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거인의 대지 2
웰컴 투 게임월드 20화
1-19 거인의 대지 2
“제기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서포터가 아니라 포터다. 단순히 짐만 나르는 역할이다.
웰컴 투 게임월드에서도 포터들이 존재했다.
몬스터 사냥은 하지 않고 그저 목숨만 연명하던 이들.
살아남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고 옷도 입어야 한다.
한마디로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몬스터를 사냥하지 않는데 돈을 벌 방법이 없다.
웰컴 투 게임월드 내에서 헌터들은 몬스터 사냥 말고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시켜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능력은 되지 않는데 돈은 벌어야 하니 생겨난 직업이 바로 포터다.
포터들은 헌터들이 던전을 공략할 때 그들의 짐을 들어주거나, 던전 안에서 숙영지를 꾸미는 등의 일을 한다.
또 사냥한 몬스터의 사체를 해체 해 필요한 것을 챙기는 것도 포터들이 할 일이었다.
던전 공략에 따라 나선 포터들이 받는 보상은 아주 짜다.
그도 그럴 것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은 헌터들이다.
포터들은 뒤에서 상황을 보다 위험하다 싶으면 곧장 던전 밖으로 도망을 쳐 버린다.
그러니 헌터들이 포터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줄 리가 없다.
“내가 포터라니…… 천하의 추귀가 포터라니…… 포터, 해리포터도 아니고, 포터라니…….”
혼자 미친놈처럼 중얼거리는 박성훈을 보며 혀를 찼다.
“적당히 하지? 포터하기 싫으면 이쑤시개로 골렘들 폭폭 찔러 잡던가.”
“포터라니…….”
“그만하라고 하잖아.”
박성훈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 뭐?”
“여기서 쓸 만한 무기 없어?”
“쓸 줄 아는 무기는 있고?”
“그냥 대충 둔기류는 휘두르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야?”
틀린 말은 아니다.
박성훈 정도 되는 이는 사실 무기의 종류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손에 익은 무기를 사용하면 더욱 강한 모습을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한 사람 몫은 충분히 할 수가 있다.
“포터는 죽어도 하기 싫다는 말이지?”
“그런 뜻이 아니라 내가 잉여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희귀거머리. 너 같은 놈들을 잉여인간이라고 부르잖아.”
“아니거든. 아무튼 있어, 없어?”
당연히 있다.
내 아공간에 들어 있는 무기의 수만 해도 이백 개가 넘는다.
웰컴 투 게임월드에서 얻은 무기 중 버리기는 뭐하고 쓸 생각은 없는 무기들을 아공간에 대충 던져두었었다.
아공간을 둘러보던 중 박성훈이 사용할 만한 무기 하나를 발견했다.
“대여다.”
“알았다.”
“대여료가 조금 비싼데. 괜찮겠어?”
“치사하게 이럴래? 내가 차도 사줬잖아.”
“그깟 차 가지고 생색내려고? 내가 준 단검 한 자루만 팔아도 그런 차 몇 대는 사잖아.”
“그건 그렇지…….”
바로 꼬리를 내린다.
“가끔 착각하는 것 같은데. 갑과 을의 관계를 확실히 정립하는 게 좋아. 계속 이런 식이면 그냥 줬던 것 뺐고 앞으로 안 본다? 그럴래?”
“에이, 우리 사이에 왜 그래? 내가 뭐 어쨌다고? 포터? 까짓것 하지 뭐. 내가 전부터 포터가 꼭 해보고 싶었어. 없이 사는 애들 체험. 그런 것 해보고 싶었다니까. 포터고 뭐고 다 내가 할게.”
진작 이렇게 나왔어야지.
아공간에서 무기 하나를 꺼냈다.
“어? 그거…….”
무기를 본 박성훈이 탄성을 내지른다.
“어디서 많이 보던 거라 이거지?”
“응. 그거 파멸의 데시야스 잡고 얻은 거 아니야? 이름이 뭐였더라…….”
“데시야스의 광기 어린 파성추.”
데시야스라는 상급 마족의 던전을 탈탈 털고 얻은 무기다.
아주 긴 이름을 가진 이 무기는 모닝스타다.
그냥 모닝스타는 아니고 아주 옵션이 화려하다.
화려하지 않은 외형과는 다르게 무려 유니크 아이템이니 말이다.
“너 설마…….”
“그 입 닫아라.”
박성훈은 아공간의 정체를 알고 있다.
동료들 중 유일하게 나와 같은 대한민국 출신이다.
그래서 다른 이들보다 조금 많이 챙기곤 했다.
그리고 가끔 다른 이들에게는 하지 않던 이야기도 하곤 했다.
“대박이네.”
“닫으라고 했다.”
“오케이. 콜! 그런데 이 상황에서 대여라니. 너무 짠 거 아니야? 데시야스 공략할 때 나도 고생 많이 했거든.”
“그때 너 정당한 보상받았다.”
“끄응.”
박성훈이 입을 닫았다.
당시 녀석은 나보다 루팅의 순서가 앞에 있었다.
결국 데시야스의 광기 어린 파성추는 박성훈의 선택을 받지 못해 나에게까지 순서가 왔던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대여다.”
“콜! 얼마면 되냐?”
“나한테 돈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그럼 뭐?”
“나중에. 생각나면 말해줄게.”
잠시 생각을 하던 박성훈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더 잘고 있을 테니.
“이거 옵션이 뭐였더라?”
“추뎀, 힘증, 루인.”
“오우! 최고 옵션이네.”
추가 데미지와 힘 증가, 그리고 ‘루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붙은 유니크 아이템이다.
“그럼 가보자.”
***
-악몽 등급 던전 ‘거인의 대지’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당근.”
주변 풍경이 확 바뀐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돌 무더기뿐이다.
작은 언덕 정도의 바위도 보이고 멀리 돌로 이루어진 나지막한 산도 보인다.
군데군데 집채만 한 돌무더기도 보인다.
“락 골렘이네.”
“그러네.”
집채만 한 돌무더기가 바로 락 골렘이다.
몸 전체가 단단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골렘으로 방어력이 상당하다.
골렘류 몬스터들 중 꽤 높은 등급으로 용암으로 이루어진 라바 골렘이나 보석으로 이루어진 쥬얼 골렘, 강철로 이루어진 아이언 골렘 등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골렘이라 할 수 있다.
돌무더기의 수가 상당하다.
거리상으로 볼 때 한 마리를 사냥하면 주위의 녀석들도 모조리 에드, 즉 바로 깨어나게 될 것이다.
“네 몸만 챙겨라.”
“걱정 붙들어 매라.”
기왕 아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들켰으니 오랜만에 내 무기나 꺼내 볼까?
“착용. 무한의 건틀릿.”
스르륵-
양손을 감싸는 묘한 느낌이 마음에 든다.
나의 주력 무기라 할 수 있는 인피니티 건틀릿이 양손을 감싼다.
쇠쟁이, 아니, 영광의 대장장이가 무려 1년 반 동안이나 자는 시간, 먹는 시간, 싸는 시간을 줄여가며 만든 녀석이 바로 이 무한의 건틀릿이다.
손등에 박힌 열 개의 보석은 건틀릿의 파괴력을 극대화시켜 준다.
세 개의 강력한 공격 마법과 두 개의 방어 마법이 인첸트가 되어 있다.
영혼 각인이 되어 있기에 내가 아닌 그 누구도 착용을 할 수가 없다.
어떤 골 빈 녀석이 무한의 건틀릿을 훔쳐 가면?
그저 ‘회수’라는 간단한 명령어로 다시 가져올 수가 있다.
가면과 함께 무명투귀를 상징하던 것 중 하나.
그것이 바로 이 인피니티 건틀릿, 즉 무한의 건틀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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