 아니기에 기대를 거는 겁니다. 만약 당신이 제 동생을 구해 올 수 있다면, 이주민들의 핵심 거래 루트를 당신께 알려드리겠습니다.”

“지역 귀족과의 거래 루트 말이냐?”

“네. 현재, 대부분의 물자는 이 루트를 통해서 충당하고 있습니다. 이게 막힌다면 현재의 게이트 지배 구조도 붕괴되겠죠.”

“그렇게 되면 게이트의 인간들도 피해를 볼텐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가 이기적이라면, 그 이기적인 마음을 또 먹는다고 다를 건 없겠죠.”


과감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독하다고 해야 할까.

재호는 눈앞의 여자가 보통이 아님을 직감했다.


“어떻습니까? 제 제안을 받아들일 건가요?”

“난······”


장고 끝에 악수 두는 법.

재호의 입이 곧바로 열렸다.


작가의말

덥네유..다들 더위 조심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엘프를 수확하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2 새로 가는 길 +9 20.06.19 1,813 84 9쪽
41 용언 +6 20.06.18 1,506 81 8쪽
40 보약 한 첩 +7 20.06.17 1,626 89 8쪽
39 달의 아이 +3 20.06.16 1,747 76 9쪽
38 선물 +5 20.06.15 1,884 69 9쪽
37 토목공사 +8 20.06.14 2,011 67 9쪽
36 잠입루트 +6 20.06.13 2,184 82 8쪽
35 산 넘어 산? +4 20.06.12 2,254 90 8쪽
34 구해줫더니 +7 20.06.11 2,489 97 9쪽
33 거래 +4 20.06.10 2,557 91 9쪽
32 복수는 차갑게 +7 20.06.09 2,698 104 9쪽
31 미래의 하렘왕? +11 20.06.08 3,013 118 10쪽
» 거래 +13 20.06.07 2,997 109 10쪽
29 역공 +8 20.06.06 3,036 138 10쪽
28 습격 +5 20.06.05 3,110 131 9쪽
27 인간 비료 +6 20.06.04 3,278 133 9쪽
26 마법사 +9 20.06.03 3,370 126 9쪽
25 플랜 A +3 20.06.02 3,594 121 9쪽
24 거래 성사 +2 20.06.01 3,774 133 10쪽
23 초보존인가 +5 20.05.31 4,043 135 9쪽
22 큰그림의 아스트라 +7 20.05.30 4,294 165 9쪽
21 드래곤 하나 +8 20.05.29 4,407 152 9쪽
20 파멸의 아이 +5 20.05.28 4,269 156 11쪽
19 드래곤 폴 +12 20.05.27 4,345 164 9쪽
18 엘프 진화 +5 20.05.26 4,472 153 9쪽
17 억울하면 현질하든가 +6 20.05.25 4,414 158 9쪽
16 프리덤 +2 20.05.24 4,491 146 9쪽
15 레토나 +7 20.05.23 4,626 166 8쪽
14 요정 여왕 +5 20.05.22 4,773 167 10쪽
13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10 20.05.21 4,680 15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마지막한자'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