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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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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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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266
추천수 :
4,442
글자수 :
848,903

작성
22.09.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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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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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9쪽

9장. 캬티냐 기지(6)

DUMMY

당장의 위험이 사라지자 미찌코는 한숨을 쉬며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중얼거렸다.


“수집한 샘플들을 잠수정에 실어 놓아 다행이야!”


김철수는 안도하는 미찌코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재단에 대한 분노가 이글거렸다. 김철수는 그대로 분노를 터뜨렸다.


“그나저나 저놈의 재단을 어떻게 해하지? 우리 허락도 없이 캬티냐 기지에 로봇을 보내 우리를 죽이려 까지 했어.”


로봇개의 공격에 미찌코가 죽을 뻔했던 걸 생각하자 나도 피가 거꾸로 솟는 듯 했다. 휴먼세븐 따위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우주복 카메라에 로봇개가 찍혔을 겁니다. 그걸 지구로 보내 유로파에서 재단을 쫓아내야죠.”


김철수는 내 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듯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맞아. 재단 것들을 모두 유로파에서 쫓아내야 해. 그나저나 김 박사도 신디케이트 사람이 다되었군.”


“신디케이트를 떠나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게 프로그래밍 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맞아요. 이건 정말 엄청난 사건입니다.”


흥분한 나와 김철수와는 달리 조용히 생각에 잠겼던 미찌코가 김철수에게 물었다.


“재단은 왜 카티냐 기지에 로봇을 보냈죠? 전에는 하지 않았던 짓이지 않아요?”


“왜겠어요? 지구에서 놀고 있는 임원들이 틈을 보였기 때문이죠. 재단 놈들이 신디케이트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한 겁니다. 이걸 기회 삼아 캬티냐 기지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거겠죠.”


김철수는 꼬투리를 잡아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재단에게 굴복한 임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겁니다. 유로파에 한 번이라도 와 우르를 본 적도 없이, 투자했다는 것만으로 거들먹거리는 놈들을 모두 잘라내 버릴 겁니다.”


어느 때보다도 더 강경한 김철수의 태도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미찌코도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로봇개 사건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는 희망이 생겼다. 통신이 가능한 거리에 들어오자 김철수는 통제실과 통신을 했다. 잠수정은 무난히 기지로 올라가 크레인에 들려 올려졌다. 잠수정을 내리며 보니 선체 위와 측면 곳곳에 금속으로 긁은 생채기가 나 있었다. 김철수가 다시 욕을 뱉었다. 우리는 쉬지도 않고 곧장 공장 통제실로 갔다. 그곳에서 바로 우주복의 카메라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은 기대 이상으로 선명했다. 김철수는 샘슨과 클라크에 문건한까지 부르고 제임스기지의 켐젠과도 화상연결을 한 후 의기양양하게 로봇개가 찍힌 영상을 보여줬다.


“재단의 놈들이 협약을 어기고 로봇을 캬티냐 기지에 보냈어요. 그것도 살상용 로봇이에요. 살상용!”


김철수는 말하는 내내 씩씩거렸다.


“난 당장 신디케이트 본부에 보고 할 겁니다. 그런데 문건한 팀장, 이 로봇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문건한이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


“예?”


“그러니까, 이런 로봇을 보낸 이유와 로봇의 수준 말입니다.”


“글쎄요···, 전 로봇 전문가가 아니라서···”


“하지만 기계라면 모르는 게 없지 않습니까? 로봇도 기계고요.”


문건한은 김철수의 강요에도 표정 변화 없이 무심하게 말했다.


“우르나 우르인간과 싸우기 위해서는 저 정도 능력은 있어야겠지요.”


“아하, 그럼 이 로봇은 애초부터 우르와 맞닥뜨릴 경우를 고려했다는 말이군요?”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재단은 로봇을 인간 살상용이 아니라 우르에 대비한 방어용이라고 둘러대겠죠.”


김철수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문 팀장에게 듣고 싶은 게 그런 것입니다. 그럼 수준은요?”


“수준이라면···, 저 정도를 만드는 건 어렵지는 않습니다만, 하지만 유로파의 심해에 들어왔다면 수압을 견뎌야 하는데···”


문건한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어떤 금속으로도 저 정도의 크기로는 수압을 견딜 만큼의 두께는 나오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로봇개를 싣고 다니는 별도의 잠수함이 있을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잠수함?”


김철수가 놀랬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아아, 인간이 타고 다니는 잠수함이 아니라 수압을 견딜만한 두께의 자동운항 잠수정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산소는 필요 없으니까 배터리 정도만 장착된 아주 작은 잠수정에 로봇개를 싣는 거죠. 캬티냐 기지까지 가서 잠수정은 얼음 밑에 숨어있고 로봇개로만 기지를 조사하게 하는···”


“으흠···, 맞아요. 나도 그게 이상했어요. 로봇개의 에너지로 10km나 되는 심해에 내려올 수는 없지요.”


김철수는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는 얼굴로 우리 모두에게 말했다.


“논리적으로 맞아 들어갑니다. 재단이 어떤 식으로 로봇개를 보냈는지 임원들을 설득할 수 있겠어요. 가와무라 박사도 도와주겠죠?”


미찌코는 뭔가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가 김철수의 질문에 얼굴을 바로 했다.


“뭘 도와달라는 거예요?”


“이 유로파에서 재단을 쫒아내는 것 말이에요. 이건 재단의 불법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미찌코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지구에는 일단 일어났던 일만 보고 하고 우리의 주장은 말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김철수가 화를 벌컥 냈다.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나가는 겁니까?”


미찌코가 바로 받아쳤다.


“유벤타 생산이 제로인 것과 유로파에서 로봇이 돌아다니는 것 중 어느 게 더 큰 문제입니까? 까딱하면 신디케이트가 더 곤란해질 수 있어요.”


김철수가 다시 화를 내려는 순간 미찌코가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로봇개가 우리에게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재단도 파악했을 거예요. 그럼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겠죠. 그래서 재단과 신디케이트 사이에 논쟁이 벌어진다면요? 유벤타를 생산 못하고 있는 신디케이트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거예요. 신디케이트 본부도 그걸 생각할 거구요,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나서 본부를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김철수는 분노의 눈으로 미찌코를 노려봤지만 반박하지는 않았다. 그 정도로 미찌코는 정치적으로 노련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옛날의 순수했던 미찌코를 상상 할 수도 없었다. 미찌코가 샘슨에게 말했다.


“로봇개의 발견 사실과 영상을 긴급 보안 파일로 보내세요. 그 외에는 언급하지 마시고요. 질문에만 답하세요.”


미찌코는 말을 끝내자마자 통제실을 나왔다. 아무런 할 일도 없는 나도 통제실을 나왔다. 뒤에서는 김철수가 여전히 씩씩대고 있었다. 문건한이 나를 따라 옆에서 걸었다. 문건한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카티냐 기지는 어땠습니까?”


“박살이 났더군요. 우르가 닥치는 대로 부수었는데, 아마 공조기 팬의 진동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그렇겠군요. 그럴 가능성이 높겠군요.”


문건한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물었다.


“핵 발전설비는 무사하던가요?”


“예. 크게 부서진 데는 없이 그냥 정지되어 있었습니다. 방사능도 검출되지 않았고요.”


“수소와 산소 탱크 등도 이상 없겠죠?”


“예. 탱크들도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입니다. 나는 방사능이 누출되었거나, 수소탱크가 폭발해 동굴이 내려앉았을까봐 걱정했습니다.”


문건한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왠지 그것이 본심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건한은 동굴이 내려앉아 다시는 인간이 들어갈 수 없게 되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나는 문건한에게 물었다.


“시설물들에 대해 잘 아는 군요. 그곳에 갔었습니까?”


“당연하죠. 핵발전소를 제외한 시설물들을 유지 보수하기 위해 한 달에 한번 씩은 가야만 하죠.”


“한 달에 한번 씩?”


나는 문건한이 그렇게나 캬티냐 기지를 많이 갔을 줄은 몰랐다. 문건한이 당황해 하며 말했다.


“아, 내가 전부다 간 건 아니고요. 팀원들이 돌아가며 갑니다.”


문건한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형태의 수중동굴이 있다는 게 놀랍기는 하죠. 김철수의 자랑거리자, 신디케이트의 보물이었어요.”


“우르를 잡아 가둘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극한의 조건에 노출시킬 일도 없이 그 풀에 가두어두면 되었죠.”


“그곳에서 무슨 실험을 한 거죠?”


“그곳에서 행해졌던 실험과 연구주제는 일급비밀이었습니다. 나는 유벤타 알파라는 게 있었다는 것도 며칠 전에야 알았어요. 이 유로파 기지의 설비들을 책임지는 내가 그 정도였다는 거죠.”


문건한이 속삭이듯 말했다.


“캬티냐 기지에서 방사능이 누출되었다면 유로파는 끝장났을지도 모릅니다. 그 활발하고 생명력 강한 세포들에 방사능이 쬐여진다면 말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엄청난 변종들이 나왔겠죠.···”


내가 혼잣말처럼 대답하자 문건한이 비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이런 엄청난 위험을 불러 온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글쎄요?”


“지구에도, 달에도, 이 유로파에도 있는 것입니다.”


“그게 뭡니까?”


“탐욕요. 인간의 탐욕입니다.”


문건한은 한 번 빙긋 웃고는 순환통로로 가는 갈림길에서 나와 헤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77 la***
    작성일
    22.09.14 16:48
    No. 1

    목성에서 나오는 방사능도 엄청난 수준이라 돌연변이가 나왔으면 진작에..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5 baume
    작성일
    22.10.28 09:40
    No. 2

    문건한은 자연주의자로군요. 탐욕 덕에 유로파에 와 있으면서 탐욕을 부정하는 모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백곰사육사
    작성일
    23.02.06 14:01
    No. 3

    신기한 게,
    우르는 대형생물임. 물론 지구 바다환경과 비교하자면 정상적인 크기이나,
    지구환경에서도 생명체의 최대 크기는 30미터라는 점을 볼 때,
    우르가 유로파에서 작은 생명체라고 할 수는 없음.
    그러나 먹이가 부유 유기물이라는 점이나 엄청난 재생력에도 불구하고
    진동이나 빛에 반응하여 공격성을 띄는 점,
    수시로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분출구를 찾는 점 등은
    우르가 천적이 있다고 생각되는 게 정상같은데..
    주인공은 생태학 전공 박사면서도
    여자만 봤다 하면 헬렐레, 온 사방 눈치만 보는 호구노릇 지존에,
    에반게리온 신지마냥 중요할 때도 쓸데없는 고민하느라 시간만 보내면서 발암 일으키고
    그런 주제에 욕구는 또 오지게 많으면서도
    막상 쓸데있고 발전적인 생각은 전혀 안한다는 점..

    진짜 작가님이 오지게 캐릭터 잘 만드셨다고 생각이 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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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에필로그 +12 23.05.21 233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1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5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7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6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5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49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1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1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7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0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3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8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5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8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0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5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5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1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0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1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3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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