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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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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엘프를 수확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19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73,003
추천수 :
6,024
글자수 :
170,277

작성
20.05.21 20:00
조회
4,664
추천
152
글자
8쪽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DUMMY

선택의 시간은 개체마다 다르다.

지금은 재호보다 백랑의 선택이 더 빨랐다.

백랑은 마차에 엮인 줄을 이빨로 끊어낸 뒤 곧바로 뛰었다.

다가오던 사냥꾼 중 하나였다.


“건방진 늑대 새끼가!”


반사적인 검격은 몸을 낮춰 피했다.

바닥을 죽 미끄러져 들어간 뒤 나무를 밟고 탄력으로 뛰었다.

놀란 듯 바라보는 사냥꾼의 목이었다.

와작, 목뼈째 그대로 물어뜯었다.

피가 왈칵 쏟아지고 몸이 아래로 무너졌다.


“피터!!”

“보통 늑대가 아니다!”

“제대로 상대해!”


뒤늦게 사냥꾼들이 자세를 취했다.

검과 도끼를 타고 반사되는 빛이 유독 시렸다.

크아앙!

백랑이 핏물을 삼키며 포효했다.

늑대들이 일제히 사냥꾼들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주인, 정신 차려!]


외침이 재호의 망설임을 씻어 주었다.

재호는 곧바로 부서진 마차 안으로 굴러 들어가 활을 꺼내 들었다.

돈 좀 들여서 산 각궁이다.

부드럽게 화살을 뽑아서 시위에 먹였다.

백랑 덕에 거리와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슉. 슉. 슉.

화살 세 대를 순식간에 뽑아서 날렸다.

예전보다 훨씬 정교해진 궁술이었다.

한 발은 사냥꾼의 어깨에 다른 두 발은 방패에 박혔다.

‘저 새끼 잡아!’ 독오른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숲으로!”


사는 게 우선이다.

재호는 마차를 포기하고 곧바로 뛰었다.

백랑과 늑대들 역시 명령을 따르는 것에 망설이지 않았다.

맞서던 상대를 무시하고 그대로 달렸다.

가도면 모르겠으나, 숲이면 할만하다.

그런 판단이었다.


“건방진 새끼!”


하지만 채 몇 걸음을 떼기도 전.

바닥을 타고 이어지는 새빨간 불길이 길을 막았다.

뱀처럼 구불구불 휘어서는 진로를 차단한 것이다.

뚫고 가기에는 열기가 지나쳤다.

돌아서 가야 한다.

그걸 위해서 몸을 돌리자 예의 사냥꾼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말했지? 사냥꾼을 10년 가까이 했다고.”


새빨간 불길은 사냥꾼의 박도로 이어져 있었다.

도신이 붉게 빛나고 알 수 없는 글자가 반짝였다.

마법적인 힘이었다.

마차를 폭발시킨 그 화살도 마찬가지였다.

재호가 입술을 깨물었다.

예상했어야 하는 일이다.


“크아앙······!”


순간, 백랑이 옆을 돌아서 달려들었다.

사냥꾼의 박도를 노린 것이다.

마법의 판도의 핵심이라면 그걸 없앰으로써 우위를 가져가려는 판단이었다.

매우 정확하고 빠른 판단임은 확실했다.

하지만 사냥꾼의 노련함 역시 만만치 않았다.

사각 방패를 든 사냥꾼 하나가 그대로 부딪쳐 왔다.

백랑은 캥 소리를 내며 튕겨 나갔다.

이와 손톱이 통하지 않으면 늑대는 무력했다.


“백랑!”

“어허. 어딜 움직이려고.”


움직임을 차단하는 박도의 날.

재호는 걸음을 세우고 입술을 씹었다.

구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선택지는 없는 걸까.

머리가 열이 날 만큼 팽팽 돌아갔다.


“그래. 선택지라면 항상 존재하지.”

“뭔 개소리냐?”


재호는 답 대신 단검으로 자신의 어깨를 찔렀다.

날의 반절이 파일 만큼 깊은 상처였다.

피가 검신을 타고 바닥으로 흘렀다.

사냥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뭐하자는 거냐? 자해하면 내가 봐 줄 거 같아?”

“설마. 그쪽이 그렇게 정 많은 인간 같지는 않아.”

“그럼 뭔데?”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음?”


순간, 어디선가 화살 한 대가 빛과 같이 날아왔다.

사냥꾼의 박도를 쳐내고 바닥에 박혔다.

윙. 윙.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꼬리까 쉼 없이 돌았다.


“재――호!”

“이 목소리가 이렇게 그리웠을 줄이야.”


나뭇가지를 밟으면서 뛰어오는 몽.

거의 날듯이 몸을 튕기며 허공에서 화살을 걸었다.

곡예와 같은 자세로 화살을 연달아 날렸다.

기습을 예상하지 못한 사냥꾼의 머리, 어깨, 발등.

연달아 박혔다.


“뭐, 뭐야!?”

“엘프다! 엘프야!”

“빌어먹을! 엘프가 여기까지 나온다고!?”

“몽은 걱정이 많거든.”


재호가 씩 웃으며 단검을 위로 던졌다.

나무에서 몸을 날린 몽이 허공에서 단검을 잡아챈 뒤 사냥꾼 하나의 머리를 찍었다.

솟구치는 핏물은 마치 분수와 같았다.


“제, 젠장! 당황하지 마! 어차피 엘프 따위다!”

“사냥꾼!!”

“뭐, 뭐야!?”


뛰어오는 건 몽만이 아니었다.

땅을 밟으며 짐승처럼 달려오는 건 소니아였다.

그녀가 쥐고 있는 건 활도 아니고 목창이었다.

달리던 탄력 그대로 힘을 실어서 던졌다.

마치 레이저가 나가듯 목창이 허공을 가르며 사냥꾼의 몸통을 관통했다.

방패를 들었지만 소용없었다.

방패째로 통으로 꿰였다.


“무슨 엘프가 이렇게 강해!?”

“잘 먹고 잘 자랐거든.”

“빌어먹을! 네놈이라도 죽여버리겠다!”


사냥꾼 우두머리였다.

악 바친 얼굴을 한 채 재호에게 달려왔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누구보다 판단이 빠른 늑대가 한 마리 있었다.

백랑.

재빨리 달려와 재호를 등에 태우고 거리를 벌렸다.

마법 무기마저 떨어뜨린 놈이 재호를 잡을 재간은 없었다.

재호는 되레 백랑에 탄 채 몸을 기울여 화살을 걸었다.

어깨가 쑤셔왔지만 참았다.

이 고통은 방심과 망설임에서 비롯된 일.

딛고 갈 발판으로 여겼다.


“몽!”

“흐아아아!”


벼락처럼 날아와 사냥꾼을 걷어차는 몽.

균형을 잃고 무너지는 사냥꾼은 노리기 좋은 목표였다.

재호는 망설임 없이 시위에 건 화살을 날렸다.


“컥―!”


정확하게 머리에 적중.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승리의 외침이었다.


#


오른쪽에는 몽, 왼쪽에는 소니아.

재호는 헐벗고 달라붙은 둘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상처에 레드셀을 바르고 붕대를 칭칭 감고 난 뒤.

‘마나가 충만해야 회복이 빨라.’라며 달라붙는 걸 어떻게 떼어낼 수 있겠는가.

몽과 소니아가 제때 와주지 않았다면 당했을 텐데.


“조금만 떨어지면 안 될까?”

“안 돼. 재호는 약속을 어겼어. 분명 다치지 않고 돌아온다고 했는데.”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오늘 하루 종일 이러고 있을 거야.”

“알았어, 알았다고. 미안해. 가만히 있을게.”


사실은 엘프 단검 때문에 걸렸다.

재호는 간지러운 입을 꾹 눌렀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내용이었다.

뭉클거리는 감촉을 만끽하며 거주지까지 실려 갔다.


“······가끔은 좀 부담스럽네.”


거주지에 도착해서 마차를 세우자 도열한 엘프들이 마중 나왔다.

소대별로 정렬하여 재호의 도착을 기다린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군대의 사열과 비슷했다.

재호가 마차에서 내려 걸어가자 몸을 숙여 예를 보였다.

부담과 민망함은 온전히 재호의 몫이었다.


“재호는 상처 치료해야 하니까 꼼짝 말고 있어.”

“잠깐만. 그 전에 심어야 할 씨앗이 하나 있어.”

“씨앗? 무슨 씨앗인데?”

“요정.”

“요정?”


몽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어딘가 화난 듯 한 기색이라 재호가 움찔했다.

‘내가 왜 움찔하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설명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노예였네. 다행이다.”

“어쨌든, 빨리 안 심으면 생명력이 다하고 말거야.”

“응. 알았어. 몽이 부축해줄게.”

“······그래.”


알몸 부축은 사양하고 싶지만, 말할 수가 없었다.

도열한 엘프 사이를 알몸 부축을 받으며 가로지른 뒤, 지기가 아직 넉넉한 밭에 도착했다.


“사냥꾼 놈들로 만든 비료니까 잘 먹어라.”


씨앗을 심은 곳에 사냥꾼 비료를 듬뿍 뿌렸다.

소니아의 경우처럼 씨앗에 손상이 있는 터라 바로 자라진 않았다.

살짝 싹만 움튼 채 멈췄다.


“끄응. 일단 이 정도까지만 해 두자.”

“응. 응. 재호는 어서 가서 쉬자.”

“갈게. 간다고. 그만 좀 당겨.”

“어서, 어서.”


재촉하는 몽에 못 이겨 재호가 일어났다.

꼼짝없이 하루는 누워 있어야 할 판이었다.


“응? 잠깐만.”


그렇게 물러나려던 찰나.

재호의 눈에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그건 요정의 싹, 바로 옆이었다.

흙바닥이 올록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줄기잖아?”


싹이 난 바닥을 중심으로 줄기가 자랐다.

범위도 좁고 굵기도 가늘었지만, 지금껏 자라던 씨앗들과는 다른 형태였다.

줄기는 분명 줄기 식물의 특성이었다.

예를 들자면 수박 같은.

나무에서 자라는 기존의 방식과는 달랐다.


“요정은 다른 건가?”


알아볼 방법은 하나뿐.


“몽. 부어.”


비료를 쏟아부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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