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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인혁 님의 서재입니다.

습작


[습작] 습작1

추웠다.

춥다라는 단어가 사치일 만큼 추웠다.

천으로 하나하나 감싼 손가락에 입김을 불어 넣었을 땐 연기인지 입김인지 모를 희뿌염.

와라.

빨리 끝내잔 말이다.

니가 죽든 내가 죽든.

 

철컥.’

 

노리쇠를 거칠게 뒤로 잡아당겼고.

손가락에 느껴지는 금속 특유의 차가움.

녀석이 이 소리를 듣고 있음을 안다.

상관없었다.

추위에 죽으나 녀석에게 죽으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어디 범잡이 인생이란 게 별거 있을까.

벌판에 떠돌다 까마귀밥이나 되면 그냥저냥 가는 것이지.

 

사각, 사각, 사각...’

 

순간 등 뒤로 들리는 눈밭을 가르는 두툼한 발소리.

눈을 감았다.

아무 생각 없었으면 좋으련만 빌어먹을 마누라 생각이 꾸역꾸역 머릿속을 들어차 버린다.

제기랄.

방아쇠에 천으로 뒤집어씌우지 않은 유일한 손가락을 집어넣었고.

하나, ,

어금니를 깨문다.

!

 

으윽!!!”

 

휘이잉...

등을 지고 있던 나무둥치를 거세게 박차고 일어섰지만...

눈이 미치는 모든 것이 그저 하얀 눈밭이었다.

사방을 미친 듯이 둘러보았다.

정적.

 

어디 있냐.

어디에 숨었냐.

나와라, 이 호랑이 새끼야.

 

그때였다.

머리 위.

사각거리는 소리.

 

 

 

 


 

 

여자가 나한테 관심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아내는 줄 너 모르지? 큭큭큭.”

 

대답 대신 손을 뻗어 녀석의 얼굴을 문질렀고.

 

키킥, 들어 봐 인마. 일단은 남자를 볼 때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 셀카 찍을 때도 여자들은 항상 고개를 기울이잖아. 예뻐 보이고 싶은 거지. 말 되지 않냐? 킥킥, 두 번짼.”

고개나 숙여, 인마. 또 날아온다.”

 

마치 휘파람 같은 바람 소리였다.

 

휘이잉~’

 

아이러니하게도 포탄이 날아올 때 들리는 긴 여운은 늘 심장을 일렁이게 했다.

누군가는 저 포탄에 맞아 뒈지겠지만, 그것까지 신경 쓸 필욘 없었다.

적어도 지금 난 참호 속, 그것도 무릎 사이에 고개를 처박고 웅크리고 있었으니까.

덥다.

미칠 만큼.

 

쿠릉... !’

 

흙먼지.

 

시발놈들, 졸라게 쏴 대는 구만.”

두 번짼 뭔데?”

새끼, 관심 없는 척하더니. 큭큭, 두 번짼...”

또 날아온다.”

 

터번을 뒤집어쓴 녀석들은 덥지도 않은지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어대고 있었다.

동티모르.

미국이 나가떨어진 지 꼭 3년이 흐른 2032년이었다.

터번 녀석들은 이걸 성전이라고 불렀고, 우리 간단히 3차대전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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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일
» 습작 | 습작1 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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