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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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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8,903

작성
22.08.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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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0쪽

8장. 안드로이드 휴먼 세븐 (5)

DUMMY

3.

나는 휴먼세븐과 함께 정문 에어록을 통해 유벤타 공장 밖으로 나왔다. 한손에는 막대형 전기 충격기를 쥐었고 우주복 주머니 양쪽에 테이저 건이 있었다. 그리고 우르인간의 몸을 자를 칼도 들어있었다. 그것이 내가 가진 무기의 전부였다.


무기의 숫자로 볼 때, 우르인간을 만나면 살 수 있는 기회가 3번 있다는 것이다. 우르인간의 수를 생각하면 터무니없지만, 절망적이지만은 않는 숫자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 편했다.) 더구나 재단의 2족 보행 로봇 둘이 좌우에서 우릴 호위했다. 그것들은 한 팔이 전기충격기다. 휴먼세븐은 3번까지 방전이 가능하다했다.


우르투입구 쪽에서는 보안요원 열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보안요원이 직접 가지 않는 이유는 유벤타 공장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우르인간과의 싸움에서 희생이 있을 경우 공장의 수비력이 그만큼 약해지는 것이다.


그래도 김철수는 클라크와 협의해 내가 위험에 빠지면 엄호를 해주기로 했다. 화물운반용 로봇이 우르인간을 분산시키고, 그 중 나에게 오는 우르인간을 잡아 표본을 채취하고, 재빨리 유벤타 공장으로 철수하는 게 작전이었다. 나를 추적하는 우르인간은 보안요원이 공장에서 나와 상대하기로 했다.


정문과 우르 투입구 사이에 있는 2번 에어록에서 화물운반용 4족 로봇 두 대가 나와 우리와 합류했다. 나는 급하게 우르인간의 팔을 떨어뜨렸던 곳으로 갔다. 제발 그곳에 있어달라고 빌었지만 팔은 왠지 그곳에 없을 것 같았다. 내 예상은 맞았다. 그러나 희망을 완전히 버리고 싶진 않았다. 나는 통제실에 물었다.


“여기서 팔을 들고 가는 우르인간을 봤습니까?”


“팔을 들고 가요? 그런 건 못 봤는데요.”


통제실 요원은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듯이 가볍게 대답했다.


“이 지점을 촬영한 영상이 있다면 조사해 주세요. 내가 여기서 쓰러지며 우르인간의 공격을 받던 시간부터 조사하면 될 겁니다.”


나는 주위의 흩어져있는 작은 얼음바위들을 대강 훑어보며 초조하게 답을 기다렸다. 공장의 반대쪽에서 베란다로 들어가려하고 있다는 우르인간들이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았다. 통제실에서 연락이 왔다.


“막대기 같은 게 북서쪽으로 기어갔어요. 카메라의 각도가 좁아 잠깐 동안만 잡혔어요. 어디에 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북서쪽으로 가보겠습니다.”


나는 통신기에 말하고 방향을 잡았다. 휴먼세븐이 다소 놀란 얼굴로 물었다.


“우르인간이 있는 쪽으로 가야되는 게 아닌가요? 그게 뭔데 그 쪽으로 가나요?”


“그게 우르인간의 팔이거든.”


“우르인간의 팔? 그럼 팔 하나가 스스로 움직인단 말입니까?”


나는 휴먼세븐이 정말 모르고 하는 말인지 의심이 들었다.


“나를 구하러 왔을 때, 내 팔에 감겨있던 걸 못 봤나?”


“아, 내 시력은 인간과 같아요. 그리고 시야각도 넓지 못합니다.”


“왜 그렇게 만들었지? 인간보다 우수한 능력을 가져야지 않나?”


“일단은 인간과 비슷한 능력을 가져야죠. 그래야 비교하기가 쉽지 않겠어요?”


휴먼세븐과 얘기하는 사이 우리는 길을 건너 북서쪽으로 나갔다. 얼음 바위를 몇 개 지나자 8번 분출공으로 가는 길이 나왔다. 주위에 얼음기둥과 바위가 산재가 있었지만 우르를 옮기는데 방해되는 건 모조리 밀어버린 터라 왠지 바위들이 정원석 같았다. 나는 아래를 유심히 봤지만 우르인간의 팔은 없었다. 통신기에서 클라크의 목소리가 나왔다.


“너무 멀리 가지 말아요. 비상시 보안요원의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나는 더 이상 추적을 포기했다.


“그럼 우르인간에게로 접근하도록 하죠.”


“그렇지 않아도 그것들이 유벤타 공장의 투입구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박사님을 보면 바로 달려들 겁니다. 일단 얼음바위 뒤쪽으로 몸을 숨기고 있다가 행동에 따라 대응을 해요.”


나와 휴먼세븐, 그리고 로봇들은 도로변의 기다란 얼음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그곳은 유벤타 공장 투입구가 멀리서 보이는 곳이었다. 우리가 몸을 숨기고 1,2분도 지나지 않아 우르인간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유벤타 공장의 투입구를 밀고 흔들며 문을 따라 돌았다. 저 상황이라면 내가 위험한 지경이 되어도 보안요원들이 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마음은 불안해지고 조바심이 일었다.


대략 세어보니 우르인간은 스물 명 정도였다. 재단의 로봇과 테이저 건을 잘 이용하면 우리의 계획이 영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클라크가 통신기에서 말했다.


“우리 보안대원 둘을 투입구 옆 에어록으로 내보내 주의를 끌겠소. 그때 운반용 로봇을 내보내시오. 그럼 저놈들이 둘로 나뉘겠지. 우르인간이 로봇을 따라가며 그 바위 앞을 지날 때 습격해 한 놈에게 전기를 먹여 잡는 겁니다. 알겠어요?”


보안요원을 내보내 주의를 끈다는 건 애초 계획에 없었다. 클라크가 왜 나를 신경 써 주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혼자 우르인간을 잡겠다고 나간 게 불쌍해서일 수도 있고, 용기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다. 어쨌든 유벤타 공장 수비에만 집중하겠다던 클라크가 적극 나서준 게 고맙기만 했다.


에어록 밖으로 보안요원 둘이 나와 옆의 얼음과 닫힌 투입구의 문을 총으로 두드렸다. 진동이 얼음을 통해 전해지자 우르인간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곧 우르인간들이 에어록쪽으로 몰려갔다. 보안요원은 계속 벽과 얼음을 두드리다 우르인간이 다가오자 재빨리 에어록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지금이요. 지금. 운반용 로봇을 우르인간 쪽으로 보내요.”


통제실에서 원격 조종으로 운반용 로봇을 움직였다. 얼음 뒤에서 4족 운반로봇 두 대가 성큼성큼 뛰어나갔다. 에어록으로 달려간 우르인간 중 몇몇은 벌써 에어록 앞까지가 문을 두드리며 문 열기를 시도했다. 다른 우르인간도 에어록에 만 신경이 팔려 있었다. 로봇 두 대가 접근한다는 걸 우르 인간은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가장 뒤쪽의 우르인간이 머리를 뒤로 돌렸다. 우르인간은 바로 로봇을 발견했다. 우르인간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린 채 잠시 서있었다. 에어록으로 가야할지, 로봇을 잡으러 가야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바로 옆의 우르인간도 고개를 뒤로하고 로봇 쪽을 보았다. 연쇄적인 반응이 그대로 이어져 열 명 정도의 우르인간이 에어록으로 가기를 멈추고 로봇을 봤다.


그 동안에도 로봇은 거침없이 우르인간 쪽으로 나갔다. 로봇의 그런 모습이 건방지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우르인간은 일제히 로봇 쪽으로 달려 왔다.


“됐어. 방향을 틀어. 전속력으로 도망쳐.”


로봇 두 대가 방향을 틀어 전속력으로 우르를 나르는 도로를 달렸다. 우르인간도 뜀박질의 속도를 높였다. 우르인간의 허벅지와 종아리에서 힘줄이 도드라졌다. 베란다에서 싸웠을 때는 보지 못했던 근육이었다. 인지력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그들은 점점 진화하고 있었다.


“박사님은 내가 지시를 내릴 때까지 숨어있어요. 절대로 진동을 내어서는 안 됩니다.”


클라크가 성공을 확신하며 외쳤다. 나는 상황을 보기위해 빼었던 머리를 숙이고 휴먼세븐과 얼음바위 뒤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좋아. 확실히 둘로 나뉘어졌어. 박사님은 그대로 있어요. 그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로봇의 속도를 더 높여.”


“이미 최대입니다.”


클라크와 통제실 요원의 소리가 잇달아 들렸다.


“아, 너무 빨리 잡히면 안 되는데···. 어째든 좋아. 이제 에어록에 붙었던 놈들도 로봇을 쫓고 있어. 지금 로봇과 한 무리가 바위 옆을 지나고 있어요.”


클라크가 긴장한 투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어떤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우주복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단단한 얼음에 진동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우르인간이나 우르는 진동을 감지해 내는 것이다. 새삼 그 능력이 놀라웠다.


“조금만 더 기다려요.”


조금은 아니었다. 나는 5분 가까이 들리지도 않을 숨소리를 낮추며 얼음 바위 뒤를 서있었다.


“지금이요. 지금. 빨리 나가요.”


클라크의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몸을 튕기듯 얼음바위를 돌아 나갔다. 다섯의 우르인간이 얼음바위 앞으로 난 도로를 뛰어 지나고 있었다. 나는 전기 충격기로 바로 앞을 지나는 우르인간의 몸을 찔렀다. 처음부터 목표를 정한 건 아니었다. 그냥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 바로 뒤의 우르인간이 놀라운 순발력으로 몸을 돌려 나를 덮쳤다.


나는 몸이 밀리며 얼음바위에 부딪쳤다. 우르인간 셋이 그대로 앞으로 달려 나가다 몸을 틀었다. 나를 덮쳤던 우르인간은 계속 나를 밀어 결국 나는 얼음위에 넘어졌다. 우르인간이 내 몸에 올라타고 목을 조르려하는 순간 몸이 번쩍 들리며 내던져졌다. 우르인간을 잡아 던진 건 휴먼세븐이었다. 빠르고도 놀라운 힘이었다.


곧 재단의 2족로봇이 전기 충력을 주고 우르인간은 몸이 굳은 채 쓰러졌다. 나머지 우르인간 셋이 무작정 2족 로봇 한대를 덮쳤다. 2족 로봇의 반응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연구용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간신히 우르인간 하나에게 전기충격을 먹였을 뿐이었다. 나머지 우르인간 둘이 2족 로봇에게 엉겨 붙었다. 2족 로봇은 기계의 힘으로 버텼지만 더 이상 전기 충격기를 쓸 수는 없었다. 그만큼 로봇은 관절이 부드럽지 못했다. 세번 쓸 수 있다던 전기충격이 아무 소용없이 되어버렸다. 나는 로봇을 도우려했다. 클라크가 다급하게 외쳤다.


“앞서가던 놈들이 박사를 봤어요. 그냥 쓰러진 놈 아무거나 잘라 철수해요.”


나는 몸을 틀어 우주복에서 칼을 꺼내고 내 발밑에 쓰러진 우르인간을 내려다보았다. 어디를 자를지 고민하며 몸을 굽히려는 순간 우르인간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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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휴가 등의 사정으로 잠시 연재를 쉽니다. +1 22.07.30 880 0 -
170 에필로그 +12 23.05.21 225 27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0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2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5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5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4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46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0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0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1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69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1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4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3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6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47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4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3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57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47 14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58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79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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