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으로 뛰어들다 – 57
배신과 모함이 난무하는 세상 그 혼란을 잠재울 자는 누군가? 여기 복수를 위해 200년을 기다려온 자가 있다. 그의 이름으로 처절하게 복수하고, 따뜻하게 용서하는 얘기가 시작된다.
세상 속으로 뛰어들다 – 57
“에잉? 그런데 비밀병기란 말인가?”
“우호법이 태양장의 제일 전력을 동원할 모양입니다만 저분들도 그에 못지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 정도인가?”
“사실 저도 보지 못했으니 알 순 없습니다.”
“그런데도 믿는다?”
“그렇습니다. 선배님도 한 번 믿어보세요.”
“어이! 십대고수 떨거지들. 이제 다 놀았나?”
“하하하! 저희들이야 오래 만에 만났으니 한참을 더 놀 수 있지만, 우호법께서 준비가 다 된 것 같으니 한 번 해볼까요? 근데 이게 무슨 냄새죠? 설마 강시?”
양문은 황성의 손을 잡고 즉시 뒤로 물러선다.
“헐헐헐! 늦었다!”
와장창창...!
우호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단의 사람들이 창문을 뚫고 들어온다. 그들은 곧장 양문과 황성 두 사람을 덮친다. 그들은 모두 다섯이다. 근데 모두 하나처럼 일사분란하게 두 사람의 목을 노린다.
“물러나!”
순간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리며 뭔가가 날아온다.
쉬쉬쉬쉿쉿!
땅땅땅땅땅!
정확하게 다섯 번의 금속음이 들리며 양쪽에서 다섯 개의 물체들이 뒤로 튕겨 나온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쪽은 다섯 사람이고, 반대쪽은 다섯 개의 젓가락이다. 젓가락은 벽면에 꽂힌 반면 다섯 사람은 그대로 다시 앞으로 달려 나온다.
“철강시(鐵彊屍)다!”
왕명의 목소리다. 철강시는 시강시나 생강시에 비해 한 수 위의 강시다. 생강시에 금강불괴의 신체가 더해졌다고 보면 된다. 물론 완전한 금강불괴는 아니지만, 최소한 피부만큼은 일반 병기로는 뚫을 수가 없다.
이번에 철강시들이 공격한 대상은 젓가락을 던진 사람이다. 그는 구석진 곳에 앉아 있던 세 사람 중의 중년인이다. 그는 이미 일어서서 철강시를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근데 같이 있던 두 사람, 즉 중년의 여인과 젊은 사내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어디 시체 따위가 감히 사람을 공격해!”
중년인은 그냥 맨몸으로 공중으로 뛰어올라 철강시의 목을 차버린다. 다섯 명 모두 컥! 하며 목이 뒤로 돌아간다.
“별 것도 아닌 것들이.... 허억!”
중년인은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철강시들은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원위치 시키며 중년인을 공격한다.
퍼퍼퍼퍼퍽!
연이어 둔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중년인이 위기에 빠지자 옆에 있던 여인과 사내가 발로 철강시들을 공격한 것이다.
“케에엑!”
그 위력이 얼마나 강했던지 철강시들은 모두 우호법이 있는 곳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전혀 충격을 받은 것 같지 않다.
“헐헐헐! 여기가 바로 네놈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우호법은 기세가 등등하다. 승부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눈치다.
“영감탱이,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내가 한 때는 말이야. 강시에 대해서 연구를 좀 했거든. 그랬더니 놈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이거더라고.”
양문은 갑자기 주루의 주방으로 들어간다. 그러더니 튀김용 돼지기름을 가져와 철강시들을 향해 뿌린다. 동시에 뒤에 있던 추개가 부엌에서 가져온 불을 던진다.
화르르르...!
순식간에 철강시 다섯 명의 몸은 불길에 휩싸인다.
“이..이런!”
우호법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다.
“불을 꺼라. 어서!”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부하들이 달려와서 불을 끄기 시작한다. 하지만 기름에 붙은 거라 쉽게 꺼지지가 않는다.
“뭐하느냐? 모두 투입시켜라. 어서!”
우호법은 결단을 내린다. 그만큼 반대도 심하다.
‘우호법! 잘못하면 소장주께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저들을 막지 못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자신이 없느냐?’
‘그럴 리가 있습니까? 열 명이면 설사 장주님이라 해도 무사하진 못합니다.’
‘그럼 뭘 주저해?’
우호법은 다시 누군가와 전음을 나눈다.
‘알겠습니다.’
다섯 명의 철강시가 몸에 불을 붙인 채 밖으로 나가자 삐이익! 하고 호각소리가 들리며 이번에는 열 명이 들어온다. 그들은 모두 검을 들고 있다.
“형님, 기름은 끝입니다. 그게 다였습니다.”
추개가 주방을 다 뒤져보고서 소리친다.
“형님, 어떻게 할까요?”
“이번엔 내 차례인 것 같다. 너희는 일반 손님들을 보살펴라. 중독도 치료해주고.”
왕명의 말대로 지금 일행의 뒤쪽에는 스무 명 정도의 일반인들이 검은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다.
“그거야 저희들이 처리하면 되지만 괜찮겠습니까?”
“철강시의 약점이 뭔 줄 아니?”
“글쎄요? 급소를 찾는다면 모를까 그냥 싸워서는 이기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놈들의 신체는 금강불괴의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금강불괴는 아니다.”
“그 말씀은 피부만 단단할 뿐 속은 일반인과 마찬가지란 건가요?”
“그렇지. 그럼 해답이 나오지 않겠냐?”
“계속 충격을 가해서 내부가 무너지게 만들어야겠군요.”
“바로 그거야. 만약 내가 무너지면 니들이 이어서 싸워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급소가 발견되면 우리에게도 승산은 있다.”
“알겠습니다.”
“나도 돕겠네.”
황성도 도우미를 자처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도 도움을 받았으니 당연히 힘을 보태야지.”
“감사합니다. 그럼 동생들을 부탁드립니다.”
왕명은 정중하게 인사하곤 철강시들을 향해 걸어간다.
“진짜 비밀병기냐?”
황성이 왕명을 보며 한 말이다.
“비밀병기라기보다는 최후의 보루라고 해야겠죠.”
“최후의 보루라... 당연히 자네보단 강하겠지?
“전 몇 수도 못 버팁니다.”
“그 정도야?”
“제가 왜 무림에서 사라졌는지 아십니까?”
“그럼 저 치에게 패해서 숨어 지냈단 건가?”
“제대로 공격도 못하고 당했다면 믿겠습니까?”
“그럼 최소한 우리 십대고수들보단 한 수 위란 거네.”
“한 수가 아니라 몇 수는 위일 겁니다.”
“그래? 그럼 조금은 희망이 있군.”
“승패를 떠나서 재미날 겁니다. 저길 보세요.”
두 사람이 얘기하는 사이 왕명과 철강시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왕명은 탐색전부터 시작한다. 철강시들의 공격을 교묘하게 피하며 간간히 공격을 한다.
“무슨 보법이 저래?”
황성은 손님들을 돌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로선 처음 보는 보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형님의 주특기죠. 형님이 알고 있던 보법에 대형이 만든 보법을 섞어서 만든 겁니다. 저도 요즘 배우고 있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자네 대형도 있나?”
“예, 최근에 대형을 중심으로 형제들이 가족을 만들었습니다.”
“가족을?”
“예. 언제 형님도 우리 대형을 한 번 만나보시죠. 여러 가지로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자네가 대형으로 모시는 분이라면 한 번 만나보고 싶군.”
“저희랑 같이 다니면 저절로 만나게 될 겁니다.”
“그래?”
“바쁘지 않으시면 당분간 저희랑 같이 다니시죠?”
“그러지 뭐. 안 그래도 하는 일 없이 심심했는데 잘 됐네. 엇! 저건 뭐지?”
“저것도 우리 대형과 형님이 같이 만든 무공입니다. 이름은 생사무라고 하는데 보시는 바와 같이 특이한 무공이지요.”
“자넨 저런 걸 특이하다고 하나?”
“그럼 뭐라고 해야 합니까?”
“놀랍다고 해야지. 사람의 신체, 특히 관절은 무림고수라고 해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네. 아니, 지금까진 그렇게 생각해왔지. 이젠 그런 상식은 깨져야겠지만. 어엇! 팔꿈치를 저렇게 사용해도 괜찮나?”
“저도 요즘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허억!”
양무가 팔꿈치를 반대 방향으로 꺾어 공격하는 시늉을 하자 황성이 기겁하며 허리를 뒤로 넘기며 피한다.
“형님이 보시기에 저런 공격으로 철강시가 무너질 것 같습니까?”
“그거야 자네 형의 내력이 얼마나 강하느냐에 달렸겠지.”
“그럼 가능성이 없진 않겠군요.”
“그 정도로 내공이 높은가?”
“전 지금까지 형님이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 모릅니다.”
“같이 수련을 많이 했을 거 아닌가?”
“목숨을 걸고 싸워도 봤죠. 하지만 그때마다 경지가 다르니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래서 어떤 때는 내력을 채 1할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고도 자넬 이겼다고?”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가볍게 이겼죠.”
“그럼 대체 내공이 어느 정도란 거야?”
“저길 보세요. 철강시의 발걸음이 현저히 둔해졌습니다.”
“정말 그러네. 그렇다고 많이 맞은 것도 아닌데... 결국 자네 말처럼 형님이란 분의 내공이 우리보단 훨씬 높다는 게 증명된 셈이군.”
두 사람의 말처럼 왕명의 손과 발길질에 계속 맞던 철강시가 몸이 많이 둔해졌고, 이젠 맞으면 신음소리를 낸다. 그 중 한 명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 내상을 입었다는 증거이다.
“커어억!”
왕명의 발길질에 왼쪽 가슴을 정통으로 맞은 철강시는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러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다.
“대문파의 장문인들도 한 명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철강시 열을 마음대로 요리하는 사람이라... 그 동안 왜 난 모르고 있었을까?”
“참, 형님도 이름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왕명이라고 청운장의 장주님이십니다.
“청운장주? 그렇게 말하니 알 것도 같네. 한 때 무림의 숨은 고수란 말이 있었지. 하지만 숨은 고수가 아니라 절대고수로군.”
“우리 형님이 조금 음흉한 면이 있죠. 하하하!”
“이렇게 되니깐 자네 대형이 누군지 궁금해지는군.”
“대형은 형님도 잘 모르시는 분입니다. 저도 얼마 전에야 알게 됐으니까요.”
“그래? 으음, 대단하군. 대단해. 이제 한 놈 남았어.”
왕명의 주위엔 아홉 명의 철강시가 피를 토하며 쓰러져 있다. 모두 외관은 멀쩡한데 내장과 신경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의학적으로 도저히 회복하긴 힘든 상태이다.
“크으윽!”
결국 마지막 남은 한 명이 명치를 맞고 바닥을 구른다. 그가 쓰러진 주위에는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다.
“대체 네 놈의 정체가 뭐냐?”
우호법은 왕문을 알면서도 정체를 묻는다. 그건 왕명의 진짜 신분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당신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질 않았구려. 내가 궁금하면 스스로 알아보시오.”
“건방진 놈! 과거는 과거일 뿐이란 걸 명심해라.”
우호법은 과거 자신이 패한 게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후후, 건방진 놈이라.... 나이가 어리면 다 낮춰보는 걸 보니 당신은 실력이 아니라 나이로 어른 대접을 받는 모양이오.”
“네 놈이야 말로 입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구나.”
“그것도 실력이라면 실력이지요. 하지만 당신은 지금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소. 난 몸을 다 풀었으니 제대로 한 번 놀아봅시다. 그 동안 실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궁금하오. 설마 태양장의 우호법께서 이 정도로 꼬리를 내리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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