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4. 부서지는 흐름
“신이 우리와 함께한다-!!”
슈레인이 검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그 뒤로 왁슨과 한을 비롯한 기사들이 따라왔다. 창연하게 들어 올린 검은 햇살을 받아 빛을 반사했다. 성전에 들어선 신자와 같이 혼을 태우며 열의를 세상 밖으로 내질렀다. 대지를 밟는 걸음에 땅이 울리고 외치는 소리에 하늘이 떨렸다.
- ახლა თქვენ ქრება, O ბოროტი
하얀 날개를 단 천사가 슈레인의 머리 위를 맴돌았다.
교황청 밖을 지키고 있던 림의 무리가 하얀 빛줄기에 밀려서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검이나 방패. 어떤 힘으로도 그들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젠장-!”
사르힌이 힘으로 빛과 충돌했다.
대기가 끓어오르고 파열된 공간에 사람이 휩쓸려 이리저리 나동그라졌다. 놀랍게도 이 천사는 사도의 힘을 압도하고 있었다.
“처, 천사라니! 우리가 잘못 된 곳을 따랐단 말인가.”
“하지만 교황 성하께서……”
“젠장! 알고 있잖아! 교황께서 이상해 졌다는 것을!”
림을 제외하고 교황이라는 이름을 따르고 있던 이들.
갑자기 등장한 천사에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지만 일단은 교황. 그렇기에 따랐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신의 상징인 천사가 등장해서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왈칵 하고 두려움이 올라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죄를 청하고 올바른 길에 들어라! 적은 우리가 아니다! 사악한 의지로 성국을 흔들려는 자들! 스스로를 사도라 칭하고 성하를 손에 넣어 주무르려는 저들이다!!”
“사도……?”
천사와 힘겨루기에 들어간 사르힌의 모습이 사람들의 눈에 박혔다.
성스러운 빛이 타들어 가는 그의 육체는 전설 속 마왕과 닮아 있었다. 속은 물론 다르지만, 그렇게 보이기만 한다면 정설이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 악이다!!”
“악마다!”
갈피를 못 잡던 이들이 우르르 슈레인 쪽으로 투항을 했다.
천사와 사르힌의 격돌로 중간 지점이 갈라진 덕분에 사람들이 이동하기는 편했다.
“젠장! 이럴 때 다른 사도분들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교황을 부축하며 제롬이 쓴 소리를 뱉었다. 사도가 천사와 싸움이 붙고 군중을 제어할 교황이 쓰러진 상황이다. 그 혼자서는 이 상황을 제어 할 수 없다. 이미 림을 제외한 무리는 슈레인 쪽으로 전부 넘어간 상황이다. 죽네 마네 하는 상황이니 첩자를 슬쩍 밀어 넣기도 어렵다.
“대장님, 어떻게 합니까?”
“젠장! 일단 물러난다! 다른 분들을 찾아서 정비를 다시 갖추는 수밖에 없다!”
“갈 수 없다-!”
병력을 수습하여 물러나려는 순간, 슈레인이 거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사도와 천사가 따로 떨어져 격돌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이야 말로 림의 주축을 잘라 낼 수 있는 기회. 이를 그냥 두고 볼 이유가 없었다.
“큭!”
“제롬! 성기사였던 네가 그들에게 영혼을 팔다니!”
“흥! 마음대로 지껄여라! 너희에게 있는 것은 재앙뿐이다.”
제롬은 더 이상 감추지 않았다.
그의 휘하 기사들이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제롬은 본디, 세레인의 호위를 맡기도 했었고 냉철한 행적으로 존경을 많이 받았던 인물이다. 헌데, 그자가 알고 봤더니 배신자라는 것. 가까이서 그를 받들었던 몇 몇 은 다리가 풀려 주저앉기까지 했다.
“그 썩은 정신을 머리부터 베어주마-!”
카드득. 슈레인이 거검으로 지면을 훑으며 돌진했다.
어마어마한 압력. 달려오는 힘만으로 광풍이 몰아쳤다. 제롬이 잇소리를 내고는 검을 뽑아 비스듬히 찍어 눌렀다. 슈레인과 정면충돌을 하는 것은 미친 짓. 힘을 흘리려 하는 것이다.
쩌억. 지면이 힘의 사선을 타고 쪼개졌다.
천사와 사도의 싸움으로 엉망이 돼 있던 바닥이 단층처럼 나뉘고 갈라졌다. 슈레인이 아래에, 제롬이 위에.
“당신은 죽어 줘야겠습니다!”
“파란경!?”
그 순간, 무너지는 지면 옆을 돌아서 한 사람이 뛰어들었다.
제 8 성기사단의 단장인 파란이었다. 크게 휜 곡도를 허리춤에서 감아 뽑더니 슈레인의 빈틈을 향해 휘둘렀다. 너무나 예리한 공격. 도무지 피할 수 없어 보였다.
“불허(不許) 한다!”
슈레인의 대검과 비슷한 수준의 검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파란의 검격을 수직을 튕겨 내고는 먼지바람을 등지며 축퇴를 날렸다. 으적! 강력한 소리와 소리가 들리고, 파란이 바닥을 한 차례 구르며 튕겨나갔다.
“옴멜 경.”
“슈레인 경! 그것이 정녕 사실입니까? 성하께서 적들의 조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
“맞네. 천사의 등장과 동시에 교황께서는 정신을 잃으셨지. 잠시나마 적들의 힘이 끊어져서 그런 거라네.”
“아아. 불찰이외다. 이런 실수를 하게 되다니.”
옴멜이 산 같은 몸을 숙이며 회한에 찬 음성을 토해냈다.
그는 슈레인 만큼이나 철저한 충성파. 교황의 행보가 이상했을 때도 한 점의 의심 없이 그를 따랐던 인물이다. 하지만 천사가 등장하고 사르힌이 무언가 사악한 것으로 비춰지는 순간 한 줄기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젠킨이 접근했다.
젠킨은 상대 기사들 중 포섭 할 수 있는 인물로 옴멜을 점찍어 놨었다. 그는 강직하기로 유명한 자. 속내를 알 수 없는 제롬과는 같은 부류가 아니었다. 해서,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가는 순간 바로 접근을 해서 교황의 상태를 알렸다. 평소 같았다면 바로 거짓말 하지 말라며 검을 휘둘렀을 그이지만, 천사의 등장과 함께 쓰러진 교황을 본 터라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결국 제롬의 외침까지 듣고 말았다.
“어리석다! 어리석어!!”
쾅쾅! 거검이 바닥을 찍어 눌렀다. 돌이 쪼개지고 잔금이 사방으로 번졌다. 성난 그의 기세가 사위를 잠식했다. 과거, 슈레인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강하다 평가받던 인물이다. 하지만 성법을 제외하고 친다면 어쩌면 더 강할 수도 있다고 말 하는 자들도 많았다. 그 만큼 강자라는 뜻.
“죄는 후에 죽음으로 갚겠소이다!!”
콰르릉-!
옴멜이 지면을 밟으며 튀어나갔다.
정면에 파란이 측면에 제롬이 있었다. 기세가 험하다 여겼는지 두 사람이 좌우로 찢어지며 협공을 시도했다. 예리한 검격이 먼지를 가르며 옴멜의 가슴팍을 노렸다.
“허업-!”
대검이 지면을 찍어 누르고 그의 몸이 튕겨 올랐다. 거구가 허공을 나는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파란의 검이 허리춤을 훑고 지나갔다. ‘칫-!’ 공격에 실패한 그가 낮게 혀를 찼다. 그 사이 거구가 한 바퀴를 돌고 정면에 제롬의 검을 마주했다. 그의 예리한 검은 옴멜의 움직임을 예측하여 궤도를 바꾸고 있었다.
“파!”
옴멜의 입에서 일갈이 터져나왔다.
대기가 찌르르 울더니 제롬의 검격을 흔들었다. 궤도가 살짝 바뀌었다. 허리를 베어낼 검이 어깨 위를 스쳤다. 피가 튀나 치명상은 아니다.
두둑!
대검의 손잡이가 제롬의 흉부를 때렸다.
상부 강판이 우그러지며 몸을 압박했다. 제롬의 입에서 피가 튀어나왔다. 붕 떠서 밀려나는 모습이 마치 장난감 같았다.
휘릭-!
하지만 옴멜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손잡이으로 제롬을 날린 그가 몸을 돌렸다. 지면에 막 발끝이 닿은 순간이다. 마치 무용수의 춤사위처럼 우아하기 짝이 없다. 바람이 휩쓸려 그의 대검과 함께 돌았다. 그리고 이 검격의 끝에는 제롬의 몸통이 닿아 있었다.
“빌어먹을!!”
제롬의 입에서 단말마 비명이 터져 나왔다.
죽음을 직감한 통한의 외침? 아니다. 이런 상황이 분해서 토해내는 일갈이다. 그의 몸통이 새카만 각질에 휩싸였다.
터엉!!
옴멜의 검과 제롬의 외갑이 충돌했다.
산이라도 베어 낼 것 같은 검격이었으나, 그 새카만 외갑은 어쩌지 못했다. 다만, 충격은 전해서 몸을 튕길 수는 있었다. 제롬이 십 수 미터나 튕긴 후에야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내장이 흔들렸는지 입가에는 작게 피가 흘러나왔다.
“그 몸은……?”
“흥! 이것이야 말로 신에 대한 은총이다! 하찮은 빛 따위에 현혹되는 너희가 어리석은 것이다!”
“아아. 어찌 이럴 수가! 한때나마 등을 맡길 수 있는 전우라 여겼건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오. 나는 죽어가던 몸. 빛의 힘으로도 나을 수 없던 나를 구원해 주신 건 혼탁한 신. 그리고 이제는 유일하다 믿는 분이오.”
파란의 몸에서도 검은 각질이 솟아올랐다.
이는 공허의 힘. 둘은 성력을 포기하고 공허를 받아들였다.
“어찌 이럴 수가……”
“옴멜 경. 나쁘게 말 하지는 않겠소. 그대도 우리와 같은 길을 걷는다면……”
“시끄럽다!!”
콰르릉-!!
옴멜의 몸에서 폭풍 같은 기세가 쏟아졌다.
몸 주변 대기가 휘말려 올올히 솟았다. 눈이 새빨갛게 충혈 되고 바득바득 부딪히는 이는 부러지는 것이 아닐까 염려 될 정도로 무서운 소리를 냈다.
“더 이상의 자비는 없다! 싸그리 죽여 버리겠다!”
“웃기는군. 네놈의 힘으로?”
제롬이 허공을 격하여 옴멜의 앞에 나타났다.
반응하기 어려울 정도의 초속한 움직임. 격하게 달궈진 대기가 열풍을 쏟아냈다. 제롬의 몸일 슬쩍 비틀리고, 허리춤으로 집어넣은 검이 다시금 뽑혀 나왔다. 검이 달궈져 붉은 궤적을 그렸다.
이것은 옴멜도, 슈레인도 반응하지 못했을 정도의 압도적인 속력.
공허로 강화 된 순수한 육체능력은 성기사의 반응속도를 압도하고 있었다.
카앙-!!
하지만 그 순간에도 이를 예견하던 인물이 하나 있었다.
“크윽!!”
왁슨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잡으며 물러났다.
제롬의 검격에 끼어들어 공세를 비틀어 낸 것이다. 다만, 신체적인 능력 차이가 커서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공격이 실패한 제롬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네놈이 어떻게……?”
“집중하세요! 빠르고 강하지만 그래봐야 같은 사람입니다!”
“음……!”
“그 아이의 말이 옳다!”
슈레인이 다시 전투에 끼어들었다.
그는 사르힌과의 싸움 이후로 몸이 넝마가 된 상태였다. 앞선 격돌 상처가 도진 이후에 잠시 호흡을 돌리고 다시 돌아온 것이다.
“잔재주를……그래봐야 변하는 것은 없다.”
“제롬의 말이 맞소. 분명 우리는 같은 사람이나, 힘은 아득히 높아진 터. 저항해야 의미가 없소이다. 한때나마 같은 동료였던 바. 베고 싶지 않으니, 순순히 투항을 하시오.”
“하하하! 그거 참 걸작이군. 힘을 얻었으니 여유가 생겼다 이건가?”
“젠킨?”
무리의 후면에서 한의 부축을 받으며 젠킨이 걸어 나왔다.
옴멜을 설득하는 와중에 사도에 휘말려 한 바탕 구르고 오는 길이다. 얼굴을 피투성이지만 무엇이 좋은지 얼굴에 웃음이 한 가득 달려 있었다.
“단장급도 아닌 너 따위가 낄 곳이 아니다.”
“쿡. 내 말을 듣고도 그런 얼굴을 할 수 있을까?”
그가 한의 부축을 풀고는 두 다리로 섰다.
품에 손을 넣어서는 무언가를 꺼냈다. 새하얗게 빛나는 깃털이었다. 뿌옇게 피어난 먼지 구름을 한 번에 밀어 낼 만큼 찬란한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봤던 비석에는 너희가 얻고자 하는 힘이 들어있지. 지금 나타난 천사는 그것을 보호하는 방어기제. 다만, 그 반작용으로 성기사들이 받아야 할 성력이 차단되었지. 아주 간단한 논리야. 집중적으로 힘을 몰아주기 위한 기제작용이니까. 하지만 그 중 일부라도 끌어와서 사용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젠킨이 날개를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제롬과 파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싸울 거면 전력으로 해 보라고!!”
파아앗—!!!
성력의 비가 내렸다.
- 작가의말
성기사 명단
1. 슈레인
2. 옴멜
3. 움트라
4. 베젤(사망)
5. 오니아(사망)
6 제롬
7, 유그니아(사망)
8. 파란
9. 벡스타인(사망)
10. 한
11. 레이나(사망)
12. 람
서기관 - 타이렌
대주교 - 잉그하트
대주교 - 사르힌
대주교 - 오닐(사망)
대주교 - 센세시아(사망)
* 간략하게 정리했습니다.
이름도 안 나오고 사망 처리된 그들에게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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