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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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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6,190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6.04 22:25
조회
4,598
추천
94
글자
8쪽

< #8. 맘루크 4-1 >

DUMMY

알마릭은 말을 탄 채로 협곡을 지나치는 군대의 행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먹이이기는 했지만 들이키기에는 너무 컸다. 그리고 같은 무슬림끼리 피를 흘리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동안, 영주끼리의 싸움은 흔한 것이었고 알마릭, 그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족장인 하마드의 말에 생각이 바뀌었다.


‘왜? 같은 무슬림끼리 싸워야 하나? 그것이 일반적인 거라서? 지금까지 그랬으니까 앞으로도 그래야 하나? 그것도 프랑크 녀석들에게 땅을 빼앗기고도 그래야 할 정도로 말이야?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합집산인 집단이 아니다. 신의 뜻으로 이곳을 고향으로 삼은 우리는 프랑크부터 몰아내야 한다.’


돌아온 하마드의 말은 술탄의 홀에 작은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서로 영지 싸움에 몰두하던 영주들은 점점 다툼을 줄여갔다. 그리고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이교도와의 성전이 눈앞으로 다가올 게 뻔하니 말이다. 그때 술탄의 총애를 받으려면 더 많은 군대, 더 많은 군량, 더 많은 신앙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하마드의 그 외로웠던 외침에 깨어있던 영주들은 서로 손을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었다. 작은 이익을 위해 아직도 서로의 땅을 노리는 이들이 있는 법이었다.


그래서 알마릭은 더 바빠졌다. 영주 간의 싸움에 하마드의 명으로 적극적으로 끼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안타깝게도 늦었지만 말이다.


“어떻게 할까? 알마릭. 그냥 내리칠까? 지금이면 손쉽게 이길 것이야.”


옆에는 앗산이 말의 고삐를 잡고 흥분에 찬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일족의 수장을 맡기려 이리저리 경험을 쌓고 있지만 아직은 젊었다. 아니 어렸다.


“아닙니다. 앗산님. 이기기는 하겠지만 건들지 말고. 요새로 가시죠.”


한껏 흥분한 앗산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면 반발하는 게 당연한 법. 아직 젊은, 아니 어린 앗산의 인상이 날카로워졌다.


“아니, 알마릭. 나이가 들더니 싸움을 피하는 겁쟁이가 된 건가? 이리 쉬운 싸움이 어디 있다고? 본보기를 보여야 다른 아미르들도 우리 하마드 족장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게 아닌가?”


알마릭은 앗산의 도발에 넘어갈 정도로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냥 빙긋이 웃을 뿐이었다. 하마드에 병력을 받은 건 자신이고, 단지 경험과 명성을 쌓으려 앗산이 끼어든 것뿐. 그냥 속으로 한숨 한번 쉬고는 지나칠까 했지만, 알마릭은 조용히 말을 시작했다.


앗산은 언젠가 일족을 책임질 사람이다. 제발, 하마드의 반만 됐으면 하는 생각에 좋게 알려주려 입을 연 것이었다.


“앗산님, 전 아직도 전쟁이 두렵습니다. 그런데 지금 오십이 넘어가는 나이에도 운 좋게 하마드님의 곁에 있을 수 있습니다. 모두 신의 가호 덕분이지요. 그래도 저 나름대로 노력을 했습니다.”


앗산의 인상은 더 찌푸려졌다. 이런 식으로 말을 꺼내면 백이면 백. 가르치려 들려는 게 뻔했으니 말이다. 알마릭은 별 상관도 안 한 채 조곤조곤히 말을 이었다.


“저들은 분명 우리가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녀석들도 눈치를 챈 게 분명합니다. 우리가 덮칠 때 저들도 필사적으로 싸울 것이고, 우리도 큰 피해를 볼 게 뻔합니다.”


“그건 너무 억측이네. 우리 병사들은 주변에 잘 매복했고 녀석들은 눈치 못 챘어.”


그렇게 항변하자, 알마릭은 손으로 대열을 가리켰다.


“아까와 달리 행군하면서 슬며시 방패 병들이 좌우로 갈라졌습니다. 외곽을 방패 병들이 지키며 뚫고 나가려 하는 겁니다. 그리고 기병 중 젊은 녀석들이 앞으로 나오면서 대열을 바꿨습니다. 나갔다가 여차하면 뒤를 들이치겠다는 거지요. 고참병들은 버티는데 도가 텄고, 젊은 녀석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드는데 이골이 나 있으니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 그런가?”


앗산은 알마릭의 설명을 듣고도 인정하기는 싫었다. 하지만 이치가 맞았고, 자기가 놓친 것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데 막힘이 없었다. 그러니 분은 삼키고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분했다. 그냥 원로들에 껴있는 무능한 늙은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알마릭은 자기를 애송이로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저도, 사십은 넘어야 이런저런 걸 알았습니다. 앗산님 나이 때 저는 더했습니다. 그러니 너무 괘념치 마시고, 중요한 분이시잖습니까? 조금 천천히 좀 더 많이 배우셔서 우리 못난 일족을 끌어주셔야죠.”


알마릭의 말에 조금은 기분이 풀린 듯 앗산의 얼굴에서 그늘이 사라졌다. 그때 알마릭은 넌지시 쐐기를 박았다.


“그 고려에서 같이 온 아가씨하고는 잘 돼 가십니까?”


“....음, 이거 소문이 다 났군. 그래, 다들 날 놀리던가? 이번에 세 번째로 차였네.”


“그래도, 그럴만한 아가씨더군요. 노력하십시오.”


알마릭의 말에 앗산은 우습게도 얼굴이 붉어졌다. 사실 그런데도 알마릭이 고마웠다. 조금씩 퍼진 소문들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앗산은 알고 있었다. 그걸 들은 원로들이 모두 반대하려 벼르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그런데 알마릭은 슬쩍 힘을 북돋아 주니 말이다.


“고마워, 그럼 어떻게 하지?”


“슬금슬금 녀석들은 보내고, 저희는 협상하러 가야죠. 요새 앞에 커다랗게 진을 치고, 내놓으라 해야죠. 아마 포기하고 넘길 겁니다.”


“그러지. 앞으로도 알려줄 게 있으면 많이 가르쳐주게나.”


“네. 앞으로는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좀 서운하기도 합니다. 가시죠.”


알마릭은 말을 몰아 옆으로 다가오는 앗산을 보고 웃으며 반겼다. 하마드처럼 일족의 역사 중에 최고의 기재라 불릴 수는 없겠지만, 나름 둔재는 아니다. 심성이 급한 면은 있지만, 곁에 좋은 조언자가 있으면 들을 사람이다. 그리고 하마드의 아버지 때부터 하마드를 걸쳐 삼대째 충성을 다할 주군이다.


알마릭은 앗산을 위해 목숨을 걸기로 했다. 그게 그의 사명이었으니 말이다.



***



하지즈의 용병대는 작은 해안가에 주둔했다. 도시의 관리가 찾아와 용병대가 들어오지 않도록 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갔다. 술에 취한 용병들이 사고를 치는 것을 반가워할 곳은 없었으니 말이다.


도시가 바라보이는 곳에 천막을 치고는 병사들은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이곳저곳에 늘어진 병사들은 누워 잠을 자기 일쑤였고, 가끔 도시에서 마차로 실어온 음식에 빠져 시시덕대며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음식을 즐기다 보면 저녁에는 술이 날라져 왔다. 그리고 병사들이 더 바라는 건 여러 대의 마차에 나뉘어 실려 오는 요염한 아가씨들이었다. 이들이 얼마나 즐거움에 빠졌는지는 보나마나였다.


왕성한 이들의 성욕에 도시에선 창녀를 보기 힘들다는 볼멘 투정 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즈는 슬그머니 병영을 돌아보다가 류의 천막 부근으로 다가갔다.


‘음, 오늘도 저 녀석은 혼자군.’


류는 어디선가 구한 책을 열심히 읽고 있을 뿐. 주변의 동료들이 여자들을 안고 빈 천막을 찾아 헤매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다행히 그런 분위기에도 류를 감시할 녀석들은 주변에 붙어 앉아 눈을 떼고 있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한참을 지켜보던 하지즈는 지레짐작하고 말았다.


‘녀석, 눈이 높은가 보군. 그래, 네놈 눈이 돌아갈 만한 여자를 구해다 주지. 내일 도시로 가야겠다. 거기서 예쁘장한 여자들을 구경시켜주고. 그중에서 제일 예쁜 여자를 붙여주마. 넋이 나갈걸······.’


하지즈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왔다. 이리저리 서류를 정리하던 부관에게 내일 도시로 갈 준비를 하라고 일렀다. 관리는 난감해하겠지만, 어차피 맘루크도 보충해야 했으니 이리저리 노예상들을 찾아다닐 생각이었다. 그때 류에게 큰 선물을 할 계획이었다.


‘투자라고 생각하자. 그래, 쓸데는 쓰는 게 나 하지즈가 아니더냐.’


작가의말

이번주는 사정이 있어, 화~수 양일간 쉬겠습니다. (사실 수요일 늦게라도 올릴수 있으면 노력하겠습니다만 확실하지 않아서요.)


가능하면 주말에 한편이라도 더 써서 사죄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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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 #8. 맘루크 5-2 > +7 18.06.08 4,381 108 8쪽
93 < #8. 맘루크 5-1 > +24 18.06.07 4,296 108 7쪽
92 < #8. 맘루크 4-2 > +13 18.06.06 4,467 110 8쪽
» < #8. 맘루크 4-1 > +13 18.06.04 4,599 94 8쪽
90 < #8. 맘루크 3-2 > +18 18.06.03 4,627 98 8쪽
89 < #8. 맘루크 3-1 > +22 18.06.02 4,840 102 8쪽
88 < #8. 맘루크 2-2 > +16 18.06.02 4,714 107 8쪽
87 < #8. 맘루크 2-1 > +15 18.06.01 4,796 97 7쪽
86 < #8. 맘루크 1-2 > +13 18.05.31 4,804 104 7쪽
85 < #8. 맘루크 1-1 > +34 18.05.29 5,311 106 9쪽
84 < #7. 사막 5-2 > 사막편 끝 +12 18.05.28 4,817 100 8쪽
83 < #7. 사막 5-1 > +14 18.05.27 4,660 100 8쪽
82 < #7. 사막 4-2 > +17 18.05.26 4,688 102 7쪽
81 < #7. 사막 4-1 > +14 18.05.25 4,720 97 8쪽
80 < #7. 사막 3-2 > +16 18.05.24 4,837 100 8쪽
79 < #7. 사막 3-1 > +12 18.05.23 4,853 109 7쪽
78 < #7. 사막 2 > +8 18.05.22 5,315 113 13쪽
77 < #7. 사막 1-2 > +33 18.05.20 5,506 115 7쪽
76 < #7. 사막 1-1 > 수정편 +31 18.05.19 5,934 115 7쪽
75 < #6. 검귀(劍鬼) 14 > 수정편 +9 18.05.18 5,752 129 13쪽
74 < #6. 검귀(劍鬼) 13 > +24 18.05.17 5,330 126 12쪽
73 < #6. 검귀(劍鬼) 12-2 > +12 18.05.16 5,145 137 8쪽
72 < #6. 검귀(劍鬼) 12-1 > +8 18.05.15 5,185 128 7쪽
71 < #6. 검귀(劍鬼) 11-2 > +10 18.05.14 5,194 120 8쪽
70 < #6. 검귀(劍鬼) 11-1 > +9 18.05.14 5,128 116 8쪽
69 < #6. 검귀(劍鬼) 10 > +6 18.05.13 5,293 123 13쪽
68 < #6. 검귀(劍鬼) 9-2 > +6 18.05.11 5,231 118 8쪽
67 < #6. 검귀(劍鬼) 9-1 > +2 18.05.10 5,301 137 8쪽
66 < #6. 검귀(劍鬼) 8 > +8 18.05.09 5,297 122 11쪽
65 < #6. 검귀(劍鬼) 7 > +23 18.05.09 5,477 13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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