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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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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엘프를 수확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19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73,007
추천수 :
6,024
글자수 :
170,277

작성
20.05.28 20:00
조회
4,255
추천
156
글자
11쪽

파멸의 아이

DUMMY

맛 좋은 드래곤 구이 팝니다.

팻말에 글자 끄덕이고 장사를 열 건 아니었다.

펄펄 끓는 아지랑이 사이로 보아도 드래곤은 아직 죽지 않았다.

숨은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가슴 부근도 오르내렸다.

깨어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재호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몽. 엘프의 기억 중에 드래곤에 관한 것이 있을까?”

“드래곤? 갑자기 드래곤은 왜?”


아직 다 올라오지 않은 몽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직은 구멍이 속 존재가 드래곤임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말해봐. 드래곤이 갑자기 숲을 공격한다는 가정으로. 대응법이나 그런 게 있을까?”

“설마 그 안에 있는 거 드래곤이야?”

“쉿. 목소리 크게 하지 말고. 있어, 없어?”

“있긴 한데······듣고 싶지 않을걸?”


몽이 똥 씹은 얼굴로 답을 대신했다.

엘프 역사에 남은 드래곤의 기억은 처참했다.

운이 좋으면 숭배의 대상으로, 나쁘면 불타는 숲과 세계수의 비명으로.

납작 엎드리는 것 말고 대응해 본 기억은 없다.


“우리 무기로 어떻게 할 존재는 아니라 이거지?”

“응. 만약 그게 드래곤이 맞다면.”

“맞을 거야. 이렇게 생긴 게 드래곤이 아니라면 소설 출판사들을 전부 고소해 버릴 테니까.”


구덩이 안을 내려다보며 재호가 한숨을 토했다.

거리가 있음에도 드래곤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비닐이나 두꺼운 가죽은 또 어떤가.

하늘에서 유성처럼 낙하했음에도 찢긴 부위는 보이지 않았다.

단순한 낙하 충격으로 기절해 있을 뿐······


“잠깐만.”


생각을 잇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

그렇게 대단하고 튼튼한 드래곤이 단지 낙하했다고 이 모양일까?

게다가 하늘에서 봤던 그 섬광.

불꽃놀이를 한 것도 아니고 이유 없이 발생했을 리는 없다.

무언가 드래곤을 낙하시킨 이유가 존재했다.

예를 들어······


“컥!”


순간 검고 거대한 살덩이가 재호를 옭아맸다.

숨이 콱 막히고 온몸이 으깨지는 기분이었다.

‘재호!!’ 아래에서 보던 몽이 깜짝 놀라서 튀어 올랐다.

주먹을 내지르고 단검을 휘두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살덩이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당연했다.

이 빌어먹을 살덩이가 바로 드래곤의 꼬리였으니까.


“크르르르르······”

“······”


재호는 꼬리에 묶인 채 구덩이 안으로 끌려갔다.

커다란, 그리고 검붉은 눈동자가 그를 맞이했다.

생물의 눈이 이렇게 두려운 건 처음이었다.

깜빡임조차 없는 눈동자는 세상의 모든 흉포함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재호는 숨도 못 쉰 채 바라보기만 했다.


“인간. 날 도와라.”

“네?”


하지만 그 드래곤의 입에서 나온.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디서 나온 건지 이해되지 않는 목소리는 의외의 말을 했다.

도우라는 말.

머리를 아작아작 씹은 뒤 후식으로 백랑을 구워 먹을 것 같은 드래곤이 그리 말을 한 것이다.


“운명의 별을 쫓아서 왔다. 인간, 네게 날 도울 방법이 있다. 그러니 날 도와라.”

“제, 제게 당신을 도울 방법이 있다고요?”

“서둘러라. 파멸의 아이가 날 발견한다면 육체를 찢고 영혼을 집어삼키고 말 것이다.”

“······”


재호는 묘하게도 침착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드래곤의 목소리에 깃들어 있는 건 놀랍게도 두려움이었다.

삼층 건물도 씹어먹을 것 같은 드래곤이 무언가를 두려워하여 도움을 청한 것이다.

대체 무엇을?

아니, 어떻게?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모른다. 하지만 운명의 별은 나를 네게 인도했다. 날 파멸의 아이로부터 숨겨 줄 방법이 있느냐?”

“숨긴다면······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당신이 너무 커요. 제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떠오른 건 당연히 시드 능력.

하지만 능력을 사용하기에는 드래곤이 지나치게 컸다.

눈이 뽑히도록 노려봐도 빛은 나지 않았다.


“작아진다면. 힘을 줄일 수 있다면 가능한 것이냐?”

“엘프 수준까지라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만.”

“엘프. 이해했다.”


드래곤은 짧게 수긍하고 난 뒤 크게 울었다.

공사판 드릴소리와 유사했다.

땅부터 덜덜덜 떨리더니 드래곤 표면 전체가 검붉은 빛으로 휩싸였다.


“허.”


그러기를 십여 초 정도.

거대 유성 사이즈였던 드래곤이 몽 정도의 크기로 바뀌었다.

이 정도면 압축공정 1000%는 족히 만족할 결과였다.

이것이 마법인가.

재호가 뻐끔거리고 있자 작아진 꼬리가 등을 찰싹 후려쳤다.

크기는 작아도 힘은 억셌다.


“오래 유지할 수는 없다. 날 도울 수 있는가?”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어서 도와라.”

“······”


네, 하고 움직이려던 재호가 멈칫했다.

이건 게이트 이전 노비처럼 살아온 회사원의 본능이었다.

사회생활에서 순수한 호의 따위는 사치.

상대가 드래곤이라 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당신을 도와주면 어떤 이득이 있습니까?”

“······인간. 드래곤과 인간의 차이를 기억해라.”

“하지만 당신은 누군가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즉, 당신을 돕는 건 저에게도 부담이라는 말. 이걸 대가 없이 치르라는 겁니까?”

“지금 당장 널 죽일 수도 있다.”

“절 죽이면 당신을 도울 사람도 없습니다만.”


묘할 정도의 배짱이었다.

전생의 노비생활이 그렇게 심각했었나.

재호는 속으로 곱씹으며 드래곤을 응시했다.

크기가 작아진 덕분인지 더욱 두려움이 없었다.


“크르르. 그 마녀가 말 한 것이 이것인가.”

“마녀?”

“됐다. 날 돕는다면 나 역시 널 돕겠다. 그것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이리하면 만족하겠느냐?”

“역시 드래곤 답게 배포가 크군요.”

“서둘러라. 파멸의 아이가 도착하면 이런 약속 따위는 무의미하다.”


배짱은 충분히 부렸다.

재호가 작아진 드래곤에게 손을 올렸다.

이미 크기가 줄어든 시점부터 희미하게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름.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아스트라. 별빛 섬, 마지막 남은 드래곤이다.”

“······절 부정하지 마세요.”


재호가 빛을 머금었다.


#


씨앗이 된 아스트라를 보며 재호가 숨을 골랐다.

수십, 수백.

아니, 그보다 더 많은 봉인으로 힘을 줄인 덕에 간신히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버거워 머리가 핑핑 돌았다.


“드래곤, 드래곤은 어디 갔어!?”


뒤늦게 구덩이 밑까지 내려온 몽이 사방을 훑었다.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거칠었다.

아무것도 못 하고 밀린 자신이 불만인 모양이었다.

재호가 ‘드래곤이잖아.’라는 말로 다독였다.

그런 존재가 상대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올라가자. 엉망이 된 마을도 정리해야 하고.”

“으으. 마음에 안 들어.”

“나중에 열매로 돌아오면 그때 혼내주던가.”

“······”


자각은 있나 보다.

입술만 비죽일 뿐 혼내준다고 장담은 안 한다.

상대가 드래곤이라면 당연히 무리겠지.

괜히 돌부리만 걷어찼다.

툭. 툭. 데구르르······

구르는 소리가 이어지다가 한순간 멈췄다.


“응?”


재호가 고개를 빠끔 들었다.

깊게 파인 구덩이 언저리.

얼굴 반절을 가린 후드 차림의 인물이 가만히 서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묘한 차림에 기묘한 느낌이었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터라 이질감이 더했다.

저 사람이 ‘파멸의 아이’인가.

재호는 문뜩 그리 생각했다.


“드래곤.”


목소리는 굉장히 작았다.

희미한 속삭임 같았다.

집중하지 않으면 듣기 어려울 정도.

하지만 재호는 이상하리만치 그 소리를 명료하게 들었다.


“누구십니까?”

“나. 파멸의 아이······”


후드 차림의 인물은 말끝을 흐리며 후드를 당겼다.

마치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재호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파멸의 아이’가 설마 저 사람이란 맞는 걸까?

잘 매치가 되지 않았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드래곤. 드래곤을 찾아왔어.”

“드래곤은 왜 찾으시죠?”

“죽여야 해.”


마지막 말은 다른 말보다 선명했다.

그리고 재호는 그 말에서 어떤 확신 같은 걸 느꼈다.

벌어질 일이 아닌, 벌어진 일에 대한 확신 수준.

후드 차림의 인물은 드래곤의 생사에 대해서 완벽한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재호는 이 부분에서 수긍했다.

이 사람이 드래곤이 말 한 파멸의 아이다.

유치하고 웃기지도 않는 이름의 주인공이었다.


“죄송하지만 드래곤은 여기 없습니다.”

“······냄새가 나.”


후드 차림의 인물이 순식간에 재호 앞에 나타났다.

빠른 몸놀림 같은 게 아니었다.

공간과 공간 사이를 그대로 넘어버렸다.

몽이 경계하며 그 앞을 막아섰다.


“몽, 괜찮아. 저분이 뭔가 착각을 한 거야.”

“착각 아닌데. 여기서 드래곤 냄새가 나.”

“그야 당연하죠. 조금 전에 드래곤이 여기에 처박혔으니까요. 근데 지금은 가고 없어요.”

“가고······없어?”


살짝 곤혹스러운 목소리.


“저희야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드래곤을 막을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 드래곤 나한테 맞았는걸. 멀리 갈 힘이 있었을 리 없어.”

“어쩌면 빗나간 거 아닐까요?”

“빗나가?”

“네. 살짝 스쳐서 맞았든지.”

“내 실수야?”

“누구나 가끔 실수를 하곤 하죠.”


후드 차림의 인물이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봤다.

실수인가, 아닌가에 대해 고민하는 눈치였다.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호는 드래곤이 ‘파멸의 아이’라며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기억한다.

방심하지 않았다.


“실수하면 혼나는데······”

“혼나요?”

“응. 파멸의 아이는 실수를 하면 안 되거든. 분명 혼날 거야.”


이 모습 역시 그 두려움의 일면일까?

재호는 살짝 흔들리는 마음을 부정하지 못했다.


“저기, 그······저희는 도움을 받았어요.”

“응?”

“드래곤 말이에요. 그쪽 분이 쫓아내 주신 거죠?”

“응. 내가 했어. 근데 죽이지는 못했나 봐.”

“그래도 덕분에 저희는 드래곤을 무사히 피해 갈 수 있었어요. 이런 거면 실수라도 괜찮지 않을까요?”


동생이 떠올라서일까.

몇 마디 덧붙이는 걸 참기가 어려웠다.


“실수라도······괜찮아?”

“가끔은 그래도 되죠. 누군가 다친 것도 아니고.”

“응. 그래. 괜찮다고 말해줄지도 몰라.”


주억거리는 머리를 다독일 뻔 한걸 겨우 참았다.

파멸의 아이라는 이명치고는 지나치게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인물이었다.


“저기, 그럼 나 가볼게. 드래곤 물어봐서 미안.”

“아뇨, 괜찮아요.”

“너. 착한 사람 같아. 이거 선물로 줄게.”

“선물?”


무어라 말할 틈도 없이 재호의 손등에 묘한 문양이 새겨졌다.

고통은 없었다.


“그럼 갈게. 안녕.”


사라지는 건 더욱 빨랐다.

소리도 움직임도 없이 그냥 눈앞에서 사라졌다.

재호가 눈만 깜빡이며 손등을 바라봤다.

지워지지 않은 문양이 빨간빛을 내고 있었다.

적어도 꿈은 아니었다.


작가의말

아스트라 : 콩닥콩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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