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간다는 것은
젊어서는 해야 할 일이 많아 외로움이나 고독을 느낄 틈이 없다.
또한 죽음도 먼 이야기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두렵지 않던 죽음도 현실이 되어 다가오고,
사회생활이 없어지면서 자연히 홀로 되는 시간이 많아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움을 알면서도 이 슬픈 현실이 싫어 전원생활이나 조용한 농촌생활을 꿈꾼다.
사람속의 고독을 떠나 홀로 된 외로움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함일까?
군중속의 고독보다 혼자의 쓸쓸함이 낭만적이라 생각하였음일까?
아니면 진실로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조용한 시간을 갈구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 몸서리치는 외로움을 극복할 자세는 되어 있는 것일까?
사람은 외로움을 이겨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두려움을 이겨야 홀로 존재할 수 있다.
혼자 세상 만물과 더불어 살아 갈 수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얻으리라.
달빛과 더불어 노닐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 별빛과 같이 노래할 때,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연과 하나 되어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하나의 그림자가 되리라.
내가 나임을 자랑하지 않고, 바위가 바위임을 의식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느끼지 못하고 그렇게 이는 바람에 숨어들어 사라져 갈 때 비로소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자신을 맡길 수 있으리라.
지나온 업을 풀어 버리고 갈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다.
조용히 깨어 있는 마음으로 지나간 세월의 잘못을 참된 마음으로 반성하고 또 반성하여 속죄하는 마음을 가지고 용서를 구하자.
그 상대방이 없더라도 자연에, 허공에 용서를 구하자.
맺히고 맺혔던 업들이 하나 씩 하나 씩 없어져 갈 때 우리의 마음에는 어느새 두려움이나 외로움이 사라져 갈 것이다.
왔으니 가는 것은 당연하나 어떻게 갈 것인가가 문제다.
죽음을 생각하되 두려워 말자.
죽음을 두려워하되 생에 미련을 두지 말자.
2013.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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