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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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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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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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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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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8,903

작성
22.09.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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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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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10쪽

10장. 메타2기지로 가는 길.(3)

DUMMY

우르는 좀처럼 바다로 내려가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제인이 자꾸만 목성에 시선을 보냈다. 아직도 목성이 자아낸 환상에 풀려나지 못한 것 같았다. 한 곳에 오래있는 것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르가 진동을 느껴도 거리가 있으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나는 궤도차를 출발시켰다. 후방 카메라의 화면에서 우르가 크게 꿈틀거렸다. 불길한 예감이 확 번져왔다. 앞을 가로막는 얼음바위를 피해 길을 잡은 후 다시 후방 카메라의 화면을 봤다. 몸이 반쯤 구부러진 우르의 몸에서 우르인간들이 뛰어내리고 있었다. 우르 속에 들어가 있었던 것 같았다.


“빌어먹을.”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속도를 올리고 싶었지만 사방이 얼음 장애물이었다. 앨런이 겁먹은 얼굴로 물었다.


“왜 그래요?”


“우르인간이 나타났어요. 아마 우릴 쫒아올 겁니다. 제인을 흔들어 확실히 정신 차리게 해요.”


“예? 우르인간이 나타났다고요?”


“예. 후방카메라의 화면을 봐요.”


앨런이 모니터를 뚫어지라 봤지만 우르인간은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아뇨. 얼음바위나 기둥위로 뛰어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어요. 제인의 정신을 확실히 차리게 하고 전기충격기와 테이저건을 준비해요.”


앨런은 손을 가늘게 떨며 제인을 흔들었다.


“제인, 제인, 정신 차리고 전기 충격기를 들어요. 화면을 봐요.”


앨런의 외침에 제인이 눈을 크게 떴다. 앨런이 생수병을 내밀자 제인이 못마땅한 얼굴로 몇 모금 마셨다. 정신이 조금 드는 모양으로 눈동자에 초점이 바로 잡히고 있었다. 나는 제인과 앨런을 가끔씩 돌아보며 열심히 휴먼세븐이 남긴 자국을 따라 궤도차를 몰았다.


길은 컴퓨터의 내비게이션과 거의 일치했지만 가끔 틀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마다 난 조금도 주저 않고 재단의 카트차 자국을 따랐다. 길은 결국 하나로 합쳐졌고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원을 좌로 도느냐 우로 도느냐의 문제였을 것이다. 열심히 달린 덕에 우르인간을 떨어뜨려 놓았는지 어느 쪽 카메라에서도 우르인간은 보이지 않았다. 앨런이 안도하며 말했다.


“우르인간이 정말 있기는 했어요?”


“예. 우르에서 떨어져 나오는 걸 분명 봤습니다.”


앨런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고 제인은 아예 표정이 없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듯 했다. 내게도 조금 안도감이 느껴지던 순간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지붕에서 들렸다. 그와 동시에 궤도차 앞 정면에 우르인간 둘이 나타났다. 나는 핸들을 틀지 않았다. 좌우로는 얼음바위로 방향을 바뀌었다면 바로 충돌했을 것이다.


사물을 감지한 컴퓨터가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나는 오히려 엑셀을 밟았다. 바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잔인한 결정이었지만 멈춘 궤도차가 우르인간에 둘러싸일 일이 더 두려웠다. 궤도차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갔다.


정면에서 오른쪽에 서 있던 우르인간이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얼음기둥에 바싹 붙었다. 궤도차와 얼음기둥의 간격은 50cm도 되지 않았지만 우르인간은 어떤 손상도 입지 않았다. 그러나 왼편에 서있던 우르인간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순발력을 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온몸이 깔린 건 아니었다. 피하는 것이 한 박자 늦어 궤도에 우르인간의 다리 하나가 끼었던 것이다. 다리가 떨어져나가며 으스러졌지만 전혀 고통이 없는 듯 우르인간은 풀쩍 뛰어 얼음기둥을 손으로 짚으며 위로 올라갔다.


궤도차의 지붕에서는 쿵쿵거리는 소리가 계속되었다. 그 소리에 정신이 든 제인인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어느 틈에 붙었는지 에어록에 매달린 우르인간의 모습이 측면카메라에서 잡혔다. 내가 못 본 사이 얼음기둥이나 바위위에서 뛰어내렸거나 궤도차 지붕에서 내려온 것 일거다.


“에어록에 좀비인간이 붙었어요. 준비해요.”


나는 남겨진 자국을 따라 계속 궤도차를 몰았다. 자국이 없었더라면 우르인간에 신경 쓰느라 크레바스에 빠졌거나 얼음구덩이에 쳐박혔을지도 모른다.


“겁먹지 말고 문 쪽을 봐요. 문을 따고 들어오는 즉시 테이저건을 쏴요.”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나 앨런과 제인은 공포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테이저건을 문 쪽으로 겨눈 앨런의 손이 하도 떨려 저러다 반대 방향으로 쏴 내가 맞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을 정도였다. 제인은 금방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테이저건도, 전기충격기도 들지 못하고 있었다. 유벤타 공장으로 가던 중 좀비대원들과 싸웠던 사람들이, 특히 장영이, 새삼 그리웠다.


“무서워하지 말아요. 겁먹지 않고 한 번에 테이저건을 맞추기만 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요.”


나는 톤을 낮추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두 사람의 공포를 지우지는 못했다. 에어록에 매달린 우르인간 하나가 도어개방 장치를 만지작거리다 손에 잡이는 이것이 뭔지 잠시 생각하는 듯 도어개방 장치를 들여다보았다.


개방장치를 밀어 열고 오픈버턴을 누르면 외측문이 열린다. 나는 침이 마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마침 눈앞에 꽤나 큰 얼음 바위가 보였다. 우르인간을 얼음바위와 궤도차 사이에 끼게 만들기 위해 궤도차를 그쪽으로 최대한 붙였다. 우르인간 둘은 낌새를 눈치 채고 바위가 다가오자 궤도차에서 떨어져 펄쩍 바위위로 뛰어 올랐다.


궤도차는 얼음바위를 살짝 긁으며 앞으로 나갔다. 우르인간을 떼어놓았다고 환성이 나오는 순간 지붕에서 우르인간 하나가 다시 에어록에 매달렸다. 우르인간은 바로 에어록 개방장치를 밀었다. 이제 오픈 버턴을 누르기만 하면 됐다. 이제 끝장이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르인간은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우르인간은 궤도차에 매달린 채 개방장치를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죽은 자들에게서 우르에게로 전해지고 그것이 다시 우르인간으로 전해지는 동안 기억의 단편이 흐려진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 매달렸던 우르인간 둘도 바로 문을 열지 않은 이유가 기억이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궤도차를 전진시키며 붙어 있는 우르인간을 떼어버릴 얼음바위와 기둥을 찾았지만 모두 마땅치가 않았다. 얼음바위와 기둥들 근처에 작은 얼음덩이들이 쌓여있어 궤도차를 바싹 붙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우르인간은 에어록의 개방장치를 붙잡고 한참을 생각하다 궤도차에서 뛰어내렸다. 아까 얼음바위에 뛰어 화를 면했던 우르인간 둘이 뛰어 쫒아오다 동료가 궤도차에서 뛰어내리자 자신들도 동료 옆에 멈추고는 멀어지는 궤도차를 보기만 했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바퀴 자국이 이어진 얼음기둥의 군집사이로 들어갔다. 궤도차의 지붕위도 조용했고 후방과 측면의 카메라에 잡히는 것도 없었다.


“우르인간을 떼어놓은 것 같습니다.”


내가 뒤를 보며 말하자 앨런이 테이저건을 쥐고 있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제인은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었다. 궤도차가 얼음기둥의 군집을 벗어나자 길은 조금 나아졌다. 우리는 낮은 얼음 언덕 사이에 번갈아 이어진 완만한 곡선 길을 달렸다. 나는 자율 주행으로 바꾼 뒤 운전대를 놓고 어깨를 돌리며 잠시 긴장을 풀었다. 언덕은 각양각색의 큼직한 얼음 바위들을 가득 품고 있었다. 앨런과 제인은 뒤쪽 자리에 앉아 마음을 진정시키며 얼음언덕을 보고 있었다. 나도 긴장이 풀어지며 눈이 감겼다.


“잠시 눈을 붙이고 갑시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궤도차를 얼음 바위 아래에 세웠다. 어차피 급할 것은 없었다. 나는 운전석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우르인간이 문을 열지 않은 이유를 연달아 가정해 보았다. 흐려진 기억만큼 그들은 점점 인간에서 멀어지고, 또 그만큼 우르인간으로서 정체성을 갖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살짝 잠이 들었나 보다. 퍼뜩 눈을 뜨고 시계를 보자 20분 이상을 잔 것 같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몸은 한결 가뿐하고 긴장도 풀렸다.


고개를 돌려 뒷자리를 보았다. 앨런과 제인은 아직도 멍한 모습이었다. 처음 경험했을 죽음의 공포에서 쉽게 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고 나는 다시 궤도차를 몰았다.


운전을 하며 간단히 요기를 했다. 물과 음식이 들어갔기 때문인지 앨런과 제인도 기운을 차렸다. 제인은 자꾸만 목성에 눈길을 주었지만 그때마다 나보다도 앨런이 주의를 주었다. 우리는 지루함에 지치고 불안 속에 주위를 경계하며 2시간 정도를 더 달렸다. 작은 리네아 근처를 지날 때 또 한 차례 우르를 보았다. 리네아가 꽤나 깊은지 우르의 윗부분 10m정도만 보였다.


나는 최대한 속도를 줄이고 리네아와 떨어져 차를 몰았다. 우르인간의 흔적은 없었고, 솟아오른 우르의 끝부분에 곰팡이의 흔적으로 보이는 검은 띠가 길게 남아있었다. 이 우르는 곰팡이에 감염된 후 지금이야 치유중인 모양이었다. 감염과 치유도 우르마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는 것 같았다. 유로파의 크기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궤도차가 리네아에서 멀어지자 우리는 다시 안도를 했다. 앨런과 제인이 창에 붙어 밖을 감시했지만 우르인간은 발견하지 못했다. 앨런도, 제인도 점차 이 여행이 익숙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이란 게 언제 무너지고 또, 폭발할지 몰라 나는 틈틈이 둘을 보며 짧으나마 계속 말을 걸었다. 그러던 중 바퀴 자국을 따라 오르막을 올랐다.


십 수 미터 높이의 얼음 기둥과 집채만 한 바위들이 흩어져 있는 유로파의 대표적인 모습이 펼쳐졌다. 비교적 평탄한 얼음대지위에 바퀴 자국이 뚜렷한 길은 더 넓어지고 분명해졌다. 그렇다고 길이 고속도로처럼 일직선으로 뻥 뚫린 것은 아니었다. 가로 막은 얼음 기둥과 바위, 크레바스를 피하기 위해 곳곳에서 급격한, 때로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궤도차의 방향을 틀어야 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달리자 크고 깊은 리네아의 가장자리를 따라 비교적 곧은길이 나왔다. R5형 사족보행 로봇은 그런 길 한 가운데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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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휴가 등의 사정으로 잠시 연재를 쉽니다. +1 22.07.30 881 0 -
170 에필로그 +12 23.05.21 233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1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5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7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6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5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49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1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1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7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0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3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8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5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8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0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5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5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1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0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1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3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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