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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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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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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80,921

작성
22.09.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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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4 요하스 재탈환

DUMMY

-끄아아아악-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성안을 가득 채우고


-위이이이잉-


운 좋게 폭발에 튕겨나간 병사들과 머릿속을 뒤흔드는 이명에 비틀거리며 괴로워하던 기사의 눈에 두려움이 피어난다.


성을 덮어버린 거대한 먼지 구름 속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성문과 함께 사라져버린 일부 성벽, 성벽의 잔해에 깔려 괴로워하는 병사들과 시커멓게 타버린 시체들 그리고 그 위를 두 개의 붉은 안광이 빠르게 움직일 때마다 비명소리가 더욱 커진다.


마왕..


부러진 팔을 붙잡고 흔들리는 눈으로 바라보던 두 개의 붉은 점이 멈춰 섰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본다. 눈물이 흐른다. 소리 지르고 싶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마왕이 멀어져간다.


-쿵-


성벽에 부딪친 기사의 눈이 조금씩 흐려져 가면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빠르게 말라간다.

-파츠츳.. 파츠츳..-

이마에 박힌 뇌전의 창과 함께.


-끄으으으.. 쿨럭-


자신을 감싸고 쓰러진 기사의 품에서 벗어난 오세발드 백작의 눈이 한없이 흔들렸다. 성문이 아니 성벽의 일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폭발의 여파로 성벽위의 병사들과 플레이어들이 사체로 뒹군다. 성벽의 잔해물에 머리가 터지고 불에 타며 바닥을 뒹구는 병사들..


땅이 울린다. 아군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고 부서진 성벽을 향해 로엠의 플레이어 놈들이 빠르게 다가온다.


-적. 적이 다가온...-

뿌연 먼지 속에서 흐릿하게 움직이는 검은 형상 속에 붉게 일렁이는 두 개의 안광을 확인한 백작이 굳었다.


까드드드득..

저놈 저놈이다. 이 모든 것들이 저놈 때문에 일그러졌다. 핏줄이 터지며 눈이 붉게 물들고 목을 따라 퍼런 핏줄이 선다. 이빨이 부서지며 피가 배어나오지만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다.


-죽여라. 저놈.. 저놈을 죽여어어. 저놈은 반드시 죽여라아아아-

목구멍이 찢어지며 붉은 피가 흘러내려도 백작의 비명은 그치지 않았다.


창을 던지고 성문을 향해 뛰었다. 목표는 일반 병사들의 돌진 중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성벽 위에 진을 친 궁수들과 마법사들이었다.


성벽이 부서지며 혼란에 빠진 눈앞의 적들을 제쳐두고 성벽 위에 살아남은 마법사들을 우선적으로 제거했다. 그리고 로즈가 이끄는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공포를 더욱 깊게 심는다.


-서걱, 서걱..-

절삭음이 들릴 때마다 목이 바닥을 굴렀다. 폭발의 후유증으로 인한 혼란과 상태 이상 때문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제대로 반항조차 못하고 쓰러져갔다.


-다들 정신 차려. 놈들이 온다. 마법사, 사제 뒤로 빠지고 탱커 앞으로 나머지는 부서진 성벽을 향해 모여. 그리고 마법사들 저 좆같은 먼지 좀 빨리 치워-

마법사들이 일으킨 바람을 타고 빠르게 먼지가 사라져가는 동안 늦었지만 최대한 빠르게 상황을 수습해갔다.


-모두....-

먼지가 걷히며 굳어버린 모두의 시선이 한 곳을 향했다.


-컥..커헉..-

한 손에 투구를 잡고 대검을 목에 찔러 넣은 사내가 자신을 향한 눈동자들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콰드득-

검이 비틀리고 목이 바닥을 굴렀다.


-죽여.. 주겨어..저놈은 반드시이 주겨어어어-

-이..씨발새끼 혼자 기어들어왔어?-

백작의 비명 같은 피 끓는 외침보다도 혼자 성안으로 들어온 사실이 더욱 플레이어들을 자극했다.


-저 새끼 죽여어어-

플레이어들이 달려들고


-모두 공겨억-

앞장 선 로즈를 따라 로엠의 플레이어들이 부서진 성벽을 통해 들이닥친다.


“[천검화]”

검붉은 검기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바람을 가르고 소리를 가르며 공간을 집어 삼킨 후 열 개의 꽃 봉우리가 검붉은 검기를 내뱉으며 폭발한다.


-후두두두두둑-

달려들던 플레이어들의 흔적이 조각나 발 앞에 떨어지고 폭발에 휩쓸린 피의 비가 대지를 적신다.


적막, 경외, 신비


-철벅, 철벅..-

플레이어들이 서있었던 뻥 뚫린 공간으로 천천히 걸음을 내딛는다.


“[혈갑]”

피의 웅덩이에서 솟구쳐 오른 피가 갑옷 위에 다시 같은 형상을 만들어간다. 플레어어들 뒤에 서서 공포에 빠진 떨리는 병사들의 시선이 마왕에게 집중 된다.


-투확-

검붉은 투기가 거칠게 공간을 잠식해 나간다.


“내가”

붉은 천살기가 투기와 섞이며 붉은 기운을 더욱 증폭시킨다.


“마왕이다”

왼손이 플레이어들을 향한다.


“[폭뇌]”

손에 맺힌 검은 마기가 증폭되며 플레이어들을 덮쳤다.


-모두 공격-

로즈의 함성을 따라 로엠의 파도가 드라칸을 덮쳤다.


-마기..마기다. 마왕.. 이다-

-살려줘-

극에 달한 병사들의 공포심이 폭발했다.


-고대의 공포 정령 미에도가 즐거워합니다.


닫혀 있는 반대 쪽 성문을 열기 위해 몰려든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성문의 줄을 잡아당기다 밀려드는 병사들의 압력을 못 이기고 쓰러지고 밟히며 죽어간다. 기세를 압도한 로엠 플레이어들의 학살과 뒤이어 들이닥친 로엠 병사들의 공격에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도망가는 병사들을 쫓지 마라. 무기를 버린 자들은 생포하라-

기사들의 외침 속에 빠르게 싸움이 마무리 되어갔다.


전투가 마무리 되어가는 상황에서 크로우는 새로 열린 성문 위 성벽에 올라가 있었다. 열린 성문으로 도망치는 많은 병력들 속에 멀어지는 다섯 필의 말.


“백작은 맞추면 안 돼. 다른 놈들 다 떨궈”

고개를 끄덕인 장경일, 진, 그리고 세 쌍둥이 안나가 숨을 들이마시고 시위를 깊게 당긴다.


-핑, 핑, 핑-

세 개의 마력 화살이 날아가 오세발드 백작을 호위하던 기사들의 머리를 뚫고 사라지고 다시 당겨진 시위가 튕겨진 후 나머지 한 명이 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구른다.


“위협만 해. 죽이지 마. 절대 잊지 못할 치욕만 만들어”

고개를 끄덕인 세 명의 시위가 튕겨질 때마다 화살이 백작을 스치고 지나간다.


-핏-

얼굴에서 피가 튄다. 허벅지에서 피가 튄다. 죽일 수 있음에도 죽이지 않고 지나가는 화살이 늘어날수록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죽음보다 더한 분노로 바뀌어갔다. 핏발 선 눈에 피가 흘러내리고 악다문 입에서 피가 새어나온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이성을 잃어버린 백작의 머리와 가슴엔 오직 분노라는 두 글자만 남아있었다.


무기를 버리고 손을 올리고 무릎을 꿇은 드라칸의 정예 병력들을 로엠의 병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알림창울 바라보는 케인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가득 했다.


-혈갑을 생성합니다.

피의 질이 낮습니다. 적은 수의 피가 섞여있습니다. D 등급 혈갑이 생성뙵니다.

피의 질이 높을수록 피의 수가 많을수록 혈갑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투기가 생성됩니다. [잠식]과 결합합니다. [투기 잠식]으로 변형됩니다.

-공포가 생성됩니다. [잠식]과 결합합니다. [공포 잠식]으로 변형됩니다.

[투기 잠식]은 투기에 잠식된 상대에게 능력치 하락 디버프를 [공포 잠식]은 기존의 공포의 디버프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었다.


(미에도 이 자식 사랑한다)


-케인, 케이이인.. 나와라. 숨지 말고 나와라-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에 인파를 헤치고 나가자 피를 흘리며 로엠에 둘러싸인 십여 명의 플레이어들과 그 앞에 사체로 누워 있는 플레이어들이 보인다. 그 중에는 란슬럿과 갤러해드도 포함되어 있었다.


“병신들 자존심 세우지 말고 같이 공격하라니까”


아쉽지도 안타깝지도 않았다. 원래 좀 있다고 하는 놈들은 지가 제일 잘난 줄 아는 놈들이 많으니까. 낯익은 얼굴의 사내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찾았냐?”

자신에게 고정된 투아니의 시선이 점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나와라. 둘이서 싸운다-

“내가 굳이 왜?”

-겁먹었냐?-

“네. 네에. 제가 겁이 많아서요. 어이쿠 무서워라. 도망가야겠네”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흔들리다 작게 입이 벌어졌다.


-내가...었다-

감은 눈이 번쩍 떠지며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소리쳤다.


-내가, 내가 네게 겁을 먹었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내게 기회를 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수근거렸지만 오랜 시간 투아니와 같이 행동했던 사람들은 경악하고 있었다. 자신이 제일이라 자부하던 투아니가 저런 소리를 한다고? 인파를 헤치며 크로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을 뽑아든 표정은 그 어떤 때보다 진지했다.


“네 말이 진심이길 바란다”

-한 치의 거짓도 없음을 맹세한다. 너는 나보다 강해. 하지만 겁을 먹은 채로 끝난다면 다시는 도전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좋네. 와라”


검과 검이 빠르게 부딪치며 불꽃이 튄다. 탐색 따위 없는 총력전이 시작과 함께 펼쳐졌다. 점점 더 빨라지던 투아니의 검이 눈빛이 차가워지며 조금씩 변화를 가져간다. 극도로 몰입하며 이루어진 한 순간의 깨달음 속에 조금씩 빠져든다.


달라졌다. 크로우 본인도 느끼고 있었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를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겪어본 그 누구보다 빠른 투아니의 검을 어렵지 않게 막아내고 있었다.


지난번처럼 손목만을 움직여 방어에 치중하는 게 아닌 팔과 몸을 움직이며 수월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투아니의 검로와 속도에 변화가 생겼다. 틀어지는 검과 속도의 조절에 몸에 하나 둘 상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칼라스만이 웃었다. 작게 짓던 미소가 커지며 이제는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로 웃고 있었다. 알비아의 팔꿈치가 옆구리를 찔렀다.


-내가 본 게 맞지?-

칼라스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모습으로 크로우에게 다시 집중한다. 저 검은 자신이 과거에 사용하던 검과 너무도 흡사했다. 비록 단테와 카시아스의 그것이 더해지긴 했지만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던 자신의 검이었다.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왜 투아니의 검이 전보다 쉽게 느껴지는지를. 이틀 동안 드라칸의 포위를 뚫으며 점점 체력이 떨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던 검.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극단적인 검. 살아남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인지하기 시작한 상대의 눈동자와 미세한 몸의 움직임, 체력을 아끼기 위한 극단의 찌르기와 효율적인 베기.


반쯤 개안했던 눈이 떠졌다. 투아니의 모든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하나 둘 빠르게 투아니의 몸에 상처가 늘어난다.


-쾅-

검이 부딪치며 반발을 이용한 투아니가 물러선다.


-[극섬]-

크로우의 목을 노린 극한의 번쩍임이 멈췄다. 투아니의 눈이 크게 떠지며 검을 잡은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본다. 손등에 올려진 크로우의 손이 검의 움직임을 막고 있었다. 크로우의 진중한 눈이 자신의 눈앞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졌다-

패배를 시인하는 투아니의 표정에 아쉬움은 없었다.


“너는 강해. 단지 내가 더 강할 건 뿐이야”

-씨팔. 재수 없는 것도 여전 하네-


가볍게 웃고 투아니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못 느끼는 것 같지만 너도 지금 한 발 더 내딛었어. 우리들 가장 단점이 뭔지 알아? 곤경에 빠지면 해결책으로 스킬을 꺼내 들어. 그 타이밍이 거의 똑같지. 그런데 상대방이 너의 스킬을 알고 있다? 그러면 조금 전처럼 되는 거야“


커졌던 투아니의 눈이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으며 로즈를 향했다.


-이놈도 블러드 문인가?-

-아니야. 그런데 가족 같은 사이지-

-그렇군. 이러면 어쩔 수 없나. 전쟁이 끝나면 찾아가지-

-환영해. 지금 그 눈빛 아주 마음에 들거든-

“그래도 마무리는 지어야지? 전쟁 한복판인대”

-그래야겠지. 마무리해라-

“떨어지는 아이템 있으면 길드장에게 맡겨둘 테니까 나중에 찾아가라”


고개를 끄덕인 투아니의 목이 바닥을 구르고 잠시 후 요하스의 성에 다시 로엠의 깃발이 나부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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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282 오만과 거짓의 존재 23.02.09 42 2 14쪽
281 281 나는 바이러스다 23.02.08 44 1 13쪽
280 280 로히너스 가문 23.02.07 49 1 13쪽
279 279 겨울 부족 23.02.06 45 1 13쪽
278 278 정리하다 23.02.03 51 1 13쪽
277 277 드레이크 라이더 23.02.02 49 1 16쪽
276 276 맞짱? 23.02.01 52 1 13쪽
275 275 사고뭉치 23.01.31 49 1 12쪽
274 274 욕심은 불만을 잠재운다 23.01.30 53 1 12쪽
273 273 로즈 아르폰 백작 23.01.27 51 1 13쪽
272 272 요새를 파세요 23.01.26 55 1 12쪽
271 271 영혼석 그리고 수월(水月) 23.01.25 57 1 12쪽
270 270 서로간의 사정(2) 23.01.24 58 1 11쪽
269 269 서로간의 사정 23.01.23 59 1 11쪽
268 268 인마족 23.01.20 60 1 11쪽
267 267 하층부의 주민들 23.01.19 58 1 11쪽
266 266 역마살 23.01.18 60 1 14쪽
265 265 다사다난(多事多難) 23.01.17 61 1 12쪽
264 264 몰려드는 사람들 23.01.16 67 1 12쪽
263 263 회상2 23.01.13 73 1 14쪽
262 262 요새 방어전 23.01.12 69 1 11쪽
261 261 회상 23.01.11 72 1 12쪽
260 260 광산 발굴 23.01.10 78 1 12쪽
259 259 어? 그리폰이다 23.01.09 7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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