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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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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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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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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6 존재의 부각

DUMMY

어둠속에 숨었던 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할 때까지 계속해서 움직였다. 미니 맵을 사용한 전투는 확실히 효율적이었다. 귓속말이 통하지 않은 전장 속에서 자신들을 노리는 두 명의 암살자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드라칸의 플레이어들은 허망하게 무너져내렸다.


광혈의 대도는 단테의 대검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소규모 전투의 지속이라 광혈의 효과는 제대로 느낄 수 없었지만 설명에도 나와 있지 않은 절삭력이 무척이나 뛰어났다. 밤사이 적을 처치한 수는 크로우 11 스미스 8 그에 따른 아이템 보상도 두둑했다.


-이거 인벤토리 부족하겠는데. 안에서 아이템 보관해 주는 곳도 있겠지?-

“만약 오픈 된 곳이면 비추야. 네가 얻은 것 중에 머저리들이 흘린 것도 있을 수 있어. 공간 부족하면 내가 맡아 줄까?“

-너도 부족할 거 아냐?-

“아공간. 그리고 돈이 급한 게 아닐 테니까 파는 건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공간이 있어?-

“없는 네가 이상한 것 아니냐?”

-하여튼 괴물 같은 새끼-


성벽 위에서 밤새 경비를 서며 피곤에 지친 병사의 눈에 두 개의 신형이 천천히 성을 향해 다가왔다.

-정지. 누구냐?-

“어젯밤 정찰 나갔던 숀, 척입니다. 문 좀 열어주시죠”


열린 성문을 지나쳐 막사로 향하는 길에 노리스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자네들 어젯밤 신의 은총을 받은 게 아니었나?-

죽었다 살아나는 것을 말하는 NPC 들의 표현.

“아니오. 운 좋게 살아남았습니다”

-다행이군. 자네들이 죽었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다시 나타나지 않기에 이곳을 떠난 줄 알았지-

-누가 우리 죽었다고 합니까?-

-이안..-

-야 이 개새끼들아-


노리스의 말을 끊으며 이안이 악귀 같은 얼굴로 둘을 향해 다가왔다.


-너 이 개새끼들 어제 일부러 그랬자?-

-무슨 소리야?-

크로우의 멱살을 잡아 쥐고 고래고래 소지지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숨어 있는 곳으로 그놈들 끌고 온 거 맞잖아-

“뭐야? 숨어서 우리 쫓기는 거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야? 도와주지도 않고?”

-.. 그.. 그게-

-지금 이 말이 사실인가?-


험상궂게 굳은 노리스가 물어봤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분명히 말했을 텐데 다시는 그딴 짓 하지 말라고. 너를 포함한 여섯 명은 포인트 감점이다-

-아니 그래도.. 잠깐만요.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

-닥쳐라. 동료를 죽음에 몰아넣는 놈들이 하는 말은 들을 가치도 없다. 싫으면 떠나라-

-.....-


노리스의 부드러운 시선이 다시 둘을 향했다.


-그런데 혹시 밤새 성과는 좀 있었나?-

-네. 운이 좋아서 몇 놈 잡았습니다-

-그래? 그거 간만에 듣는 기분 좋은 소식이군. 크하하하하-

“그럼 저희는 이만 좀 쉬러 가겠습니다”


노리스의 웃음을 뒤로 하고 막사로 들어가자 거친 손이 크로우의 어깨를 잡아 세우고 주먹을 날렸다. 주먹을 잡아채고 밑으로 끌어내려 중심을 흩뜨리고 발목을 걷어차자 공중에 떠오른다. 얼굴을 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래찍었다.


-큭.. 너 이 개새...-

-콰앙-

-커허어억...-


이안의 얼굴에 떨어진 주먹에 부드러운 미소를 자랑하던 얼굴이 함몰되고 무너졌다. 나레인에게 두드려 맞은 게 얼마인데 이런 어설픈 주먹에 맞을 일은 없었다.


“건들면 문다”

막사 안을 훑으며 낮게 짓듯이 말했지만 아무도 반응을 하지 않았다.


-콰앙-

다시 한 번 주먹이 떨어져 내리고 잠시 후 둘의 모습이 막사 안에서 사라졌지만 그들이 사라진 장소를 바라보던 눈빛은 어제와는 사뭇 달라져있었다.


요즘은 접속을 해제하면 반드시 커뮤니티에 접속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주 재밌는 거리가 많았다. 블러드 문에 대한 글도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지만 오늘은 또 다른 글 하나가 커뮤니티를 뒤집어 놓았다.


“미친 새끼”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계약자, 성석(聖石)]

어느 덜 떨어진 놈 하나가 자신은 게약자라고 자랑 글을 올렸다. 계약의 대상자는 천사.당연히 게시자를 욕하는 댓글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게시자가 성석을 올리는 순간 찬양하는 글과 정보를 얻기 위한 글들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마석과 어찌 보면 반대 개념의 성석. 신의 대리인 정확히는 노예인 천사들과 계약을 하고 얻게 된다는 성석은 성직자나 성기사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영약 같은 존재였고 성석을 가진 후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게시자의 또 다른 글에는 아주 폭발을 해버렸다.


핫바를 씹어 먹고 있는 동안 게시자의 또 다른 글이 하나 올라왔다. 내용은 심플했다. 자신을 스카웃하라고 블러드 문에 제안했지만 대차게 까였다고 인재를 못 알아 본다고 블러드 문을 욕하는 글이었다. 제안은 블러드 문에 들어가 카시아스의 제자가 되면 길드 최고의 전력이 될 수 있는데 미래를 못 본다는 글에 반응은 엇갈렸지만 전체적으로 수긍하는 댓글들이 많았다.


“놀고 자빠졌네”


겨우 B 등급 성석으로 길드 최고 전력이라고? 길드원들은 잘 모르지만 세인트와 노리아만 해도 이 머저리 같은 놈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귓속말만 되면 로즈한테 참 잘했어요 라고 칭찬해 줄 텐데 아쉽게도 귓속말이 되지 않는다. 내일은 또 어떤 재밌는 글이 올라올까 생각하며 잠자리에 누웠다.


“어디 지나가는 천사 하나 없나. 잡아서 성석 좀 얻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천사가 들으면 기겁할 생각을 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어, 왔냐?-

다음날 접속을 하자 막사 밖 구석에서 커다란 대검을 휘두르고 있던 스미스가 땀을 뻘뻘 흘리며 반갑게 맞았다. 다만 플레이어들은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열심이네?”

엄지를 세우며 미소 짓는 크로우에게 누군가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이야기 좀 할까?-


-어젯밤 일은 들었다. 내 밑으로 들어와라-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알렉이 둘을 향해 제안했다.


-너희 둘은 아직 모르는 것 같은데 역할과 기여도에 따라 포인트가 적립된다. 그 포인트로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잘하면 귀족 작위까지 살 수 있지. 어때? 내 밑으로 들어오면 부대장을 시켜주지. 그러면 포인트를 모으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다-

“거절한다”

-이유는?-

-누구 밑에 들어가는 게 체질적으로 안 맞아서 말이야. 기여도는 올려 볼게. 충고 고마워-

-후회할 텐데-

“지금껏 셀 수도 없을 만큼 한 게 후회인데 한 번 쯤 더 한다고 문제 될 건 없잖아”


제안을 거절하고 멀어져가는 모습을 표정 없는 알렉이 바라보고 있었다.


“너 그런데 내 밑에 있는 거 아니야? 그리고 얼마 전까지 그 머저리 밑에 있었잖아?”

-시끄러 새끼야. 그리고 누가 네 밑이야-

킥킥거리며 멀어지는 둘의 모습을 바라보는 알렉의 표정이 악귀처럼 굳어졌다.


-흠..-

누글레스 자작이 가볍게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아침에 올라온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한동안 제대로 활동조차 없던 플레이어들이 간밤에 움직였다는 보고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군 사망 6 / 적군 사망 19 (척 11, 숀 8)


“숀과 척이라...”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미소가 잠시 머물렀다 사라졌다.


-이봐, 잠시 시간 좀 내 줘-

암살자 복장을 한 여인이 스미스의 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건넸다.


-..바쁘네..-

-너 케인이지?-

앞뒤 없는 말에 오히려 스미스가 당황했다.


-그 칼-

단테의 대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크로우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단호한 말이 이어졌다.


-긴가민가했어. 그런데 어제 일로 확신했어. 신고식에서 살아 돌아온 거는 너희가 처음이거든-

“올.. 올리비아인가? 맞지?”


고개를 끄덕이고 두건을 벗자 웨이브 진 붉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의외인데. 네가 여긴 왜 있는 거야?”

-네 말대로 한 발 내딛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지금 도대체 뭔 상황인 거냐?-

“그래서 한 발 내딛었고?”


다시 두건을 쓴 작은 머리가 좌우로 작게 흔들렸다.


-지금 한 발 내딛는 건 자살이니까. 네가 말한 게 불나방은 아닌 건 알고 있어-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된 거야?”

-그게..-


처음엔 상황이 이렇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로엠 측이 더 유리했었다. 플레이어간의 싸움에도 오히려 우위에 서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점멸의 기사라는 자가 나타났고 압도적인 쾌검으로 로엠 측 플레이어들이 쓸려 나갔다. 그 후로 라푼젤이라는 마법사가 나타난 후로는 제대로 된 승리 한 번 거둔 적이 없다.


-라푼젤 이라는 마법사는 여느 마법사와 달라. 단순히 마법뿐만 아니라 술식을 이용해서 단체로 싸울 때에는 거의 학살 수준으로 당하고 있어-

“힘들었겠네”

-.....-

“같이 다닐까?”

-정말? 응, 같이 다니고 싶어-

“그래 그러자”

-아, 그러니까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간략하게 지난 일을 설명해주자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내민다.


-숀이다-

-올리라고 불러줘-

“참고로 난 스킬을 못 쓰는 컨셉이다”

이해는 못하지만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C.P 집하아압~~-

노리스가 목청껏 소리치자 느릿느릿 플레이어들이 모여들었다. 이를 지켜보는 노리스의 표정에 짜증이 차올랐지만 꾹 삼키고 모여든 이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 드라칸 놈들의 움직임이 다수 포착됐고 활동 범위를 점점 넓히고 있다. 해질 무렵이면 우리 지역까지 침범할 거라 본다. 해가 지면 조를 짜서 놈들을 처리한다-

-기사들과 병사들도 움직입니까?-

-상대는 플레이어들이다. 기사와 병사는 움직이지 않는다-

-씨발. 가서 자살하라는 거야 뭐야-


귀찮은 듯 물어봤던 목소리가 짜증을 섞어 투덜거리자 노리스의 얼굴에 표정이 사라지고 차가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네놈은 여기 놀러왔나? 싸우기 싫으면 꺼져라. 너 같은 놈은 필요없다-

-어.. 어.. 그게 아니라..-

-닥쳐라. 한 번 더 개소리를 지껄이는 놈이 있으면 군법에 의해 가차 없이 처단하겠다. 조를 짜서 대처하도록. 알렉 나머지는 너에게 맡기겠다-

-들었지? 알아서 조를 짜. 뭐 별 의미는 없겠지만-


-안녕?-

“누구?“


활을 든 여궁수가 반갑게 인사한다.


-저 그게 여기서 나랑 항상 같이 움직이던 친구인데 너희들이랑 같이 한다니까 자기도 같이 한다고..-

-올리랑 나는 항상 같이 했거든, 진이야. 우리 잘 해보자-


멍하니 쳐다보던 스미스가 손을 내밀었다.


-숀이야-

-응. 알아. 반가워-

스미스 이 새끼 얼굴이 붉어졌다. 아무래도 반한 것 같다.


해가 지면서 어둠이 점점 짙어지기 시작할 무렵 많은 인원들이 짝을 이뤄 모여 있었지만 그 수는 각 조마다 천차만별이었다.


-당나라 군대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생글거리며 대답하는 진을 바라보는 스미스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확실하다. 이 새끼 반한 것 맞다.


-지금껏 하던 대로 조장의 지시대로 움직여라. 알아서 잘 숨어 다니도록 이상-

알렉의 말도 안 되는 지시가 떨어지자 구시렁거리며 모두가 성 밖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럴 거면 그냥 로그 아웃하면 되는 거 아니야?-

-작전 중에 허가 없이 로그 아웃하면 불이익을 받게 돼. 그래서 저렇게 투덜거리며 나가는 거야-

“그럴 거면 뭐 하러 여기 남아 있는 거야?”

-포인트로 받는 혜택도 있고 기본적으로 싸우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사실 계속된 패배에 대장이란 놈이 저러고 있으니까 다들 기가 많이 죽었어-


십여 명의 인원은 이끌고 나가는 알렉의 뒤통수에 진이 입술을 내밀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우리도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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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276 맞짱? 23.02.01 5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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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274 욕심은 불만을 잠재운다 23.01.30 53 1 12쪽
273 273 로즈 아르폰 백작 23.01.27 51 1 13쪽
272 272 요새를 파세요 23.01.26 55 1 12쪽
271 271 영혼석 그리고 수월(水月) 23.01.25 57 1 12쪽
270 270 서로간의 사정(2) 23.01.24 58 1 11쪽
269 269 서로간의 사정 23.01.23 59 1 11쪽
268 268 인마족 23.01.20 60 1 11쪽
267 267 하층부의 주민들 23.01.19 58 1 11쪽
266 266 역마살 23.01.18 60 1 14쪽
265 265 다사다난(多事多難) 23.01.17 61 1 12쪽
264 264 몰려드는 사람들 23.01.16 67 1 12쪽
263 263 회상2 23.01.13 73 1 14쪽
262 262 요새 방어전 23.01.12 69 1 11쪽
261 261 회상 23.01.11 72 1 12쪽
260 260 광산 발굴 23.01.10 78 1 12쪽
259 259 어? 그리폰이다 23.01.09 7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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