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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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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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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8,903

작성
22.07.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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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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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11쪽

7장. 잠수정을 찾아서(5)

DUMMY

판단을 못하는 나를 대신해 큰 사각형의 의미를 알려준 건 컴퓨터였다.


「쓰나미 발생. 5분 뒤, 큰 출렁임이 예상됩니다.」


우르탐지기의 기본 원리는 물로 전해지는 파동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그 우르탐지기가 물결의 파장을 분석해 쓰나미를 예상한 것이다. 나는 우르와 쓰나미 중 어느 것이 더 치명적일지 판단되지 않았다. 둘 다 우리를 따라 오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죄여들 뿐이었다.


가장 가까운 우르는 1km안으로 들어왔다. 백m짜리 괴물에게 1km란 그저 몇 번의 움직임으로 따라 잡을 수 있는 거리다. 잠수정 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물은 발목까지 차올랐다. 우르탐지기가 미친 듯 경고음을 내었다. 미찌코가 소릴 질렀다.


“우르가 오고 있지 않아요? 엔진을 꺼요.”


“이래나 저래나 죽는 건 마찬가지요.”


김철수는 여유 있게 말하며 이미 최대치가 되어 있는 엔진출력을 더 높이려했다. 잠수정의 속도는 빨라지지 않고 사라져가는 전력량이 새어드는 물만큼 빨랐다.


“얼음벽입니다.”


탐조등에 위로 뻗어있는 얼음벽이 선명하게 잡혔다. 병목에 해당되는 지점에 온 것이다.


“됐어. 이제 곧장 올라가면 리네아예요. 그럼 분출공이 나올 거고.”


분출공까지는 몇 킬로일까! 얼음지각이 얕은 부분이라 해도 7,8km는 가야할 것이다. 전력은 모자라지 않고, 산소량은 버텨 줄 것인가···? 내게는 회의가 꼬릴 물었지만, 김철수는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우르와는 이제 거리가 5백m가 되었다. 우르탐지기의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런 속에서도 김철수는 더 여유를 부렸다.


“우주복이나 잘 챙겨요. 물에 잠기더라도 얼마나 간은 버틸 수 있어요.”


미찌코가 신경질적으로 반박했다.


“무슨 소리에요. 할딱대며 고통스럽게 죽으란 말이에요?”


“그 안에 구조대가 올지, 누가 압니까?”


잠수정이 속도를 높인 탓에 갈라진 틈이 더 벌어졌는지 수압이 줄었음에도 물은 수도꼭지를 튼 듯 쏟아져 들어왔다. 이제 물은 무릎까지 차올랐다. 조금만 수위가 높아진다면 방수처리가 되지 않은 기기들부터 쇼트를 일으킬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부력이 줄어들며 잠수정의 부상속도도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그럴 알아챈 미찌코가 공포에 차 외쳤다.


“부력이 떨어지고 있어요.”


나는 우르 탐지기를 보고 있었다. 속도가 떨어진 탓에 우르와의 거리가 빨리 좁혀졌다고 생각 든 순간 희끄무레한 것이 화면에 잡혔다. 우르였다.


“우르다!”


내가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화면이 캄캄해졌다. 우르가 잠수함을 휘감은 것이다. 우르가 누르는 힘에 외벽이 찌그러들며 잠수정의 안으로 밀려들었다. 여기저기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미찌코가 비명을 질렀다. 스파크를 막기 위해 김철수가 메인 스위치를 내렸다. 잠수정은 바로 칠흑같이 어두워져 내 손도 보이지 않았다.


“헬멧을 점검하고 산소통을 열어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봅시다.”


김철수의 큰 소리가 통신기를 울렸다. 잠수정은 계속 찌그려졌지만 우르의 몸이 물을 막아주어 더 이상 침수는 되지 않았다. 잠수정이 우그러들어 뒤쪽의 배터리가 터지며 불꽃이 튀었다. 우리는 우주복을 점검하고 스파크가 터질 때마다 밝아지는 어둠 속에 묵묵히 앉아있었다.


아마 몇 분간이었을 것 같다. 내 눈앞에서 우르를 최초로 잡았을 때의 장면이 세세하게 그려졌다. 그것이 내 일생에서 유일한 자랑거리기에 죽음을 앞둔 순간 소환된 것이리라! 잠수정의 천정이 터지며 우르의 살이 머리 위에 드리워졌다. 한때 인류가 얼마나 갖고 싶어 했던 살덩이던가! 하지만 이제 미찌코가 비명을 지르게 하는 물질이 되었다. 미찌코는 정말 공포에 질린 비명을 질렀다.


우르가 몸을 틀었는지 잠수정이 한 바퀴 돌았다. 찌그러진 부분에서 물이 다시 쏟아져 들어왔다. 이번에는 바가지로 들이붓는 것 같았다. 쏟아지는 물을 보면 한 가지는 확실했다. 우르는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어쩌면 김철수가 바라는 대로 분출구까지 갈지 모른다는 작은 희망이 솟구치는 순간 잠수정이 거꾸로 뒤집혔다. 내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미찌코는 아예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이거 롤러코스트군. 그렇지 않아요?”


김철수는 포기를 한 것인지, 정말 즐기는 것인지 모를 웃음을 터뜨리며 내게 물었다. 나는 울렁거림과 어지러움에 답 할 상황이 아니었다. 우르가 다시 몸을 틀었고 잠수정은 위아래를 바로 잡았다. 잠수정은 더 이상 찌그러지지 않았다. 물이 사방에서 흘러들어와 어느새 가슴을 넘어 목까지 잠겼다.


우르는 잠수정을 놓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잠수정이 우르의 부드러운 몸에 박혀 끌려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우주복의 산소 소모량으로 보면 10분 가까이 지난 것 같았다. 잠수정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우주복에 달린 산소통으로 당장 호흡은 했지만, 우주복은 수중용이 아니었다. 이산화탄소를 우주복 밖으로 배출해야 하는데, 그게 원활하지 못했다. 우주복에 달린 생명유지 시스템이 경고음을 냈다. 여유로운 김철수가 옆에 있었기 때문인지 내 어조도 차분해지고 가벼워졌다.


“이산화탄소가 차고 있어요. 몇 분을 더 살지 모르겠네요.”


“나도 그래요. 돌아간다면, 이놈의 우주복이 완전한 수륙양용이 될 수 있도록 개선을 좀 해야겠어.”


김철수는 여전히 밝게 말했다. 이산화탄소는 무서운 기체다. 농도가 증가하면 자신도 모르게 죽는다. 고통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산소를 찾으며 허우적대다 죽을 익사보다 이산화탄소 중독사가 나을지도 몰랐다.


의식을 잃기 전 김철수에게 뭐라도 말해야겠다는 생각에 얼굴을 돌리는 순간 갑자기 잠수정이 우르와 함께 확 솟구쳤다. 우르가 미는 힘보다 더 큰 힘이 아래로부터 잠수정과 우르를 밀어올리고 있었다.


잠수정은 우르에게서 떨어져 나와 물줄기 속에서 빙글빙글 돌며 위로 올라갔다. 이것이 쓰나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잠수정은 얼음벽에 충돌하며 선체의 절반이 찢겨져 사라졌다. 선회력에 의해 선체 조각들이 우리를 치지 않고 밖으로 튕겨나갔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김철수가 뭐라고 하는지 통신기가 잠시 지직거렸지만 내용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완전히 물과 하나가 되어 회전하며 계속 위로 올랐다. 다시 한 번 얼음벽에 잠수정이 부딪치고 의자가 고정되어있던 바닥도 떨어져나가는 순간 나는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나를 부르는 왱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 박사 도와줘요. 김 박사.”


통신기가 작동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바다 속이 아니지 않나! 나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나는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나는 의자에 묶인 채 칼처럼 날카롭게 굳은 얼음 기둥 사이에 끼어있었다.


“김 박사, 살아있으면 빨리 도와줘요.”


통신기에서 소리가 다시 들렸다. 분명 김철수의 목소리였다. 나는 황급히 응답했다.


“어디에 있는 겁니까?”


“몰라요. 얼음 구멍에 떨어지려는 가와무라 박사를 붙잡고 있는데 힘이 빠지고 있어요.”


나는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키 보다 몇 배나 큰 얼음 기둥들이 시야를 막고 있었다. 눈을 올려 보는 하늘에는 절반 쯤 걸린 목성뿐이었다. 얼음과 목성. 그게 다였다.


“목성, 아, 아니, 얼음에 막혀 아무것도 안보입니다.”


“아···”


김철수의 안타까운 탄식이 길게 흘렀다.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일단 나를 잡고 있는 의자의 안전벨트부터 풀었다. 몸이 얼음 기둥에 한 번 걸렸다가 땅에 털썩 떨어졌다.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여전히 높았지만, 물에서 빠져나와 어느 정도 배출이 되는지 머리만 아플 뿐이었다. 하지만 남은 산소는 30분도 버티지 못할 양이었다. 나는 김철수가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르면서 얼음기둥들의 틈 사이를 무작정 걸었다.


“지금 움직이고 있어요. 혹시 뭔가 보이거나 들립니까?”


그런 질문은 바보스러웠다. 공기가 없는 이곳은 완벽한 무음의 세계였다. 내가 폭탄을 터뜨린다 해도 소리를 들을 순 없었다. 김철수가 힘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안 보여요. 하지만 옆에 있다 분출되어 나왔으니, 반드시 가까운 곳에 있을 겁니다. 방향을 알 수 있게 하늘에 뭔가를 던져 봐요.”


“던집니다.”


나는 작은 얼음 조각을 들어 목성을 힐끔 보며 하늘을 향해 길게 던졌다.


“안 보여. 시야가 좁아. 내가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테니 다시 던져 봐요.”


나는 다시 얼음 조각을 집어 아까와 같은 방향으로 하늘을 향해 던졌다. 김철수가 기쁜 탄성을 질렀다.


“봤다. 김 박사는 지금 내 오른쪽 뒤편에 있어요. 얼음을 던진 방향과 사선으로 앞으로 오면 돼요.”


나는 자신감을 가지고 김철수가 알려준 방향으로 나갔다. 얼음 기둥과 바위를 피해가며 20여m를 가자 리네아의 가장자리였다. 낮고 높은 얼음기둥들이 열 지어 서있었다. 그 너머로 유페모스 리네아가 보였다. 깊이는 꽤나 깊어 언뜻 봐도 바닥까지 50m는 되어 보였다. 바닥에는 우리가 뿜어져 나왔을 분출공이 있었다. 벌써 얼음에 덮여 푸르스름한 백색이 선명하게 번쩍였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김철수를 찾았다.


“리네아 가장자리에 왔는데 어딥니까?”


“육각기둥 두 개 붙은 것 같은 얼음기둥이 보이지요? 그 아래입니다.”


김철수가 알려준 얼음기둥이 곧 눈에 들어왔다. 나는 서둘러 얼음기둥 쪽으로 갔다. 그 기둥 아래에서 김철수는 얼음바위 위에 엎드려 구멍 아래로 드리워진 미찌코의 의자를 두 손으로 잡고 있었다. 미찌코는 의자에 앉아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얼음 구멍은 리네아 바닥만큼 깊고 좁아 떨어진다면 올라오기가 어려워 보였다.


나는 김철수를 도와 미찌코의 의자를 끌어 올렸다. 미찌코의 무게에 의자까지 더해져 꽤나 힘이 들었다. 김철수가 얼마나 오래 붙잡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대단한 힘과 정신력이었다. 의자가 올라오자 나는 안전벨트를 풀고 미찌코를 얼음위에 눕혔다.


“가와무라 박사님, 가와무라 박사님, 정신 차리세요.”


내가 미찌코를 몇 차례 흔들자 미찌코가 간신히 눈을 떴다. 미찌코는 내 얼굴을 가만히 보다 정신이 드는지 통신기를 몇 차례 조정한 후 힘없이 물었다.


“어디에요?


내가 대답하기 김철수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쓰나미의 물살 덕에 분출공 밖으로 나왔습니다. 얼음구멍으로 미끄러지는 가와무라 박사를 간신히 잡고 있었죠.”


김철수는 자신의 공헌을 얘기해 달라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위험했습니다. 김 이사님이 아니었으면 가와무라 박사님은 얼음 구멍에 떨어져 곤란했을 겁니다.”


내말을 들으며 미찌코는 기운이 빠진 눈으로 김철수를 가만히 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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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에필로그 +12 23.05.21 233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1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5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7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6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5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49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1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1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7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0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3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8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5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8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0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5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5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1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0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1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3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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