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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연재수 :
2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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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6
글자수 :
1,580,921

작성
22.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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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6 미션 살아남기

DUMMY

-툭-

성 안에 모습을 드러낸 크로우와 어깨를 부딪친 병사 하나가 고개를 숙이고 멀어져갔다. 분

주하게 움직이는 병사들 사이를 지나 조용한 곳에 앉아 손바닥을 폈다.


[흔적 확인. 추적 중]


작게 지어진 미소와 함께 손에 쥐어진 종이가 불타 사라졌다. 다행이었다. 하이드에 맡긴

카시아스의 가족의 흔적을 확인 했으니 죽지만 않았다면 머지않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

이 들었다.


백작이 기거하는 건물의 문이 열리고 자작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눈이 마주친 자작이 잠시 멈췄다가 자신이 머무는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뭐하냐?-

“기다린다”

-뭘?-

“곧 알게 되겠지”

스미스가 다가왔고 곧이어 나머지 일행들이 다가온다.


“너희는 긴장도 안 되냐?“

-긴장을 왜 해야 하는데?-

“아니다.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

중 병사 하나가 다가와 그를 따라 자작의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이번 전투에서 자네들의 도움이 필요하네-

-그대들의 전공에 따른 보상이 있을 테니 최선을 다해주기 바라네-

형식적인 말을 나눈 후 악수를 하고 일행들에게로 돌아가자 궁금증을 못 이기고 어미를 기

다리는 새끼들처럼 머리를 들이민다. 자작이 손에 쥐어준 종이를 보여주자 눈치껏 벽을 치

며 시야를 가린다.


자작이 건네준 종이를 읽는 동안 비릿한 미소가 점점 짙어지자 크로우의 성질머리를 알고

있는 스미스의 눈에 불안감이 더해진다.


화르륵..

불에 탄 종이가 재로 되어 바람을 타고 사라져갔다.


“이번 전쟁의 미션은 이겨라가 아니라 살아남아라 확정이네. 이번 전쟁에 백작이 플레이어

들을 선봉에 세우기로 했단다. 기사들보다 더 앞에“

-미친 새끼네-

-도대체 이유가 뭐래?-

“불사의 존재. 우리들을 갈아 넣어서 최대한 병력을 보존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한 마

디로 개소리지”

-그런데 우리가 이길 수도 있지 않아?-


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지난번에 말에 탄 기사들과 싸워봤는데 단 네 명이었는데도 그 압박감이 엄청났어. 실제

로 상대하기도 너무 까다로웠고. 그런데 이건 전쟁이야. 상대의 선봉에 서는 기사들은 최소

백 단위일 테고 실제로 겪어보면 그 중압감에 아무 것도 못하고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수두

룩 할 거야“

-마법으로..-

“기사들에게 달랑 말만 주고 보낼까? 온갖 버프에 마법을 덕지덕지 바르고 올 테고 마법사

는 우리만 있는 게 아니야 오히려 드라칸의 양과 질이 우리보다 높아. 그러니까 이번 전투

에서는 도망쳐서 살아남는 것에 집중해“


-뿌우우우우-

나팔소리를 따라 모두의 고개가 성 밖을 향했다. 잠시 후 대지를 울리는 발자국 소리에 성

벽 위로 올라갔다. 시커멓게 다가오는 병사들의 물결, 저 수가 얼마일까? 수 천? 아니 최소

한 이 만은 넘을 듯 싶었다.


“봤지? 우리만 해도 저 인원이야. 저 숫자가 서로 부딪치는 싸움이 일어날 거야. 단순히

보스 레이드나 길드전처럼 지치면 뒤로 빠졌다 다시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칼 휘두르

는 걸 멈추는 순간 죽는 거야. 도망치라는 말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겠어?“


진은 더욱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일행들이 성벽 밑으로 내려온 후 백작이 성

벽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일장 연설을 이어갔다. 중간 중간 호통 치듯이 외치는 소리에 병

사들이 함성으로 반응했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사기는 높지 않아 보였다. 연설이 끝나고 기

존 병력들이 다져놓은 공터에 막사가 빠르게 설치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문제가 들어나기 시작했다.


-아 씨발. 내가 전쟁하러 왔지. 노가다 하러 왔냐고-

-막사 설치를 해봤어야 알지. 이런 건 일반 병사들이 해줘야지 왜 우리가 하냐고-


예상했던 말 안 듣는 플레이어들의 반발이 하나 둘 이어졌고 플레이어들을 다그치는 기사들

의 압박에도 반발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쯧쯧. 그러게 저놈들은 같은 플레이어에게 맡겼어야지. NPC 무시는 기본 패시브인데-

오랜 시간 플레이어들을 겪으며 노하우를 습득한 자작의 의견을 무시한 백작의 일방적인 지

시로 나타난 결과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모두 조용-

일단의 기사들을 이끌고 나타난 덩치가 큰 기사의 호통에 모든 플에이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사령관이신 오세발드 백작님의 지시이다. 모두 기사들의 명에 따라 움직여라. 불응할 시

명령불복종으로 즉결 처형하겠다-

잠시간 적막이 흘렀다.


-풋. 명령불복종? 즉결 처형? 지랄하네. 와서 싸워주세요 라고 부탁하던 새끼들이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사내의 말에 플레이어 진영에 명백한 비웃음이 퍼졌다. 표정 없는 기사의 손짓에 네 명의 기사들이 순식간에 사내를 제압하고 기사의 앞으로 끌고 왔다.


-놔. 이거 안 놔. 이 씨발 내가 누군지 알고-

사내의 거친 반항에도 기사가 검을 꺼내들자 다시 적막이 흘렀다.


-명령불복종에 상관 모독죄로 즉결 처형한다-

검이 떨어지고 사내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허락 없이 주둔지를 벗어나는 경우에도 탈영으로 간주하고 즉결 처형하겠다-

기사들이 사라진 후에도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그들이 사라진 곳을 향하고 있었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됐네”

플레이어들의 눈에 담긴 분노를 읽은 크로우가 중얼거렸다.


-사령관님. 플레이어들을 힘으로만 억압해서는 안 됩니다-

자작의 호소에도 백작의 눈은 차갑기만 했다.


-그대는 저놈들과 오랫동안 어울리면서 너무 물이 들었구먼. 왜? 저 욕심 많은 놈들이 보상

을 제쳐두고 떠날까봐 겁이 나나?-

-저들은 그들 중 강한 단체나 개인의 말에만 잘 따릅니다. 지금 이 천이 넘는 자들이 와 있

고 지금도 계속 인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 중 대표를 뽑아 그들에게 관리를 맡기고

우리는 그들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백작의 눈이 더욱 싸늘해졌다.


-지금 그대는 내가 저놈들을 관리할 능력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건가?-

-그게 아니라 좀 더 효울적으로..-

-닥쳐라. 네깟 놈이 무엇을 알고 있을까. 꺼져라. 그리고 내가 부르기 전까진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문을 나서는 자작의 얼굴에 절망이 가득했다. 한참을 문 앞에 멍하니 서있다 어느 순간 발

걸음을 빠르게 옮기기 시작했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그놈은 절대 자작님 말 안 들어요”

생글거리며 말하는 모습에 오히려 누글레스 자작이 당황했다.


-자..자네 그래도 그놈이라니..-

“저 인원들 보이시나요?”

성 밖의 병사들을 바라보는 크로우의 시선처럼 차가운 음성이 이어졌다.


“그 새끼는 저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밀어 넣을 새끼에요. 지금 그 새끼가 자작님이 말

한 걸 모를 것 같습니까? 그런데 안 바꿉니다. 왜냐고요? 그럼 자신이 잘못한 걸 인정하는

꼴이니까 더군다나 그걸 자작님이 말했으니 이제는 절대로 안 바꾸겠죠“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자작의 깊은 한숨이 이어졌다.


“그 새끼 손 보셨나요? 그게 전쟁을 이끌어갈 사령관의 손입니까? 여염집 아낙도 그것보다

손이 곱지는 못해요. 생각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죽여버렸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모든 책임이

저하고 자작님한테 가겠죠“


굳은 얼굴로 바라보는 자작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전쟁이 시작되면 자작님을 따르는 병력을 이끌고 도망치세요. 시작과 함께 쓸려버릴 겁니

다. 도망쳐서 살아남아 후일을 기억하세요. 전장에서 도망친 패배자라 손가락질을 받겠지만

무의미한 개죽음을 당하느니 뒤 이을 후발대에 합류해서 공을 세우고 그 손가락들을 다 꺾

어버리세요. 아무리 후작의 입김이 강하다 하더라도 무력하게 쓸려버린 전쟁의 후발대에 다

시 오세발드 같은 멍청이를 세우진 않을 겁니다. 그것마저 지면 자신들도 모든 걸 다 잃게

되거든요“


굳어 있던 자작의 얼굴이 잠시 후 조금씩 본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자네에겐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모르겠군. 고맙네. 내 고민을 해결해줬어”

가볍게 크로우의 어깨를 두드린 자작이 크로우의 뒤로 멀어지다 멈춰 섰다.


-대신 자네도 꼭 살아남아 나를 도와주게-

“물론이죠”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한결 가벼워진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갔다.


-허.. 무슨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냐?-

스미스의 말대로 개 같은 경우가 일어났다. 성안에 있던 기존의 플레이어들이 백작의 지시

에 의해서 성 밖으로 쫓겨났다. 허락 없이 성 안으로 들어올 경우 사령관 암살 혐의로 즉결

처형에 처한다는 엄포와 함께.


-정말이야?-

정색을 한 알렉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 답해 주자 분노에 찬 눈이 백작이 있을 성안의 건

물로 향했다.


-씨발...-

알렉이 분노하는 것은 성 밖으로의 쫓겨남이 아닌 전장에서 선봉에 선다는 크로우의 말이

원인이었다.


-너도 기사랑 싸워본 적이 있지?-

“네 명“

-너도 잘 알겠지만 말에 탄 기사는 정말 강해. 겪어보지 못한 놈들은 한 순간에 쓸려나갈 거다-

“그러니 네가 알아서 잘 전달해”

-그래. 고맙다-


알렉과 함께 막사로 돌아가는 도중 사람들이 몰린 곳에서 고함소리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니들 성안에서 나왔잖아. 알고 있는 정보 풀어보라니까-

다섯 명의 사내가 일행들의 앞을 막고 소리치고 있었다. 인상을 찡그리며 나서는 알렉의 어

깨를 잡고 속삭였다.


“내버려 둬. 지금 다른 놈들은 기존 인원과 자신들이 적어도 대인전에선 수준이 어느 정도

차이 나는 줄 몰라. 오히려 이참에 한 번 느끼게 해주는 것도 나중에 관리하기에 편할 거

야. 봐봐“


쟌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으며 물러서는 나머지 일행들의 모습에 알렉도 피식 웃고 말았다.

-뭐. 그것도 나쁘진 않겠네-


-뭐야. 이 새끼들 동료 놔두고 빠지는 거야?-

-너도 참 불쌍한 새끼다-

쟌을 둘러싼 다섯 명 중 리더로 보이는 자가 쟌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아는 것 좀 공유하자는 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잖아?-

-우리도 따로 들은 게 없다고 이미 이야기 했다. 그리고 이 손 치워라. 마지막 경고다-

-저기 쳐다보는 기사가 도와줄 거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착각하지 마라. 저놈들은 큰 싸움

만 아니면 나서지 않아. 즉 여기서 우리가 너를 죽여도 별 상관이 없단 말이다-


굳어 있던 쟌의 얼굴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래? 그거 다행이네-

순간이었다. 어깨를 잡았던 오른팔이 꺾이고 사내의 목에 주먹이 꽂혔다. 무기를 꺼내드는

두 명의 관자놀이에 주먹이 꽂히고 마저 검을 뽑아들던 두 명의 검이 검집에서 멈춰 섰다.

당황한 두 명의 사내들의 눈이 흔들리며 자신의 손으로 향했다. 자신들의 손등을 누르고 있

는 쟌의 커다란 두 손.


-니들이 몬스터 잡고 있는 동안에 우리는 다른 플레이어들하고 매일 목숨 걸고 싸우고 있었

다. 무슨 말인지 이해해?-

말없이 사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다니 다행이네. 그럼 이제 몸으로 느껴봐-

손바닥이 하늘로 향하며 두 명의 턱을 쳐올리고 뒤에서 찌르는 검을 몸을 회전하며 피함과

동시에 팔꿈치가 다시 관자놀이에 작렬했다.


-잘 싸우네-

지켜보던 알렉이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주저앉은 채로 바닥을 짚으며 물러나던 마지막 남

은 시비를 걸던 사내의 이마에 발등이 꽂히며 움직임을 멈췄다. 흥분한 채로 소리를 지르며

싸움을 구경하던 주위가 일순 조용해졌다.


-또 궁금한 게 남은 놈 있나?-

적막 속에서 한 명의 사내가 손을 들었다.


-저기, 정말로 다른 정보는 없는 거야?-

-없다-

-그래. 고맙다-

인파를 헤치며 멀어져가는 일행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크로우가 인파 속에서 발견한 낯익

은 얼굴에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아니 쟤는 진짜 자살이라는 특성이라도 있는 건가”

인파속에서 발견한 건 멀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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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282 오만과 거짓의 존재 23.02.09 42 2 14쪽
281 281 나는 바이러스다 23.02.08 44 1 13쪽
280 280 로히너스 가문 23.02.07 49 1 13쪽
279 279 겨울 부족 23.02.06 45 1 13쪽
278 278 정리하다 23.02.03 51 1 13쪽
277 277 드레이크 라이더 23.02.02 49 1 16쪽
276 276 맞짱? 23.02.01 52 1 13쪽
275 275 사고뭉치 23.01.31 49 1 12쪽
274 274 욕심은 불만을 잠재운다 23.01.30 53 1 12쪽
273 273 로즈 아르폰 백작 23.01.27 51 1 13쪽
272 272 요새를 파세요 23.01.26 55 1 12쪽
271 271 영혼석 그리고 수월(水月) 23.01.25 57 1 12쪽
270 270 서로간의 사정(2) 23.01.24 58 1 11쪽
269 269 서로간의 사정 23.01.23 59 1 11쪽
268 268 인마족 23.01.20 60 1 11쪽
267 267 하층부의 주민들 23.01.19 58 1 11쪽
266 266 역마살 23.01.18 60 1 14쪽
265 265 다사다난(多事多難) 23.01.17 61 1 12쪽
264 264 몰려드는 사람들 23.01.16 67 1 12쪽
263 263 회상2 23.01.13 73 1 14쪽
262 262 요새 방어전 23.01.12 69 1 11쪽
261 261 회상 23.01.11 72 1 12쪽
260 260 광산 발굴 23.01.10 78 1 12쪽
259 259 어? 그리폰이다 23.01.09 7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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