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연재수 :
284 회
조회수 :
70,872
추천수 :
1,234
글자수 :
1,580,921

작성
22.08.25 18:00
조회
160
추천
3
글자
11쪽

169 별을 향하다

DUMMY

조용히 차를 음미하던 넓은 응접실의 문이 열리고 세 명의 남녀가 들어오자 엘프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포트란의 영주인 로즈입니다-

-부영주인 한경식이라고 합니다. 그냥 한 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반갑습니다. 벨입니다-


인사를 나눈 후 자리에 앉자 벨이 먼저 말을 꺼냈다.


-우선 지난 번 구출부터 마을에 복귀까지 도와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저희..-

“안 그래도 돼”


의자에 깊숙이 몸을 누이며 벨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가 누군지 안다고. 그러니까 하던 대로 하라고”

-이.. 빌어먹을 개자식이-

“그럼 말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걱정하지 마. 여기 두 명 말고는 아무도 몰라. 아.. 칼하고 알은 이미 알고 있지만”


분노에 차 붉게 물든 눈으로 노려보던 벨의 시선이 창문 밖 어느 곳으로 향하자 크로우의 차가운 말이 이어졌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는데 그 대신 넌 반드시 소멸돼. 무슨 말인지 알지?”

-저 인간은 누구지?-

“있어. 엄청난 분”


벨의 시선이 향한 곳은 카시아스가 머무는 곳 이었고 한참을 노려보던 벨의 표정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렇군. 그럼 할 이야기를 해볼까-

“이야기 한 그대로 적당히 우리가 이익 볼 수 있게”

-흠.. 그러지-

“그럼 이야기들 나누라고”

-너는 빠지는 건가?-

“뭐 실무자들끼리 이야기 하는 게 좋지. 금방 힐더스도 올 테고. 무엇보다도 내가 가서 먼저 말하지 않으면 저 분이 이리로 오실 것 같거든“


문을 열고 나가자 곧바로 합류한 힐더스가 엘프와의 거래 이야기를 듣고 눈이 차갑게 빛나기 시작했다.


-벨님.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벨의 허탈한 웃음소리가 조용히 복도를 메우기 시작했다. 힐더스가 자신의 상대가 벨제붑이란 걸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저도 한 잔 주시겠습니까?”

숙소 앞 자그만 테이블에 앉아 혼자 술잔을 기울이던 카시아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갔던 일은 잘 됐나?-

“예. 덕분에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위험한 것이랑 같이 온 것 같더군-

“예. 그게..”

-괜찮네. 세상이 바뀌었으니 나도 적응을 해야겠지. 자네가 대책도 없이 일을 벌일 사람도 아니고 저 정도면 자네 동료들만이라도 막을 만 하겠어-

“.....”


피식 웃음 짓고 빈 술잔을 채우고 크로우에게 건넸다.


-나도 돕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어르신”

-자네는 다시 떠날 생각인가?-

“네. 늦어도 이틀 안에는 떠날 생각입니다”

-그렇군. 잔을 비우고 따라오게-


-자네는 강해-

검을 뽑아든 카시아스의 말에 냉정함이 가득했다.


-짧은 시간에 너무 강해지면서 그만큼 너무 많은 것을 얻었지. 지금 자네를 보고 있으면 허약한 기둥이 마천루를 받치고 있어.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높이를 더해가고 있지-


말없이 침음이 들려왔다.


-플레이어니까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대로 더 지속되면 기둥이 곧 무너질 걸세. 그래도 플레이어들 중에는 강하다는 소리를 듣겠지만 딱 거기까지야. 자네가 원하는 게 그 정도인가?-

“...아닙니다”

-위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검이라는 것은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야. 상대를 죽이기 위한 것이지. 검이든 창이든 활이든 검술이든 이런 것들은 모두 다 상대를 효과적으로 죽이기 위해 발달한 살인술일 뿐이야. 검기? 검강? 마스터? 이것들 또한 상대를 죽이고 죽이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살인자들의 특별한 살인 기술이고 희대의 살인마의 별칭일 뿐이야. 아니라고 생각 하나?-


왜인지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 또한 최고의 살인마가 되자 못 한걸 부끄러워하고 시기했을 뿐이야. 아니라고 생각하면 이대로 돌아가고 수긍한다면 검을 뽑아들게.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해주고 싶은 건 그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 후회스러울 뿐 그런 나 자신이 부끄럽지는 않네-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시린 소리와 함께 서서히 검이 뽑혔다.


“완전히 동의를 할 수도 이해를 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부정은 못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나를 죽인다는 각오로 오게나. 그렇지 않다면 자네는 오늘 내 손에 죽을 거야-


폭발할 듯이 일렁이는 검기가 카시아스를 향하고 일대를 부실 듯한 굉음이 휩쓸었다. 폭음과 폭음 부셔지는 공기와 그 여파로 서서히 금이 가는 벽 사이로 하나의 신영이 처박혔다.


-한 번만 더 나를 능욕하면 바로 목을 벤다. 그 정도로 나를 죽일 수 있ㄷ고 생각했나?-


알림읆과 함께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두 눈에 붉은 광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과거의 빛나는 별을 상대합니다.

[질투]와 [흉내 내기]가 자동 활성화 됩니다.


폭발하는 네 개의 기운에 어두웠던 주변이 기운에 따라 색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꽝, 쾅, 꽈아앙..-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폭음과 기운이 폭발하며 폭죽이 터진 것처럼 주변의 색이 변해가는 동안 카시아스의 안색이 굳어져갔다.


-덥썩-

폭발하는 검기 속으로 뻗어 나온 손이 멱살을 잡고 그대로 바닥으로 팽개치자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크로우의 몸이 튀어 올랐다.


-멍청한 놈. 언제까지 그런 사사로운 것들에게 끌려 다닐 생각이냐? 그렇게 끌려 다니면 그건 네 것이 아니야. 네가 그것들의 장난감일 뿐-


다시 한 번 벽에 처박히고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크로우의 미간으로 무엇보다 청명한 푸른 도강이 향하자 이를 바라보는 붉은 눈이 피처럼 일렁이며 더욱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가지지 못한 위대함에 [질투]가 더욱 활성화 됩니다.


자석에 이끌리듯이 비척거리며 푸른 기운을 향해 나아가자 카시아스의 굳은 얼굴에 짙은 실망이 떠올랐다.


-여기까지인가-

푸른 기운이 더욱 짙어지며 조금 더 크기를 키워나갔다.


“그거.. 어떻게 하는 겁니까?”

굳어졌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지만 더욱 차가워진 목소리가 이어졌다.


-말했을 텐데 나를 정말 죽일 거라 생각하라고 그리고 자넨 이미 한 번 넘어선 적이 있어. 설마 내가 자네에게 죽을 거라 걱정하는 건가?

“그렇네요. 제가 주제넘었네요. 그러면 죽여드리겠습니다”


번뜩이는 붉은 눈이 카시아스를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또 다시 굉음이 이어졌다. 전 보다 무겁고 세상을 울리는 굉음이 이어졌다.


-콰앙-

걷어차이고 바닥을 굴렀다.

-멍청한 놈. 내 도법만 따라한다고 네가 나를 넘을 수 있을 것 같나?-


-콰앙-

다시 바닥을 굴렀다

-지금도 단테의 검술만 흉내 내고 있잖아-


-콰앙-

또 다시 바닥을 굴렀다.

-언제까지 남의 것을 흉내만 낼 거냐-


“하악 하악 하악..”

네 가지 기운을 쏟아낸 몸이 흔들리며 세상이 흐려졌고 과부하가 걸린 팔은 뒤틀렸지만 잡은 검을 놓지 않았다. 질투와 흉내 내기로 카시아스의 도법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한다는 알림음이 이어졌지만 예전과 달리 전혀 기쁘지 않았다.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별의 의지는 굳건했다.


“빌어먹을..”

마력을 제외한 모든 기운을 해제하자 뒤틀리던 팔이 조금은 편해졌다.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자신을 바라보는 별의 눈에 실망이 담겼다.


“시발...”

마력이 풀리고 눈이 감겼다. 검을 들고 싸움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느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에 대한 좌절감속에 뒤틀린 팔에 다시 힘이 들어가고 마력이 깃들기 시작했다.


-상상하고 상상해라-

문득 머릿속을 울리는 칼라스만의 충고


-플레이어는 끝이 없어. 틀을 만들고 자신을 틀에 가두는 순간 플레이어의 성장은 거기서 끝나는 거야-

웃음 지으며 말하던 알비아의 충고


그래. 자신의 검은 애초에 칼의 검술을 따라하며 시작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타인의 검술과 도법에 집착했었다. 기둥을 외면한 채 높이와 치장에만 매달렸던 자신의 모습에 쓴웃음이 나왔다. 칼의 검술은 싸우고 죽이며 습득한 검술.


(멍청한 놈. 친구를 믿지 못했다니...)


고개를 들어 별을 마주봤다. 별의 눈 속에 기쁨이 가득 차고 입가엔 주체 못하고 미소가 가득 찼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기특한 놈.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은 것인지 주체 못하던 기운이 갈무리 되고 안정을 찾아갔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못 느끼고 있는 듯 같지만 커다란 대검 위에 검붉은 검강이 마치 죽음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검술이란 상대방을 더욱 효과적으로 죽이기 위한 것.

검붉은 도강이라...

어쩌면 자신이 그토록 되고 싶었던 가장 어둡지만 가장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기특한 말과 함게 놈이 다시 달려들었다.


-서걱-

날카로운 절삭음과 함께 카시아스의 얼굴에 피가 튀었다.


“하아악.. 하아악.. 하아악..”

숨조차 제대로 못 쉴 정도로 지쳐버린 크로우가 바닥에서 목을 쥐어 잡고 힘겹게 헐떡이고 있었다. 몸 여기저기 깊게 베인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그 상처가 꿈틀거리며 재생하려하지만 남아 있는 도강의 기운에 밀려 제 힘을 발후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에 자상을 만지던 별이 크로우를 내려다보았다.


-하.. 하하하하하-

그 어느 때보다 시원한 웃음이 넓은 영주성 한에 울려 퍼졌다.


-뭐야. 이제 끝난 건가?-

-아무래도 끝난 것 같은데, 그런데 저 어르신 저렇게 강했었나?-

-멍청하기는 우리 중 손가락에 꼽히는 치우가 매일 쥐어 터져서 죽다 살아나는 거 보면서 몰랐어?-


세인트, 궁귀, 안나와 일곱 별들이 연무장을 둘러싸고 외부인이 다가오는 걸 막고 있었다. 초반 굉음에 놀란 길드원들과 병사들이 달려왔지만 둘의 대련을 목도하고 넋이 빠져서 보고있는 이들을 모두 물리고 연무장을 둘러싸고 오직 한 사람 치우만 제외하고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길드원이 있었지만


-꼬우면 너도 영감님 제자해-

이 말에 모두가 발걸음을 돌렸다.


-빌어먹을. 안 그래도 답이 안 보이는 놈이었는데 이제는 문제도 못 보겠어-

투덜거리는 스미스를 바라보며 모두가 웃음을 지었지만 모두의 표정에는 즐거움이 가득 했다. 카시아스는 가서 쉬라며 말없이 사라졌다.


힐러에게 치료를 받고 지쳐 스러지듯이 접속을 해제하고 나와 음식물을 쑤셔 넣던 고명석이 시원한 탄산음료를 하수구에 쏟아붓듯이 들이키고 옥상에 올라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어두운 바다 위에 떠있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과거의 별] 시스템이 카시아스를 언급하며 썼던 단어.


현재의 자신이 절대 넘을 수 없었던 카시아스 그러다 마지막에 우연히 얼굴에 낸 상처 하나.

만일 정말로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웠다면 어떻게 됐을까?


“뭘 어떻게 돼. 시작하자마자 모가지 댕강 당하는 거지”

과거의 별이라 불린 카시아스도 그렇게 강했는데 전력의 단테 영감은 얼마나 강할지 생각하니 담배가 쓰게 느껴졌다.


“다음에 만나면 말 잘 들어야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공지 22.12.22 74 0 -
공지 주 5일 연재로 전환합니다 22.03.14 67 0 -
공지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2.02.26 124 0 -
공지 매일 18시에 연재됩니다 +2 22.02.10 998 0 -
284 1부를 마치며 +2 23.02.10 59 3 2쪽
283 283 메인 퀘스트 생성 23.02.10 41 2 10쪽
282 282 오만과 거짓의 존재 23.02.09 41 2 14쪽
281 281 나는 바이러스다 23.02.08 43 1 13쪽
280 280 로히너스 가문 23.02.07 48 1 13쪽
279 279 겨울 부족 23.02.06 44 1 13쪽
278 278 정리하다 23.02.03 49 1 13쪽
277 277 드레이크 라이더 23.02.02 48 1 16쪽
276 276 맞짱? 23.02.01 51 1 13쪽
275 275 사고뭉치 23.01.31 48 1 12쪽
274 274 욕심은 불만을 잠재운다 23.01.30 52 1 12쪽
273 273 로즈 아르폰 백작 23.01.27 50 1 13쪽
272 272 요새를 파세요 23.01.26 54 1 12쪽
271 271 영혼석 그리고 수월(水月) 23.01.25 56 1 12쪽
270 270 서로간의 사정(2) 23.01.24 57 1 11쪽
269 269 서로간의 사정 23.01.23 58 1 11쪽
268 268 인마족 23.01.20 59 1 11쪽
267 267 하층부의 주민들 23.01.19 57 1 11쪽
266 266 역마살 23.01.18 58 1 14쪽
265 265 다사다난(多事多難) 23.01.17 60 1 12쪽
264 264 몰려드는 사람들 23.01.16 66 1 12쪽
263 263 회상2 23.01.13 72 1 14쪽
262 262 요새 방어전 23.01.12 68 1 11쪽
261 261 회상 23.01.11 71 1 12쪽
260 260 광산 발굴 23.01.10 77 1 12쪽
259 259 어? 그리폰이다 23.01.09 74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