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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법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탑의 청소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지존법사
작품등록일 :
2020.03.28 04:47
최근연재일 :
2020.04.08 07: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550
추천수 :
30
글자수 :
28,219

작성
20.04.0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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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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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4. 꿀보직 청소부

DUMMY

······전설 속 용사라니.

주먹을 힘주어 쥐었다.

내겐 역시 나도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던 건가!

눈을 빛내자 대걸레가 흥분하며 몸을 떨었다.


“네 녀석. 익숙해.”

“그렇습니까. 저는 역시······.”

“그래, 너는 전설 속······, 콜록! 코올록!”


그러나 대걸레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회색 걸레에서 구정물이 투둑투둑, 흘렀다.

기침하는 그를 대신해 성탑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세계 ???의 귀환.

그는 이세계를 최초로 정복한 용사입니다.

그는 이세계의 평화를 위해 자신을 헌신했습니다.

숭고한 전생을 기리며 특별한 능력을 부여합니다.]


드디어 무언가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

나는 땀이 나는 손바닥을 마른 바지에 수어 번 닦았다.

입꼬리가 절로 씰룩였다.

그러는 사이 내내 귓가로 아른거리던 성탑의 목소리가 가시화되어 나타났다.


[랭크 S. 성탑의 메아리.

당신은 성탑의 말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게 끝? 나는 실망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좌절은 금방 무마되었다.

다시금 눈앞에 글자들이 나열되기 시작한 것이다.


[용사의 한탄.

마탑을 정복한 용사는 엉망이 된 집을 발견합니다.

그는 가정에 소홀했습니다. 아내는 그를 두고 집을 떠났습니다.

이제부턴 그가 직접 청소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집안일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엉망이 된 집에서 살던 용사는 고독사합니다.]


이게 내 전생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그게 한 맺혀서 여기서도 청소를 하라고?’


내 의심은 곧 사실로 나타났다.


[랭크 SSS. 숭고한 청소부.

탑을 청소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당신은 탑에 쌓이는 모든 오물을 닦아냅니다.

당신의 손이 닿으면 모든 것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모두 당신을 필요로 합니다.

당신은 탑의 청소부입니다.]


그 순간 하늘 위로 장엄한 빛이 빛나더니, 내 몸을 휘돌았다.

아찔한 빛무리에 질끈 눈을 감았다떴다.

그러나 무언가 바뀐 것은 없었다.

몸을 훑던 나는 무심코 눈에 들어오는 짙은 청색 멜빵 바지를 발견하곤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옷?”


그러자 내내 기절한 듯 누워있던 대걸레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래! 바로 그거다, 용사여. 청소의 기본은 복장이지!”

“······.”

“드디어 진정한 탑의 청소부가 되었구나.”


호탕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나는 기가 막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기껏 탑에 왔는데 청소나 하라고?’


진심으로 청소를 하겠단 말이 아니었다.

내겐 날 괴롭히던 이들을 짓누를 만큼 강한 힘이 필요했다.

이딴 청소부 말고.

손발이 분노로 떨렸다. 말을 잇지 못하는 내게로 대걸레가 매서운 말을 뱉었다.


“······청소를 무시하는 게냐?”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청소로 무엇이 바뀐답니까?”


나는 대걸레를 노려봤다. 그 또한 나를 응시했다.

회색 걸레 사이로 매서운 까만 눈동자가 나를 오롯이 응시했다.


“호오, 세상을 바꾸고 싶나?”

“그렇습니다.”

“좋아, 탑의 청소부가 얼마나 중역인지 모르는 애송이를 위해 이 몸이 손수 시범을 보여주지.”


그 어떤 시범을 보여준다 해도 소용없었다.

청소로는 내 욕망을 실현할 수 없을 테니까.


‘여기까지 와서 잡일이나 하려던 게 아니야.’


나는 모두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날 무시하던 이들을 고개 숙이고 가족들을 배불리 먹이고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청소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절망하는 순간 사방이 환히 밝아졌다.

캄캄하던 지하에 쌓인 수백 구의 사체가 보였다.

개 중엔 인간도, 인간이 아닌 것도 있었다.

대걸레는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그가 닿자, 수백 구의 사체가 순식간에 가루처럼 바스러졌다.

그 자리를 동글동글한 구슬들이 대신했다.


자그마한 구슬이었다. 개 중엔 붉은색, 검은색, 은색 등 갖가지 색이 있었다.

대걸레는 그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생명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아나.”


나는 종교 따위 없었다. 그러니 사람이 죽어 다시 태어나는지, 사후세계로 가는지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

다만 전생이 있다고 하니, 환생할 것이라 추측해서 말했다.


“······다시 태어납니까?”

“맞다.”


대걸레가 다시금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탑의 생명은 죽어도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됩니까.”

“소멸한다.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다.”


처음 듣는 소리였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대걸레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탑의 법칙은 어느 세계나 같다. 네가 특별한 이유는 소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너는 ‘유일’하게 탑에서 환생한 인간으로서 소멸한 생명을 이끌어갈 책임이 있다.”


어불성설이었다.

방금 탑에선 생명이 죽으면 소멸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무얼 이끌라는 것인지.

말장난한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대걸레가 히죽였다.


“아직도 이해를 못 했나?”

“······.”

“이들의 영혼이 네게 귀속 된다는 뜻이다.”

“······!”


이들의 영혼이 내게 귀속된다? 그러면 내가 저들의 힘을 쓸 수 있다는 것인가?

가슴이 흥분으로 가득했다.

수많은 생명의 힘을 물려받으면 단숨에 강한 힘을 얻게 될 테니까.

하지만 대걸레는 내게로 다가와 세게 머리를 내려쳤다.

머리가 축축한 물에 젖어 들어가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귓가로 그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예끼 이눔! 그런 정신 상태로는 아무것도 하질 못해!”

“뭐, 뭡니까. 갑자기.”


여태껏 한껏 띄워주더니 이제 와선 호통이라니.

도통 적응을 할 수 없는 노인네였다.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자신의 긴 봉을 내밀었다.

잡으라는 뜻이었다.

거칠한 나무 봉을 잡아 들자, 그가 조금 전 구슬이 있던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라. 무엇이 보이느냐.”

“······모래?”

“그래. 모래가 되었지.”


분명 조금 전엔 구슬이었던 것들이 모래가 되었다.

당황해서 모래더미로 다가갔지만, 어디에도 구슬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째서······.”


허망한 목소리에 대걸레가 이죽이며 말했다.


“네 녀석 실력으로는 저급한 영혼조차 인도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 어떡합니까.”

“어떡하긴, 청소 능력을 키워야지.”


대걸레의 대수롭잖은 목소리에 다시금 눈앞에 문자가 그려졌다.


[랭크 F. 청소의 시작.

닦고 치우세요.

정성을 들일수록 당신의 실력이 높아집니다.]


결국, 청소나 하라는 소리였다.

나는 걸레를 쥐곤 퍽퍽, 바닥을 닦아내었다.

신비한 대걸레는 모래에 닿는 족족 그것들을 흡수했다.


‘기분이 묘하네.’


비록 모래라지만,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체였다.

잠시 힘에 눈이 멀었지만, 나도 인간이었다. 영혼이 소멸되었단 말을 듣고도 좀처럼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찝찝한 기분으로 모래를 닦고 또 닦았다.

마침내 탑의 드넓은 지하가 깨끗해지고 나서야 굽었던 허리를 펼 수 있었다.

땀이 비 오듯 흘렀다. 한 손으로 이마를 훔쳐낸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대걸레가 호쾌한 목소리로 외쳤다.


“오오! 힘이, 힘이 샘솟는다!”


조금 전 죽어가던 노인네가 생기 넘치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를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내게 대걸레가 소리쳤다.


“더욱 노력해라! 내가 무선 청소기로 될 때까지!”

“······진심인 겁니까.”


이상한 노인네였다.

나는 더는 그와 말을 잇기를 포기했다.

대신 굶주린 배를 움켜쥐었다.


‘배가 고프군.’


도통 창이 없는 탓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오늘 일을 하지 않아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것이다.


‘벌써 소문이 나서 일거리를 맡기는 사람도 없을 텐데.’


한숨이 흘렀다.

탑에서 무보수 노동을 할 바에야 차라리 전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단 생각마저 들 정도로.

따져 묻고 싶었지만, 대걸레는 혼자 신이 나 지하를 폴딱이고 있었다.

번쩍번쩍 윤이 나는 지하를 바라보던 나는 피로한 표정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그 순간, 다시금 눈앞에 글자가 떠올랐다.


[탑이 당신의 청소에 감사하며 보상을 줍니다.

오늘의 보상 : 5000골덴]


······5000골덴이면, 웬만한 랭커의 연봉이었다.


나는 생각을 정정했다.


'이거, 꿀보직인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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