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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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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엘프를 수확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19 20: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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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605
추천수 :
6,024
글자수 :
170,277

작성
20.05.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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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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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글자
9쪽

억울하면 현질하든가

DUMMY

러셀은 난전에 뛰어들며 코웃음 쳤다.

주변을 포위하며 기습을 시도한 이들을 봤기 때문이다.

엘프.

어째서 숲에서 사는 놈들이, 라는 의문보다 안도가 우선이었다.

엘프라면 숱하게 싸워 본 놈들이다.

숲을 벗어나면 신병보다 나약한 존재였다.


“당황하지 마라! 고작해야 엘프다”

“숫자가 많습니다!”

“흥. 숲을 벗어난 엘프는 무력하다. 하나씩 차근차근 죽여서 없애!”


러셀의 지시는 정확했다.

엘프는 기본적으로 세계수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존재.

숲을 벗어나면 약해지는 것이 상식이었다.


“일제히 사격!”

“으, 으아악!!”

“방패가 뚫린다고!?”

“젠장! 거리를 좁힐 수가 없어!”


하지만 이곳에 있는 엘프들은 달랐다.

재호라는 이동식 세계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영향권 안에서는 숲을 벗어나더라도 힘의 경감이 없었다.

화살은 예리하고 몸놀림은 경쾌했다.

늑대를 타고 주변을 빙빙 돌며 쏘아대니 병사들이 붙으려고 해도 붙을 재주가 없었다.


“이, 이! 감히 엘프 따위가!”


당황과 분노를 반반 섞으며 러셀이 튀어나왔다.

그의 직위는 기사.

결코 노름으로 딴 것은 아니었다.

마법이 새겨진 검이 불꽃을 뿜어냈다.


“엘프를 잡아가는 나쁜 인간!”


상대는 몽이 자처했다.

늑대 등을 박차고 튀어나가 검에 부딪혔다.

불꽃이 연기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모였다.

단순한 검격이 아니었다.


“엘프 따위가 기사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나는 숲의 수호자의 첫 번째. 추악한 인간을 베는 검이다.”

“계집 따위가!”


순식간에 검격이 오고 갔다.

레셀의 검은 강맹하여 하나하나가 벼락같았고, 몽의 검격은 날카로워 하나하나가 바람 같았다.

붙었다 떨어지고 치고 밀고 흘리고를 반복했다.

주변 2미터 내로는 누구도 다가가지 못했다.


“기사가 왜 기사인지 알게 해 주마!”


순간, 러셀의 검이 하얀빛을 토해냈다.

넘실거리던 불꽃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며 더욱 강한 힘을 뽑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콰앙.

힘이 터져 나온 건 한 호흡도 채 쉬기 전이었다.

흰빛이 바닥을 긁고 몽을 후려쳤다.

몸 전체가 바닥에서 떠, 뒤로 밀려날 정도의 위력이었다.


“어떠냐, 계집아!”


러셀은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이번 공격은 같은 기사급도 받아내기 힘든 필살의 위력을 담고 있었다.

엘프가 날뛰어봤자 받아낼 리 만무했다.


“흥. 별 거 아니야.”

“······뭐? 아무렇지도 않다고!?”

“엘이 열심히 만들어준 옷이니까.”


몽의 옷이 반짝이며 마법의 여파를 털어냈다.

무려 페어리 더스트로 절여버린 옷.

구동할 마법은 없지만, 저항력이라면 발군이다.

기사조차 이런 짓은 꿈도 못 꾼다.

요정은 희귀하고 페어리 더스트는 더 희귀하니까.

돈 때문이라도 부릴 수 없는 사치다.

그가 이런 걸 예상하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제, 젠장!!”


러셀은 다급하게 검을 고쳐 쥐고 달렸다.

마법이 안 통하면 물리적인 수단밖에 없다.

그래도 장내 엘프 중 몽 정도의 수준은 전무.

기사 대 기사의 느낌으로 대결의 승리를 가져오면 상황을 타파할 수도 있다.


푹.


“어?”


하지만 그건 그의 생각일 뿐이었다.

달려가던 그의 등 뒤에 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재호가 날린 화살이었다.

새겨진 마법이 갑옷의 틈을 찢고 들어왔다.


“비, 비겁한······! 일대 일의 대결에서······”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우리는 군인이 아니다. 그리고 기사 또한 아니지.”

“네놈! 네놈······! 명예도 없는 것이냐!?”

“노예사냥이 명예로운 길이라면 더더욱 부정할 뿐이다.”


푸욱.

화살이 한 발 더.

목이 뚫린 러셀이 그대로 넘어갔다.


#


“링컨. 에이브라함 링컨입니다.”


마지막 남은 병사까지 처리하고 난 뒤.

그리고 그 모두를 비료로 수습했을 때.

잡혀있던 무리 중 번듯한 외모의 남자가 말문을 열었다.


“게이트 너머에서 왔습니까?”

“오. 설마 그쪽도?”

“최근에. 링컨이라는 이름을 쓰기에 혹시나 하였습니다.”

“하하. 아무래도 활동에 더 어울리는 이름은 없어 보여서. 쓰던 이름도 버리고 링컨이라고 불립니다.”


불쑥 손 내밀고 웃는 링컨은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이었다.

재호도 굳이 피하지 않고 악수를 나눴다.


“어쩌다가 이런 사회운동에 뛰어든 겁니까?”

“뭐, 게이트 이전에도 비슷한 일을 하던 터라. 이곳으로 넘어오자마자 그 무식한 놈들이 무능력자를 노예로 판다기에 대뜸 덤볐지 뭡니까.”

“좋은 꼴은 못 봤겠군요.”

“얻어터진 뒤에 같이 노예로 팔렸습니다. 그래도 운이 좋아 잘 탈출해서 이처럼 살길은 꾸리고 있죠. 그쪽도 비슷한 상황입니까?”

“이래저래 고생길인 건 비슷하군요.”


재호는 깊은 내막까지는 나누지 않았다.

링컨 역시 눈치껏 그 이상 질문하지는 않았다.

재호가 짧게 숨을 고르고 시선을 옮겼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노예 무리였다.

뒤섞인 종들 사이에 귀가 뾰족한 엘프가 보였다.

손짓으로 엘프를 불렀다.


“어디에서 온 엘프지?”

“서, 서쪽 야덴 해안에서 왔어요. 세계수가 파괴되고 노예로 전전하다가 이곳까지 흘러들어왔죠.”

“존대를 하는군.”

“저, 저는······”

“재호, 단절된 엘프다.”


답을 대신한 건 몽이었다.

그녀는 엘프를 쏘아보고 있었다.


“단절된 엘프?”

“세계수가 없이 오랫동안 방치되어 엘프의 본질을 잃어버린 엘프를 말해. 우리는 모두가 하나기에 존대라는 개념이 없어.”

“세계수가 없이 오랫동안 생존이 가능한 거였어?”

“아니. 우리는 스스로 선택을 해. 엘프로서 죽을 것인가, 아니면 포기하고 단절된 엘프가 될 것인가.”


몽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녀는 단절된 엘프를 엘프로 인정하지 않았다.

종의 자부심을 버리고 살아남는 것을 택했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변절자이나, 재호는 과하다 여겼다.

부리부리 쏘아보는 몽을 살짝 뒤로 물리고 답했다.


“몽. 너무 그러지 마. 죽음이 두려운 건 누구나 마찬가지야. 비굴한 삶을 택했다고 비난하고 싶진 않아.”

“하지만······”

“그녀가 같은 동족을 팔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 그냥 살기 위해서 연결을 끊었을 뿐. 맞지?”

“네, 네! 전 그저 살고 싶었어요. 엘프이기에 죽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게 너무 두려웠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하아. 괜찮다. 살고자 하는 걸 누가 뭐라 할까.”


재호는 훌쩍이는 엘프를 다독였다.

몽이 도끼눈을 하고 째려봤지만,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훌쩍임이 잦아들자 링컨으로 시선을 돌렸다.


“일단 여기서 길게 얘기하기는 어렵겠군요. 링컨, 다시 성으로 들어갈 겁니까?”

“뭐, 기반이 그곳에 있으니까요. 게다가 중요하게 할 일도 있고요.”

“배신자입니까?”

“네. 뿌려놓은 접선 장소가 들키는 건 있을 수 있으나, 너무 정확한 타이밍에 기습을 당했어요. 내부에 배신자가 있는 겁니다.”


재호 역시 그럴 거라 예상했었다.


“남은 분들은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노예제도가 없는 마다크 공국편을 구해 두었습니다. 살짝 차질이 있었으나, 계획 자체는 공고합니다.”

“노예제도가 없는 나라가 있습니까?”

“그쪽도 천국은 아니지만, 노예보다야 낫죠.”

“그렇군요. 흠.”


재호가 엘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번에도 선택지를 줄 생각이었다.


“노예제도가 없는 나라라고 한다. 따라가고 싶으면 따라가.”

“······네?”

“한 번 엘프 사회를 벗어났으니 돌아오는 길이 쉽지 않을 거야. 링컨을 따라가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


잔인한 선택지이나 어쩔 수 없다.

실제로 그녀가 돌아왔을 때 몽 등이 살갑게 굴 거라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적어도 선택으로 길을 정해야 옳다.


“전······숲으로 가겠습니다. 다시 엘프의 삶을 살고 싶어요. 포기했던 삶이지만 그걸로 행복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쉽지 않을 거다.”

“그래도 꼭 돌아가고 싶어요.”

“알았다. 선택이라면 존중해 주마.”


재호가 엘프의 손을 잡아 무리 뒤로 당겼다.

몽은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으나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재호가 다시 링컨을 바라봤다.

이제 대화를 마무릴 할 시간이었다.


“여기서 헤어지죠. 남은 분들은 부탁하겠습니다.”

“네. 오늘 받은 은혜는 언젠가 반드시 갚겠습니다.”

“그 말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하하. 갚을 날이 꼭 왔으면 싶군요.”


헤어짐은 짧을수록 좋다.

게이트를 넘어서 온 사람 중, 비슷한 처지가 있다는 걸 알아간 것으로 충분하다.

적어도 모두가 냉혈한이었던 건 아니니까.


“돌아간다.”


이제는 집이라 불러도 좋을.

숲으로 걸음을 돌렸다.


작가의말

몽 : 후...이게 현질의 맛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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