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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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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8,903

작성
22.08.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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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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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0쪽

8장. 안드로이드 휴먼 세븐 (6)

DUMMY

최초의 우르인간에게는 눈알이 없었다. 눈은 형체만 잡힌 채 막으로 덮여있었다. 하지만 내가 잡은 우르인간의 눈에는 눈동자 같은 둥근 형체가 뚜렷했다. 우르인간이 그 둥근 형체를 굴리고 있었다. 분노와 두려움의 감정이 그 눈에서 들어있는 것 같았다. 칼을 든 내 팔에서 힘이 빠졌다. 클라크가 소리쳤다.


“뭐해요. 빨리 서둘러요.”


휴먼세븐이 2족 로봇에 달라붙은 우르인간을 떼어내어 집어던졌다. 다른 2족 로봇은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우르인간을 향해 용감하게 돌격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도 뭔가를 해야 된다는 의무감이 솟아났다.


나는 우르인간의 오른팔 팔꿈치 부분을 칼로 내리쳤다. 뼈가 딱딱해 한번으로 잘라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 순간 아래팔이 잘려 떨어졌다. 잘려진 부분에서 탁한 액체가 조금 흘러나왔다. 유기물을 가득 담았던 심해수와 비슷했다. 액체는 곧 증발되고 얼어붙으며 사라져버렸다.


드러난 허연 뼈는 인간처럼 경질의 무기물이 아니었다. 뼈는 탄성 있는 육질 같았다. 잘려진 부분이 오그라들며 주위의 살이 빠르게 상처 난 부위를 덮어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잘려 나와 얼음위에 떨어진 팔이 뱀처럼 구부러지며 꿈틀거렸다. 나는 팔을 집어 들었다.


“샘플을 채취했어요. 철수합시다.”


클라크가 기다렸다는 듯이 외쳤다.


“철수, 철수. 보안요원은 엄호 준비하라.”


휴먼세븐은 2족 보행로봇에서 우르인간을 모두 떼어낸 뒤 웃으며 말했다.


“성공했군요. 하지만 우리 로봇 하나가 곤란한 지경에 처했네요.”


휴먼세븐이 말하는 로봇은 앞으로 돌진해간 2족 보행 로봇이었다. 2족 로봇은 두 명의 우르인간을 마비시켰지만 세 번째는 실패했다. 2족 로봇에 세 명의 우르인간이 달라붙어 목을 꺾고 있었다. 유압과 모터의 힘보다 우르인간의 힘이 더 강한 모양으로 로봇은 버둥거리며 우르인간을 떼어내려 했으나 우르인간은 떨어지지 않았다. 휴먼세븐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내가 구하러 가야겠어요.”


“틀렸어. 운반용 로봇을 따라갔던 우르인간이 돌아오고 있어. 더 있다간 모두 죽어.”


나는 잘라낸 팔을 들고 몸을 돌렸다. 휴먼세븐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 나를 따랐다. 나는 재단의 2족 로봇 한 대와 휴먼세븐을 데리고 유벤타 공장을 향해 뛰었다. 뒤쪽에서는 2족 로봇의 목을 꺾어 넘어뜨린 우르인간을 포함해 10여명이 우릴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공장의 에어록이 열리며 보안요원이 타고 있는 카트차 2대가 나왔다. 카트차의 보안요원이 우르인간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우르인간을 죽일 수는 없지만 지연 효과는 있었다. 총에 맞은 우르인간의 뜀박질 속도가 느려졌다.


“어서 차에 타요.”


보안요원의 카트차가 우리 앞에서 서자 2족 보행 로봇까지 매달리듯 차에 탔다. 다른 한 대가 뒤를 따르며 계속 총을 난사했다. 총알이 사정없이 우르인간의 몸을 뚫었다. 그 덕인지 우리는 우르인간에 잡히지 않고 공장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우르인간의 팔을 들고 에어록에서 샘플박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팔을 그대로 들고 들어갔다간 어떤 사단이 생길지 걱정되어 내가 자청한 일이었다. 휴먼세븐이 나와 같이 남았다.


“로봇 한 대를 잃었지만 작전이 이렇게 쉽게 성공할 줄은 몰랐어요.”


“너는 성공확률을 얼마로 계산했는데?”


“5%도 안 된다고 계산했어요.”


“5%라··· 왜 그렇게 확률이 낮게 나왔지?”


“우르인간이 훨씬 똑똑하게 나올 줄 예상했거든요. 하지만 임기응변에서는 우리가 훨씬 앞섰어요. 얼음 뒤에 숨기로 한 작전도 갑자기 세워진 거잖아요?”


“그건 그렇지. 클라크는 확실히 그런 면에서는 전문가야.”


“클라크?”


나는 괜히 이름까지 말했는가 후회가 되었다.


“그런 사람이 있어.”


휴먼세븐이 내 처지를 안다는 듯 배시시 웃었다. 에어록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얘기를 나눌수록 휴먼세븐이 점점 인간처럼 생각되어 졌다. 샘플박스가 도착했을 때는 정말 안드로이드가 맞냐고 묻고 싶은 지경까지 되었다. 우주복을 입지 않은 휴먼세븐과 유로파의 얼음대지 위를 같이 뛰었으면서도 그런 질문을 했다면, 난 태양계의 바보가 되었을 것이다. 다행이 그런 멍청한 짓을 저지르기 전에 샘플박스가 왔다.


나는 우르인간의 팔을 박스에 넣고 에어록을 나올 수 있었다. 에어록 밖에서는 김철수와 샘슨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철수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이번 작전도 성공했어요. 역시 김 박사는 대단합니다.”


“클라크가 지원해 준 덕분이죠.”


“아뇨. 박사님의 용기가 우선이죠.”


김철수가 내가 들고 있던 샘플박스를 빼앗듯 잡아들었다. 휴먼세븐을 의식한 행동이었다. 김철수는 기분 좋은 얼굴로 휴먼세븐에게 말했다.


“자, 이제 이 샘플을 어떻게 할까?”


휴먼세븐이 명쾌하게 답했다.


“저희에게 주셔야죠. 그렇게 합의 된 것 아니었습니까?”


“재단의 기지에는 생물연구를 하는 설비도 없지 않아? 여기서 분석한 걸 넘겨받는 것이 어때?”


“저희가 직접 샘플을 분석하진 않습니다. 그 샘플을 지구로 보낼 계획입니다.”


“아냐. 그건 합의에 어긋나. 합의 내용에 우르인간의 조직을 지구로 보낸다는 문구가 있다고 듣지는 못했어.”


휴먼세븐이 생긋 웃었다.


“알겠습니다. 이사님의 말씀을 그대로 재단에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휴먼세븐의 웃음과 말은 확실히 협박이었다. 김철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휴먼세븐이 여유롭게 말했다.


“저희는 2족 보행로봇 한대를 잃었습니다. 그리고도 아무런 성과가 없고, 합의마저 지켜지지 않았다면, 재단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모르겠습니다.”


샘슨이 김철수의 옆구리를 슬쩍 찔렀다.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김철수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난 신디케이트로부터 공동조사를 하라는 말만 들었지 우르인간의 신체 샘플을 주라는 말은 듣지 못했어.”


“그렇다면 지금 확인해보는 게 어떨까요? 16분만 기다리면 되는 일일입니다만, 전 이 로비에서 몇 시간, 며칠이라도 기다릴 자신이 있습니다.”


샘슨이 참으라는 뜻으로 김철수의 손목을 치고는 말했다.


“좋아. 신디케이트 본부의 지시를 받고 다음 조치를 하겠다.”


김철수가 화난 눈으로 샘슨을 봤지만 반발하지는 않았다. 김철수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샘슨과 김철수가 통제실로 가 신디케이트와 통신을 하는 동안 나는 로비의 긴 의자에 앉아 답을 기다렸다. 그들을 따라가도 되었지만 약점이 잡힌 신디케이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뻔했고 그 꼴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 휴먼세븐이 그런 내게 말했다.


“박사님은 신디케이트의 부장이 아닌가요? 왜 지구와 통신하러 가지 않죠? 더구나 우르인간을 잡아 목표를 달성했으니 자랑할 만 하잖아요?”


휴먼세븐은 내가 신디케이트의 부장이 되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


“정말 아는 게 많네. 그래서 묻는 건데, 정보는 어디서 입수하지?”


휴먼세븐이 배시시 웃었다.


“유로파에 있는 저야 알 수가 없죠. 전 지구의 재단에서 받은 정보를 말씀드릴 뿐입니다.”


김철수에게 했던 대답과 같았다. 나는 바로 흥미를 잃었다. 김철수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통신도 없었다. 넓은 로비에서 나와 휴먼세븐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어색한 정적이 한동안 흘렀다. 그 정적이 지겨워질 무렵 미찌코가 나타났다. 김철수도, 샘슨도 아닌 미찌코였다.


“신디케이트의 지침이 내려왔어. 우르인간의 팔은 절반은 우리가, 절반은 재단이 가지기로 했어. 나를 따라와. 팔의 반을 잘라주지.”


공동으로 조사하는 게 아니라 그냥 줘버리라고 하는 말에 나는 놀랐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그런 지침을 듣자 신디케이트가 얼마나 곤혹스러운 입장에 있는지 다시 알 것 같았다.


“샘플을 그대로 주겠다고 하니 감사합니다.”


감사의 말을 했지만 휴먼세븐도 뭔가 석연치 않다는 듯 했다. 미찌코가 로비 한 구석에 있던 샘플박스를 들었다.


“김 박사님도 같이 가시죠.”


우리는 로비를 나와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통제실로 가는 복도가 나왔지만 미찌코는 그쪽은 보지도 않고 실험실로 길을 잡았다. 미찌코의 태도에서 문득 느껴지는 게 있었다. 신디케이트의 지침에 김철수가 크게 반발한 것 같았다. 김철수는 샘플을 주기로 거부했기에 미찌코가 대신 내려온 것이다.


우리는 말없이 미찌코를 따라 작은 실험실로 들어갔다. 미찌코가 고무장갑을 찾아 끼고 내게도 건넸다. 자신을 도와달라는 의미였다. 나는 장갑을 받아 끼고 샘플박스를 열었다. 우르인간의 팔은 여전히 꿈틀대고 있었다.


“역시 죽지 않았습니다. 이것들에게는 세포 하나라도 죽음이란 없어요.”


나는 무심코 말했다. 휴먼세븐이 샘플 박스를 들여다보며 조용히 동의했다.


“정말 그렇네요. 잘려진 팔이 살아있어요. 하지만 지구의 생물중에서도 잘려진 신체가 오랫동안 사는 종은 있죠.”


미찌코는 휴먼세븐의 말에 대구하지 않고 내게 눈짓을 했다. 나는 우르인간의 팔을 들어 실험대 위에 놓았다. 미찌코가 메스를 팔 가운데에 대고 거침없이 힘을 주었다. 칼에 쓸리는 팔이 부드럽게 휘어지는 듯 하다가 나무처럼 뻣뻣해졌다.


“메스가 뼈에 들어가질 않아요. 아까는 어떻게 잘랐죠?”


미찌코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나도 당황했다. 휴먼세븐이 부드럽게 말했다.


“전기요. 아까는 전기충격을 받은 상태였지만, 지금은 모두 풀린 상태이지 않아요?”


미찌코가 메스를 든 채로 가만히 휴먼세븐을 봤다. 미찌코는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미찌코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관찰에 추론이라···”


휴먼세븐이 부끄럽다는 듯 배시시 웃었다. 그런 웃음이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찌코가 내게로 얼굴을 돌렸다.


“전기 충격기를 찾아와요.”


나는 실험실을 뛰어나갔다. 마침 휴식을 끝내고 근무 위치로 돌아가는 보안요원을 만나 전기 충격기를 빌릴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0 oikonomo..
    작성일
    22.10.30 23:00
    No. 1

    세븐이 전기 충격기 써도 될텐데 김부장 똥개훈련 시키느라 가지러 가게 그냥 두네ㅋ
    굴러라 김부장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백곰사육사
    작성일
    23.02.06 12:35
    No. 2

    오타나 맞춤법 틀리는 부분이 대부분 조사에 있다는 점,
    몇몇 어휘를 어리거나 젊은 분들이 틀리는 것과 다르게 소리나는 대로 적다가 틀린다는 점,
    수사를 표현할 때 외국인들이 흔히 틀리는 부분과 흡사하다는 점..
    작가님이 한국분은 아니신가보네요. 맞춤법 관련얘기는 소용없겠군요.
    요즘 외국분들이 문피아에 연재 참 많이 하시는 듯..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이건 뭐 그냥 영화네요.
    매 화 추천 꼬박꼬박 눌러가면서 정주행 중.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행성케이투
    작성일
    23.02.12 14:08
    No. 3

    읽어주셨어 감사합니다. 맞춤법 지적은 매우 부끄러운 점입니다.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고 지적하셨는데 예리하십니다. 제가 그냥 막 쓰는 타입이라... 다 쓰고 검토를 하는 데도 잘 발견되지가 않네요.... 옛날 다른 글에서도 조사가 틀리는 부분이 많다고 지인에게 지적 받았는데 고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귀찮으시더라도 가끔씩이나마 어느 부분이 틀린 지 그 부분을 지적해 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앞으로도 쓰고픈 글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어주신다니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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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에필로그 +12 23.05.21 225 27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0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2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5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5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4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46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0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0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1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69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1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3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3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6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47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4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3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57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47 14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58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79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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