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던전 속 던전 3
웰컴 투 게임월드 11화
1-10 던전 속 던전 3
반지를 들자 저절로 감정 스킬이 활성화되었다.
-통곡하는 뱀파이어의 흡혈링 (R)
적에게 준 데미지 중 1%를 체력으로 회복합니다.-
통칭 1%링으로 통하는 아티팩트다.
1%라고 해서 무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절대로 무시를 하면 안 된다.
아티팩트의 성능은 정해져 있지만 사용하는 이가 달라지니 상대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100이라는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이가 이 링을 착용한다면 1만큼의 체력을 회복한다.
대신 10,000이라는 데미지를 주는 이가 착용을 하면 100이라는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고로 나 같은 강력한 한 방이 있는 누커들에게는 이런 아이템이 최고의 아이템인 것이다.
물론 나는 이미 이것보다 성능이 좋은 흡혈링이 세트로 있기에 필요하지는 않다.
“아티팩트 비싸다고 하던데. 역시 던전 속 던전이야.”
기쁜 마음으로 아티팩트를 아공간에 집어넣고 걸음을 옮겼다.
기왕 들어왔으니 이 던전의 주인인 뱀파이어 귀족을 만나봐야 할 것이다.
던전 속 던전은 일회성 던전으로 일단 한 번 입구가 개방이 되면 그걸로 끝이다.
두고두고 우려먹을 수 없다는 의미다.
다른 던전들처럼 몬스터가 리젠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달려드는 뱀파이어를 처치하며 이동을 하다 보니 어느 새 막다른 길에 위치한 마지막 방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문 너머로 제법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 던전의 주인인 뱀파이어 귀족 제르미가 있는 곳이 확실하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거쳐 왔던 연구실 분위기와는 다른 방이다.
방 중앙에 덩그러니 검은 관 하나만 놓여 있다. 강한 기운은 그 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관으로 걸어갔다.
똑- 똑-
“새 나라의 뱀파이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손님이 왔는데도 쳐 자고 있으면 새 나라의 뱀파이어가 될 수 없어.”
끼이익-
관 뚜껑이 한쪽으로 밀려나며 불쾌한 기운이 나를 덮쳐왔다.
그 기운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야, 악몽 등급 던전 주인 녀석 치고는 제법 강한 기운이잖아.”
“인간…… 나의 잠을 방해한 대가를 치루리라.”
“그런 진부한 대사는 집어 치우고 빨리 일어나. 나도 해야 할 일이 많은 사람이거든.”
“인간…….”
“아 쫌! 엄마가 집에서 밥 먹으라고 했단 말이야. 빨리 안 일어날래? 확 관 속에서 죽여줄까?”
흉흉한 기운을 느꼈음인지 뱀파이어 귀족 제르미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등에 맨 검은 망토가 바람도 없는데 거세게 펄럭였다.
“하나, 둘…….”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던 제르미가 내가 갑자기 수를 세자 의아한 듯 나를 바라봤다.
“셋! 시작!”
빠각-!
제르미의 턱이 획하고 돌아갔다.
“그래. 이 맛이지.”
손을 통해 전해지는 격한 타격감에 몸이 저절로 반응했다.
엄청난 스펙을 자랑하는 무기들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격투 타입을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이 손맛 때문이다.
제르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내 주먹이 녀석의 명칭에 꽂혔다.
반으로 접힌 제르미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왼쪽 다리를 축으로 몸을 회전시킨다.
크게 원을 그린 오른쪽 발이 제르미의 턱을 다시금 후려쳤다.
“한동안 뭐 씹기는 힘들 거야.”
다시금 공격을 하려고 하자 제르미의 몸이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상위 뱀파이어들이 구사할 수 있는 스킬 ‘안개화’다.
안개화를 하면 물리적인 공격으로 데미지를 줄 수 없다.
하지만…….
“그게 통할 것 같냐?”
손을 뻗자 손바닥 위로 마나가 모여든다.
둥근 공과 같이 변한 마나는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나탄과 유사하다.
유사하기만 할 뿐 전혀 다른 기술이다.
고작 1서클의 마나탄을 나의 위대한 마나폭탄에 비교를 하면 참 서러울 것 같다.
당연히 마나폭탄은 내가 지은 이름이고 내가 만든 스킬이다.
마나의 구를 안개화해 물러서려는 제르미에게 쏘아 보냈다.
안개를 그대로 통과할 것 같던 마나의 구가 그대로 폭발을 했다.
콰르르르- 콰쾅!
“크아아악-!”
안개 속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린다.
그리고 안개가 뭉치며 인간의 형태로 변했다.
폭발로 인해 입고 있던 옷이 군데군데 찢긴 제르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죽여 버리겠다.”
분노한 제르미가 손을 휘저었다.
허공에 피가 넓게 퍼졌다.
이름하여 ‘피의 저주’라는 스킬이다.
저 피는 매우 강력한 디버프 효과가 있다.
움직임을 봉쇄하고 지속적으로 체력을 깎아낸다.
물론 맞았을 때의 이야기다.
“응?”
놀랐지?
분명히 앞에 있던 사람이 사라지면 놀랄 거야.
의문을 표하는 제르미의 뒤로 돌아간 나는 그대로 녀석의 목에 팔을 휘어 감았다.
콰직-
머리를 비틀었다.
완전히 돌리니 제르미의 눈이 나를 노려본다.
등 위에 얼굴…… 제르미가 입을 쩍 벌리고 나를 물려고 했다.
“입 냄새 쩔 거든.”
마나를 날카롭게 만들어 제르미의 목 주변을 한 바퀴 돌렸다.
그리고는 머리채를 잡은 채 그대로 들어 올렸다.
머리통과 함께 척추가 따라 뽑혀 나왔다.
통제력을 상실한 몸뚱이가 스르륵 무너져 내렸다.
척추가 뽑혀 나왔음에도 제르미는 바로 죽지 않았다.
뱀파이어 귀족씩이나 되니 생명력이 나름대로 질긴 것이다.
“이제 영원히 잘 수 있게 됐네? 다음부터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뱀파이어가 되라.”
머리를 던지고 발로 후려 차니 수박이 깨지 듯 터져 버렸다.
잠시 후 제르미의 사체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
“오호! 또 아이템! 대박이다.”
던전 속 던전의 보스 몬스터라고 해도 거지들이 상당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아주 운이 좋은 편이다.
제르미가 남기고 간 것은 짧은 단검이다.
검신이 붉은 빛을 토해내는 것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제르미의 송곳니 (SR)
뱀파이어 귀족 제르미의 사념이 담긴 단검이다. 적에게 준 데미지 중 3%를 체력으로 회복한다. 힘을 5만큼 상승시켜 준다.-
“슈퍼레어 등급의 투옵 단검이라…… 나쁘지 않네.”
단검을 챙긴 후 걸음을 옮겼다.
관 옆을 지날 때 조금 전 사라진 제르미가 떠올라 한마디 남겨 주었다.
“조금 더 놀고 싶었는데…… 엄마가 집에서 밥을 먹으라고 하니 어쩔 수가 없잖아?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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