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부자 리치님! 1
웰컴 투 게임월드 27화
1-26 부자 리치님! 1
마나의 개방과 함께 감각도 개방이 된다.
주위를 맴도는 작은 소음, 대기의 움직임, 마나의 흐름 등의 작은 정보들이 쉴 새 없이 나의 감각을 자극한다.
마법은 대기 중의 특정 속성을 가진 마나를 재배열하여 술자가 의도한 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둠의 속박은 흑마법이다.
흑마법 역시 마법이다.
일반적인 마나가 아닌 음차원적인 마나를 기반으로 두는 것이 다르지만 결국 음차원적인 마나도 마나이긴 하다.
어둠의 속박을 이루는 마나의 흐름이 느껴진다.
그 흐름에 역류하지 않는다.
흐름에 몸을 맡기고 걸음을 옮기자 별다른 저항 없이 어둠의 속박을 벗어나게 된다.
한 걸음을 옮기며 상체를 비틀자 키메라 두 마리의 공격이 빗나간다.
왼팔을 쳐올리니 위에서 내리 찍어 오는 키메라의 팔꿈치가 다시 위로 솟구친다.
푸학-
무한의 건틀릿이 환하게 열려 있는 키메라의 옆구리를 찢고 지나간다.
뒤쪽으로 두 걸음을 옮기니 두 마리의 키메라가 앞쪽으로 교차를 하며 지나간다.
그중 한 녀석의 목을 휘어감은 채 지면을 박차고 뛰어오른다.
반대 방향에서 다가오는 키메라의 턱을 올려 찼다.
머리가 터져 나가며 피가 솟구친다.
목이 감긴 녀석의 머리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간다.
생기를 잃어가는 키메라를 집어 던지니 달려들던 키메라가 낫과 같은 긴 팔로 날아드는 키메라를 반으로 갈라 버린다.
낫처럼 생긴 팔이 검과 같이 나를 베어온다.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상체와 하체를 노리고 있다.
몸을 뒤로 빼니 어느새 다가온 다른 키메라 둘이 움직일 공간을 차단한다.
가로소운 것들…….
뒤로 물러서려던 생각을 바꿔 다시 앞으로 이동을 한다.
베어 오던 낫과 같이 생긴 키메라의 팔, 정확히는 팔목을 잡아끌며 허리를 뒤로 젖혔다.
푸학- 서걱-
뒤쪽을 차단하고 달려오던 키메라 두 마리의 가슴과 목이 꿰뚫린다.
남은 키메라들 역시 별무리 없이 없앴다.
아니, 무리는 있었다.
마나를 전부 개방을 하고 전신의 춤사위를 펼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니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감당을 할 수 있는 무리다.
“이제 너 혼자 남았네.”
분노로 몸을 떨고 있는 리치가 보인다.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 뭐 이리 오래 걸려?”
뒤쪽에서 박성훈의 구시렁거림이 들린다.
싸우지도 않은 녀석이 왜 힘이 드냐고?
리치와 키메라의 감각 밖으로 피해 다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모르긴 해도 공간 가르기와 이면 숨기를 쿨 타임까지 계산해 가며 끊임없이 사용을 했을 것이다.
“아싸!”
내가 쓰러뜨린 키메라들 중 둘이 빛이 되어 사라진다.
“쇼핑 시간!”
박성훈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아이템 수거하는 것이다.
어떤 아이템이 나왔는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아이템보다 나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는 리치가 먼저다.
“그렇게 노려보면? 눈에서 레이저라도 나오냐?”
아참…… 나온다.
7서클의 흑마법 중 ‘파멸의 시선’이라는 마법이 있다.
그 마법을 사용하면 두 눈에서 검은 빛이 솟구치는데 마치 SF 영화에서 레이저를 쏘는 것과 같아 보인다.
“공포 속에서 발버둥을 치게 될 것이다. 너희의 주인이 명하노니 일어나라. 일어나 저 무지한 녀석들의 목을 베어라.”
스스스스-
리치의 몸에서 솟구친 검은 기운이 연구실에 자욱이 퍼져 나간다.
그러자 놀랍게도 죽어 쓰러진 키메라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킨다.
머리가 터져 나간 키메라가 일어서는 모습이 괴기스럽기는 하지만 나를 놀라게 할 수는 없다.
“고작 언데드 따위로 나를 위협하려고?”
그렇다.
지금 몸을 일으킨 키메라들은 언데드다.
이미 생명이 다한 녀석들을 리치 녀석이 흑마법으로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다.
키메라일 때보다 당연히 약하다.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약하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조금 단단한 좀비, 그러니까 구울 정도라고 생각을 하면 된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한 것 같은데 시도는 가상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밥값 할 시간이다.”
“오케이! 걱정 붙들어 매.”
언데드화된 키메라들은 지금의 박성훈이라 해도 쉽게 처리를 할 수가 있다.
“다른 것 없어? 식상한 언데드 같은 것 말고. 조금 대단한 뭔가 없냐고?”
“죽여 버리겠다.”
리치가 완드를 앞으로 내뻗는다.
음차원 마나가 완드 끝에 모여 들다가는 일직선으로 뻗어온다.
빠른 속도이기는 하지만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회피 동작으로 피하니 리치가 포기를 하지 않고 다시 공격을 한다.
이리저리 피하며 앞으로 이동을 하다 보니 어느새 리치와 지척 거리다.
리치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진다.
뒤쪽에서 기치의 기운이 느껴진다.
자신의 의지 안쪽에 무작위로 이동을 하는 블링크 따위의 하급 마법이 아니다.
“너만 할 줄 아는 게 아니야.”
시공을 거니는 걸음으로 되려 리치의 뒤를 점했다.
몸을 움직이려다가는 바로 옆으로 굴렀다.
어둠이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꽤나 전투 센스가 있는 녀석이다.
내가 키메라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고 전투 방식을 파악한 듯하다.
다크 스웜이 연구실 바닥을 훑고 지나간다.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바닥에 움푹 들어간 공간이 생겼다.
“다크 스트라이크.”
내 머리 위쪽으로 음차원 마나들이 모여든다.
수십 개의 작은 구를 이루고 있는 음차원 마나들이 나를 향해 쏟아져 내린다.
마치 유성이 내리는 듯하다.
피할 방위까지 계산을 한 공격이다.
마나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시공을 거니는 발걸음을 섞어 회피를 했다.
자신의 공격이 연이어 실패로 돌아가자 짜증이 난 것인지 리치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터져 버려라!”
주변에 음차원 마나들이 모여들더니 일제히 폭발을 일으킨다.
제법 위력이 강한 ‘다크니스 밤’이었지만 나의 공간 지배를 뚫지 못하고 소멸이 되었다.
고수는 원래 하수에게 삼초식을 양보한다고 했지?
그러니 이제 내가 공격을 할 시간이다.
그런데 삼초식 맞나?
시공을 거니는 발걸음을 연이어 펼쳤다.
리치의 좌측, 다음은 우측, 다시 좌측, 다시…….
빠각-
좌측이다.
우측으로 몸을 돌리려는 리치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강타했다.
리치가 항상 몸에 두르고 있을 다크 베리어 단숨에 깨어져 버린다.
리치의 몸이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간다.
재차 공격을 하려는 순간 리치의 모습이 사라진다.
“여기다.”
전신의 춤사위는 마나의 흐름을 읽는다.
리치가 순간적으로 이동을 하는 마법 역시 마나를 사용하는 것.
정확하지는 않지만 리치가 이동을 할 방향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파멸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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