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유성탄 - 10
“저쪽으로 가면 연경이랍니다.”
하북에 도착한 유성탄은 제법 큰 도시에 도착하자 우선 대로에 있는 커다란 나무 밑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표도행에게 연경으로 가는 길을 물어오게 했다.
“그런데 대형.”
“왜?”
“태웅형님께서 은밀히 움직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계속 대로로만 가도 될까요?”
“은밀? 그런건 방주호법 걔들이나 하는거야. 난 은밀같은 거 안한다.”
“솔직히 대형 은밀하게 움직이는 거 안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지요?”
“나도 알아 짜샤! 담벼락에 붙어서 살살 가면 은밀이잖아!”
어차피 그들의 뒤를 따라 붙은 자들이 한둘이 아닌 이상 은밀은 이미 물 건너 간 상태였다.
“그런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가만 보니까 내 인기가 여전한 것 같단말야.”
“왜요?”
“어제 봤잖아? 나를 따라다니는 놈들이 한 둘이 아니었거든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나를 좋아하는 놈들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거든.”
“대형 그럼 이번기회에 대형 인기를 천하에 확 각인시킬까요?”
“각인?”
반문하며 잠시 생각하던 유성탄이 고개를 흔들며 소리쳤다.
"각인이라 좋기는 한데 왜 나를 쫓는지 좀 수상하지 않냐?"
"인기가 좋아서라면서요?"
"인기가 좋다고 해도 이상해? 아무리봐도 뭔 냄새가 나..."
"무슨 냄새요?"
"돈 냄새! 아무래도 빨리 연경에 가서 왜 성우가 나를 부르는지 알아보고 냄새를 쫓아가봐야겠다. 좀 서두르자."
무림에 이상한 바람이 부는 것을 드디어 눈치채기 시작한 유성탄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에게는 그 바람에 돈 냄새가 섞여 날아왔다.
그리고 느긋하던 유성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
“나 보면 몰라 포쾌라니까?”
여러가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연경까지 오는데 감히 유성탄을 건드린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연경의 입구에서 유성탄을 건드리는 자들이 나타났다.
“포쾌건 뭐건 통행증은 보여야할 거 아니요!”
연경은 내성과 외성으로 이루어져있었다. 그리고 외성은 부에서 관리하는 사대문과 현에서 관리하는 많은 작은 성문이 있었다. 외성은 내성에 비해 출입이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그래도 다른 곳과는 달리 드나들기 위해서는 통행증이 필요했다.
“아! 이 자식 정말 말이 안통하네? 내가 특수포쾌라니까!”
“그러니까 특수포쾌라는 증명서라도 보이시던지!”
“뭐냐?”
성문을 지키는 포졸과 유성탄의 실랑이 때문에 줄이 길어지자 뒤에 서있던 책임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크게 소리쳤다.
“포쾌같지도 않는 자가 자신이 특수포쾌라면서 막무가내로 들어오려고 합니다.”
“뭐? 특수포쾌? 그런게 있었나... 너 뭐냐? 지금 그렇지 않아도 성문 경계를 잘하라는 공문이 내려와 피곤해 죽겠는데 포쾌 사칭이 얼마나 큰 죄인지 아냐!”
‘뭐야... 이 자식? 왜 말이 이렇게 짧아!’
유성탄의 인상이 구겨졌다. 하지만 같은 동종의 업계에서 근무하면서 무작정 성질대로 하기에는 유성탄도 이제 제법 세상을 알고 있었다.
“누구요?”
다짜고짜 반말을 지껄이자 유성탄이 조금 공손하게 물었다.
“난 이곳의 책임자인 포장 마식이다.”
‘마식? 무식? 짜식이 이름까지 무식해가지고...’
“야 마동파 네 가족인 거 같으니까 니가 알아서 처리해라.”
유성탄이 귀찮은 듯 뒤에 서 있던 마동파에게 미뤄버렸다.
“마씨라고 다 같은 가족은 아닙니다.”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나선 마동파가 마식을 보더니 크게 외쳤다.
“마형! 정말 오랜만이야!”
한 마디 내 뱉은 마동파는 다짜고짜 마식을 껴안았다. 마동파의 갑작스런 껴안음에 마식이 놀라 밀었지만 일개 포장이 반항하기에는 마동파의 무공이 너무 높았다.
[까불면 그냥 터뜨려버린다.]
마동파는 한 손으로 마식의 어깨를 잡고 또 한 손은 어딘가를 꽉 잡고는 성문 옆으로 끌고갔다. 마식은 마동파에게 어디를 잡혔는지 반항도 못하고 그대로 끌려갔고 성문을 지키던 포졸들은 너무 친해보이자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볼 뿐이었다.
구석으로 간 마동파는 머리까지 맞대고 아주 친한 것 처럼 대화를 나누었다.
“마동파.”
“예 대형.”
“역시 같은 마씨라서 잘 통했나보다.”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마식은 마동파와 대화가 끝나자 유성탄 일행을 더 이상 건드리지 않고 통과시켜주었다. 마동파가 무림인인 이상 그가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우선 들여보내고 위에 연락을 취할 생각이었다.
“동파형 정말 뭐라고 한거요? 자식이 무식하게 생긴게 확실한 골통 마씨던데...”
철패가 신기하다는 듯이 끼어들었다,
“가서 아주 친절하게 말했지! 지금 여기서 X알 뽑아줄까 아니면 그냥 우리 들여보내줄래? 그랬더니 바짝 쫄아서는 들어가십시오 하더라.”
“확실히 마씨구나. 동파 얘도 보잘 것 없는 지 물건은 되게 아끼잖냐?”
황대산이 올타꾸나 하고 한마디 거들었다.
“아니 힘들여서 성문 들어오게 해 줬더니 자꾸 이럴거요?”
“X알 뽑아줄까하면 다 통한다 이거지... 동파 너 좋은 거 배웠다. 어디서 배웠냐?”
유성탄이 회심의 미소를 짓자 모두의 얼굴에 불안감이 나타났다. 만약 유성탄이 연경의 높은 사람들에게 저 말로 협박하면 문제가 엄청 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대형.”
"그 말 아무한테나 하면 큰일납니다."
“나도 알아 자식아! 내가 얼마나 말을 골라 가면서 하는데!”
낄낄대며 걷던 유성탄일행은 이 각도 못가 갑자기 들이닥친 말 탄 군사들에게 포위가 된다.
“네 놈들이 감히 성문의 수문장을 협박하고 마음대로 외성을 통과한 범인들이냐?”
십여명의 기병이 창으로 그들을 겨냥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수복을 한 젊은 군인이 커다랗게 외쳤다. 근처를 걷던 행인들은 사건이 일어난 것을 직감하고는 급급히 길 밖으로 몸을 던지다시피 피했다. 이런 경우 구경을 하는 것조차 생명의 위협이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아는 그들이었다.
- 작가의말
천하무적유성탄은 포천망쾌의 2부격입니다. 예전 포천망쾌를 연재할 때도 호불호가 상당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 호불호의 벽을 깨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을 여실히 느낍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착한 주인공과 호불호가 심한 주인공을 번갈아 가며 써왔습니다. 무협도 고를 수 있는 책이 되어야한다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시장이 어렵다고 하면서 다수의 독자분들이 좋아하는 글만 쓴다면 시장은 커지기 어렵다고 봅니다. 매번 지적되는 말이지만 이 책이나 저 책이나 똑같다는 말을 무협도 어느정도는 탈피하여 이런 글도 있고 저런 글도 있어야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포천망쾌 1권을 보고 실망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유성탄이 왜 무식할 수밖에 없는지 에 대한 설명이 길고 매번 첫 장에 유성탄이 부모를 만나는 상황을 써놓는 기법, 그리고 글 중간중간 유성탄의 거짓말이 끼어 있는 등 양아치 같은 주인공에 대한 거부감이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완벽한 주인공을 기대하는 것은 독자분들에게는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리고 포천망쾌는 그것을 완벽하게 저버렸습니다. 거짓말 잘하고 본능에 충실하고 바람을 당연히 피우며 억지에 부끄러움도 없고 거기다 진짜 무식합니다.
제글 중 유일하게 여러명의 여인을 사귀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제가 안타까웠던 것은 1권보고 접었다는 댓글이었습니다. 최소한 새로운 시도에 힘이라도 좀 실어주시지 하는 마음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책은 상당히 많이 팔렸습니다. 생각외로 이상한 주인공을 좋아하는 분들도 꽤 많았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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