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연재수 :
284 회
조회수 :
71,287
추천수 :
1,236
글자수 :
1,580,921

작성
22.09.12 18:00
조회
146
추천
3
글자
12쪽

181 히든 퀘스트(전쟁의 불씨)

DUMMY

“목 아파 내려와 새꺄”


-이..이..이..이..-

부들부들 떨리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누구도 자신에게 이런 소리를 한 적이 없었다. 가주인 아비에게도 왕비인 누이에게도 심지어 왕에게 조차도..


“내려오라고 새꺄. 안 들려?”

-이 개자식이-

검을 뽑는 순간 날아온 도면에 얻어맞고 바닥을 굴렀다.


“야”

-퍽, 크헉-


“내려오라면”

-퍽, 크윽-


“내려와야지”

-퍽, 크아악-


“뒤질려고 검을 뽑아”

-퍽, 끄아아악-


앞니가 부러지고 피가 섞인 토사물을 게워낸다.


-내가..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또 다시 걷어차이고 바닥을 굴러 꿈틀거리는 후안에게 다가가며 으르렁거린다.


“알지. 나 죽이라고 바락바락 소리질러대던 새끼”

그제야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지금도 핏방울이 흘러내리는 도를 든 녀석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상황, 눈을 번뜩이며 다가오는 사내, 이제야 도망치라 말하던 기사들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설명해 봐. 그래서 네가 누군데”

-나..나는 후안 나이토스... 아버지는 질베르만 나이토스...후작가...-


두려움에 떨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가문인지 자세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아버지인 질베르만 나이토스가 생각났다. 소드 마스터이며 항상 당당하고 기품 넘치는 모습과 지금 겁에 질려 플레이어 앞에서 두려움에 떨며 설명하는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자


-으드득, 더 이상 네놈에게 할 말은 없다. 돈이 필요하면 나를 넘기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아라. 비천한 네놈이 원하는 것이 돈 아니더냐-

“.....”


말없이 바라보는 놈의 모습에 자신감이 솟구쳤다. 그래 이것이 고위 귀족만이 가지고 누릴 수 있는 권리이자 비천한 것들을 대하는 자세였다.


-내 아버지는 나이토스 후작가의 가주이고 내 몸속에는 그 위대한 나이토스의 피가 흐른다. 비루한 네 부모의 피가 흐르는 네놈 따위와는 다르단 말이다-

“하하. 이 씨발놈이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네. 부모님을 언급해?”


-끄아아아악-

마력이 깃든 손가락이 오른쪽 눈을 파고들자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비튼다.


“이 주둥이로 부모님을 언급했지?”

-빠드득, 빠드득-


하나씩 하나씩 이빨을 부러뜨린다.


“너는 죽는 것보다 살려 보내는 게 낫겠다. 가서 잘난 네 아비한테 전해라. 자식교육 좀 잘 시키라고. 이 개새끼야“

왼팔이 잘리고 오른 다리가 잘린 후 분수처럼 피가 솟구치는 잘린 부위를 화염이 살을 태웠다. 입을 벌리고 눈이 뒤집혀 신음조차 내지 못하는 후안의 머리채를 잡고 눈을 맞췄다.


“가서 네 아비에게 전해라. 자식교육 엿같이 시켜서 네가 그 꼴 됐다고”


-공포의 고대 정령이 상대를 바라봅니다


피에 물든 하늘에 피처럼 붉은 달이 굵은 핏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도망치는 발에 차이는 시체들과 바닥에 고여 엷은 호수를 만든 붉은 피. 공포에 떨며 무작정 뛰어가지만 그 어느 곳도 피할 곳 없는 시체와 피의 세상이었다.


우웨엑. 미끄러지며 넘어져 입에 고인 피를 게워내는 후안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몸통을 잃은 채 커다랗게 뜬 눈으로 자신을 원망하듯 바라보는 케알의 머리. 비틀린 신음 소리를 내며 바닥을 짚으며 물러나다 자신의 앞으로 넘어진 사지로 몰아넣은 젊은 기사의 시체와 또 다른 네 명의 기사의 시체들이 커다랗게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흐으으, 제발..-

피의 웅덩이가 조금씩 들썩이며 붉은 피의 날개를 가진 거대한 검은 뱀이 모습을 드러내고 붉게 갈라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커허어어억.. 제..제발..-


-저벅 저벅-

피의 웅덩이를 밟으며 커다란 도를 든 자가 다가온다. 머리에 솟은 뿔, 피에 절은 붉은 날개 세로로 갈라진 노란 눈이 붉게 물들며 다가와 얼굴을 맞댄다. 그리고 붉은 하늘이 열리며 두 개의 눈동자가 자신을 내려다봤다.


-마..왕...-

공포에 짓눌려 쉰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고 눈앞의 마왕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비틀려라”

-쩌저저저적-

후안의 세상이 비틀어졌다.


-대상자의 정신이 붕괴합니다.

공포의 고대 정령이 크게 만족해합니다.


눈을 까뒤집고 침을 흘리는 후안을 말에 눕히고 숲속으로 천천히 말을 몰기 시작했다.


“거기 있는 거 아니까 나와. 싸우러 온 거 아니니까 나와”

잠시 후 긴장한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낸 방패를 든 탱커에게 후안을 실은 말의 엉덩이를 살짝 두들겨 보내자 말에 실린 후안을 보고 기겁하며 크로우를 바라보았다.


“빨리 가면 살릴 수는 있을 거야”

다급하게 진영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본 크로우도 발걸음을 돌렸다.


마갑을 착용한 네 마리의 전마와 두 마리의 말을 이끌고 복귀한 후 늦은 시간 조용하던 성이 발칵 뒤집어졌다.


-퍼엉, 퍼엉-

모든 병력의 성으로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 터지고 모든 병사들이 무장을 갖춘 채 성벽을 지켰다. 네 마리의 전마를 바라보는 누글레스 자작과 노리스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있었다.


-이 표시는..-

-나이토스 가문의 표식이 맞습니다-

침음을 삼킨 자작이 크로우를 향했다.


-이 말의 주인은 어찌 되었나?-

“살려서 보냈는데 팔 다리 하나씩 자르고 한 쪽 눈을 파냈습니다”

자작과 노리스가 말을 잃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뭐 잘못한 겁니까?”

한동안 말이 없던 자작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애써 답했다.


-...아닐세. 적국의 기사를 그것도 자네를 노렸던 자라면 처리하는 것이 맞지. 일단 나는 본국에 내용을 시급히 보고해야 할 것 같으니 노리스경이 설명을 해주게-

자작이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자 노리스가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있는 그대로 말하지. 자네가 잘못한 것은 없어. 하지만 상황이 곤란하게 된 것은 맞아. 그 후안이란 자는 나이토스 후작 가문의 막내이고 왕비의 친동생이지. 형제자매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가족 모두가 애지중지 하는 자야. 그런 자가 그 몰골로 돌아갔으니 조용히 넘어가진 않을 거야.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그냥 죽이는 것이 오히려 나았을 거야-

“그럼 다음부턴 그냥 죽이겠습니다”


멍해진 눈으로 바라보던 노리스의 입가에 어이없는 웃음이 걸리기 시작했다.


-하하하. 자네는 참 특이해. 다른 자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 좋아. 아마도 전쟁이 일어날 거야. 아니 일어나겠지. 아무리 드라칸의 왕이라 해도 후작가의 권세를 무시할 수 없거든. 그 때도 자네의 활약을 기대해 보겠네. 그리고 준비하게. 시오네메 그놈 입장에서도 자신이 분노 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대대적인 공세를 취할 걸세. 지금은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거든-


노리스에게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크로우의 눈은 허공을 향해 있었다.


-히든 퀘스트 [전쟁의 불씨(연계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드라칸의 고위 귀족 후안 나이토스를 철저히 망가뜨린 당신의 행동에 질란 시오네메 백작이 크게 분노합니다. 그는 당신을 철저히 망가뜨리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거리낌 없이 행할 것입니다.

-칭호 [분란의 씨앗]을 획득하였습니다

모든 능력치 +5


-뫄아아앙-

온몸이 분노에 가득 차 떨리고 실핏줄이 터져 붉게 물든 눈으로 눈앞에 고개를 말없이 떨구고 있는 기사에게 다시 물었다.


-..다시.. 말해봐라-

-그..그게.. 후안 공자가..-

-그러니까 그 망할 자식이 팔다리가 잘리고 한쪽 눈알이 파인 채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말이냐? 말 해. 다시 말해보란 말이다-

-그..그렇습니다-


-하~~-

다리에 힘이 풀려 의자에 주저앉았다. 소리를 지르며 찢어졌는지 목구멍에서 피 맛이 느껴지지만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개 같은 자식.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설쳐대던 놈이 병신이 돼서 돌아왔다. 그것도 잘린 팔다리는 불에 지져지고 뽑힌 눈알은 지져지고 마력이 남아 있어 재생조차도 불확실하다. 거기다 공포에 미쳐버렸는지 이지도 상실한 채 침만 흘리고 있다.


만약 후작이 이 사실을 듣는다면...

자신은 죽는다. 적어도 가문만이라도 살려야한다. 생각을 마치고 더없이 차가워진 시오네메 백작의 눈빛이 기사에게로 향했다.


-기사들과 사제들을 붙여 공자를 후송해라. 그리고 지금 바로 모든 병력을 집결시키고 점멸의 기사를 불러라. 지금 당장-


(킥. 급했구만)

의자에 삐딱하게 앉은 점멸의 기사 투아니의 냉소적인 시선이 백작을 훑었다.


-그놈을 죽여라. 그 누구보다 처절하고 잔인하게. 그리 해준다면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

생각 그대로의 말이 백작의 입에서 나왔다.


-상황은 알겠는데 그놈이 꽤 강해서 저도 장담을 하기가..-


-콰아앙-

책상을 내려치고 고개를 숙인 채 부들거리는 백작의 차갑고 분노에 찬 음성이 이어졌다.


-내가 지금..부탁하는 걸로 보이나?-

얼굴이 구겨졌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저 정도 상태이면 일단 원하는 걸 들어주고 요구를 하는 것이 맞았다. 아무리 병신 같아도 일단은 이곳의 책임자니까.


-알겠습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최대한 처절하고 잔인하게 죽여드리죠-


-둥 둥 둥 둥..-

연이어 북소리가 성안을 가득 채우고 모든 이들의 발걸음이 성벽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저 멀리 천천히 다가오는 이백 명 정도의 플레이어들과 거리를 두고 그 뒤를 따르는 십여 명의 말을 탄 기사들 사이로 화려한 갑주를 입은 이와 그를 상징하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결국 왔군-

-가문이라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누글레스 자작의 말에 노리스가 답했다.


-저게 무슨 뜻인 줄 알고 있나?-

“뭐 저를 잡아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최대한 잔인하게 죽이려는 것 아닌가요? 제가 만일 싸움을 거부하면 자작님까지 비겁자로 몰아붙일 테고요“

-잘 알고 있군. 어쩔 텐가?-

“어쩌긴요. 싸우려고 왔는데 거는 싸움을 피할 이유가 없죠”

-자네에게는 정말 너무 많은 빚을 짓는 것 같아 미안하네-


-끼이이익-

커다란 성문이 열리고 천천히 밖으로 걸음을 옮기는 크로우의 뒤를 함께 했던 네 명이 따랐다. 그리고 잠시 후 머뭇거리던 플레이어 일부가 뒤를 따르자 한 명씩 한 명씩 빠르게 다시그 뒤를 따르기 시작하고 마주 선 플레이어들의 수가 약 200 대 120.


성벽에는 분노에 찬 눈으로 이를 지켜보는 알렉과 그를 따르는 이안을 포함한 아홉의 인원만이 남아있었다. 불안한 눈으로 상황을 살피던 이안이 결국 입을 다물었다. 괜한 말을 했다가는 저 쌍검이 자신에게로 향할 테니까.


길지 않은 중검을 든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크로우를 바라보았다.


-너냐? 이번에 사고 제대로 친 놈이?-

“너냐? 혓바닥으로 싸운다는 놈이?”

-킥. 재미있는 놈이네. 사실 좀 쉬려고 그랬어. 알렉이란 놈도 강하다더니 허접이라 재미가 없어서 실망했지. 너도 마찬가지 같은데 저기 저 양반이 너를 최대한 처절하고 잔인하게 죽여달라고 그래서 어쩔 수없이 나왔으니까 좀 잔인하게 죽이더라도 이해해줘-


시오네메 백작을 힐끔 쳐다본 투아니가 입술 끝을 씰룩이며 바라보자 크로우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저 양반이 하도 부탁해서 말이야. 하도 말이 많아서 싸울 때마다 귀에서 피가 난다고 네 혓바닥 좀 제발 뽑아달라고 하더라. 아 씨바.. 나도 귀에서 피가 나는 것 같네“


차갑게 식은 투아니의 시선이 크로우를 향했다.


-모두 물러서-

“들었지. 귀에서 피나기 싫은 사람은 모두 물러서. 이미 난 사람은 치료부터 받고”

-이 개새끼 죽여버린다-


분노에 얼굴이 붉게 물든 투아니의 신형이 빠르게 나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공지 22.12.22 77 0 -
공지 주 5일 연재로 전환합니다 22.03.14 70 0 -
공지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2.02.26 126 0 -
공지 매일 18시에 연재됩니다 +2 22.02.10 1,000 0 -
284 1부를 마치며 +2 23.02.10 60 3 2쪽
283 283 메인 퀘스트 생성 23.02.10 42 2 10쪽
282 282 오만과 거짓의 존재 23.02.09 42 2 14쪽
281 281 나는 바이러스다 23.02.08 44 1 13쪽
280 280 로히너스 가문 23.02.07 49 1 13쪽
279 279 겨울 부족 23.02.06 45 1 13쪽
278 278 정리하다 23.02.03 51 1 13쪽
277 277 드레이크 라이더 23.02.02 49 1 16쪽
276 276 맞짱? 23.02.01 52 1 13쪽
275 275 사고뭉치 23.01.31 49 1 12쪽
274 274 욕심은 불만을 잠재운다 23.01.30 53 1 12쪽
273 273 로즈 아르폰 백작 23.01.27 51 1 13쪽
272 272 요새를 파세요 23.01.26 55 1 12쪽
271 271 영혼석 그리고 수월(水月) 23.01.25 57 1 12쪽
270 270 서로간의 사정(2) 23.01.24 58 1 11쪽
269 269 서로간의 사정 23.01.23 59 1 11쪽
268 268 인마족 23.01.20 60 1 11쪽
267 267 하층부의 주민들 23.01.19 58 1 11쪽
266 266 역마살 23.01.18 60 1 14쪽
265 265 다사다난(多事多難) 23.01.17 61 1 12쪽
264 264 몰려드는 사람들 23.01.16 67 1 12쪽
263 263 회상2 23.01.13 73 1 14쪽
262 262 요새 방어전 23.01.12 69 1 11쪽
261 261 회상 23.01.11 72 1 12쪽
260 260 광산 발굴 23.01.10 78 1 12쪽
259 259 어? 그리폰이다 23.01.09 75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