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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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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엘프를 수확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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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19 20: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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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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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4
글자수 :
170,277

작성
20.05.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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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드래곤 하나

DUMMY

엘프를 동원해서 구덩이는 덮어 두었다.

숲에 흔적을 남겨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반경이 꽤 넓었지만, 엘프 숫자는 그보다 많았다.

소대 셋이 동원되어 흙을 옮기고 덮고 반복하자 몇 시간 안 되어 전부 정리되었다.

이래서 행보관이 작업을 좋아하는 걸까.

깔끔해진 바닥을 보며 재호가 흡족해했다.


“재호, 드래곤 씨앗은 어떻게 할 거야?”

“일단은 심어야 하지 않을까?”

“드래곤을? 그냥 씨앗으로 두면 안 될까?”

“그래도 약속을 했잖아. 약속을 저버리는 인간은 되고 싶지 않아.”


위험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게다가 도와준 대가도 받기로 했다.

손해 보는 장사 따위는 할 생각이 없었다.


“생각보다 발아는 빠르겠는데?”


드래곤 씨앗을 마을로 가져와 심었다.

작아졌기 때문일까.

최종 열매까지의 비료량이 그리 많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잘해봐야 반 포대.

드래곤이라는 개체의 힘을 고려하면 적은 양이었다.


“응? 저건 알이잖아.”

“요정하고 비슷하네?”


드래곤은 요정하고 비슷하게 알로 부화했다.

다만, 엘의 경우와는 다르게 개체는 하나였다.

씨앗을 심은 곳 위에 알만 덩그러니 생겼다.

쩌저적.

그것도 오래가진 않았다.

알 표면이 급격히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툭툭 부서졌다.

재호가 마른 침을 삼키며 지켜봤다.

강한 척 하려 해도 상대가 드래곤이라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캬아!”

“······”


하지만 알을 깨고 나온 드래곤이 손바닥만 하다면.

작고 귀여운 혀를 날름거리며 라이터 불꽃 같은 걸 뿜고 있다면.

있던 두려움도 쏙 들어갈 뿐이었다.


“키아앗! 이게 무엇이냐!?”


껍질 밖으로 나오다 날개가 끼어 바동거리는 드래곤을 손으로 슬쩍 집어 들며.

재호가 다시 태어난 드래곤.

그러니까 아스트라와 재회했다.


#


아스트라는 아장아장 걸었다.

몸보다 커다란 날개가 자꾸 바닥에 끌렸다.

화가 난 듯 푸르륵 날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몸이 무거운지 이내 가라앉았다.

숨을 씩씩 몰아쉬고는 화를 내다 뒤로 고꾸라졌다.

엉덩이가 무거운 체형은 눕는 것에 더 어울렸다.


“어째서 내가 이 모습이 된 거냐!?”


왈칵 화내는 아스트라를 보며 재호는 볼만 긁적였다.


“능력을 봉인한 상태로 발아가 된 거 같네요.”

“봉인은 내가 직접 했다. 푸는 것도 내가 할 수 있어야 해! 근데 왜 풀리지 않는 거냐!?”

“그것까지는 저도 잘······”


짐작만 할 뿐 명확한 해답은 그에게도 없었다.

애초에 드래곤에게 시드가 먹힌 것부터 규격 외.

발아를 하고 알 상태로 깨어난 과정 자체가 전부 미지수였다.


“으으. 빌어먹을 마녀. 이걸 다 보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았구나.”

“마녀? 누구를 말하는 거죠?”

“별의 마녀. 앙헬이다. 멸망의 아이를 피하게끔 날 이곳으로 인도한 마녀지.”

“뭔가 복잡한 이야기군요.”

“어차피 네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드래곤의 답이 재호의 바람과 일치했다.

복잡한 이야기 따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 네놈. 무슨 수로 파멸의 아이에게서 날 숨긴 거냐?”

“씨앗으로 만들었습니다.”

“씨앗? 킁킁. 그러고 보니 네 몸에서 세계수의 냄새가 나는구나. 엘 드리안의 신봉자인가?”

“엘 드리안?”

“뭐야. 엘프를 끼고 사는 놈이 엘프의 신인 엘 드리안을 모른다는 거냐?”


오자마자 노예 신세에, 다음에는 죽어가는 노파의 부탁으로 수호자가 됐을 뿐이다.

신의 이름 따위는 물어볼 틈도 없었다.


“하긴, 엘프도 우리 드래곤 만큼이나 사정이 좋지 않았어. 신성을 도박장 주사위 마냥 던지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게 무슨 소리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인류 제국. 우월종 사업. 들어본 적이 없는 거냐?”

“죄송합니다만, 저는 게이트를 넘어서 온 사람이라.”

“아. 이방인이로군. 그렇다면 이해가 가는구나.”


주먹만 한 고개를 끄덕이며 아스트라가 납득했다.


“간단히 말하마. 인류 제국. 흔히 제국이라 불리는 곳은 인간을 대륙의 유일한 지배종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엘프, 드워프, 노움. 심지어 우리 드래곤까지. 모든 종을 사냥하고 노예화 하고 있지.”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가능하지. 인간의 신이 미쳐서 날뛰고 있으니까.”

“인간의 신?”

“종은 저마다의 신을 두고, 그에 따라 신성을 발휘한다. 대륙의 각 종은 저마다 알맞은 범위 내에서 이를 조율해서 살았지. 인간이 미쳐서 날뛰기 전까지는.”


재호로서는 처음 접하는 정보였다.

애초에 이쪽 세계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적었다.

살기 급급해서 하루하루를 버텼을 뿐이니까.


“네가 맞닥뜨린 파멸의 아이도 그 중 하나다. 인간의 신성을 집약한 괴물. 드래곤을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진 병기다.”

“그렇게 무서운 존재입니까?”

“무섭지. 적어도 드래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악몽과 같다. 놈에게 추적을 당한 드래곤은 숨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그저 한없이 쫓기다 온몸이 낭자 되어 고깃덩이가 되는 것이 전부지.”


후드 속의 그 인물이.

재호는 선뜻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스타라의 얼굴에 서린 공포는 더없는 진실이었다.


“······응? 그러고 보니 내 몸에서 더이상 향이 나지 않는군. 네가 지운 건가?”

“향? 무슨 향 말인가요?”

“파멸의 아이가 표식으로 삼는 향이다. 수백키로미터가 떨어져 있어도 그 향을 쫓을 수 있지.”

“아. 드래곤 냄새라고 하던. 하지만 이곳에 없다고 하니까 믿었습니다. 씨앗이 되면서 냄새도 같이 날아간 것이 아닐까요?”

“호오. 그거 놀라운 재주로군.”


아스트라는 뒤뚱거리며 날개를 펼쳐봤다.

냄새가 나지 않음을 다시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확실히 향은 사라져 있었다.


“이런 재주가 있으니 그 마녀가 찾으라는 거였군. 엘 드리안이 네게 준 힘인가?”

“뭐······대충 그렇죠. 씨앗으로 만들어서 열매처럼 수확할 수 있어요.”

“수확이라. 재미있는 방식이군. 과일나무처럼 여럿씩 열렸다면 더 좋았을 뻔했지만.”

“어. 가능하긴 해요.”

“응?”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씨앗 하나로 여럿을 수확할 수 있어요.”


아스타르는 눈을 깜빡이다 말고 날갯짓을 했다.

푸드득. 힘껏 날아오다 재호의 코끝에 충돌했다.

쿵, 떨어지는 소리도 제법 컸다.

하지만 이내 다시 일어나서 달려왔다.


“정말이냐!? 정말로 하나에서 여럿을 얻을 수 있냐!?”

“자, 잠시만요. 지금까지는 그랬다는 거예요. 드래곤은 저도 처음이라서 확실하지 않아요.”

“확인해라. 무슨 방법을 쓰든 확인해라.”

“그건······”


억지, 라는 말을 재호가 삼켰다.

아스트라의 강압 때문이 아니었다.

눈빛에서 느껴지는 간절함.

절실한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후우. 잠깐, 실례 좀 할게요.”


바동거리는 아스트라를 안아 들었다.

시드를 사용하기 위한 빛은 느껴지지 않으나, 접촉이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어떤 느낌이 뇌리를 관통하고 지나갔다.


“드래곤은 자신의 힘을 나누어 알을 만드는 방식으로 자손을 이어가나요?”

“맞다. 우리는 오랜 시간에 걸려서 몸 안에 알을 만든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렇게 낳은 알조차 부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매우 자손이 귀하지.”

“어쩌면······제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말이냐?”

“겹겹이 쌓인 봉인 말이에요. 그걸 시드로 돌릴 수가 있을 것 같아요.”

“봉인을?”

“네. 봉인 하나하나를 개체로 보고 시드를 쓰는 거죠. 그러면 힘을 되찾는 건 무리겠지만, 개체를 늘릴 수는 있어요.”


아스트라의 현재 상황이 압축이라면, 시드의 힘으로 이걸 풀어서 각개 파일로 돌리는 것이다.

개별적인 용량은 줄겠지만, 숫자는 늘어난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거냐?”

“지금은 무리에요. 봉인에 시드를 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역량이 필요해요. 아쉽지만 지금은 힘이 부족하네요.”

“그 힘은 어찌 갖출 수 있지?”

“지금까지는 흩어진 엘프를 구해서 뿌리를 잇는 거로 늘려갔어요.”

“흩어진 엘프를 구하기만 하면 된다 이거지?”


아스트라는 자기 종의 마지막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필사적으로 파멸의 아이를 피해서 도망쳤던 것이기도 하다.

헌데, 지금 종의 부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건 별빛 섬 드래곤.

아니, 모든 드래곤을 대변하여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업이었다.


“무엇이든 내게 말해라. 명령이라도 좋다. 네가 우리 종을 부활시킬 수만 있다면 노예가 돼서라도 따라주마.”

“약속은 이미 했잖아요. 최대한 돕기로.”

“하지만······”

“그거면 충분해요. 전 노예가 싫어서 이곳까지 온 사람이에요. 그 굴레를 남에게 씌울 수야 없죠.”


아스트라의 날개를 흔들며 재호가 약속했다.

어차피 엘프도 재호 자신도 기댈 곳 없는 처지였다.

종의 마지막이라는 아스트라의 마음을 외면할 정도로 각박하진 않다.


“그대는 명예로운 인간이다. 나, 아스트라가 드래곤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우리 드래곤은 영원토록 그대의 친구가 될 것이다.”

“마을에 온 걸 환영해요, 아스트라.”


엘프 마을에 드래곤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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