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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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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엘프를 수확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19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73,004
추천수 :
6,024
글자수 :
170,277

작성
20.06.04 20:00
조회
3,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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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글자
9쪽

인간 비료

DUMMY

마법사는 죽고 남은 리자드맨은 모두 도망갔다.

갱도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소수였다.

남은 드워프로 충분히 상대가 가능한 숫자.

재호는 시체를 모두 비료로 돌린 뒤, 마법사의 소지품을 뒤졌다.

시약과 몇 개의 금화.

그리고 빛 바란 책 두 권이 전부였다.


“이건 실험일지와 마법서구나.”

“어딘가 쓸 곳은 있겠죠. 챙겨 둬요.”

“드래곤인 내가 있는데 이게 뭐가 필요하겠냐?”

“드래곤의 힘과 인간의 마법이 같아요?”

“그렇지는 않지.”

“그럼 필요하죠. 담아둬요.”


필요한 걸 모두 챙기고 돌아왔다.

드워프는 반절 정도로 줄어든 상태였다.

이곳저곳 부상입은 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껄껄 웃으며 맥주잔을 부딪쳤다.

슬픔보다는 기쁨을 택하는 종족이었다.


“마법사와 킹라자드맨을 처리했습니다.”

“하하하. 놈들이 꽁무니를 뺄 때부터 알아봤다. 과연 드래곤을 대변하는 인간이구나.”

“운이 좋았습니다. 피해는 어때요?”

“몇 놈 죽었지만, 살 놈은 살았다. 그래도 씨가 될 놈들은 여기 이렇게 있으니 망할 걱정은 덜어도 되겠지.”


늙은 드워프는 벌겋게 달아오른 코로 웃었다.

참 대책 없는 종족이구나, 재호는 그리 생각했다.

그래도 그런 뒤 없는 긍정이 마냥 나쁘지는 않았다.

덥석덥석 건네는 맥주를 홀짝이며 피로를 적셔갔다.

셈하고 따질 건 아직 많았지만 귀찮았다.


“재호, 이거 맛있다!”

“헤헤. 머리가 핑핑 돌아요.”

“술······”


승리는 축배로 만끽했다.


#


날이 밝고 엉겨 붙은 몽 등을 떼어냈을 때.

재호가 부스스한 머리를 털며 밖으로 나왔다.

미뤄 두었던 일을 할 때였다.


“이 마나석 말입니다. 조만간 터진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갱도 중앙에 박힌 거대한 마나석 덩어리.

마법사는 이를 쓰레기라 불렀었다.


“일단은 그렇다고 봐야겠지. 이 갱도 아래쪽에는 마나맥이 흐른다네. 강력한 힘의 지류지. 그렇기에 광석에 마나가 깃들고 마나석이 만들어진다.”

“터진다는 건 그럼?”

“고름을 짜는 거라고 보면 족하려나? 지속적으로 채광을 하지 않으면 쌓인 마나가 결국 폭발하고 마네. 우리 드워프들은 본능적으로 그런 기운을 느끼고 땅속으로 스며들지.”

“본능이라.”

“대자연의 법칙이겠지. 이 세계의 종족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니까.”


대책 없는 종족인가 싶었더니 나름의 역할은 있었다.

리자드맨으로 드워프의 수가 줄자, 마나역시 해소되지 못하여 부풀어 오른 것이다.

그냥 방치한다면 펑, 하고 터지겠지.

재호가 심각한 얼굴로 마나석을 바라봤다.


“이거 당장 채광 들어가면 터지기 전까지 시간 맞출 수 있겠어요?”

“무리다. 이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면 한 번 터지고 난 뒤에 자리를 잡는 편이 낫지.”

“갱도가 남아날 거 같나요?”

“아마 같이 날아가겠지.”

“그쪽 집 아닙니까?”

“하하. 집이 없으면 또 파면 그만이지. 리자드맨 놈들도 몰아냈으니 이젠 걱정 없네.”


그리하면 다음 채광이 언제일지 장담이 어렵다.

대책 없는 드워프들, 재호가 속으로 욕했다.

마냥 기다리자고 이 위험을 감수한 건 아니었다.


“거기, 그쪽 놀고 있는 드워프들 전부 이리 와봐요.”

“응? 뭐 하려고 그러나?”

“터지기 전에 바람 좀 뺄까 합니다. 이렇게 큰 건 상상도 안 해 봤지만······마냥 웃을 성격은 아니라서.”

“오. 그렇다면 우리도 돕지.”


드워프 몇을 지원받아서 마나석 쪽으로 갔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컸다.

단순히 몇 덩어리 파낸다고 될 양이 아니었다.

아주 깊은 곳까지 단단하게 엉켜 있었다.


“몽, 내 허리에 줄을 감아서 고정해 줘.”

“응. 응? 허리에 줄은 왜?”

“지반이 무너져서 가라앉으면 구해야 할 거 아니냐.”

“위험해? 위험하면 그냥 버리고 가자.”

“들인 노동력이 아까워서라도 그렇게는 못 하지.”


걱정스러운 몽을 다독이고 허리에 줄을 감았다.

위에서 아래로 마나석을 비료화 하면서 떨어질 계획이었다.

배가 팽팽 당기는 기분이 영 불쾌했다.


“그쪽 드워프들은 마나석 빠지고 난 자리를 정리해 주세요. 할 수 있죠?”

“글쎄다. 이렇게 매달려서 작업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좀 하라면 합시다. 자꾸 불평하면 맥주고 뭐고 전부 압수해서 일만 시키는 수가 있어요.”

“하, 하면 되지 않나!”


부려먹는 건 또 쉽다.

재호가 행보관의 얼굴을 한 채 마나석 쪽으로 뛰었다.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몸이 마나석에 닿았다.

차갑고 뜨거운, 이율배반적인 촉감이었다.

조각낸 마나석과 원석은 느낌부터가 달랐다.


“작업 들어갑니다.”


드르르륵.

아니, 부스스.

재호가 비료를 쌓기 시작했다.


#


파고파고 계속 파 들어갔다.

하지만 이 광석의 규모라는 것이 손대서 처리할 수준을 아득하게 넘어섰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을 해도 빙산의 일각이었다.

덩달아 따라 내려갔던 드워프들도 지쳐서는 줄에 매달린 채 맥주를 홀짝였다.

참, 그것도 재주인가 싶었다.


“이 정도 했으면 그만하고 올라가지?”

“갱도 버리고 가자 이겁니까?”

“어차피 한 번 터지고 나면 처리될 일이야. 리자드맨도 없으니 전보다 더 빨리 팔 수 있다고.”

“쯧. 좀만 더 해보고 안된다 싶으면 그리합시다.”


결국 재호도 타협안을 손잡았다.

안 되는 일에 계속 매달리는 것도 어리석다.

아쉬움은 뒤로 해고 물러나야 할 것 같았다.

깊은 한숨을 푹 쉬고.

마지막 작업이라는 느낌으로 마나석을 쥐었을 때였다.


“······어?”


무언가 바스슥, 부서지는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그건 광물을 비료로 만들 때의 부스럭거림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작은.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었다.

솜털에 닿는 바람, 뺨에 가라앉는 먼지.

코끝이 간질거리고 재채기가 나올 것 같은 가벼운 느낌이었다.

이게 대체 뭘까?

재호가 소리를 쫓아 귀를 쫑긋거렸다.

땅울림을 듣게 된 덕분일까.

어쩐지 그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아. 이건가?”


소리가 닿은 건 어딘가 단단한 덩어리.

부드러운 가루 같은 흐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영역이었다.

어쩐지 잡고 부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파스슥―!


그러자, 무언가 일제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가루. 아니, 가루보다 더 작은 먼지 알갱이 따위가 주변으로 확 피어올랐다.

사방이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예쁘다.

문득 그런 생각으로 시선을 빼앗기던 찰나.

우르륵, 하는 둔탁한 굉음과 함께 몸이 덜컥 가라앉았다.


“당겨!!”

“빨리 위로 당겨!”

“놓지 마!”


그리고 몽 등의 다급한 비명이 뒤를 이었다.

재호가 깜빡,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인지했다.

사방 모든 곳에서 회백색의 광석들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몽이 재빨리 줄을 당기지 않았으면 같이 쓸려갔을 것이다.


“재호, 갑자기 어떻게 된 거야!?”

“······방금. 방금 마나석이 무너진 거야?”

“응. 재호가 마나석의 마나를 뽑아가자 죄다 균열이 가면서 무너졌어.”

“마나를 뽑아?”

“푸른색 물결을 못 봤어? 재호가 마나석에 마나를 뽑아간 거잖아.”


푸른 물결은 기억한다.

그게 마나였다는 걸까.

재호가 눈을 깜빡이며 마나석이 있던 곳을 돌아봤다.

큰 구덩이 아래로 회백색 광석과 돌 등이 뒤엉켜 있었다.

그 깊이가 어마어마하게 깊었다.


“설마, 전부 사라졌어?”

“응. 저 아래 마나석까지 전부.”

“이게 뭔 일이래?”

“뭔 일이고 뭐고 네놈 신성이 아주 겁 없는 곳까지 올라가는 모양이다.”


마지막 답은 아스트라의 것이었다.

그는 꽤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방금 그게 뭔지 알아요?”

“알다마다. 일종의 마소화다.”

“마소화?”

“그래. 모든 존재에 담긴 마나를 가장 순수한 상태로 정제하는 걸 의미한다. 이건 드래곤이 탈피를 할 때. 혹은 상위 존재의 경우에서만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지.”

“상위존재라 하면 신 같은?”

“어처구니없는 거다. 아무리 엘프의 상황이 다급하다고 한들, 이런 것까지 내리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아.”


아스타라는 불만에 가까운 말을 쏟아냈다.

그는 재호에게 의탁하고 종을 맡긴 입장.

하지만 상위 존재와 그렇지 않은 존재의 차이는 견지하고 있었다.

신성이 이정도까지 인간에게 주어진다면.

그다음은 또 뭐가 될지, 가늠이 어려웠다.


“······뭐, 대단한 거라는 건 알겠고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된 건데요?”

“네가 사용하는 비료라는 것도 결국에는 존재를 갈아서 마소에 섞는 것에 불과하다. 탁한 거지.”

“등급 낮은 비료라 이거군요. 그럼 이번엔?”

“순수한 마소만 뽑아냈다. 이는 정령계의 정령과 비슷한 수준이지. 네 몸 구석구석에 전부 스며들었다.”

“비료가 말이죠? 어떻게 뽑아냅니까?”

“숨은 어떻게 쉬냐?”

“자연스럽······”


재호가 말을 멈추고 손을 들어 올렸다.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푸른 실타래가 손끝에서 새어 나왔다.

그것이 마소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인간비료군요.”

“······그렇다고 치자.”


재호의 감탄에 아스트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 초월적인 현상이 재호에게는 그저 비료일 따름이었다.

차라리 이편이 나을지도.

비료네 비료.

조용히 수긍했다.


작가의말

농사는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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