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이름으로 – 40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형제의 이름으로 – 40
“넌 상대가 공격해오면 어떻게 하느냐?”
“일단 피하려고 하죠.”
“그렇지. 피하려고 하다보면 힘의 방향이 공격자의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그 힘을 이용하는 거야.”
“흠! 그러니까 상대의 피하려고 몸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 관절을 반대로 꺾어서 공격하면 몇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하하하! 진운자.”
“예, 대협!”
“자네 자리 잘 지켜야겠어.”
“예에? 예. 하하하! 그렇죠. 안 그래도 몇 년 뒤엔 이놈에게 넘기고 무 대협을 따라서 유람이나 할까 합니다.”
“누구 맘대로? 넌 영감탱이랑 놀아야지.”
“사숙조님은 이미 허락하셨습니다. 이 문제는 무 대협이 반대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제자 놈들을 괴롭혀서라도 그렇게 할 테니까요.”
“사형! 제가 잘못했으면 야단을 치십시오. 그러니 그런 말씀은 다신 하지 마십시오.”
진백자는 진운자를 노려보며 정색을 한다.
“하하하! 이놈아, 그건 네가 아니라 할애비가 와도 양보 못한다. 이놈의 장문인이란 것 때문에 내 수명이 벌써 십 년은 줄었다. 알겠냐?”
“후후후, 하긴 장돌뱅이 기질은 부모는 물론 마누라도 못 막는다고 했지. 하지만 쉽진 않을 거야.”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불안하게.”
“흐흐흐, 뭐든지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잖아?”
이렇게 무진과 진운자가 농을 하는 사이 백 명의 봉문대 무사들이 모두 바닥을 뒹군다. 어디를 어떻게 때렸는지 하나 같이 기절해 있다.
“와아! 대단하다. 대단해.”
“저런 건 대단한 게 아니라 신기하다고 하는 거야.”
“대체 관절이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지? 저러면 안 당할 사람이 어딨겠냐?”
“맞다. 천하무적이다. 천하무적!”
“그래도 난 못 배울 것 같다.”
“왜? 난 배울 수만 있다면 죽음을 각오하고 하겠구먼.”
“이 친구가 뭘 모르네. 보는 거야 좋지만, 저걸 익힌다고 생각해봐. 관절을 반대로 움직일 정도로 수련을 하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난 못해. 절대로!”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럼 나도 안 되겠다. 관절이 반대로 움직여도 안 아플 정도가 되려면 얼마나 수련을 해야 할까?”
“그냥 죽었다고 봐야겠지. 난 저걸 익힌 사람들은 상종도 안 할 거야. 저건 독중 중에서도 독종이 아니면 할 수가 없어.”
구경하던 소림 승려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사..사숙조님!”
그걸 지켜보던 진운자가 극양자를 부른다. 극양자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쯧쯧, 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눈물이 나와?”
“무당의 극양자가 사조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영감탱이가 돌았나? 일어나. 사람들이 흉본단 말이야. 어서!”
무진은 직접 손을 잡고 극양자를 일으킨다.
“사실 전 진운자가 제자들이 천하제일인자가 될 수 있다고 했을 때 겉으론 만세를 불렀지만, 속으로 저놈을 욕했습니다. 미쳤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저길 보십시오. 이제 갓 스물이 넘은 놈들이 저의 경지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기운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저 정도면 주위의 기운을 사용하면 그 위력이.... 헐헐헐! 상상만 해도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근데 어찌 제가 큰 절을 올리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사조여! 저에게 이렇게 크나큰 은혜와 기쁨을 주신 점 저 세상에 가서도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지랄한다. 지랄해. 아예 전 중원에 방을 붙여라. 방을.”
“방인들 왜 못 붙이겠습니까? 사조님이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전 화가 나고 울화통이 터질 지경입니다.”
“너 정말 맞을래? 그만 해라.”
“마음대로 하십시오. 전 하고픈 말은 다 해야겠습니다.”
“그래. 졌다. 졌어. 니 마음대로 해라.”
결국 무진은 극양자에게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만다. 물론 지금 주위의 음파를 모두 차단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알 수가 없다. 다만 민망할 뿐이다.
“엉엉엉엉엉...!”
급기야 극양자는 대성통곡을 한다. 만약 진운자가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소림사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을 거다. 무당의 노도장 한 명이 정신줄을 놓았다고.
한편 무진은 봉문대를 따로 불러서 한참을 무공에 대한 얘기를 하곤 안으로 들어간다.
소림에 마련된 남궁세가의 숙소.
여기서는 남궁세가를 비롯한 사천당가와 몇몇 중소 문파의 대표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다.
“이미 활은 시위를 떠났습니다. 놈들은 이미 우리의 선택을 확인했을 테고, 이후 지속적으로 우릴 괴롭힐 것입니다.”
사천지역에 있는 광호문(廣虎門)의 문주인 청정이다. 광호문는 전통적으로 사천당가와 운명을 같이 해왔다. 청정 역시 사천당가의 속가제자이다.
“괴인들이 태양장과 한통속이란 게 드러난 이상 명분은 우리에게 있소.”
“맞습니다. 공개적으로 우릴 공격하진 못할 겁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겁니다. 뒤에서 우릴 공격하면 우리도 방어하기가 어렵습니다.”
여러 중소 문파의 대표자들이 걱정들을 쏟아낸다.
“이렇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소이다. 우리도 선택을 해야 하오.”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문이 말문을 연다.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주십시오.”
“우리 힘으로 저들을 막고 가문을 지킬 순 없소. 방법은 한 가지뿐이오.”
“구파일방과의 연합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사천당가의 가주 당가위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가 구파일방과 손을 잡는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배신이라고 말할 순 없소. 우린 원래 구파일방과 형제처럼 지내왔으니까.”
“그럼 당장 내일 소림 장문인을 뵙고 얘기를 나누시죠?”
“아무래도 그래야 되겠습니다.”
“그럼 이 문제는 저희 두 사람에게 맡겨주시고 오늘 회의는 이 정도로 합시다.”
얘기가 순조롭게 진행되자 남궁문과 당가위가 마무리를 한다.
“잠깐!”
상황을 지켜보던 남궁세가의 부가주인 남궁용이다. 그는 남궁세가와 사천당가가 태양장과 등을 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부가주! 왜 그래? 문제라도 있나?”
“예. 가주! 이런 땐 가능하면 여러 문파들이 같이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부가주 남궁용이 형 남궁문의 물음에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게 좋겠소. 놈들이 언제 공격해올지 모르니까.”
남궁문의 말에 따라 다른 문파들은 무리를 지어 이동하기로 결정한다.
한편 운고와 조충, 그리고 곤일 세 사람은 사천당가를 보호하기 위해 은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묵사회의 무사들은 중소 문파를 맡았다.
조충 일행도 출발 준비를 위해 자리를 옮긴다. 하지만 채 움직이기도 전에 다시 몸을 피한다.
“수상한 놈들입니다.”
운고가 어둠속으로 다가오는 자들을 발견한 것이다. 일행은 신속하게 건물 뒤로 몸을 숨긴다.
“으음! 모두 복면을 한 것으로 봐선 구룡단이 분명합니다.”
“사룡입니다.”
복면인 중 가슴에 사(四)자가 적힌 이가 있다.
“얼마나 될까?”
“적어도 백 명은 되지 않을까요?”
“소림사는 뭐하는지 모르겠군.”
“그러게 말입니다. 저렇게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는 데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 눈감아주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운고가 투덜댄다.
“소림으로선 남궁세가와 사천당가의 배신을 모르니 지켜보는 거겠지.”
“그럴 수도 있겠군요.”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곤일의 말대로 사룡의 부하들은 가장 먼저 남궁세가의 경비무사들을 제압한다.
“독을 사용할 모양입니다.”
“으음! 곤란한데.”
“어떡하죠?”
운고와 조충은 독에 관한한 문외한이다. 해독약은 가지고 있지만 일회용에 불과하고, 양도 일인용이다. 사룡의 부하들은 준비한 하얀 가루를 숙소의 창문을 통해서 한 동안 계속 뿌려댄다. 그렇게 일각 정도가 지나자 모두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형님, 이걸 가루로 만들어서 저놈들과 똑 같이 해보세요.”
곤일은 품속에서 꺼낸 환약을 조충과 운고에게 건넨다.
“이게 뭐냐?”
“대형이 만든 해독약입니다. 참, 하나씩 더 드릴 테니 위급할 때 사용하세요.”
곤일은 하나씩 더 건네며 손수 환약을 손으로 비벼서 가루로 만든다.
“고맙다.”
“효과는 어느 정도냐?”
“직접 확인해보세요.”
곤일은 가루로 만든 해독약을 창문을 통해 안으로 불어넣는다. 운고와 조충도 똑 같이 하고선 은밀하게 안으로 들어간다.
“사룡, 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소?”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문이다. 그는 중독된 상태에서 흥분한 나머지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내장이 뒤집힌 것이다. 방안에서 회의를 하던 열 명의 남궁세가 핵심인물 모두가 같은 상태이다.
“흐흐흐! 세상에 정해진 행동만 하는 사람은 없다.”
“그건 구룡단이 언제든지 사파와 손을 잡을 수 있단 말로 들리는군.”
“후후후! 그래서 사람은 주둥이 때문에 명을 재촉한다고 하는 거다.”
“후후,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마시오. 그보다 구룡단이 어쩌다 이렇게 됐소? 권력욕 때문이오?”
“아니라곤 못하겠군.”
“하긴 우리 남궁세가도 마찬가지니 누굴 욕하겠소? 다만 구룡단이 태양장의 지시를 받는 건 이해하기 어렵소.”
“네놈은 우리가 고작 태양장의 지시를 받는다고 생각하느냐?”
“그게 아니면 누구의 지시를 받소?”
“우린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한다.”
“우릴 공격하는 게 올바르단 거요?”
“네놈들처럼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놈들은 무림을 위해서도 사라지는 게 좋다.”
“일리가 있는 말이오. 배신자의 말로는 항상 비참하니까. 근데 우리야 그렇다 치더라도 정파의 탈을 쓰고 정파를 배신한 당신들은 누가 심판하오?”
“갈! 감히 어떤 놈이 우리 구룡단을 처벌한단 말이냐?”
“누구긴 누구요? 나지.”
푸욱!
갑자기 쓰러져 있던 남궁문이 검을 뽑아 사룡의 오른쪽 가슴을 찌른다. 조금만 늦게 피했어도 심장을 관통했을 것이다. 동시에 남궁세가의 사람들이 모두 구룡단의 무사들을 공격해 제압해버린다.
“어..어떻게 된 거냐?”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저절로 해독이 되더군.”
“그..그게 말이 돼?”
“네 놈이 뿌린 독이 후졌나 보지.”
“잘 가라!”
남궁문은 검을 뽑아서 사룡의 목을 날려버린다. 아니, 날리기 위해 검을 높이 드는 순간 창문이 깨지며 한 사람이 뛰어든다.
차앙!
검이 뒤로 밀리며 남궁문은 두 걸음 물러선다.
“네 놈이 감히 누굴 죽이겠다고?”
가슴에 삼(三)자가 적힌 복면인이 나타났다.
“후후후, 이번엔 삼룡 어르신께서 납시었군. 그러지 말고 칠룡도 한꺼번에 출두하시는 게 어때?”
남궁문은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담담하게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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