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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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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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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8,903

작성
22.09.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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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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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1쪽

9장. 캬티냐 기지(5)

DUMMY

로봇개는 높이가 허리까지 오는 대형견 이었다. 얼음색과는 맞지 않는 검회색의 금속이 이질적이었다. 머리에 달린 네 개의 카메라 중 하나가 우리 방향으로 틀자 남은 카메라들도 일제히 우리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우리를 발견한 것이다. 로봇은 잠시 꼼짝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인간에게 발견되는 것이 곤란한 일이라는 걸 인지하고 어찌해야 할지 계산하는 것 같았다. 김철수가 분노에 차 말했다.


“아니, 저건 재단의 로봇 아냐? 저것이 어떻게 여기로 들어왔지?”


미찌코도 격양했다.


“그러게요. 재단의 로봇은 신디케이트의 기지에 들어올 수 없어요. 이건 협약 위반이에요.”


신디케이트의 임원 둘이 화를 내는 동안 로봇은 우리를 어떡할지 결정한 모양이었다. 로봇 하나가 풀의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에게 달려왔다. 다른 로봇은 꽁무니에서 작은 프로펠러가 나오더니 풀 안으로 뛰어들어 물을 가르며 우리 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분명 협공이었다. 김철수가 놀라 소리쳤다.


“저것들이 목격자를 없애려는 모양이야. 어서 도망가요.”


우리는 일제히 잠수정이 있는 쪽으로 뛰었다. 나는 뛰면서도 고개를 뒤로 돌렸다. 풀의 가장자리를 따라 뜀박질하는 로봇개는 빨랐다. 벌써 풀을 절반 이상 돌았다.


“어-허 빨리···”


위험을 경고하려 했지만 숨도 차고 긴장되어 바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우르인간들이 로봇개를 뒤따라 뛰기 시작했다. 우르인간은 우리 보다 로봇개에 흥미가 간 모양이었다. 로봇개가 우릴 쫓고 우르인간이 로봇개를 쫓는 우습지도 않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갑자기 풀의 물속에서 가늘고 기다란 우르의 몸채찍이 나와 풀을 가로지르고 있는 로봇개를 휘어 감았다. 프로펠러가 물을 직접 흔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로봇개는 목을 길게 빼고 몸을 감은 우르의 채찍을 물어뜯었다. 굵기가 1미터는 될 것 같은 우르의 채찍이 절반 가량 잘려나갔다. 그만큼 로봇개의 치악력이 대단했다. 뒤를 힐끔 본 김철수가 소리쳤다.


“저건 살상용 로봇이야. 탐사용이 아냐.”


그러나 로봇개는 우르의 상대가 아니었다. 내가 잠시 앞으로 눈을 돌렸다가 다시 뒤를 봤을 때는 또 다른 우르의 채찍이 로봇개를 휘감고 있었다. 우르의 죄는 힘에 로봇개의 몸이 찌그러지며 물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다시 뒤를 힐끔 돌아본 김철수가 소릴 질렀다.


“저놈들이 쫒아와. 더 빨리 뛰어요.”


나는 고개를 바로 해 달렸다. 긴장으로 숨을 쉬지 못해서였을까! 당장 턱밑까지 숨이 차올랐다. 자연스럽게 움직여지지 않는 우주복이 거추장스럽기만 했다. 우리는 컨테이너 잔해를 지나 핵 발전기가 있는 건물까지 왔다. 뒤를 돌아본 김철수가 외쳤다.


“로봇개가 바로 뒤까지 따라···”


김철수가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로봇개가 한 걸음 뒤쳐진 미찌코의 다리를 물었다. 미찌코가 쓰러지며 ‘악’ 하는 비명을 질렀다. 나는 돌아서 로봇개를 발로 찼지만 금속에 부딪치며 밀려났을 뿐이었다. 김철수가 미찌코를 당겨 로봇개의 입에서 끌어내려했다. 로봇개는 미찌코의 다리를 놓지 않았다. 그렇게도 강한 우주복이 조금 찢겨나갔다. 우주복 밑으로 평상복을 입은 미찌코의 다리가 살짝 보였다.


여기가 유로파의 표면이었다면 미찌코는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적절한 기압이 있고, 우주복이 여유가 있었기에 다리를 직접 물리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우리를 살린 건 우르인간이었다. 우르인간 셋이 로봇개에게 달려들었다. 우르인간은 로봇개의 목과 다리를 잡아 비틀고, 끌었다. 로봇개가 미찌코를 놓고 우르인간을 무는 사이 미찌코는 김철수에 의해 당겨지며 풀려났다.


“도망쳐요. 도망쳐.”


나는 미찌코를 붙잡아 일으키며 외쳤다. 우리는 다시 잠수정으로 달렸다. 뒤에서는 로봇개와 우르인간의 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두 명의 우르인간 순식간에 반토막 났다. 뒤따라온 다른 우르인간 셋이 로봇개를 덮쳤다. 우르인간은 우릴 쫓지 않았다. 진동을 일으킨 로봇개가 공격대상으로 각인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잠수정으로 달려 나간 김철수가 고정시켰던 줄을 미친 듯 풀었다. 나는 미찌코를 부축해 잠수정에 태웠다. 우리가 잠수정에 안으로 들어가 해치를 막 잠갔을 때, 로봇개가 잠수정 위로 뛰어올랐다. 용케도 우르인간을 뿌리친 모양이었다.


“잠수, 잠수.”


김철수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메인 스위치를 누르며 외쳤다. 위에서는 로봇개가 잠수정 선체를 긁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몇 초도 가지 않았다. 따라온 우르인간이 다시 로봇개를 공격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로봇개는 머릿수가 많은 우르인간을 당해낼 수 없다는 듯 바다로 뛰어들어 우리가 들어왔던 수중동굴을 헤엄쳐갔다.


우르인간은 더 이상 로봇개를 쫒지 않았다. 대신 모든 관심이 잠수정에 모아졌다. 우르인간은 잠수장에 붙은 장치들을 만져보며 두드리기도 했다. 그 사이 밸러스트에 물이 찼다. 잠수정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며 한편으로 수중 동굴 밖을 향해 직진했다. 우르인간들이 물속에 뛰어 들어 잠수정에 달라붙었다.


“저것들이 어떡하지···. 이대로라면 잠수정기지까지 따라오겠어요.”


김철수가 내게 말했지만 나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동굴을 나가면 속도를 높여 떼어내죠.”


나는 무심결 말했지만 그건 우르를 만나지도 않고 우르인간이 잠수정에 매달릴 힘도 없다는 가정에서야 가능할 일이었다. 미찌코가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기지로 돌아오는 우르인간이나 만나지 않기를 빌어요.”


인간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은 이 우르인간보다 공격성향이 강한 쪽이 더 걱정이기는 했다. 잠수정은 휘어진 부분을 돌아 계속 동굴을 직진했다. 미찌코는 기도하듯 눈을 감았고 김철수는 얼굴을 찌푸리고 잠수정에 매달린 우르인간들을 어떡할지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잠수정에 붙어있는 우르인간은 셋이었다. 카메라에 잡힌 게 셋이니 사각지대에 얼마가 더 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것들이 잠수정의 선체를 두드리는 소리가 내부에 텅텅 울렸다.


“저놈들이 붙어있는 동안 우르를 만나면 끝장이요.”


김철수는 여전히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그러는 동안 잠수정이 동굴을 빠져나왔다. 우리의 긴장은 높아졌다. 금방이라도 돌아오는 우르인간과 만나거나 우르가 근처를 지나갈 것 같았다. 매달린 우르인간은 계속 잠수정을 두드렸다. 그 소리가 퍼져나갈 거라는 생각을 하자 몸이 오싹거렸다. 김철수가 속도를 높였다. 잠수정은 얼음벽을 따라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우르를 부를지도 몰랐기에 탐조등을 꺼 우르인간이 몇 명이나 매달렸는지 파악되지는 않았다.


“이대로 잠수정기지에 가면 어떻게 되는 거지?”


김철수는 잠수정 기지까지 우르인간이 매달려 갈까를 걱정했다. 그 와중에 우르탐지기가 경보음을 냈다. 3km 아래에서 우르 한마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잠수정 기지와 통하는 분출공까지는 아직 2km도 더 남아있었다. 우르인간은 계속 잠수정을 두드려댔다. 그 소리 때문인지 우르가 오는 방향이 잠수정 쪽이었다. 걱정했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저것들이 우르를 부르고 있어. 이대로라면 우르와 충돌할 건데···”


김철수가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내 입안에서는 침이 마르고 있었다. 우르경보기의 소리가 멈추지 않자 김철수는 욕을 하며 엔진을 정지하려했다. 그러나 우르인간이 붙어있는 이상 소용없는 짓이었다. 죽든 살든 방법을 찾아야했다. 내게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잠수정을 얼음벽에 충돌시키는 게 어떻겠습니까?”


“뭐요? 충돌?”


“예. 잠수정과 얼음벽사이에 우르인간을 끼게 하는 겁니다. 일단 제일 크게 소리 내는 부분부터요.”


“그럼 위인데···”


“설비는 파손되더라도 수리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죽음입니다.”


마침 메인 화면에 비쭉 튀어나온 얼음벽이 그려지고 있었다. 김철수는 바로 잠수정의 속도를 최대한 줄이고 조종간을 미세하게 움직여 위쪽의 얼음벽에 잠수함을 살짝 박았다. 뭔가가 깨어지는 소리와 철판이 부딪치는 둔중한 소리가 함께 들렸다.


“우르인간이 찌그러졌을까?”


김철수는 자신에게 묻듯 작게 말하고는 충돌의 반동으로 밀려난 잠수정을 다시 한 번 위에 갖다 대어 살짝 문질렀다. 위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확실히 멈추었다.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르탐지기의 경보음은 더 세어졌다. 잠수함의 옆쪽에서는 아직도 벽을 치는 소리가 있었다. 우리는 급해졌다.


“이제는 옆에 붙은 놈을 처리합시다.”


김철수는 아까처럼 잠수함을 조종해 옆면을 얼음벽에 충돌시켰다. 우르인간이 짜부라졌는지 바로 소리가 멈추었다. 동시에 거대한 물결이 밀고 들어와 잠수정은 얼음벽으로 밀었다.


“엔진을 끄세요.”


내가 급하게 말하자 김철수는 약하게 가동시켰던 엔진을 멈추었다. 물결이 한 번 더 지나가며 잠수정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그때마다 얼음벽에 선체가 긁히는 소리가 났다. 컴퓨터가 계산한 우르와의 예상거리는 ‘0’이었다. 우르가 잠수정을 덮친 것이다 .


잠수정이 그 자리에서 얼음벽을 긁으며 360도 회전한 후 물결에 따라 아래로 밀려갔다. 미찌코가 의자를 잡으며 낮은 비명을 질렀다. 얼음벽이 있어 우르가 잠수정을 품지 못하고 제대로 내려칠 수도 없었던 모양이었다. 우르는 그저 진동이 느껴지는 쪽을 마구 쑤시고 밀어보는 정도밖에는 할 수 없었다. 잠수정은 한동안 물결에 맡겨진 채 아래로 흘러갔다. 우르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 잠수정을 쫓지 않았다. 우르는 몇 차례 더 물결을 일으킨 뒤 잠수정과 멀어져갔다. 우르탐지기가 조용해지자 김철수는 다시 엔진을 켰다.


“1km 정도 멀어졌어요. 다시 얼음벽의 루트로 접근합시다.”


미찌코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반대했다.


“아직 그 자리에 우르인간이 있으면 어떡하게요. 얼음벽을 따라 가는 길을 이용하지 말고 직접 분출공으로 가요.”


미찌코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몸이 찌부러지고 몇 개로 잘려나가서도 우르인간이 죽었을 리는 없었다. 떨어진 팔이나 다리만으로도 잠수정에 붙어 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었다. 김철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럼 잠수정에 기록된 좌표에 따라 분출공을 찾아 올라갑시다.”


잠수정은 순조롭게 1km를 부상했다. 우르탐지기가 한 차례 울렸으나 거리가 멀었다. 우리는 우르가 지나가기를 기다린 후 다시 엔진을 가동시켜 또 1km를 더 올라와 이윽고 잠수정 기지의 분출공으로 들어갔다. 이제 우르 걱정은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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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에필로그 +12 23.05.21 233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1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5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7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6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5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49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1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1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7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0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3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8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5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8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0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5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5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1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0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1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3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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