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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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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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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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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2
글자수 :
848,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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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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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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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1쪽

8장. 안드로이드 휴먼 세븐 (4)

DUMMY

휴먼세븐과 합의가 되자 김철수는 서두르기 시작했다.


“지금 우르인간들이 공장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어요. 빨리 나가면 바로 생포 할 수 있습니다.”


휴먼세븐은 김철수의 의도를 알고 있다는 듯 살짝 웃었다.


“이사님은 몹시 서두르시는군요. 나를 빨리 내보내 우르인간과 싸우는 걸 보고 싶은 거죠? 내가 우르인간에 의해 부서지기를 바라잖아요?”


김철수가 짜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우르인간을 잡자고 하지 말던지.”


“저는 계획을 세우고 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이사님도 우르인간을 한 번 생포했다가 곤란한 경험을 하셨지 않아요?”


“뭐? 그건 또 어떻게 알아?”


김철수가 흥분해 되물었다. 미찌코도 놀라며 눈썹을 모았다. 휴먼세븐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오직 지구의 재단으로부터 정보를 받았을 뿐입니다.”


김철수가 버럭 소릴 질렀다.


“이젠 정말 참을 수 없어. 유벤타 공장에서 있었던 일들이 어떻게 재단으로 전해졌는지 알 때까지 합동 조사는 중지야.”


이번에는 샘슨도 김철수에게 동조했다


“맞습니다. 우리의 통신이 모두 감청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스파이가 있거나.”


“그래요. 스파이! 스파이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김철수는 흥분했다. 눈썹을 모으고 생각을 하고 있던 미찌코가 휴먼세븐에게 물었다.


“그런데 너는 왜 네가 알고 있는 걸 전부 우리에게 말하는 거야? 그런 건 말하지 않는게 유리하다고 프로그램 되어 있을 건데?”


휴먼세븐이 살짝 머리를 숙였다.


“프로그램 되어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김철수가 다시 버럭 소릴 질렀다.


“프로그램이 되어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니, 그건 또 무슨 잡소리야?”


휴먼세븐은 배시시 웃었다.


“저는 목표가 정해지면 학습하고 추론합니다. 그래서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 설계를 하죠.”


“그럼 네가 말하는 것 모두가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 설계인가?”


휴먼세븐은 아까처럼 배시시 웃고는 답하지 않았다. 웃는 모습이 장영을 생각나게 했다. 갑자기 장영이 보고 싶어졌다. 장영은 실험실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해 내고 있거나 캬티냐 기지를 조사하러 갈 방법을 궁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장영이 지금 내옆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미찌코가 휴먼세븐을 다그쳤다.


“왜 대답하지 않아? 너는 분명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하는 거지?”


“그런 질문에 대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우르인간을 잡기 위해서는 정밀한 작전이 필요하다는 것뿐입니다.”


미찌코가 단념했다는 투로 말했다.


“네가 바라는 건 유로파의 신디케이트 사람들이 서로 믿지 못하고 분열하는 것이겠지. 네가 말한 걸 모두 확인하려면 신디케이트 본부와 통신을 해야 할 것이고 그만큼 시간은 지체되겠지. 그럼 재단은 점점 더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고.”


미찌코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겨운 것들. 너희들이 어떻게 우리의 비밀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지겨워.”


미찌코가 김철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여기서 계속 말꼬리나 잡으며 시간을 낭비하겠어요, 아니면 빨리 뭔가를 해서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가겠어요?”


김철수가 입술을 깨물더니 샘슨에게 말했다.


“제임스 기지에 연락을 해서 통신의 암호키를 전부 바꾸도록 하세요. 그리고 신디케이트에도 현 상황을 보고하고요. 누군지 모르지만 스파이가 있다고 하세요.”


김철수가 휴먼세븐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르인간을 잡을 계획은 이 김영하 박사와 세워.”


김철수는 명령 반, 부탁 반의 눈으로 나를 보았다.


“필요한 지원은 다 해 드릴 테니 이 빌어먹을 로봇을 잘 달래 우르인간을 사로잡으세요.”


미찌코의 말에 뭔가 깨달았는지 김철수는 일단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대신 모든 짐은 내게 얹혀졌다. 김철수와 미찌코, 샘슨은 나와 휴먼세븐을 내버려두고 로비를 나가버렸다. 이 안드로이드를 상대해봐야 득 될게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혼자 남은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당혹스럽기도 하고 다리도 아팠다. 나는 로비의 한 구석에 있는 등 없는 긴 의자에 가 앉았다. 먼저 말을 꺼낸 건 휴먼세븐이었다.


“결국 김영하 박사님의 일이 되었군요.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왜 그런 예상을 했지?”


휴먼세븐은 당연하다는 듯 작게 웃었다.


“사냥을 하는 건 박사님 담당이니까요.”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언제나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박사’가 아니라 ‘사냥꾼’이었다.


“이봐 로봇, 우르를 직접 본 적 있어?”


“그럼요. 제가 10개월 전에 온 이후로 백 번은 넘게 봤을 걸요.”


“백 번?”


나는 놀랐다. 10개월에 백 번이라면 거의 사흘 만에 한 번 꼴이다.


“재단의 기지 근처에 분출공이 많은가보지?”


“아닙니다. 신디케이트와의 오해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재단의 기지 세 곳은 모두 리네아와 멀찍이 떨어진 평원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백 번 씩나 봤다고?”


“로봇은 잠자지 않으니까요. 로봇은 항상 돌아다닙니다. 그러니 실제 활동 시간만 생각하면 인간의 3배가 되죠.”


듣고 보니 그랬다. 그들은 쉬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다.


“그래서 우르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아니 무슨 생각이 들도록 프로그램 되어져 있나? 아니, 그냥 아무런 감정이 없는 건가···? 그렇지··· 감정이라는 것이 없겠지.”


나는 안드로이드에게 괜한 소리를 한 것 같아 창피해졌다. 정말 인간 같은 휴먼세븐을 보고 있으면 인간을 대할 때의 말과 행동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휴먼세븐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처음에는 경외감이죠. 동시에 공포심 솟아오르고요. 그러나 차츰 익숙해지면, 정복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깁니다. 우르는 결국 생물이니까요, 그것도 지성이 없는 생물. 빛의 가냘픈 조각도 닿지 않는 심해에 살며 오직 진동을 통해서만 세상을 감지하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저급한 생물이죠.”


그것은 내가 느꼈던 것과 너무나 같았다. 어쩐지 나의 기분을 그대로 프로그래밍 한 것 같아 불쾌했다. 나는 비꼬는 투로 말했다.


“재단의 엔지니어들의 프로그래밍 실력은 역시 대단하군. 내가 느꼈던 것과 너무 같아.”


휴먼세븐이 배시시 웃었다.


“박사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에요. 거의 대부분의 인간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죠. 그리고 그런 감정의 반응은 학습 과정을 통해 일반화가 되어가는 거고요.”


“그럼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었단 말이군.”


“아닙니다. 사실은요, 저의 생각은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습한 결과랍니다. 예! 그렇습니다. 저희는 감정이 도출되도록 학습했습니다. 그 결과로 보통의 인간이 느끼는 것과 동일한 지점까지 온 거죠.”


나는 말을 잃었다. 휴먼세븐의 말대로라면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감정의 반응이 인간과 유사하다는 말이다. 즉, 변덕을 부릴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이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대해야하고 조종해야 할지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인간처럼 생각한다면···, 우르인간을 잡을 아이디어도 가지고 있겠군?”


“저는 우르를 잡은 적이 없어요. 우르인간은 더욱 없습니다. 그것에 대한 지식은 전기 충격이 효과가 있다는 정도뿐입니다. 그래서 박사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를 생각입니다.”


휴먼세븐이 배시시 웃었다. 결국 앞장서는 건 내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나와 로봇 몇 대 만으로 수십 명의 우르를 상대하는 건 자살행위였다. 놓쳐버린 우르인간의 팔이 자꾸만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그것이 아직 그곳에 떨어져있다면 그냥 집어 들고 오기만 하면 된다.


“네가 나를 구했던 장소에 우르인간의 팔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것부터 찾아보자.”


“우르인간의 팔? 아, 박사님이 한 손에 들고 있었던 게 그것이었군요.”


“시력이 좋군. 멀리서도 그것이 보였나보지?”


휴먼세븐은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아니에요. 그저 시력 좋은 인간의 수준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팔인지 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우르인간이 아직 그 주위에 있으면 어떡하죠?”


“재단의 2족 로봇 두 대가 지켜주겠지.”


“하지만 수적으로 열세가 될 때는 위험하지 않겠어요?”


“일단은 바깥 상황부터 알아봐야겠다.”


나는 통신기로 통제실을 호출했다. 통제실 요원은 우르인간의 무리가 공장 뒤쪽을 돌고 있다고 했다.


“지난번 공장으로 들어왔던 3층 베란다 있지 않습니까? 그곳에 몰려 있습니다.”


침입에 성공했던 추억이 그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지금 앞쪽으로 나가면 괜찮을까요?”


내 질문이 중대하고 생각했던지 통제실 요원 대신 샘슨이 대답했다.


“우르인간이 공장을 돌고 있는데 위험해요. 기다리는 게 좋겠어요.”


샘슨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철수가 나왔다.


“우리의 목표가 우르인간을 잡는 게 아닙니까? 지금 이 근처에 우르인간이 있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죠.”


샘슨이 놀라 물었다.


“그럼 베란다 문을 열어 지난번처럼 우르인간을 끌어들이자는 겁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공장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잔 말입니까?”


“그럼···?”


김철수는 샘슨의 의문을 무시하고 나를 찾았다.


“김 박사님, 듣고 있으시죠?”


“예. 듣고 있습니다.”


“공장의 화물 운반용 4족 로봇을 2대 지원해 줄 테니 그것과 재단의 로봇들을 이용해 우르인간들을 분산시키죠. 그 중 대열에서 이탈한 놈에게 전기 충격을 가해 잡도록 합시다.”


생각해 보면 나쁜 방법은 아니었다. 나는 찬성했다. 그러나 또 다른 걱정거리가 있었다.


“나 혼자서 우르인간 하나를 나르기에는 힘이 모자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공장에 들였다가 지난번과 같은 일이 벌어질까 걱정되고요.”


김철수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재단이 원하는 건 우르인간 그 자체가 아니라 생체 샘플입니다. 손가락이나 손목이나 일부를 잘라 그놈의 안드로이드에게 던져주면 우리 임무는 끝나는 겁니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통신을 끊었다. 휴먼세븐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기계지만 아름다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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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22.08.15 17:03
    No. 1

    박사는 궁지에 몰리거나 긴장할때마다 아름다움을 찬양하는걸로 회피하는군요. 방어기재인지 생명윤리에 관심이 없는건지 판단은 안되지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구타봉무
    작성일
    22.09.29 15:31
    No. 2

    재미보다 뒷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보게되네요.
    주인공은 일종에 카메라 같아요. 보여주고 말해주는. 생동감이 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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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에필로그 +12 23.05.21 233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1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5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7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6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5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49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1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1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7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0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3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8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5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8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0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5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5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1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0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1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3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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