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유성탄 - 5
“어떡하지요?”
화설군이 교미향과 밀담을 나누는 시각, 정자운과 백리빙 역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유상공이 다시 중원에 발을 딛는다면 상당히 시끄러워질텐데... 빙아 네 생각은 어떠니?”
“저도 탄가가가 무림에 나가는 것은 반대하고 싶어요. 하지만 궁상개 어르신이 이렇게 부탁을 하니... 사실 신녀궁이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파가 개방이잖아요. 여러번 위기도 개방에서 도와주어서 벗어나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거절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거기다 도련님 서찰을 보면 연경에 가야하는데 연경만 갔다가 돌아오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도 않고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상공이 강호행을 시작하면 신녀궁에 당장 압력이 들어올텐데 어떻게하면 좋겠니?”
“우선 신녀궁이 중립을 지킨다는 것과 북무림인이건 남무림인이건 부상을 당해 치료를 원하는 사람은 지금처럼 모두 고쳐준다고 대외에 공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그들에게 의원을 필요할거고 우리가 그렇게 공표를 하면 건드리지는 않을거예요.”
정자운은 백리빙의 의견에 동감을 표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당장 공표를 하라고 전서를 띄워라. 아무래도 하루라도 빨리 그들 사이에서 발을 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알겠습니다.”
“언니!”
정자운이 백리빙과 얘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화설군이 들어왔다.
“기척 좀 내면 안돼요?”
“넌 무림인이라는 애가 그정도 감도 못 잡냐?”
백리빙의 힐책에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이 대답한 화설군은 앉자마자 흥분해서 교미향에게 들은 바를 얘기했다. 그리고 화설군의 말을 듣던 정자운과 백리빙의 얼굴도 같이 굳어졌다.
“하오문의 하후소저가 우리랑 의논할게 있다면 방문요청을 해서 무슨 일인가 했는데 바로 이거였나보네...”
정자운과 백리빙이 한주현에 도착한지 하루도 안되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하후란에게서 방문을 청하는 서찰이 도착한 것이다.
정자운이 근심에 찬 얼굴로 중얼거렸다. 천생 태어나기를 착하게 태어난 정자운은 무엇보다도 혼란 속에 다칠 많은 사람들이 걱정이었다.
정자운의 중얼거림을 들은 백리빙이 이번엔 궁상개가 자신들을 찾아와 한 얘기를 화설군에게 말해줬다.
"우리 천요궁에서도 이미 북무림과 남무림 문제로 시끄러워요. 솔직히 그 문제는 이미 십 년 전부터 조짐이 보인 일이예요. 아마 유랑 아니었으면 예전에 문제가 생겼을걸요.”
화설군은 뜻밖에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기녀들에게서 파생된 천요궁은 다른 곳보다 더 다양하고 확실한 고급정보를 많이 수집할 수 있었다.
유성탄이 충동에서 나왔을 당시 천하는 아주 미묘한 시기였다. 패황으로 불리는 영락제의 강력한 억누름에 사방은 사이가 안 좋아 싸움이 잦으면서도 진짜 큰 싸움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불만은 어느때보다도 아주 팽배해있었다.
무림은 물론 상단과 양민들까지 남과 북 간에 사이가 안 좋았다. 북부인들은 남부인들을 아주 얕보며 천시했고 실지로 서로간의 언어까지 달라 대화도 잘 안되는 곳이 상당히 많았다.
무림도 혼란의 시기에 접어들 상황이었다. 아마 북천존자라는 희대의 고수의 등장과 포천망쾌라는 이상한 괴물이 아니었다면 이미 무림은 혼란에 빠져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유성탄의 약발도 패황 영락제가 갑자기 죽으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유성탄이 계속 무림을 돌아다녔다면 또 달랐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유성탄은 이후 한주현에서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무림인들에게 말발이 통할 정도의 힘을 가진 십대고수중 몇 명이 북천존자에게 죽는 바람에 영향력을 가진 사람까지 줄어들었다.
특히 강북무림이나 강남무림이나 그 영향력이 가장 대단했던 소림의 대하선사의 죽음으로 더 이상 무림을 조정할 사람까지 없어진 상황이었다. 아직 무당의 무허진인과 화산의 영화진인이 남아있지만 무당은 황실의 황사를 배출하고 있었고 화산은 가장 많은 속가제자를 군부에 넣어놓고 있었다.
두 문파는 남무림까지 도닥거릴 수 있는 소림과는 달리 북무림의 영수소리를 들으면서 남무림에게는 적으로 여겨지고 있는 판이었다.
“성우도련님으로부터 서찰이 왔다. 한 번 읽어봐라.”
정자운은 유성탄에게 받은 유성우의 서찰을 꺼냈다.
“이거 도련님이 유랑보고 오라는 것 같은데요?”
“맞아요. 성우 도련님 성격상 이런 오글거리는 시를 적어보낼 사람이 아니에요. 분명 은밀하게 탄가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글 같아요.”
“그렇게되면 유상공을 연경으로 보내야한다. 너희들 생각을 말해봐라.”
“유랑... 그 성격에 휘까닥 돌면 황제고 뭐고 없을텐데... 너무 불안하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절대로 그러지 말라고 잘 말씀드려야지. 다행히 유상공께서는 가족이라면 무조건 껌뻑하시니까 부모님이나 도련님, 아가씨께 누를 끼칠일은 안 하실거다.”
“그런데 거기에 천상공주가 있잖아요? 전에도 탄가가를 부마로 삼을려고 별짓 다했는데 탄가가가 갔다가 아예 거기서 눌러 살려고 하면 어떡하죠? 연경에 미인들도 많다던데.”
“넌 별걸 다 걱정한다. 남자라면 모름지기 오입질도 하고 그러는거야! 어떻게 남자한테 평생 한 여자만 보고 살라고 그러냐? 바람 필 생각도 못하는 남자는 매력없는거야.”
“그 말도 안되는 요사한 궁의 이상한 법칙을 여기서 설파할 생각 말아요. 혼인은 남녀간에 평생 서로만 사랑한다는 약속인거예요. 당연히 남자라면 혼인한 여자만 사랑해야지 무슨 바람을 펴도 된다는거예요! 하여간에 둘째 언니때문에 나까지 창피해 죽겠어.”
“남자는 예쁜 여자를 보면 저절로 눈이 돌아가게 되어 있는 동물이야! 그걸 억지로 막으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거다. 하긴 넌 나처럼 예쁘지 못하니까 좀 불안하긴 하겠다. 내가 조언해 주는데 너도 나처럼 애교도 부리고 그래봐. 유랑은 나랑 있을 때는 바람의 바자도 안 핀다. 얼마나 일찍 들어오는데!”
“잘났어 정말! 탄가가가 나보고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고 그랬거든요! 그리고 나하고 있을 때도 바람 안피고 일찍 들어와요!”
“내가 있을때는 내가 좋아서 일찍 들어오는거고 너는 무섭게 하니까 일찍 들어오는거고 일찍 들어왔다고 다 같은 거 아니다.”
‘얘들은 말하는게 이상하네? 그럼 나 있을 때는 바람 핀다는 말이야 뭐야?’
만나기만 하면 괴상한 주제로 만날 티격대격대는 화설군과 백리빙을 보던 정자운은 속으로 중얼거리더니 싸움을 말렸다.
“그만! 지금 중요한 때에 쓸데없는 것 가지고 싸움 하지마라. 그리고 이 서찰이 성우도련님께서 유상공께 도움을 청하는 것이 맞다면 어차피 우리로서는 유상공을 보내 드려야한다. 그리고 연경으로 가게되면 무림일에 끼기 싫어도 끼게될거다. 우리는 상공께서 마음편하게 강호행을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나 있을때도 상공 일찍 돌아온다.”
무림에서는 성녀로 불리는 정자운, 심각하게 말하더니 아무 상관없는 말을 조그맣게 하고는 말을 끝냈다.
***
“나보고 내일 당장 연경에 가라고?”
“성우 도련님께서 이런 편지를 보냈을 때는 분명 비상상황이 분명합니다. 상공께서 가시지 않는다면 누가 성우 도련님을 보호해 줄 수 있겠습니까?”
“둘이 같이 오늘 돌아왔는데 내일 가면 한 명이 서운하잖아? 모래 가면 안될까?”
“상공! 지금 도련님일입니다. 저희는 언제나 여기에 있을건데 뭐가 서운하겠습니까?”
‘그 한명이 나란 얘긴데 얘 또 말을 못 알아듣는다. 씨!’
“남자는 모름지기 결단력이 있어야 해요. 큰 언니랑 우리가 같이 집안은 확실하게 보호하고 있을테니까 걱정말고 다녀오세요.”
백리빙이 결단력있는 눈으로 다부지게 말했다.
“유랑께서 혼자 가는게 외로우셔서 그런다면 저라도 따라갈까요?”
“같이갈래?”
화설군이 눈웃음을 치며 말하자 유성탄이 반색을 하며 받았다.
“같이 가긴 어딜 같이가요! 둘째언니 자꾸 이럴거예요?”
“알았다! 안 가! 유랑 혼자 가셔서 너무 외롭거나 우리 생각이 나면 딴 짓할까봐 걱정돼서 말 한 것 뿐이다.”
“탄가가 다시 말하지만 남자는 모름지기 결단력...”
“알았어! 결단력! 내일 가면 될거 아니야! 대신 연경에 가서 내가 뭔짓을 하건 내 잘못 아니니까 나보고 뭐라고 하면 안된다.”
“뭐라고는 안해요. 하지만 뭔짓이 뭔짓인지는 모르지만 걸리는 즉시 우리 얼굴은 다시 못볼테니까 알아서 해요.”
유성탄의 말을 들은 백리빙이 도끼눈을 뜨며 말했다. 그냥 놔두면 유성탄은 허락받았다면서 좋아서 그 뭔짓을 할게 분명했다.
“얘 좀봐! 낭군이 큰 일을 하러 가시는데 뭔짓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겁을 주냐? 유랑 걱정마시고 마음대로 뭔짓 하세요. 대신 뭔짓 할때마다 설군이가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잊으면 안됩니다.”
화설군이 아주 애달픈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유성탄의 얼굴이 구겨졌다.
‘씨! 뭔짓이 도대체 뭐야? 얘들이 이러니까 내가 말해 놓고도 뭔지 모르겠네...’
“상공, 지금 천하가 많이 어지럽습니다. 아마 나가시면 여러일에 휘말리게 되실 것입니다. 뭔짓이 뭔지는 모르지만 뭔짓에 눈이 팔려 대의를 저버리시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언제나처럼 정자운이 의연한 모습으로 조용하게 유성탄을 타이르듯이 말했다.
‘자운이 얘까지 왜 이래? 얘들은 뭔짓이 뭔지 다 안다는 얘긴데... 에이 뭔짓도 못할거 더 나가기 싫어지네 씨!’
- 작가의말
다음 편부터 드디어 유성탄이 밖으로 나갑니다. 연경에서 시작하여 일년간에 걸친 천하유랑이 시작될 것입니다. 어떤 기상천외한 일을 벌일지 같이 여행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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