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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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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엘프를 수확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19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73,008
추천수 :
6,024
글자수 :
170,277

작성
20.05.22 20:00
조회
4,757
추천
167
글자
10쪽

요정 여왕

DUMMY

수박을 떠올린 것이 정확했다.

요정들은 수박과 같은 형태로 열매를 맺었다.

줄기에 달린 알은 하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크기가 같았다.


“재호, 알이 깨지고 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이 하나씩 깨지기 시작했다.

파편이 툭툭 떨어지고 녹색 빛의 요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에서 보았던 커다란 요정과는 달랐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 몸도 반투명했다.

날개를 파르르 떨며 날아다니는 모습은 전형적인 요정의 것이었다.


“으라차차!”


작은 알들이 모두 깨어지고 난 뒤.

남아 있던 큰 알에서 큼지막한 요정 하나가 튀어나왔다.

전날 만났던 요정과 비슷한.

하지만 조금은 작아진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요란하게 머리를 탈고 날개를 비볐다.

녹색 가루가 우수수 떨어졌다.


“오! 오. 오!?”

“요란하기도 하군. 정신이 드냐?”

“어? 인간! 날 찌른 인간!”

“고약하기는. 나쁜 것만 기억하는 거냐?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무사히 나오지도 못했어.”

“응?”


요정이 멍청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성안의 여관이 아닌, 숲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어떻게 된 거야?”

“널 씨앗으로 만들어서 심었다. 덕분에 그 사냥꾼들과도 한바탕 붙었고.”

“헉! 그 사냥꾼들이 아직도 주변에 있어?”

“다 죽였어. 남은 패거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안전 할 거다.”

“다 죽였다고? 네가?”

“우리가.”


재호가 손을 들어 올리자 사방에서 엘프가 나타났다.

백이 넘는 숫자에 요정은 깜짝 놀라 날개를 떨었다.


“숲에 이 정도의 엘프가 남아 있었어?”

“열심히 수를 늘린 결과지.”

“호색한!?”

“뭔 헛소리야. 너처럼 씨앗으로 돌린 거라고. 백랑은 한 번에 이해를 하던데. 요정이 원래 이렇게 머리가 좀 부족하냐?”

“아하하. 아직 좀 정신이 없어서.”


긁적거리는 요정을 보니 확신이 든다.

백랑보다 지능이 떨어짐이 확실했다.


“일단, 다른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저 요정들은 어찌 된 거냐? 왜 너와 크기가 달라?”

“응? 아······잠깐만. 이상하네. 왜 이렇게 됐지?”

“문제라도 생긴 거냐?”

“아니. 아니야. 지금 이런 상황에서 대해서라면 나도 알고 있어. 다만, 이해가 안 될 뿐이야.”


요정이 날개를 접고 나무둥치에 내려앉았다.

주변, 작은 알들에서 나온 요정들이 파르르 날아서 모여들었다.

그 숫자가 못해도 수십은 됐다.


“저기, 나 아무래도 요정 여왕이 된 거 같아.”


박수라도 쳐야 하나.

재호가 멀뚱하게 바라봤다.


#


요정의 생존 방식은 일부 엘프와 닮았다.

엘프가 세계수를 중심으로 개체 수를 조절하는 것처럼, 요정은 요정왕 또는 요정 여왕을 통해서 이를 처리한다.


“요정 여왕이 태어난 환경을 중심으로 요정들이 탄생하는 거야. 호수의 요정, 산의 요정, 숲의 요정. 이런 식으로.”

“네 경우는 숲의 요정이라 이거지?”

“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숲에 터를 둔 건 맞는데, 내가 힘을 얻은 건 널 통해서야. 즉, 나는 재호의 요정이라고 할 수 있지.”

“거, 꽤 부담스러운 이름인데.”

“사실이니까 어쩔 수 없어. 요정은 절반 정도는 정령이라 봐도 무방하니까. 자신의 근원에서 존재의 힘을 얻어.”


요정이 날개를 펼치며 날아와 몸을 부대꼈다.

그때마다 녹색 가루가 떨어져서 몸 위로 쌓였다.

나방 가루 같아 털어내려 하자 몸으로 스며들었다.


“먼지처럼 털어내지 마. 그게 바로 그 유명한 페어리 더스트라고. 인간들이 요정 씨를 말리는 이유야.”

“페어리 더스트?”

“요정은 절반 정도 정령이거든. 정령계를 통해 받아들인 마력으로 실체화를 해. 페이리 더스트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이물질이야. 마력의 찌꺼기 같은 거지.”

“이 가루에 마력이 서려있다 이거로군. 사냥꾼들이 널 쫓던 것도 그 이유냐?”

“응. 거의 인간화 된 요정도 조금은 페어리 더스트를 생산하니까.”

“인간화 된 요정?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이번 물음에는 쉬이 답하지 못했다.

활기차 있던 요정의 눈에 슬픔이 차올랐다.


“우리 요정은 본질에 맞춰서 성장해. 호수에서 태어난 요정은 호수의 성질을, 숲에서 태어난 요정은 숲의 성질을 가지지. 하지만 그런 여왕이 인간에게 잡혀서 자신의 성질을 잃기 시작하면 점차 인간화돼. 성안에서 봤던 내 모습이 그런 거야.”

“그때도 여왕이었던 거냐?”

“아니야. 그래서 더 신기한 거야. 난 본래 북쪽 산맥, 돌산의 요정 중 하나였거든. 여왕님이 잡혀가면서 이리저리 팔리다가 인간화 끝자락에 이르렀었어. 한두 해 정도 페어리 더스트를 뽑다가 죽을 운명이었던 거야.”


담담하게 말하지만 그건 슬프고 처절한 이야기였다.

몽과 소니아. 심지어 백랑마저 측은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근데 네가 날 되살리면서 갑자기 여왕이 됐어. 인간화도 풀리고 그 어느 때보다 정령계와의 교류도 강해.”

“일단 뭐······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럼 저 작은 요정들은 네 아이들인 거냐?”

“응. 요정은 언제나 여왕과 그 아이들로 이루어져. 그러니까 저 아이들은 나와 재호의 새끼인 셈이지.”

“요정은 성격이 원래 그런 거냐?”

“후후후. 부끄러워하기는.”


배배 꼬는 꼴이 요정은커녕 주점 여주인 같다.

걸려도 왜 이런 요정이 걸린 걸까.

재호가 넘치는 한숨을 겨우 참으며 물었다.


“일단 두 가지를 물어볼게. 신중하게 답해줘.”

“응. 뭐든지.”

“보다시피 난 엘프의 수호자야. 숲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간들과 싸워야 해. 그러니 이곳에 머무를 거면 그 생각에 동참해 줘야 해. 아니라면 차라리 안전한 숲 안쪽을 안내해 줄게.”

“그건 두 번 생각할 문제도 아니야. 말했다시피 요정은 난 곳에서 성장해야 해. 내 근본은 너야, 재호. 그러니까 널 떠나서는 살 수 없어. 게다가 인간과 싸움이라면 피할 생각이 없어. 그들에게 죽어간 숱한 동료들을 기억하고 있거든.”


요정은 눈을 피하지 않고 답했다.

노예로 살아온 시간이라면 이곳 누구보다 길다.

갚을 수만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재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두번째 질문을 던졌다.


“네 이름. 아직 듣지 못했어.”

“······아. 그러네. 난 이슈리엘. 그냥 편하게 줄여서 엘이라고 불러.”

“그래. 엘. 앞으로 잘 부탁한다.”


슥, 내미는 재호의 손을 엘이 마주 잡았다.

파르르 떨리는 날개에서 페어리 더스트가 우수수 떨어졌다.

하지만 전처럼 착취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엘은 기뻤다.


“나도 잘 부탁해, 재호.”


베시시 웃는 모습은 이제야 요정 같았다.


#


요정들은 엘의 지휘하에 움직였다.

기본적으로 숲의 엘프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나름의 지적능력은 있지만, 유아에 가까웠다.

그냥 두면 숲을 이리저리 날아다니기에 바빴다.


“옳지! 그쪽으로 쭉 날아.”


엘은 이를 잘 조종해서 밭 위를 날아다니게 했다.

요정들이 자연스럽게 흘리는 페어리 더스트는 천연 비료의 역할을 했다.

마력이 지반에 스며들고 성장을 촉진했다.


“요정의 숫자를 더 늘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씨앗이 너무 약하다며.”

“응. 기본적으로 정령에 가깝기 때문에 그런가 봐. 씨앗을 만들고자 하면 가능은 하겠지만, 너무 약해.”


아쉽게도 요정은 숫자를 늘릴 수 없었다.

종족의 특성상 기반이 되는 씨앗이 너무 약했다.

보강할 방법이 생긴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재호. 우리도 작업을 끝냈다.”

“아, 소니아. 울타리 다 친 거야?”

“응. 재호가 가지고 온 도구들. 좋다. 단단하게 만들어서 부러지지 않는다.”


힘겹게 성에서 공수한 물건들을 풀었다.

망치, 못, 톱 등의 기본 도구부터 철판, 철골, 쇠사슬 등 다양했다.

특히, 주력 무기인 활의 촉을 다량으로 샀다.

그나마 활과 화살을 사는 것보다는 촉만 구입하는 쪽이 이목을 덜 끌었다.

오래 써, 부러진 촉 등을 전부 교체했다.


“근데, 재호. 가지고 온 물건 중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응? 내가 복잡한 물건을 사왔던가?”

“이 단검하고 이 방패다.”

“아. 그러고 보니 이런 걸 샀었지.”


다급하게 물건을 구입하며 위장 삼아 식료품과 무기 등을 구매했었다.

돈을 좀 팍팍 풀었던 터라 고가의 물건도 있었다.

소니아가 가지고 나온 단검과 방패가 그랬다.


“이건 마법 문양인가?”

“응. 소니아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이걸 나무에 새길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걸 나무에 새기겠다고?”


소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단검을 들어 올렸다.

가볍게 위에서 아래로 휙.

한 번 휘두르자 바람이 그 앞을 세차게 돌았다.

이건 분명 마법적인 효과였다.


“따라 하면 안 돼?”

“소용없다. 같은 걸 새겨도 효과가 없다.”

“음. 마법 도구니까 다른 방식이 있다는 거네. 우리중에 마법사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건 내가 도울 수 있어.”


아쉬워하는 재호의 말꼬리를 잡은 건 엘이었다.

그녀는 날개를 펄럭이며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의기양양한 자세였다.


“요정은 반쯤 정령이야. 그만큼 마법과 친하지. 복잡한 건 모르지만 룬어를 새기는 건 나도 할 수 있어.”

“이 문양이 룬어인가?”

“응. 보통 룬어는 마법적으로 가공된 도료를 사용해서 새겨. 하지만 페어리 더스트로도 가능하지. 우리 가루는 흡착력이 좋거든. 이걸 이렇게 나무에 뿌려 둔 다음에······”


엘이 나무에 페어리 더스트를 잔뜩 뿌린 뒤, 단검으로 룬어를 새겼다.

그러자 빛과 함께 글자가 스며들었다.

단순히 음각하는 것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어때? 대단하지?”

“대단해. 엄청 대단해.”

“후후후. 이제야 재호도 내 대단함을 알아차렸구나.”

“그러니까 왕창 좀 부탁할게.”

“응?”


재호가 눈을 반짝이며 숲의 한쪽을 가리켰다.

마침 촉을 갈기 위해 꺼내 좋은 화살이 다발로 있었다.


“우리도 마법 화살 좀 써보자.”

“······전부?”


크게 끄덕이는 재호.

엘이 날개를 푹 늘어뜨리며 비틀비틀 바닥에 착지했다.

재호는 그 모습에서 옛 격언 하나를 떠올렸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몰라서 다행이다.

입을 꾹 닫았다.


작가의말

엘프 종족 특성

무리의 한 개체는 반드시 왕 또는 여왕이 된다.
나머지 무리는 모두 왕 또는 여왕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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