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용서를 먹고 산다

세상 속으로 뛰어들다 – 59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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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뛰어들다 – 59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결례를 범했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한 동안 믿지 못했으니까요. 근데 저도 한 가지 확인하고 싶습니다만.”

“무엇이든 하문하십시오.”

“하하하, 하문이라니요? 전 그냥 대형의 뜻을 전달할 뿐입니다.”

“이건 저도 알고 있는 규칙인데, 저렇게 깃발을 꽂고 찾아오시는 분이 바로 대영반이십니다. 물론 시험은 통과해야 하지만 이미 검증이 끝났으니 장주님은 ‘중원의 빛’의 대영반이십니다.”

“이거야 원!”

“장주, 축하하네.”

“장주, 대영반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형님, 앞으로 고생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황성과 동생들이 축하 인사를 한다.

“이건 분명히 대형의 음모입니다. 음모!”

“하하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귀여운 음모이지요.”

양문이 왕명을 놀린다.

“이 사람아, 음모도 귀여운 게 있나?”

“그럼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 호호호!”

일행은 모두 호방하게 웃는다.

“근데 확인하고 싶으신 게 뭡니까?”

천중문이 마음을 다스리며 왕명을 쳐다본다.

“아, 그거? 다른 게 아니라 소문에 의하면 ‘중원의 빛’은 구룡단에 흡수됐다는데... 어찌된 일입니까?”

“사실입니다.”

“사실이라고요?”

양문이 나선다.

“앞뒤가 안 맞는 일이지만 분명한 사실입니다.”

“설명이 필요하군요.”

“그다지 복잡하거나 어려운 건 아닙니다. 구룡단에 흡수된 세력은 ‘중원의 빛’의 1할도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것도 위장된 것입니다.”

“위장? 그럼 일부러 구룡단에 흡수됐단 말입니까?”

“바로 그겁니다. 우린 오랫동안 음지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림의 현실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고육책으로 위장 전술을 편 겁니다.”

“헐헐헐! 재밌는 조직이군요. 보통의 조직은 자존심 때문이라도 그런 일은 못하는데.”

설명의 들은 황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근데 미소 속에 약간의 어색함이 담겨 있다.

“저도 형님이랑 같은 생각입니다. 이곳에 오면서 개방으로부터 ‘중원의 빛’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받았지만, 대부분이 엉터리였습니다. 아무래도 방주를 혼을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왕명은 반 농담으로 말을 한다. 근데 그걸 듣는 사람들의 입장은 다르다. 아무리 왕명이라고 하지만 개방은 중원제일을 다투는 문파이다. 그 문파의 수장을 일개 장주가 혼내다니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개방 방주를 요?”

“방주를 혼내기는 좀 그런가요? 그럼 소방주를 혼내죠 뭐.”

천중문이 되묻자 추개가 나서서 살짝 말을 돌린다. 근데 정작 놀란 사람은 황성이다. 그는 왕명이 자신을 형님이라 부르자 잠시 당황한다. 자신이 아는 한 ‘중원의 빛’은 고금제일인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왕명을 비롯한 일행이 얘기하는 걸로 봐선 천주란 사람이 바로 고금제일인이다.

근데 살아 있으며 바로 왕명의 대형이란 말이다. 게다가 왕명이 자신을 형님으로 불렀으니 이제 자신도 고금제일인과 한 형제가 됐단 뜻이다. 그러니 어찌 당황하지 않겠는가? 그걸 본 양문이 살짝 놀린다.

“형님은 형님이란 호칭이 별로인가 봅니다.”

“그..그게 무슨 말인가? 한 번 형님은 영원한 형님일세. 장주가 날 형님이라 부른 이상 절대로 무를 순 없네. 절대로.”

“하하하! 저도 절대로 무를 생각이 없습니다. 형님!

왕명이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고맙네. 고마워.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그분과 한 형제가 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장주가 날 인정해주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가..감사하네. 흠! 흠!”

황성은 말을 하면서 울먹인다. 평생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온 그가 늘그막에 인간의 정을 느낀 것이다.

“자! 이럴 게 아니라 저희 숙소로 가시죠? 일단 오늘은 그곳에서 쉰 다음에 낼 아침에 출발하셔야겠습니다.”

“어디로 말입니까?”

천중문의 말에 왕명이 되묻는다.

“저희 본단으로 가셔야죠. 이미 연락이 갔기 때문에 아마 오늘밤은 장로님들이 한 숨도 못 주무실 겁니다.”

“저도 빨리 뵙고 싶습니다. 이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암흑 속에 숨어 지내느라 얼마나 고통이 심했겠습니까? 대형을 대신해서 여러분께 사과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형님, 그것보단 빠른 시간 내에 대형을 만나 뵙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그야 그렇지만, 그에 앞서 장로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

“왜요?”

천중문이 안 된다고 하자 왕명이 잠시 당황한다.

“그런 말씀을 들으시면 장로님들은 하루 종일 눈물을 흘리실 테니까요.”

“하하하! 호호호!”

일행은 모두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때까지도 주루엔 단 한 사람도 얼씬거리지 않는다.

구룡단(九龍團).

아홉 명의 용이 만든 조직.

고금제일인이 무림을 장악하던 시기엔 두 개의 큰 조직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중원의 빛’이란 비밀조직이고, 다른 하나는 구룡단이다. ‘중원의 빛’이 고금제일인이 직접 만든 거라면, 구룡단은 당시 무림제일인이 되고자 경합을 벌이던 절대고수 아홉 명이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고금제일인에게 제압당한 후 자진해서 해체했다.

< 우리 구룡은 다신 무림지배를 위해 다툼을 벌이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

당시 구룡이 고금제일인자에게 충성을 맹세하면서 한 말이다. 그래서 얼마 전 구룡단이 스스로 무림 출도를 선언했을 때 많은 무림인들이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림은 적자생존의 경연장이라 힘 있는 자가 하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여기는 구룡단의 대전(大殿).

지금 구룡이 전원 참석하는 장로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옷에 복면을 하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가슴에 적힌 숫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가슴에는 1번부터 9번까지 적혀 있다. 지금 가슴에 1자가 적혀 있는 일룡(一龍) 열변을 토하고 있다.

“대체 이유가 뭐야? 한, 두 번도 아니고 벌써 몇 번째야?”

그는 삼룡에게 질문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건 한 놈 때문일세.”

“한 놈? 그게 누군데?”

“무진이란 놈 일세.”

“무진? 지난번에 말한 그 놈?”

“그렇다네. 놈과 동생 놈들이 작당을 해서 벌인 일일세.”

“그 놈은 내공도 없고, 나이도 어리다면서?”

“그랬지.”

“근데 중원제일의 세력인 구룡단의 행사를 방해한단 말이야? 기가차군.”

삼룡의 설명에 오룡이 이의를 제기한다.

“나도 이해가 되질 않네. 말이 나왔으니 오룡 자네가 조사를 해보는 게 어떤가?”

“못 할 것도 없지.”

“좋아. 그 문제는 그렇게 하고, 황실과 태양장의 움직임은 어떤가?”

무진과 관련된 문제가 정리되자 일룡이 화제를 황실과 태양장으로 돌린다. 이번에는 칠룡이 나선다. 그가 담당인 모양이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네.”

“그게 이상하단 말씀이야.”

이번에는 팔룡이 문제 제기를 한다.

“뭐가?”

“언제부터인가 황실과 태양장은 항상 같이 움직였어. 한 조직인 것처럼 말이야.”

“그랬지. 마치 같은 명령체계로 움직이는 것 같았지. 황실이 움직이면 태양장도 움직이고, 지금처럼 태양장이 조용하면 황실도 침묵을 지켰어.”

“그래서?”

일룡이 추임새를 넣는다.

“두 조직이 하나처럼, 정확하게 말하면 한 사람의 지시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 같다는 걸세.”

“으음!”

“일리 있는 말이군.”

“흠! 충분히 의심해볼만 한 일이야.”

참석자들 모두 표정이 굳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두 조직이 하나의 명령체계를 갖춘다면 구룡단보다 더 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린 현재 그들과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네. 그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네. 대신 팔룡은 좀 더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게.”

“그러지.”

“그보다 난 왠지 우리가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는 구룡이 나선다. 근데 목소리가 여인의 것이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일룡의 목소리가 커진다.

“요즘 우리의 결정이 하부조직에서 잘 먹히질 않아요.”

“이유가 뭔가?”

“일단 ‘중원의 빛’이 결합하면서 명령체계가 중첩된 게 가장 크고, 또 사람들 간의 융화가 쉽질 않아요.”

“그래도 하부조직은 항상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잖아?”

“그래서 문제라는 거죠. 명령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데, 조직은 원활하게 돌아간다면 그게 뭘 뜻할까요?”

“그건 우리 말고 누군가가 하부조직에 명령하는 세력이 있다는 말이잖아?”

“구룡!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

이룡이 목소리를 높인다.

“왜 모르겠어요? 이백 년을 넘게 태양장과 함께 중원제일의 세력으로 군림해온 우리가 남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건데. 지금 다른 분들도 제가 제기한 문제를 느끼고 있잖아요?”

“혹시 ‘중원의 빛’이 장난치는 건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그들에겐 그럴만한 힘이 없어요.”

“음, 그럼 결국 제3세력이 있다는 건데.....”

이룡의 목소리가 점차 약해진다.

“우리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력이라야 황실과 태양장 밖에 더 있어?”

“그들로는 힘들지. 정말 우리를 가지고 놀 정도라면 그들보다 훨씬 더 강해야 해.”

사룡의 말에 육룡이 이의를 제기한다.

“우리보다 더 강한 세력이라면... 고금제일인자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불가능하지 않을까?”

오룡이 고금제일인자를 거론한다. 순간 모두 긴장한다. 이들에게 고금제일인은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회의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군.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 말자고. 우리가 누군가? 천하제일고수를 자처하는 사람이 무려 아홉 명이 모인 조직이야. 더구나 ‘중원의 빛’이 합류하면서 그동안 약점이었던 하부조직까지 꾸려졌어. 고금제일인자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우리 일을 방해할 자는 없네.”

“그래, 사룡의 말대로 불명확한 얘기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현실적인 얘기를 하세. 구룡!”

“예. 말씀하세요.”

“태양장은 무림맹을 재편하기로 하지 않았나?”

일룡이 화제를 무림맹으로 돌린다.

“준비 작업을 하는 중인가 봐요.”

“명칭은?”

“지난번에 우리가 정한 영웅맹으로 할 모양이에요.”

“그건 잘됐네. 사룡, 지도는 어떻게 됐어?”

“은밀하게 뿌렸어. 조만간 효과가 나타날 거야.”

“좋아.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다들 우려하는 대로 황실과 태양장을 유심히 살펴보기 바라네. 특히 태양장을 조심해야 하네. 중원무림에서 우리와 경쟁할 수 있는 곳은 태양장뿐 일세. 결국은 그들과 승부를 봐야 할 거야.”

일룡은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태양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그 말을 끝으로 구룡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 사람씩 차례대로 나간다. 근데 유독 한 사람만은 그대로 남아 있다.

[화천애]

감사합니다. 건필하세요.

[광무(廣武)]

화천애님, 감사합니다. ^*^

[학교]

좋습니다

[광무(廣武)]

학교님, 감사합니다. ^*^

[풍뢰전사]

건투를

[물물방울]

건필하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