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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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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엘프를 수확하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최근연재일 :
2020.06.19 2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72,995
추천수 :
6,024
글자수 :
170,277

작성
20.05.11 10:02
조회
10,344
추천
289
글자
10쪽

동네 인심 한번 야박하네

DUMMY

재호는 양손이 묶인 채로 수레로 끌려갔다.

피부가 쓸려서 붉게 변했다.

통증에 걸음을 세우고 당긴 사람을 노려보니 둔탁한 충격이 돌아왔다.

얼얼해지는 코끝.

주먹에 얻어맞은 것이다.


“반항하지 마. 계속 까불면 얼굴을 짓이겨 놓을 테니까.”

“······”


으름장에 이를 악물었다.

입안이 비린 것이 입술이 터지며 피가 난 모양이다.

구석에 붉은 침을 뱉고는 노려봤다.


“하, 새끼. 더 처맞고 싶은 거냐?”

“어이, 그만해. 저렇게 반반한 놈은 돈 많은 귀족들이 좋아한다고. 잘 모셔서 팔아먹어야지.”

“큭큭. 그러게. 저놈 피부가 뽀얀 게 밤 시중에 딱 이야.”


이죽거림에 재호가 다시금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어깨부터 누르는 거친 손에 뒤로 넘어갔다.

혼자서 어쩌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비적비적 몸만 겨우 세우고 쏘아붙였다.


“······더러운 새끼들. 같은 이주민 출신을 팔아먹으면서 양심에 걸리는 것도 없는 거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유명한 말인데 못 들어봤나?”

“그래서 네놈들이 무슨 로마군이라도 된다는 거냐? 같은 동포들을 팔아먹는 노예상 주제에?”

“하하. 얼마든지 짖으라고. 이쪽 세계에는 법도 언론도 없어. 살아남기 위해서 동포를 팔아야 한다면 얼마든지 팔 수 있다는 거야.”

“병신 새끼. 방금 법 타령했으면서.”


이죽거림에 한 대 더 얻어맞았다.

코에서 느껴지는 시큰함에 절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욕설은 그냥 속으로만 삭였다.

더 덤볐다가는 맞는 거로 끝나지 않을 분위기였다.


“게다가 같이 넘어온 친구들도 이 결정을 반대하지는 않는데?”

“······”


재호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겁먹은, 그리고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같은 조로 게이트를 넘어온 사람들.

출발할 때만 해도 ‘같이 잘 지내봐요.’라고 손잡았던 주제에 지금은 외면하기 바쁘다.

이유는 딱 한 가지.


“그렇게 억울하면 능력이 있어야지. 인자 발현도 안 쓰레기를 우리가 책임질 이유가 없잖아.”

“그렇다고 사람을 물건처럼 팔아먹어도 되는 거냐?”

“어쩌겠어. 우리도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현지민과 적당선에서 거래를 해야 한다고. 이쪽 세계 귀족분들에게 너 같은 이주민은 희소성 높은 전리품이야.”

““전부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

“······”

“······”


쏘아보며 묻는 재호에게 답하는 이는 없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인자 발현이 된 상태.

즉, 게이트를 넘어서며 각기 다른 능력을 소지하게 된 것이다.

지금 이곳에 노예로 팔아먹기 좋은 무능력자는 재호가 유일했다.

그렇기에 모두는 침묵했다.


“하, 시팔. 엄마 병원비 대준다고 대뜸 게이트에 자원했더니 이런 꼴이네. 인생 참 재밌어.”

“흐흐. 그걸 알면 이쪽 세계 귀족님들 밤 상대나 잘 하면서 버텨보라고. 그래야 밥이라도 빌어먹을 거 아니냐. 크하하하.”

“······그래. 내가 아주 뒤를 열심히 핥아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주마. 그리고 네놈 새끼들 씨를 말리러 온다.”

“오. 으하하. 무섭네, 무서워. 근데, 어쩌지? 이쪽 귀족 양반들도 노예 새끼를 오랫동안 가지고 놀진 않거든. 길어야 한 달이면 돼지밥이 된다에 내 손목을 걸지.”


짙은 비웃음에 재호가 이를 갈았다.

위험한 일이라는 건 이미 각오했던 바.

하지만 이런 취급은 상상하지 못했다.

불어 넘치는 열불을 잘근잘근 씹으며 모인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쏘아봤다.

이 얼굴, 이 표정.

모든 걸 잊지 않기 위함이었다.


“출발해. 귀족님들 애가 탈라.”


덜그럭.

수레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


얼마나 온 걸까.

재호는 주변 기후가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마른 바람이 뺨에 닿고 모래가 입안에서 씹혔다.

건조한 사막 기후였다.


“후우, 덥군. 여기서 잠깐 쉬어가자고.”

“뭘 쉬어? 후딱 넘기고 돌아가자.”

“야야. 어차피 일찍 가 봐야 그치들 한테 치이기밖에 더하겠어? 통금 시간에 맞춰서 건네주자고.”

“새끼 빠져서는.”


수레를 몰던 이들은 자리에 멈춰섰다.

목이 타는지 물을 마시고 말린 육포를 씹었다.

사람을 팔러 가는 길임에도 여유가 넘쳤다.


“이 새끼도 참 재수 없지. 기껏 게이트를 넘었는데 인자 발현이 안 되냐.”

“다 자기 팔자지. 게이트 넘는 인간 치고 멀쩡한 놈이 몇이나 되겠냐? 다 인생 끝에 몰려서 혹시나 하는 거잖아. 재수 없으면 신세계 왕이고, 재수 없으면 노예 신세지.”

“하긴. 이런 놈들 없으면 우리가 토벌당할 판이니까.”


재호는 축 늘어진 상황에서 귀만 쫑긋거렸다.

아무리 어려워도 길은 있는 법.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 둘 필요가 있었다.


“후우. 담배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럴 때 딱 한 대 피우고 돌아가면 끝장인데 말이야.”

“난 커피.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다가 딱 끊으려니까 죽겠어.”

“에이. 그렇게 보면 개 같아도 본래 세상이 좋았어.”

“흐흐. 그래서 갈 수 있으면 돌아가려고?”

“미쳤냐. 거기선 노숙자지만 여기서는 힘 좀 준다는 경비대 일원이라고. 담배는 안 피워도 이 직함은 못 버리지.”

“속물 새끼. 크크크.”


재호는 낄낄거리는 두 사람 모르게 주변을 살폈다.

나무 수레는 허름했다.

잘 하면 걸쇠 부분을 뜯고 나갈 수 있어 보였다.

문제라면 수레를 끌고 있는 두 사람.

과연 자신이 둘을 따돌릴 수 있을까?

쉽사리 가늠되지 않았다.


“이제 슬슬 이동할까?”

“그래. 후딱 일 끝내고 돌아가서 한잔하자고.”

“네가 사는 거냐?”

“하, 새끼. 하여튼······”


그 순간.


“컥!”


어디선가 화살 한 대가 날아와 경비의 목을 꿰뚫었다.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르고 주저앉았다.

‘뭐, 뭐야!?’ 다른 한 명은 크게 당황해서는 주변을 쏘아봤다.

바람 소리만 스산하게 주변을 맴돌았다.


쉬익―!


기다렸다는 듯 또다시 날아오는 화살.

하지만 이번엔 경비도 대비를 하고 있었다.

손을 머리 쪽으로 올리며 힘을 딱 주니 피부가 청색으로 변하며 화살을 튕겨냈다.

단단함이 마치 돌과 같았다.


“누구냐!? 나와!”


방어가 가능하다, 라는 생각이 자신감을 가져왔다.

경비가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보며 소리쳤다.


푹.


하지만 이미 그 방향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그림자 안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와 단검으로 가슴을 후벼팠다.

기습에 능력은 통용되지 않았다.

피를 왈칵 쏟아내며 쓰러졌다.


“······”


그림자에서 걸어 나온 건 앳돼 보이는 소녀였다.

얼굴이 창백하고 귀가 날렵하게 볼 옆으로 서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특이점이 있었지만, 재호는 살필 겨를이 없었다.

소녀가 손에 쥐고 있는 피 묻은 칼.

다음 대상이 자신이 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심장이 쿵쿵 거리며 뛰었다.


“다라쉬. 아느. 마르크.”


소녀는 이내 재호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

“?”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언어였다.

재호가 눈만 깜빡이며 반응하지 못하자 소녀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 둘을 단번에 죽인것 치고는 순박한 반응이었다.


“아르. 반. 비디스?”

“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아르?”


소녀가 재호와 시체를 번갈아 가리켰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로.

재호는 황급히 고개를 흔들며 관계를 부정했다.

시체와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시. 시. 디미르.”

“······”


뭔지는 모르겠지만 납득한 얼굴이었다.

재호가 소녀를 따라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체구는 작지만 눈앞에서 남자 둘을 단번에 죽이지 않았는가.

살기 위해서는 소녀를 거슬러서는 안 됐다.


“다르.”

“다르?”

“다르, 순.”


반복된 손짓에 재호가 이해했다.

소녀는 자신을 따라오라 말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들어도 될까?

재호는 순간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선택권은 없었다.


“시시.”


피 묻은 얼굴로 씩 웃는 소녀.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


소녀는 재호를 숲속 깊은 곳으로 안내했다.

햇빛조차 잘 들어오지 않을 만큼 빽빽한 숲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가늠조차 잘되지 않을 즈음.

소녀가 걸음을 멈췄다.


“다아. 다아.”

“여기로 들어가라고?”

“시. 시.”


소녀가 가리킨 것은 거대한 고목이었다.

사람 두엇이 지나가기에 충분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들어가기 싫은 재호였다.

하지만 앞서 봤듯이 선택권은 없었다.

늘어진 넝쿨을 걷어내며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고목을 파서 집으로 만든 것 같은 구조였다.


“······늦지 않았구나.”

“어?”


그곳에서 들려온 익숙한 언어.

재호가 고개를 빠끔 들었다.

단을 나누어 침대처럼 꾸며둔 공간에서 나이 지긋한 노파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이리 잡아 와서 많이 놀랐을 거다.”

“뭐······그렇다고 해야겠죠.”

“하지만 그리하지 않았다면 괴팍한 귀족의 노예가 되었겠지. 그러니 사과는 이정도로 해두마.”


딱히 사과 같지 않은 말이었지만 재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말마따나 소녀가 돕지 않았다면 노예 신세였다.

다만, 그것은 한 가지를 전제로 한다.


“절 잡아 온 것에 나쁜 의도가 없다면 그렇겠죠.”

“어려 보이는데 제법 강단은 있구나.”


노예 대신 식료품이 될 처지라면 차라리 전자가 낫다.

재호는 노파의 입을 주시했다.

그녀의 말이 앞으로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테니까.


“그래. 내가 널. 그러니까 지구에서 넘어온 인자 미발현자를 급하게 구한 건 이유가 있어서란다.”

“어떤 이유 때문입니까?”

“날 먹어다오.”

“······”


이 노파가 미쳤나.

재호가 속으로 외쳤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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