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마귀 장천우 2
웰컴 투 게임월드 36화
1-35 마귀 장천우 2
어느 정도 예상은 한 대답이다.
“그래도 되겠어? 조국을 생각해야지.”
“뭘 그런 걸 생각해요. 그리고 홍콩은 중국에 속해 있잖아요. 중국에는 그녀가 있고요.”
“그렇지. 중국에는 그 미친년이 있지.”
중국 최강의 헌터이자 구귀일신 중 한 명인 암귀.
“그러고 보니 암귀가 중국 정부에 네 이야기 하지 않았데?”
“미리 전화해서 못 박았죠. 난 언제든 대장이 부르면 갈 거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 설마 대장에게 간다는데 이상한 수작 부리겠어요?”
하긴…… 암귀, 그년이 미친년이기는 하지만 나한테는 그럴 리가 없지.
“그런데 꼭 귀화까지 해야겠어?”
“대장도 아시잖아요. 저 고아예요. 그냥 대장 옆에 있는 게 제일 좋아요. 그리고 지구에서 대장 옆이 가장 안전하잖아요.”
“그렇기는 하지.”
하여튼 말도 참 예쁘게 해요. 이러니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당분간은 정체를 드러내지 마. 괜히 세계 분란 일어날라.”
구귀일신 중 세 명이 대한민국에 모여 있다면 세계의 모든 국가가 대한민국을 견제할 것이다.
일행이 간 곳은 박성훈의 집이다.
바로 우리 집이 이사를 오게 될 집의 바로 옆집 말이다.
횅하니 비어 있는 우리집과는 달리 박성훈의 집은 이미 가구며 전자 제품들이 모두 들어와 있었다.
집에 도착을 하니 박성훈이 장천우에게 왜 몸만 오라고 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드레스 룸에는 장천우의 옷들이 모두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가 쓰게 될 방에는 속옷이며 양말이며 없는 것이 없었다.
웰컴 투 게임월드에서 친하게 지냈었기에 박성훈은 장천우의 취향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응접실 소파에 앉아 있으니 고용인 아주머니가 커피를 내 주셨다.
“일단 이거 받아라.”
아공간에서 리치 로브와 베르하린의 의지를 꺼내 장천우게 건넸다.
옵션에 대해 설명을 해주니 장천우가 놀래 입을 쩍 벌렸다.
“도대체 어딜 턴 거예요?”
“악몽 등급 던전 안에 있는 던전 속 던전. 그거 모두 보스가 드랍한 거야.”
“우와-! 정말 대박이네요. 얼마를 드려야 하는 거예요?”
“우리 사이에 돈은 무슨…….”
“그래도 그건 아니죠. 일단 대장 벤틀리 한 대 뽑아드리고 나머지는 천천히 드릴게요.”
“그러던가.”
잠시 동안 로브와 완드를 들고 아이처럼 신나 하던 장천우가 묻는다.
“앞으로 계획 있으세요?”
“계획?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그냥 탱자탱자 하면서 지내는 거지.”
“케냐의 마나 폭발…… 그게 꼭 케냐에만 생기라는 법은 없잖아요.”
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
다행이라면 수도권에 열린 던전은 거의 대부분 파악이 되었다는 것이다.
헌터들이 지속적으로 던전 내의 몬스터 수를 줄이기만 한다면 마나 폭발이 일어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변의 몇 개 던전은 코어를 파괴 할까?”
“그러지 마라. 던전에 목매고 있는 애들이 한 둘이냐?”
코어를 파괴하면 던전 자체가 소멸을 한다.
물론 코어를 파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설픈 실력으로는 코어 파괴를 꿈도 못 꾼다.
“혹시 모르니 대한민국 내에 알려지지 않은 던전 있나 확인 좀 해봐.”
“알겠다.”
박성훈이라면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조사를 끝마쳤을 수도 있다.
마나 폭발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박성훈은 일본에 갔던 이야기를 장천우에게 이야기해 주고 있다.
“우와, 벌써 한 건 하셨네요. 그런데 왜 그랬데요?”
“검귀 녀석 아버지가 조금 심각하더라고.”
“생각이 없는 사람인가 보네요. 미국이나 중국이 가만히 있는 이유를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았을 텐데.”
“누가 아니래. 저 녀석 성질 더러운 것을 알았다면 그러지도 않았겠지.”
그래, 씹어라. 사람은 씹어야 맛이지. 그런데 그 맛 즐기다 훅 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아참, 대장은 특전이 뭐예요?”
장천우의 물음에 박성훈이 나를 바라본다.
자신이 말을 해도 되냐고 묻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여 주니 박성훈이 조금 불편한 음성으로 말을 한다.
“이 괴물 자식 그쪽 힘 그대로 사용해.”
“네?”
“특전이 그거라고. 레벨, 스킬, 장비, 심지어 아공간까지 모두 사용해.”
“와우-! 정말요? 그런데 아공간도 있었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박성훈을 한 번 쏘아 보았다.
“맞아.”
“완전 사기 캐릭이네요.”
“이미 저 희귀거머리에게 여러 번 들은 말이니 그만해라.”
“네! 대장. 그런데 정말 대단하네요. 역시 대장 옆이 제일 안전해요. 하하하.”
“며칠 쉬도록 해. 희귀거머리는 천우와 함께 갈 만한 던전 수배 좀 해보고.”
***
이사도 무사히 끝이 났고 효빈이의 전학 문제도 처리를 했다.
작은 걱정이라면 효빈이가 전학을 간 학교에서 무사히 적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기존에 다니던 녀석들이 효빈이를 무시하거나 해서 왕따를 시킬지도 모른다.
효빈이 녀석이 워낙 친화력이 좋아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걱정은 된다.
어머니는 하루 종일 청소만 해야 한다고 투정이시다.
투정을 하시면서도 웃는 것을 보면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집이 어머니 혼자 청소를 하기에는 지나치게 넓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어머니 몰래 고용인을 두 명 들였다.
일을 그만두신 어머니가 집에서 적적하실 것 같아 비슷한 또래의 아주머니들로 고용을 했다.
어머니의 말벗도 되어드리고 이것저것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무슨 고용인이냐며 펄쩍 뛰시던 어머니가 며칠 아주머니들과 지내더니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아버지께 차를 사드렸다.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는 별다른 말없이 내가 건네는 차 키를 받으며 흐뭇해하셨다.
역시 아버지는 벤츠 매니아였다.
차가 출고 되던 날 아무 말 없이 어머니 손을 잡고 나가셔서 세 시간이 지난 후 돌아오셨다.
이제 남은 것은 아버지의 직장 문제다.
그만두시고 뭐라도 해보라고 권유를 해보았지만 좀처럼 설득이 되지 않았다.
아마도 한 평생 직장 생활만 하신 분이기에 당신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신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시간이 날 때마다 효빈이와 함께 아버지가 하실 만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를 두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아침을 먹고 정원에 나가 찌뿌듯한 몸을 풀고 있을 때 저쪽에서 박성훈과 장천우가 다가온다.
박성훈 이 미친 녀석이 자기 마음대로 담에 구멍을 뚫고 문을 만들어 버렸다.
정확히는 우리 집과 녀석의 집의 경계인 담에 문을 만든 것이다.
양쪽 방향으로 비밀 번호를 입력하게 만들어진 문이다.
“잘 잤냐?”
박성훈이 손을 휘휘 흔든다.
“거머리 꿈 꿨어. 무서웠어.”
“제기랄…….”
장천우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크게 웃는다.
오늘은 세 사람이 함께 던전에 가기로 한 날이다.
“준비는?”
“옷만 갈아입으면 되는데 준비는 무슨.”
“알면 가서 옷 갈아입지?”
이게 아침에 뭘 잘못 먹었나 왜 이리 틱틱거려?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어머니께 던전에 간다고 말을 하니 정원에 서성이는 박성훈을 보시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어째 나보다 거머리 녀석을 더 믿는 눈치시다.
“오늘은 니 차 타고 가자.”
박성훈이 눈치를 보다 조심스럽게 말을 한다. 아마도 운전을 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러지 뭐.”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박성훈에게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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